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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쿤디판다 - MODM : Original S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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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디판다 - MODM : Original Saga

남성훈 작성 | 2021-06-03 18:4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1 | 스크랩스크랩 | 38,653 View

Artist: 쿤디판다(Khundi Panda) Album: MODM : Original Saga

Released: 2021-05-08

Rating: RRRR

Reviewer: 남성훈





쿤디판다(Khundi Panda)는 걸출한 앨범 [재건축], [가로사옥]을 연이어 발표하며 체급을 키웠다. 두 앨범 모두 선명한 주제와 이를 펼쳐내는 구성미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앨범을 특별하게 만든 건 단연 최상급의 랩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이었다. 쿤디판다의 새 앨범 [MODM : Original Saga]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기 서사를 독할 정도로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쿤디판다가 이번에는 소모즈(Somozu)라는 게임 캐릭터로 분해 가상의 여행에 몸을 싣는다. 힙합 장르 안에서 ‘또 다른 자아(Alter-Ego)’는 익숙한 장치다. 애초에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랩 네임에 기믹을 부여해 데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야기를 확장할 때 또 다른 자아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 힙합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슈퍼 히어로나 악명 높은 범죄자를 다른 자아로 사용해 성공한 경우는 상당히 많다.


다만, [MODM : Original Saga]에서 소모즈를 활용하는 자체는 인상적이지 않다. 상당 부분 단편적이고 소모적이다. 알려진 캐릭터도 아닐뿐더러 초반 “MODM Intro”, “Somozu Combat”에서부터 캐릭터를 구체화한 라인이 꽤 등장하지만, 가상의 캐릭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외에 감정적으로 교감하거나 몰입하기에는 부족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약점이 되진 않는다. 소모즈가 자기서사 강박을 벗겨내는 역할을 기가 막히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쿤디판다는 소모즈로 분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쿤디판다로 활약한다.


정신없이 배치한 자극적인 사운드와 음울한 무드의 트랩(Trap) 비트가 균형을 맞춘 야간캠프와 타격감 있는 루프가 인상적인 디제이 웨건(DJ Wegun)의 프로덕션이 앨범에 강력한 에너지를 담아냈다.

가장 매력적인 비트는 레이저 사운드 비전(Laser Sound Vision)의 “메인 풀”이다.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기의 조악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듯한 질감의 키보드 멜로디와 공간감을 만들며 퍼지는 드럼 사운드가 비디오게임이라는 배경과 힙합이라는 장르 모두를 잡아냈다. 정말 황홀한 경험이다. 이러한 실험적 사운드는 비트에 녹아들기보다는 때리면서 지나가는 듯한 쿤디판다의 랩 스타일과도 잘 어우러진다.


명확한 딕션으로 많은 양의 랩을 빡빡하게 뱉는 와중에도 다채롭고 과감한 플로우를 구사한 래핑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미 [가로사옥], [서리 - The Frost On Your Kids]에서 정점에 오른 듯한 그의 랩이 다시금 신선하게 들릴 정도다. 특히 “메인 풀”의 후렴구나 “트럼프쥬스”에서 구사한 멜로딕 랩, “Rarebreed”에서 디테일하게 톤을 바꿔 흥을 돋우는 순간은 하이라이트다.


많은 아티스트가 피처링한 부분도 성공적이다. 어느 순간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하는 쿤디판다의 랩을 환기하면서도 그레이(GRAY)부터 퍼프 대희(PUFF DAEHEE), 화나(Fana) 등 포지션이 겹치는 이가 없다 보니 듣는 재미를 준다. 그중 가장 짜릿한 순간은 유사한 랩 스타일을 지닌 넉살(Nuksal)과 마치 배틀을 벌이는 듯한 “Rarebreed”다.


어떤 이들은 [재건축]과 [가로사옥]에서 진중하게 자신을 고찰하며 파고들던 가사가 그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MODM : Original Saga]를 쿤디판다의 최고작이라 부르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가 추구했던 앨범의 일관된 컨셉, 뛰어난 랩 퍼포먼스와 이를 지원한 최상급의 비트가 만든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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