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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언더 성수 브릿지 - Under Seongsu Bridge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7일 (토) 08:48 판 (새 문서: 황두하 작성 | 2021-03-08 17:1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15,751 View Artist: 언더 성수 브릿지 Album: Under Seongsu Bridge Release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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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하 작성 | 2021-03-08 17:1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15,751 View

Artist: 언더 성수 브릿지

Album: Under Seongsu Bridge

Released: 2021-01-25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한국은 날이 갈수록 사회문화적 기반과 인구 수 등, 많은 면에서 수도집중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나라다. 이를 비롯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미국처럼 지역 힙합 씬이 조성되거나 지역구 단위의 랩스타가 탄생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많은 래퍼들이 미국 힙합과는 다른 방향으로 지역성을 이용해왔다. 2010년대 초 활동했던 군산의 애드밸류어(Addvaluer), 부산의 아발란체(Avalanche) 같은 지역 기반 크루들과 제이통(J-TONG), 방사능(현 리듬파워), 차붐, 창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역 고유의 색을 음악에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성공 서사를 풀어내거나 캐릭터를 드러내는 제재로써 지역을 활용했다.


신흥 크루 언더 성수 브릿지(UNDER SEONGSU BRIDGE)의 셀프 타이틀 컴필레이션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울 성수동을 크루의 정체성으로 내세울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온다. 그리고 여기에 성공 서사와 힙합이란 장르가 가진 이미지를 더한다. 덕분에 현실에 존재하지만, 묘하게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의 공간 ‘성수동’이 탄생한다. 실제 성수동은 ‘게토’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이 앨범에서 묘사하는 새로운 성수동은 거기에서 비롯한 괴리감으로부터 자유롭다.


“대교 한강 다리 위에”, “서울 숲으로”, “빨간 다리”, “다리 밑에서 주워온 놈”, “공장 매연” 같은 곡들은 ‘새로운 성수동’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특히, “빨간 다리”부터 “공장 매연”까지 이어지는 후반부가 백미다. 호전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개인이 처한 상황들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입체적인 성수동을 표현한다. 차곡차곡 지역의 다층적인 모습을 쌓아간 덕분에 성수동에 자신들의 현재를 투영하는 마지막 트랙 “개발 전 성수”에 이르러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성수동 판타지’가 매력적인 건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크루 멤버들과 신예 프로듀서 할로모드(HALOMOD)가 참여한 프로덕션은 미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사운드를 준수한 완성도로 구현했다. “대교 아래 한강 위에”부터 “서울숲으로”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에서는 음산한 무드를 자아내는 중독적인 신시사이저 라인과 두터운 베이스라인이 어우러진 트랩 사운드로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기세가 좋다. 후반부에서 록(“빨간 다리”), 붐뱁(“다리 밑에서 주워온 놈”), 알앤비(“ON FIRE”) 등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 또한 특기할만하다.


멤버들의 퍼포먼스도 준수하다.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건 365릿(365LIT)이다. 그는 탄탄한 리듬감을 무기로 삼은 날카로운 하이톤의 랩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소 개성이 부족한 다른 래퍼들의 퍼포먼스가 죽 이어지며 지루해질 수 있는 순간마다 적절히 등장해 집중력을 높인다. 더불어 알앤비 보컬 웹(Web.)과 함께 중독적인 후렴구로 인상적인 순간을 여러 번 만들어낸다. 크루의 멘토와 같은 역할로 두 곡에 참여한 팔로알토(Paloalto)의 활약도 긍정적이다.


한편, 성수동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는 순간, 뻔한 자기과시 클리셰를 따르는 안일한 가사로 일관한 건 아쉽다. “CARRY ON”부터 “HOW COULD I LOVE”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그렇다. 게다가 “CARRY ON”, “TEXT ME” 같은 러브 송은 앨범의 흐름 상 뜬금없이 느껴진다.


이 같은 아쉬움에도 [UNDER SEONGSU BRIDGE]는 신생 크루의 출사표로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실재하는 ‘성수동’이라는 지역에 힙합 판타지를 더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간 것이 유효했다. 아울러 힙합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포괄하며 멤버들의 음악적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게 했다. 본작은 사회문화적 환경이 미국과는 전혀 다른 한국에서 ‘지역’을 힙합에 적절히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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