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리드머국내리뷰 최엘비 - CC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7일 (토) 02:09 판 (새 문서: 최엘비 - CC 황두하 작성 | 2020-10-30 19: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8,207 View Artist: 최엘비 Album: CC Released: 2020-10-16 Rating...)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최엘비 - CC

황두하 작성 | 2020-10-30 19: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8,207 View

Artist: 최엘비

Album: CC

Released: 2020-10-16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랩의 매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사다. 구체적인 묘사와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 그리고 치밀하게 설계되어 청각적 쾌감을 주는 라임 디자인이 어우러질 때, 랩은 엄청난 위력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 랩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상상하게 하고, 때로는 우리가 겪었던 일과 맞닿아 있어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본인이 사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래퍼의 음악일수록 더 크게 와닿는다.


최엘비(CHOILB)의 첫 정규 앨범 [오리엔테이션](2019)이 그랬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대학생 신입생으로서 겪는 부침을 섬세한 단어 선택과 디테일한 묘사로 풀어내고, 20대 초반의 순수함이 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세련된 프로덕션과 시원시원한 랩 퍼포먼스로 음악적 설득력을 갖췄다. 크루 섹시 스트리트(Sexy Street)와 우주비행(wybh) 소속인 그는 동료들보다 늦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탄탄한 완성도와 개성을 갖춘 작품을 내놓았다.


약 1년 9개월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CC] 역시 가사에 집중해야 하는 작품이다. 본작을 관통하는 내러티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캠퍼스 커플, 일명 ‘CC’였던 전 연인과의 이별과 후회다. 첫 트랙 “난 완벽하지 않아요”에서 완벽한 첫사랑을 꿈꾸던 청년은 다음 트랙 “사랑은 위대해!”에서 가슴이 벅찰 만큼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지만,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어 곧바로 이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7AM (Skit)”부터 “미안해 (LOVE pt.2)”까지 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미련 등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낸다. “결혼소식”을 통해 마음속으로 두 번째 이별을 하고, “아님말고”에서 다른 사람과의 억지 인연을 찾으려 애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지만, 곡마다 뚜렷한 테마 설정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가사로 이를 상쇄시킨다. 이별 후 처음 담배에 손을 댄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한 “구름구름”이나 제이클레프(Jclef)의 원곡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변형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같은 곡은 대표적이다. “결혼소식” 중간에 삽입된 라디오 사연 소개처럼 스킷(Skit)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몰입감을 높인다.


물론, 탄탄한 랩 퍼포먼스를 통해 구현되었기에 의미 있다. 그의 랩은 빠르게 내달리다가도 여백을 두어 감정을 음미할 공간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에너지 넘치는 플로우가 청각적 쾌감까지 더한다. 특히, “미안해 (LOVE pt.2)”에서의 퍼포먼스는 그와 대비되는 하이톤의 쿤디판다와 어우러지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다. 이별 후 잘못된 선택을 하기 직전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나아가 자신도 브로콜리너마저처럼 ‘죽음까지 막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다. 이 한 트랙으로 전체 내러티브가 완성됐고, 본작의 존재에 강한 설득력까지 부여했다. 나아가 ‘음악’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내리고 있기도 하다. 신예 프로듀서 스토익(STOIC)이 주조한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이 돋보이는 프로덕션과 중독성 강한 후렴구, 적절한 강약 조절이 인상적인 랩 퍼포먼스 또한 발군이다. 2020년을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어야 할 힙합 트랙 중 하나다.


프로덕션적으론 특별히 눈에 띄는 지점이 없지만, 내러티브를 잘 뒷받침해주는 선에서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로 분위기를 잡고, 피아노와 기타 라인을 적절히 난입시켜서 감정의 고저를 표현해낸다. 808 드럼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미안해 (LOVE pt.2)”을 제외하면, 서정성이 강조되는 한국 팝 음악의 문법과 힙합을 적절히 조화시킨 인상이다.


[CC]는 최엘비가 계획 중인 ‘대학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신입생의 패기와 열정, 순수함을 담았던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본작에서도 ‘캠퍼스 커플’의 이별 이야기를 본인만의 작법으로 풀어냈다. 더불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을 통해 최엘비가 왜 음악을 하는지와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9169&m=view&s=review&c=16&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