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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월비 - Undercover Angel
황두하 작성 | 2020-05-29 16:4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8 | 스크랩스크랩 | 51,235 View
Artist: 스월비(Swervy)
Album: Undercover Angel
Released: 2020-05-24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의 랩퍼 스월비(Swervy)는 최근의 신인답지 않게 지향하는 음악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다. 다소 공격적이고 어두운 무드의 프로덕션에 나지막이 읊조리다가도 순간순간 내지르는 랩으로 불안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록 음악 요소를 적극적으로 녹여낸다.
이모 랩과도 맞닿아있지만, 그만의 색깔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레이블 입단 전, 에코 야드(Eco Yard)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수이(SUI)와 함께 만든 EP [YAYA TAPE]나, 입단 후 발표한 두 장의 싱글 “Red Lite”와 “Art, Gang, Money”는 이러한 음악 색깔을 보여주는 결과물들이었다.
첫 번째 정규앨범 [Undercover Angel] 역시 전작들의 연장선에 있지만, 사운드적으로 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인상이다. 더불어 트랙이 넘어가는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유기적으로 흘러가도록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첫 번째 트랙 “Alibi”의 후반부에 나오는 휘파람 라인이 다음 곡 “Did It Like I Did”의 메인 라인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또한, 곡마다 세심한 악기 배열과 역동적인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전곡을 프로듀싱한 수이의 역량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특히, “Mama Lisa”부터 “GOMP”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는 매우 강렬하다. 사운드와 랩 퍼포먼스 모두 쉴 새 없이 몰아치며 내달리는 기세가 대단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조언을 바탕으로 호전성을 드러내는 가사와 에너지 넘치는 랩이 어우러져 텐션을 끌어올리는 “Mama Lisa”는 하이라이트다.
앨범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스월비는 위악적인 공격성과 자기과시로 자신을 재단하는 세상에 맞서고, 비관적인 환경 속에서 낙관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독특한 단어 선택과 자신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 듣는 재미까지 더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가 상대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1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 내용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중반부의 시원시원한 패기가 더욱 통쾌하게 다가오는 반면, 같은 이유로 팔로알토(Paloalto)와 저스디스(Justhis)의 벌스가 다소 붕 뜨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한국어 가사의 표현 방식이 워낙 독특하고 인상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표현 수준이 떨어지는 많은 양의 한영혼용 가사는 스월비가 깔아놓은 주제의식이 주는 감흥을 저해한다.
한편, “YAYA2”의 존재는 아쉽다. 동요 같은 라인이 주도하는 밝은 무드의 트랙으로 분위기를 일순 반전시키는데, 이전 트랙인 “GOMP”와의 낙차가 지나치게 커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결론으로 갑자기 뛰어넘어간 느낌이다. 캡틴락의 시원시원한 기타 솔로 세션이 인상적인 록 넘버 “파랑”의 감흥도 떨어진다. 트랙 사이를 이어줄 장치가 있었거나, “파랑”으로 바로 이어졌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Undercover Angel]은 강렬한 데뷔작이다. 확고한 내러티브를 개성 강한 사운드와 매력적인 퍼포먼스로 담았고, 이를 정규 앨범이라는 큰 볼륨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엮어냈다. 스월비는 본작을 통해 본인이 가진 색깔을 제대로 펼쳐 보였다. 패기 넘치는 신인의 첫 앨범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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