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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릴 타치 - Boombap Mix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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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6일 (금) 20:45 판 (새 문서: 릴 타치 - Boombap Mixtape 황두하 작성 | 2020-03-05 20:4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38,941 View Artist: 릴 타치(Lil Tachi) Album: Boo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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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타치 - Boombap Mixtape

황두하 작성 | 2020-03-05 20:4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38,941 View

Artist: 릴 타치(Lil Tachi)

Album: Boombap Mixtape

Released: 2020-01-30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릴 타치(Lil Tachi)는 최초 [쇼미더머니777]을 통해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고등래퍼3]와 [쇼미더머니8]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서바이벌의 문을 두드린 끝에 나름의 인지도를 확보했다.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나 한국의 디보(Dbo)를 떠오르게 하는 날카로운 하이톤 랩과 오로지 트랩(Trap) 사운드에만 투신하는 음악 스타일은 비슷비슷한 개성의 신예 랩퍼들 사이에서도 그를 주목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고등래퍼3]가 끝난 직후 그는 스윙스(Swings)가 이끄는 위더플러그 레코드(WEDAPLUGG Records)에 입단하며 랩퍼를 꿈꾸는 10대들이 부러워할 만한 코스를 밟았다.


[Boombap Mixtape]은 그의 첫 번째 정규작이다. 트랩 사운드로 꽉 채운 내용물과는 전혀 다른 낚시성 제목도 흥미롭지만, 29트랙, 약 1시간 17분이라는 방대한 양의 러닝타임이 눈길을 끈다. 첫 작품부터 시대를 역행하는 패기 넘치는 시도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양이 아닌 질이다. 앨범을 꽉 채웠다고 해서 꼭 완성도가 보장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앨범엔 인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소 평이한 완성도로 마감됐다. 가장 집중하게 되는 부분은 “Ok”부터 “Bustdown Rules”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다. 중남미 음악이 떠오르는 혼(Horn) 악기 연주 위로 마치 프리스타일처럼 되는 대로 랩을 내뱉는 “Ok”는 정말 믹스테입처럼 날 것의 느낌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Fuck Liltachi Freestyle”까지 이러한 기조가 쭉 이어진다. 특히, 쉴 틈 없이 랩이 몰아치는 와중에 가요를 차용한 라인을 능청스럽게 들이미는 센스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그런가 하면, 게임 [GTA 5]의 느낌을 담아낸 “Skit 2”에 이어 나오는 “God of Trap”과 “Bustdown Rules”는 마치 2010년대 초반 릭 로스(Rick Ross) 등을 떠오르게 하는 웅장한 트랩 사운드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지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 구간을 제외하고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사운드가 이어져 지루함을 유발한다. 플레이보이 카티로 대표되는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와 두터운 베이스라인을 꾹 눌러 빠르게 내달리는 스타일을 주로 차용했는데, “C.P Company”나 기리보이(Giriboy)가 프로듀싱한 “춤을춰!” 이외에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이는 감흥이 다소 부족한 랩 퍼포먼스 때문이기도 하다. 실력 자체는 준수한 편이지만, 앞서 언급한 트랙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한 몇 가지의 플로우로 일관해 지루함을 유발한다. 스킷 4곡과 인스트루멘탈 트랙 3곡을 제외한 22곡에서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니 피로감이 쌓인다. 앨범 내내 이어지는 자기과시성 가사도 10곡 정도 후에는 그 패턴이 예상될 정도로 뻔하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탈주닌자클랜의 멤버들도 목소리만 다를 뿐 퍼포먼스 수준은 비슷해 분위기를 환기해주지 못한다.



릴 타치는 [Boombap Mixtape]을 통해 또래 신예 랩퍼가 보여줄 수 있는 패기와 자신감을 가득 담아냈다. 하지만 과한 욕심이 독이 된 느낌이다. 욕심을 덜어내고 트랙들을 추려냈다면 조금 더 탄탄한 앨범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그것을 투박하게 쭉 밀고 나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래서 씬의 주류에 속해 있으면서도 씬 바깥에서 불쑥 튀어나온 비주류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본작의 아이러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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