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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4일 (수) 11:28 판 (새 문서: 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황두하 작성 | 2018-04-18 21: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4 | 스크랩스크랩 | 29,559 View Artist: 히피는 집시였다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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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황두하 작성 | 2018-04-18 21: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4 | 스크랩스크랩 | 29,559 View

Artist: 히피는 집시였다

Album: 언어

Released: 2018-03-29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히피는 집시였다가 작년에 발표한 [나무]는 그해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 작품 중 하나였다. 제이플로우(Jflow/프로듀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에 근간을 두면서도 현 트렌드와는 다른 고유한 무드와 정서의 프로덕션을 만들어냈고, 셉(Sep/보컬)은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처연한 보컬을 통해 특유의 관조적인 가사를 노래했다.


‘레퍼런스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한국 블랙뮤직 씬에서 트렌드를 본인들만의 색깔로 재창조한 [나무]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아시안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2집 [언어]가 발표됐다. 음악적으론 전작의 연장선에 있다. 제이플로우의 프로덕션은 여전히 명상음악처럼 침잠되고 몽롱한 분위기의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주를 이룬다.


휘파람 소리와 리드미컬하게 떨어지는 드럼이 인상적인 “비”, 꿈결을 거니는 듯한 신시사이저가 아련함을 자아내는 “일” 등, 완성도 역시 대부분 뛰어나다. 일렉 기타 스트로크가 현악기와 만나 상승하다가 후반부에서 김오키의 섹소폰 연주와 함께 폭발하는 마지막 트랙 “우리에겐”은 특히,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지점에서 변화를 꾀한 것이 엿보인다. 우선, 전작보다 피처링 진이 다양해졌다. 각각 “온도”와 “기록”에 참여해 묵직한 라임을 선사한 짱유와 화지, “침대”에서 셉의 보컬과 좋은 합을 이루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지바노프(Jeebnoff) 등등, 모두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특히, 세 아티스트 모두 한영혼용 없는 가사로 듀오의 음악이 자아내는 무드와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반면, 시피카(CIFIKA)가 참여한 “불꽃놀이” 역시 보컬은 잘 묻어나지만, 몇 마디의 영어 가사로 인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셉이 코러스로 빠지고 시피카에게 주도권을 넘긴 곡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인트로격인 “언어”를 제외한 첫 번째 곡임에도 오히려 다음 곡인 “온도”가 본격적인 앨범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멜로디가 더욱 선명해진 것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기록”이나 “침대” 등은 전에 없이 캐치한 멜로디 라인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그런가 하면, “비”에서는 셉의 시도가 돋보인다. 음절을 짧게 끊어치는 스타카토 창법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소화하여 독특한 무드를 형성했다. 더불어 앞선 벌스 전체를 피치를 올려 반복하거나(“온도”) 이펙트를 먹여 잠수하는 듯한 효과를 연출하는(“운치”) 등, 전작에서처럼 보컬을 악기처럼 운용하며 다채로움을 더했다.


다만, 몇몇 곡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멜로디가 집중력을 살짝 흐리기도 한다. “추(秋)”나 “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곡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작에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느낌이 강하다. 개성을 지키는 것과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한 끗 차이다. 물론, 듀오의 현재는 전자지만, 이 두 곡은 일말의 우려와 아쉬움을 남긴다.


[언어]는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작품이다. 이로써 듀오의 영역도 훨씬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짧은 기간에 또다시 탄탄한 완성도의 정규앨범을 내놨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아울러 꿈, 외로움, 이별 등, 다양한 소재를 시적인 어휘로 풀어내는 한국어 가사 또한, 그 표현력이 한층 발전했다. 이제 ‘아시안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을 넘어 ‘히피는 집시였다’ 자체를 하나의 장르라 부를만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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