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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허클베리 피 - Man I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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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3일 (화) 00:14 판 (새 문서: 허클베리 피 - Man In Black 남성훈 작성 | 2011-11-03 01:4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33,286 View Artist: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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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피 - Man In Black

남성훈 작성 | 2011-11-03 01:4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33,286 View

Artist: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Album: Man In Black (EP)

Released: 2011-10-20

Rating (2020) : RRR

Reviewer: 남성훈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는 공연 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랩을 이어가는 프리스타일 랩(Freestyle Rap)의 묘미를 제대로 살릴 줄 아는 한국힙합 씬의 몇 안 되는 래퍼다. 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순간적으로 모아 상황에 맞추어 완성하는 프리스타일 랩은 북미에서 90년대를 거치며 힙합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규칙이 확실한 창작과정과 공연이 완전히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 때문에 별도의 영역을 가진 행위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허클베리 피가 최면상태를 경험하는 듯 유연하게 라임, 플로우, 딜리버리를 지켜낸 프리스타일의 정수를 선보인 몇 결과물은 단순 퍼포먼스를 넘어 '한국어로 랩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라는 계속되는 우문에 대한 유쾌한 현답이었다.

허클베리 피는 프리스타일 랩으로 그가 이룬 성취 때문에 많은 유명한 프리스타일러들이 으레 겪었던 시험대에 올라선다. 스튜디오 앨범을 만들면서 스튜디오 밖의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프리스타일은 듣는 이에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희열을 장르 팬들에게 선사했고, 그것을 앨범에서 고스란히 재현하려는 노력은 현장감의 부재로 물거품이 되기에 십상이다. 허클베리 피는 어땠을까? 칠린스테고 (7人ST-EGO)를 지나 본격적인 앨범활동을 펼쳤던 피노다인의 [PISH!](2009)와 [PINOvation](2010)에서 그는 영리하게 이런 시험대를 그냥 내려갔다. 작은 이야기들과 목적이 확실한 곡들을 아기자기하게 펼쳐놓음으로써 앨범의 감상을 그의 랩에서 피노다인이라는 프로듀서-래퍼 듀오의 방향성으로 선회시킨 것이다. 따스한 느낌의 소울피쉬(Soul Fish)표 프로덕션 역시 대부분 날 것과 스트리트함을 표방하는 프리스타일 래퍼들의 일반적인 과욕을 묶어두는데 한몫했다. 전형의 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힙합 씬이기에 가능했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Man In Black] 감상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허클베리 피는 자신이 속했던 팀의 색, 혹은 틀 안에서 자제되어야 했던 부분, 즉 장르 문화를 지켜내는 래퍼 본연의 모습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제야 조금 늦게 장르적으로 가장 코어하면서 또 가장 평범한 곳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Man In Black”에서 영화 속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시키거나, 랩 배틀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전쟁터로 묘사한 “The Battlefield” 등 밋밋한 진행을 피하곤 있지만, 큰 줄기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결국, 가장 초점을 맞출 곳은 랩 자체다. 허클베리 피의 랩은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고 큰 호응을 받았던 이들의 스타일의 반대지점에 있다. 북미 유명 래퍼들이 선보인 플로우를 한국어 라임과 함께 유연하게 구현해내며 랩 퍼포먼스 자체가 주는 감흥의 간극을 줄여 그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이들과는 다르게, 허클베리 피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또박또박 라임을 강조하며 딜리버리에 충실했던 스타일의 진화형처럼 보인다. 라임을 지켜가며 관중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야 하는 프리스타일 랩으로 스타일을 완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이는 피노다인이 이루고자 했던, 별다른 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랩으로 전달하는 결과물에 꽤 잘 부합했었다.

[Man In Black]은 그래서 작은 도전처럼 느껴진다. 도전은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허클베리피는 촐싹거리는 듯하지만, 감정에 충실한 톤 조절로 특유의 스타일을 더욱 확고히 했다. 덕분에 공연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스타일이 그의 거친 이면을 드러내려는 앨범의 성격과 만나 다른 앨범이 쉽게 갖기 어려운 묘한 생동감, 현장감을 앨범 전체에 만들어 냈다. 프리스타일 래퍼의 특징이 자연스레 두드러진 것이다. 그래서 흥겨움과 현장감이 돋보인 “Man In Black”, “My Life so bright”나 “Freestyle Tutorial”은 매력적인 트랙이 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More than a dream”이나 “The Battlefield”, “History is made at night”에서는 좀체 곡의 무드에 쉽게 녹아 들지 못하고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반복되는 라임을 길게 끌다 올려 치는 플로우는 현장감을 만드는 자신의 장기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과하게 반복된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Man In Black]의 아쉬운 부분은 허클베리 피라는 래퍼의 자질이나 트랙의 완성도 문제가 아닌, 아티스트의 경력과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지점에서 만날법한 것이기에 사실 장르 팬들에게는 되려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다음 솔로 작에서 결정지어지지 않을까 싶다.



Track List

01. More Than A Dream 02. My Life So Bright 03. Man In Black 04. Freestyle Tutorial (Feat. Olltii) 05. 남자의 자격 (Feat. B-Free, Rhyme-A-) 06. The Battlefield (Feat. MC META, JJK) 07. History Is Made At Night (Feat. Simon Dominic) 08. Man In Black (remix) (Feat. Jerry.K, Minos, Vasco, Paloa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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