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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Hiatus Kaiyote - Mood Vali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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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atus Kaiyote - Mood Valiant

황두하 작성 | 2021-07-15 16:4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6,957 View

Artist: Hiatus Kaiyote

Album: Mood Valiant

Released: 2021-06-25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첫 정규 앨범 [Tawk Tomahawk](2012)가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면, [Choose Your Weapon](2015)은 밴드의 이름을 현대 대중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된 작품이다. 소울에 기반을 두고 여러 장르를 불규칙적으로 조합한 퓨처 소울(Future Soul) 사운드는 [Choose Your Weapon]에 이르러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역동적인 변주 사이로 실제 연주와 디지털 소스, 그리고 보컬 네이 팜(Nai Palm)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황홀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두 번째 정규작 이후, 거물들도 이들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앤더슨 팩(Anderson.Paak),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드레이크(Drake), 그리고 제이지(Jay-Z)와 비욘세(Beyonce) 부부 등이 밴드의 음악을 샘플링했다. 드레이크는 다섯 번째 정규 앨범 [Scorpion](2018)에 네이 팜을 피처링으로 섭외하기도 했다. 더불어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솔로 앨범을 발표하거나 타 아티스트의 앨범에 프로듀싱으로 참여하는 등, 매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이는 모두 [Choose Your Weapon]의 성공 이후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네이 팜은 2018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았고, ‘새로운 미의 기준’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유로 유방재건술을 포기했다. 게다가 그에게 10년 동안 가족이 되어주었던 반려조 차이(Chai)가 생을 마감했다. 삶에 닥친 커다란 위기와 이를 헤쳐나가고자 한 팜의 용기 있는 태도는 밴드의 세 번째 정규앨범 [Mood Valiant]를 관통하는 정서가 되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생명의 관계성을 찬양하고(“Chivalry is Not Dead”), 음악가로서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되새기며(“Get Sun”), 불확실한 삶 속에서 묵묵히 답을 찾아가기 위해 애쓴다(“Sparkle Tape Break Up”, “Stone Or Lavender”). 그 사이 브라질 여행 중 만난 바리나와 족에게 받았던 낯선 사랑(“Hush Rattle”)과 어린 시절 향수가 녹아있는 자신의 방(“Red Room”)을 추억한다.


그중에서도 “Stone or Lavender”에서는 암 투병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낸다. 죽은 반려조를 기리는 마지막 곡 “Blood and Marrow”에 이르면, 느닷없이 닥쳐오는 불행 속에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결국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사실을 설파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이를 가로지르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감동이 벅차오르며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프로덕션이다. 사운드가 전보다 더욱 정돈된 인상이다. 차분하게 흘러가다가 후렴구에서 신시사이저와 디지털 소스, 실제 연주가 어지럽게 맞물리면서 난장을 펼치는 “All the Words We Don’t Say” 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다이내믹한 변주를 들려준다.


하지만 폴리리듬(polyrhythm: 둘 이상의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활용하거나 한 곡 안에서도 두세 번 씩 무드가 변화하는 역동적인 변주는 줄었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밴드만의 사운드가 더 단단해진 인상이다.


특히, 브라질의 전설적인 작곡가 아서 베로카이(Arthur Verocai)가 참여한 “Get Sun”은 밴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아서가 동원한 오케스트라 세션의 유려한 현악기 연주와 밴드의 펑키한 연주가 어우러지며 상승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악기들이 하나씩 빠지며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 Hop) 사운드로 자연스레 전환된다. 앨범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다.


이밖에도 몇 마디 구절을 계속 반복하며 단출하게 진행되는 네오 소울 트랙 “Red Room”, 드럼 라인 루프 위로 음산한 보이스 소스를 깐 힙합 소울 넘버 “Sparkle Tape Break Up”, 현악기와 피아노 연주 위로 섬세한 네이 팜의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팝 발라드 넘버 “Stone or Lavender” 등등, 특정 장르의 틀을 차용해 밴드만의 색깔로 완성하는 솜씨가 경지에 올랐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론 다가오는 불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이 팜은 이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며 매일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Mood Valiant]다. 밴드가 깔아놓은 사운드 스케이프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어느샌가 삶을 살아갈 ‘용감한 기분(Mood Valiant)’이 샘솟는다. 다사다난했던 6년의 세월을 건너, 하이어터스 카이요티는 청각을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전해주는 밴드가 되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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