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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Little Simz - GREY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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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2일 (월) 18:15 판 (새 문서: Little Simz - GREY Area 이진석 작성 | 2019-03-12 04: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14,225 View Artist: Little Simz Album: GREY Area Release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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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Simz - GREY Area

이진석 작성 | 2019-03-12 04:1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14,225 View

Artist: Little Simz

Album: GREY Area

Released: 2019-03-01

Rating: RRRR

Reviewer: 이진석





영국 이즐링턴(Islington) 출신의 배우 겸 래퍼 리틀 심즈(Little Simz)의 재능은 활동 초기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바탕에 놓인 건 출중한 랩 실력이다. 9살 때부터 랩을 시작한 그녀는 혀를 내두를 만큼 현란한 플로우를 호흡 한 번 흩트리지 않고 차분하게 구사한다. 동시에 능숙하게 완급을 조절하여 감흥을 끌어올린다. 놀라운 래핑을 바탕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아티스트는 2년에 걸쳐 여섯 장의 EP를 연달아 발표했고, 이듬해 바로 정규 앨범을 내놓았을 만큼 창작욕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왕성한 활동의 이면으로, 그녀에겐 적지 않은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앨범 작업과 쉴 틈 없는 투어 일정 탓에 심즈는 심신이 망가져 가는 것을 느꼈고, 주변을 돌볼 여유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결국, 그녀는 2017년 투어를 마친 뒤, 휴식기를 가지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은 영감은 곡이 되어 하나씩 쌓여갔다. 그렇게 해서 또 한 장의 앨범이 나왔다. [Stillness in Wonderland] 이후, 3년여 만에 세상에 나온 세 번째 정규작 [GREY Area]는 그야말로 리틀 심즈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물이다.


올해로 27세를 맞이한 심즈는 20대를 거쳐오며 느낀 여러 감정을 차례로 풀어낸다. 자신의 20대가 마치 불확실함 가득한 회색 지대(Grey Area) 같다고 표현했는데, 그녀가 느낀 혼란스러운 감정은 앨범 곳곳에 묻어난다. 첫 트랙 “Offence”에서 ‘I'm Jay-Z on a bad day, Shakespeare on my worst days(난 별로인 날에도 제이지, 최악일 때도 셰익스피어 정도지)’처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후 그녀를 둘러싸고 일어난 여러 일화를 통해 하나씩 속내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클레오 솔(Cleo Sol)의 참여로 한층 감정선이 깊어진 “Selfish”, [GREY Area]를 작업하게 된 계기를 담은 “Therapy” 등,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심도 있는 고찰을 읊조린다. 리틀 심즈가 개인으로서 느낀 감정이 주가 되지만, 때로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확장되기도 한다. 일례로, 청소년들의 총기 소지를 꼬집은 “Wounds”는 심즈의 친구이자 모델인 해리 우조카(Harry Uzoka)가 살해당한 후에 느낀 슬픔을 계기로 탄생한 곡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담은 “Venom” 역시 인상 깊다. ‘They would never wanna admit I'm the best here / From the mere fact that I've got ovaries(그들은 내가 난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 못 하지)’ 같은 라인을 보라.


앨범의 절반은 심즈의 어릴 적 친구이자, 전곡의 프로덕션을 담당한 인플로(Inflo)의 공이다. 우선 경쾌하게 날뛰는 드럼과 힘있게 넘실거리는 베이스로 첫 트랙을 장식한 “Offence”부터 심상치 않다. 인플로는 앨범의 전곡에 실제 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힙합 음악 작법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독특한 질감을 주조하면서도, 장르 음악으로서 견고한 틀을 갖추는 데 성공한다. 다만, 중화풍의 전통음악 소스를 과감하게 앞세운 “101 FM”의 경우 다소 뜬금없을뿐더러, 생음악의 질감을 살린 드럼 파트 외엔 구성상 녹아들지 못해 아쉽다.


리틀 심즈의 이전 정규작들이 명확한 콘셉트와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철저한 기획을 통해 구축된 앨범이었다면, 이번 [GREY Area]는 약간 결이 다르다. 20대에 들어선 후 작업과 투어를 반복하는 뮤지션으로, 독립 레이블의 대표로, 흑인 여성으로서 직면했던 여러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래서 심즈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솔직하며, 기술과 내면 모두 한껏 무르익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작을 자랑하는 그녀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도 단연 가장 빛나는 결과물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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