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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rising - Head In The Clouds
조성민 작성 | 2018-08-15 17:3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0,257 View
Artist: 88rising
Album: Head In The Clouds
Released: 2018-07-20
Rating: RRR+
Reviewer: 조성민
에이티에잇라이징(88rising)은 아시안계 아티스트들이 주축인 음악 레이블 겸 미디어 컨텐츠 회사다. 2015년에 창립된 비교적 신생 회사지만,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흥미로운 점은 소속 아티스트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이민 2세대, 혹은 3세대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씬에 무사히 뿌리내리고 세력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Dat $tick”(2016)으로 단숨에 유명세를 얻은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은 인도네시아 출신이고, 싱어송라이터 조지(Joji)는 오사카 태생이며,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는 중국 쓰촨 지방에서 활동을 시작한 랩 그룹이다. [Head In The Clouds]는 이들을 비롯한 에이티에잇라이징의 아티스트가 모여 만든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보통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그러하듯, [Head In The Clouds] 역시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난 각 아티스트의 매력과 음악성이 잘 나타난 편은 아니다. 대신 현 주류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더욱 주력했다. 그 덕에 구성 자체는 그럴 듯하다. 로우 파이(Lo-Fi)하고 미니멀한 구조로 이뤄진 트랩 넘버들과 여름의 무드에 어울리는 달달한 멜로디의 팝 랩, 더불어 여타 다른 트렌디한 사운드를 차용한 트랙들이 담겼다.
여기에 현재 누구나 알만한 아티스트들의 참여 역시 이목을 끈다. 핵심은 이 같은 기획에 익숙해 지면서 떨어진 신선함과 창의력을 얼마만큼 탄탄한 완성도로 잡을 수 있는 가이다. 그런 의미로 본작은 주력이 되는 트랙들을 제외하고도 탄탄한 마감이 돋보인다. 가장 큰 강점은 멜로디 위주의 알앤비와 팝 트랙들에서 도드라진다. 심플하면서도 중독적인 멜로디가 귀에서 오래 머문다.
특히, 노블레스(Noblesse)의 “느즈막한 고백”을 샘플링한 “Midsummer Madness”는 여름에 어울리는 선선한 업템포 발라드 트랙이다. 해당 곡의 코러스를 담당한 조지의 활약상은 앨범 곳곳에서 드러난다. 솔로곡인 “Head In The Clouds”나 “Peach Jam”는 앨범 컨셉트에 잘 부합하며, 인도네시아 출신의 보컬리스트 니키(NIKI)가 주도한 “Plans”와 “Poolside Manor” 역시 같은 맥락의 곡들이다.
아쉬운 점은 레이블의 헤드라이너 격 랩퍼인 리치 브라이언의 활약이다. 솔로 트랙인 “History”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할 만큼 중독적이지만, 그 외에 기대를 모았던 “Beam”과 “Disrespectin” 등의 뱅어 트랙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전자에 해당하는 “Beam”은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의 참여와 대세로 떠오른 트랩 프로듀서들인 머다 비츠(Murda Beatz)와 사우스사이드(Southside)가 기획한 점을 생각할 때 특별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또 다른 핵심 게스트인 골드링크(GoldLink)가 참여한 “Nothing Wrong”(Remix)는 굳이 다시 만들어졌어야 할 필요를 느끼기 어려운 리믹스다. 분명 골드링크가 어울릴 정도로 퓨처바운스의 기조를 잇는 트랙이지만,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운 퍼포먼스가 눈에 밟힌다. 또한, 중국어로 된 원곡과 달리 영어를 가미해 각색한 하이어 브라더스의 랩도 감상을 저하하는 요소다. 그에 반해 앨범에 수록된 또 다른 리믹스 트랙 “Japan 88”에서는 버벌(Verbal)과 키스 에이프(Keith Ape)의 활약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몇몇 단점과 곳곳에 드러나는 작사적인 안이함에도 불구하고 [Head In The Clouds]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다. 기대했던 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구색을 다 갖춘 뱅어 트랙들과 중독적이고 듣기 가벼운 곡들이 적절히 배합되어 이른바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모음집으로써의 역할을 다한다. 지금은 물론, 다시 돌아올 여름에 꺼내 들어도 즐길 수 있을 스타일리시한 여름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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