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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SEE GHOSTS - Kids See Ghosts
조성민 작성 | 2018-07-03 18:3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3,863 View
Artist: KIDS SEE GHOSTS
Album: Kids See Ghosts
Released: 2018-06-08
Rating: RRRR
Reviewer: 조성민
[Kids See Ghosts]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시리즈 형식으로 기획한 다섯 장의 와이오밍 프로젝트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언론과 대중의 먹잇감을 자처하다시피 한 칸예의 정치적 언행들은 각종 소음, 가십, 파파라치들을 한데 불러모았고, 결국엔 그를 한적한 와이오밍주 산골짜기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곳에서 탄생한 본 앨범은 칸예가 여태까지 겪은 혼란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게 된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이 주를 이룬다.
2010년 이후, 자의식 하나로 온갖 장애물을 사정없이 밀쳐내며 전진하는 본인을 묘사한 대표작들, 예컨대, [MBDTF](2010), [Yeezus](2013), [The Life of Pablo](2016)를 감싼 무분별한 광기로부터 최소 한 발치 정도는 떨어진 모습이다. 이 앨범에서 칸예는 결론적으로 자신을 겨냥한 비판을 더 이상 밀쳐내지 않는다. 약점을 내보이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곧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식임을 깨닫는다.
덕분에 [ye]가 품었던 내러티브적인 결함과 의문을 어느 정도 상쇄함과 동시에 프로덕션적으로도 더 높은 완성도와 구성을 갖추었다.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탁월한 기획력을 또 한 번 증명한 푸샤 티(Pusha T)의 [Daytona]나 응어리진 극단의 감정이 불협화음을 내며 발화한 후 씁쓸한 기운이 감도는 [ye]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온, 이질적인 감성이 베어 있다.
다만, 그 감성을 마냥 새로운 것이라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키드 커디(Kid Cudi)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하다. 본작을 관통하는 색감과 음악적 골자는 커디의 감각을 자양분 삼았다. 플레인 팻(Plain Pat)과 닷 다 지니어스(Dot Da Genius)의 감각이 유난히 돋보인 후반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들이 합작한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Reborn”은 커디의 초창기적 감성이 물씬한 신스팝 트랙이다. 프로덕션은 마약 중독과 우울증 등, 그를 막아섰던 여러 고난으로부터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메시지와 상징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와 탬버린, 해상도를 작위적으로 짓눌러 표현한 전자음 등이 곳곳에 사용되어 [MOTM II: The Legend of Mr. Rager](2010)와 [Passion, Pain & Demon Slayin’](2016)의 흔적도 느껴진다.
이렇듯 커디 중심의 사운드와 그가 지닌 주체적인 발성법, 그리고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칸예의 공이 크다. 그는 신음과 콧소리 사이의 오묘한 창법으로 정확한 음정을 일부러 살짝 비껴가며 음악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커디의 보컬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커디보다 더욱 잘 아는 듯하다.
칸예는 곡의 구성과 사운드 조합을 통해 커디의 목소리가 빛날 수 있는 구간에 적절히 배치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Feel The Love”는 좋은 예다. 인상적인 전개 방식을 비롯한 세 아티스트 간의 균형 있는 활약상과 호흡,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 청각적인 쾌감 등, 매우 인상적인 인트로 트랙이다.
또한, 독특하고 빈티지스러운 샘플들과 겹겹이 씌운 백업 코러스, 그리고 간결하게 자르고 덧붙이기를 반복한 후 테두리를 반듯하게 마감한 초반부의 몇몇 인상적이고 도전적인 트랙들에는 하드 록과 그런지 풍의 사운드까지 담겨있다. 칸예가 한때 선보인 맥시멀리즘의 매력을 충실히 재현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4th Dimension”과 “Freeee (Ghost Town Pt. 2)” 같은 경우, 프로덕션과 더불어 둘의 퍼포먼스적인 호흡은 물론,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의 참여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ids See Ghosts]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최근 몇 년 사이에 유사한 시련을 겪은 두 인물이 만나 전화위복을 이끌어낸 케이스다. 여기에 굿 뮤직(G.O.O.D. Music)을 떠나간 여럿 반가운 얼굴들이 힘을 합치고,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가 앨범 커버를 맡았다. 둘 사이의 상당한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칸예와 커디의 조합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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