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The Carters - Everything Is Love
황두하 작성 | 2018-06-27 19:5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19,695 View
Artist: The Carters(Beyoncé & Jay-Z)
Album: Everything Is Love
Released: 2018-06-16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세기의 커플, 비욘세(Beyoncé)와 제이지(Jay-Z) 부부는 각자의 근작을 통해 자칫 흠이 될 수 있었던 가정사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켰다. 사건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욘세의 여동생 솔란지(Solange)가 비욘세의 목도 아래 제이지를 공격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루머로 떠돌던 제이지의 불륜과 부부의 불화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블랙뮤직 씬을 넘어 미국 연예 산업 내 최고의 커플이었기 때문에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2년 후, 비욘세는 여섯 번째 정규 앨범 [Lemonade]를 발표하며 이를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1시간짜리 영상과 함께 기습적으로 발표된 앨범에는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여성이 느끼는 감정과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이 완성도 높은 음악에 담겨있었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그녀가 왜 여왕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만했다.
제이지 역시 기나긴 침묵 끝에 작년 열세 번째 정규작 [4:44]를 통해 아내의 외침에 응답했다. 앨범은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수록곡인 “4:44”와 “Family Feud”에서는 사건을 직접 언급하고,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 나은 가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부부는 개인사를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 즉, 음악을 통해 풀어내며 그들이 왜 지금의 자리에 올라와 있는지를 과시했다.
[4:44] 이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부부는 다시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많은 장르 팬들이 꿈꿔왔던 부부의 합작 앨범 [Everything Is Love]를 기습 발매한 것이다. 6월 초에 시작된 부부의 합동 투어인 ‘On The Run II Tour’에 맞춰 공개된 앨범은 풍파를 겪고 난 뒤 용서와 사랑으로 견고해진 커플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야말로 ‘카터스(The Carters) 3부작’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여름날 해변가에서 휴가를 보내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첫 곡 “Summer”와 두 사람이 랩을 주고 받으며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류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곡 “Lovehappy”는 본작의 주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이후 대부분 곡에서 부부는 자신들의 위치와 라이프스타일, 부 등을 과시하는데, 랩퍼들의 흔한 자기과시와는 그 격이 다르게 느껴진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주제가 뒷받침된 덕분에 과시라기보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간 두 사람의 작품을 통해서도 수없이 반복된 것들이지만, 본작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이 덕분이다. 아울러 그래미(Grammy)와 스포티파이(Sportify)를 디스하고(“Apeshit”, “Nice”), 처음 데이트했던 순간을 귀엽게 회상하며(“713”) 지금의 부부가 있기까지 믿고 도와준 친구들에게 감사와 안부(“Friends”)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713”에서는 제이지가 직접 작사했던 닥터 드레(Dr. Dre)의 “Still D.R.E”의 후렴구를 차용한 센스가 돋보인다.
한편, “Black Effect”에서는 믹 밀(Meek Mill)과 칼리프 브라우더(Kalief Browder/*필자 주: 절도 혐의로 재판도 거치지 않은 채 3년간 복역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뒤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겪은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흑인 청년. 제이지는 작년 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 등을 언급하며 여전한 인종차별과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노래하기도 한다.
쿨앤드레(Cool & Dre), 퍼렐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를 비롯한 다양한 스타 프로듀서들과 협력한 프로덕션은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오랜 커리어 동안 트렌드에 뒤처지는 법이 없었던 두 사람답게 현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사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한편으론 부부의 합작 앨범이라면 으레 예상할만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감이 들기도 한다. 그간 숱하게 이뤄진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트랙들 이상의 감흥을 끌어내는 트랙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 흐르듯 흘러가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수준은 아니다.
[Everything Is Love]는 카터 부부의 지난했던 과거를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후일담 성격의 앨범이다. 두 사람은 부부 관계에 찾아온 위기를 사랑으로써 극복해냈고, 이를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으로 구현해냈다. 사건의 타임라인을 쫓아온 팬들이라면 이처럼 아름다운 결말에 흐뭇함을 느낄만하다. 커플인 것을 떠나서 두 거장의 만남인 만큼 음악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모두가 수긍할만한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8299&m=view&s=review&c=17&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