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Bones - Unrendered
조성민 작성 | 2017-05-07 23:2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1,831 View
Artist: Bones
Album: Unrendered
Released: 2017-04-20
Rating: RRR+
Reviewer: 조성민
현재 가장 왕성한 작업량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흔히 퓨쳐(Future), 구찌 메인(Gucci Mane), 커렌시(Currensy) 등을 떠올릴 것이라 예상한다. 다작왕이라 불릴 만큼 많은 양의 아웃풋을 자랑하는 저들이지만, 더욱 더 지독한 일벌레가 대중적으로 노출을 최소화한 채 음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주인공인 본즈(BONES)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스물다섯 장이 넘는 믹스테입을 발표했다. 여기에 다 키드(Th@ Kid)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을 당시(2010~2012) 만든 믹스테입과 합작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다면 쉰 장을 훌쩍 넘는다.
이렇듯 압도적인 생산력을 과시했음에도 본즈는 아직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 못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얻지 않았다. 그는 레이블 팀세시(TeamSESH) 설립 후,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씬에 진입한 방식이나 소규모 레이블, 혹은 크루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나 치프 키프(Chief Keef), 파더(Father) 등과 흡사하다. 하지만 본즈의 음악과 행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왔다면, 진입 방식 외에 저들과 닮은 점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그가 지향하는 음악 자체가 다른 하위장르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마이너한 편에 속한다. 또한, 씬의 주류로 자리 잡는 것에도 관심 없어 보인다. 실제로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노출된 계기는 에이샙 라키(A$AP Rocky)의 정규 2집 [At.Long.Last.A$AP]에 수록된 “Canal. St” 참여였다.
본즈와 비슷한 포지션인 아티스트를 뽑자면, 릴 비(Lil B)와 영 린(Yung Lean) 등의 클라우드 랩퍼들이다. 구조를 극단적으로 미니멀하게 끌어내린 상태에서 간결한 룹으로 곡을 구성하는 방식 역시 저들과 닮았다. 여기에 음침한 베이스 멜로디를 더하면서 고딕적인 톤 앤 매너를 가미했고, 책을 읽어 내려가는 듯 무감정적으로 뱉는 랩을 기본으로, 블랙 메탈이 연상되는 샤우팅 창법과 본 떡스 앤 하모니(Bone-Thugs-N-Harmony)에게 영향 받은 듯한 싱잉 랩을 섞는다. 작품을 마감하는 방식 역시 독특하다. 무신경하고 꼼꼼하지 않게 믹싱한 저음질의 트랙들과 짜깁기를 토대로 한 장난스러운 작법, 뮤직비디오와 앨범 디자인 등은 흡사 베이퍼웨이브 성행 당시의 셀링 포인트를 연상케 한다. 그 결과 호러코어 B급 감성과 독특한 힙스터 캐릭터를 연출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것이 마이너 팬층의 귀를 끌어당겼다.
새 믹스테입인 [Unrendered]에서도 이러한 작풍과 기조를 이어 나간다.“SystemPreferences”부터 “TakingOutTheTrash”까지의 구간은 본즈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트랩 뱅어들로 연이어 구성되어 있다. 음산한 분위기와 지저분한 질감의 “SunnyDay”와 “LifeRuiner”, 그리고 대중적이면서 화려한 어프로치를 취한 “TakingOutTheTrash”는 주목할만한 곡들. 곡 대부분은 2분 30초를 넘지 않게끔 짧게 처리되어 있으며, 작법과 무드, 감상 포인트 역시 비슷하다. 이를 통해 형성된 통일감 덕에 해당 구간은 짧은 스니핏(snippet)으로 엮어낸 15분짜리 대곡, 혹은 라디오 플레이리스트처럼 느껴진다.
특히, “MustBeARealDragWakingUpAndBeingYou”를 포함한 다른 트랙에 삽입된 디제이 스킷이 다른 본즈의 프로젝트와 마찬자기로 비정규적이면서 캐쥬얼한 구성미를 가미했다. 후반부의 실험적인 트랙들도 눈에 띄는 편이다. “YouKnowIWantYou”는 본즈의 또 다른 자아인 리키 아 고고(Ricky A Go Go) 특유의 디스코 펑크 트랙으로, 본작에서 가장 이질적인 바이브를 뿜어내고 있으며, “BoyOhBoy”는 샤우팅과 멈블링 랩을 통한 완급조절 능력이 드러난 폭발적인 트랙이다.
[Unrendered]는 최근 일 년 동안 본즈가 발표한 다섯 장의 믹스테입 중 제일 멀끔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하지만 여태껏 나온, 그리고 이제부터 쏟아질 수많은 본즈의 작업물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그에게 기대한 바는 충족되었지만, 그만큼 너무나 강한 개성 탓에 새로운 것이 느껴지지 않은 뻔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즈즈의 성격상 그럴 일도 없고, 그의 부지런함을 생각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겠지만, 이제는 정교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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