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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P Rocky - At.Long.Last.A$AP
예동현 작성 | 2015-06-04 18:2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34,875 View
Artist: A$AP Rocky
Album: At.Long.Last.A$AP
Released: 2015-05-26
Rating: RRRR
Reviewer: 예동현
에이샙 라키(A$AP Rocky)의 메이저 데뷔작 [Long.Live.A$AP]은 잘 만든 앨범이긴 했지만, 임팩트 면에서 이전부터 그를 주목해오며 가지게 된 기대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아 더 멋진 히트곡들을 배출했고, “1 Train”처럼 마니아를 열광케 하는 킬러 트랙도 있었지만, 앨범은 전체적으로 라키 고유의 매력과 메인스트림 트렌드 사이에서 균형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신보 [At.Long.Last.A$AP]는 반대로 앨범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거기에 자신의 장기와 게스트의 매력을 덧붙여 완성했다. 야심 찬 계획을 영리하고 꼼꼼하게 실행에 옮긴 라키의 신보는 방향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음악적으로 훌륭한 앨범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결과물이 되었다.
라키는 이번 앨범에서 전체적으로 약간은 톤 다운된 앰비언트 사운드를 큰 그림으로 잡고, 다채로운 디테일을 채워넣어 곡마다 매력을 살리고 있다. 일견 최근의 뻔한 앰비언트&레이드 백 비트 위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주의 깊게 들어보면, 확실히 이 앨범을 위해 고안된 기본계획 안에서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울림으로 가득한 어두운 톤의 배경을 먼저 깔고, 그 속을 채운 소스를 비롯하여 에이샙의 다양한 플로우 및 참여 진의 개성과 매력을 조금씩 가미해 결코 전체적인 궤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각 트랙의 매력이 앨범의 거대한 분위기에 함몰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앰비언트와 트랩을 기반으로 소울, 인디 록, 애시드-팝과 같은 다양한 샘플을 녹여내며 전반적인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더욱 날카로워진 랩 퍼포먼스는 에이샙 라키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전작보다 훨씬 풍부한 라임은 특유의 명료하고 다채로운 전개의 플로우와 맞물려 트랙마다 다른 매력을 불어넣는다. 흐름과 강조의 포인트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기계적인 기술로 라임을 읊어가기보다는 가사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듯한 그의 플로우가 비트에 녹아들거나 비트의 흐름에 맞서며, 훨씬 입체적으로 곡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게스트의 활용이나 그 조화도 상당히 인상적인데, 스쿨보이 큐(Schoolboy Q)와 시너지는 여전히 탁월하며,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퓨쳐(Future) 같은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과도 무리 없이 어우러졌다. 특히, 릴 웨인(Lil Wayne)은 “M’$”를 통해 앨범 내 최고의 라임을 선사했는데,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훔쳐갔다기보다는 라키의 앨범에 대단한 선물을 해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트랙과 앨범 전체에 잘 녹아들었다.
컨텐츠 면에서도 전보다 훨씬 흥미로운데, 구체적인 표현이나 벌스의 서사도 좋지만, 우선 전체적인 구성이 재미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Holy Ghost”에서 종교적 이미지에 빌어 성공을 위한 타락과 정서적 고결함의 유지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결국은 성령에게 스스로 낮추며 후자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 트랙의 메시지를 앨범의 핵심적 테마로 꼽기도 모호한 것이 이어지는 곡들은 전체적으로 섹스와 마약, 폭력과 탐욕 속에 던져진 그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율배반의 연속이다. 정신적 구원과 현실의 죄악을 대비시키며 그는 자신의 영혼에 먼저 면죄부를 부여하고, 현실을 즐기거나, (비판적이더라도 결국은) 좌시하는 아이러니가 제법 신선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앨범 말미에 이르러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에이삽 얌스(A$AP Yams)에 헌정하는 “Back Home”은 얌스의 짧았지만, 멋진 삶을 축하함과 동시에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기도 하고, 얌스의 삶과 존재 자체를 존경과 사랑을 담아 기리는 복잡한 내면과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순 때문에 훨씬 더 실제적인 감정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마치 앨범 전체의 정서가 이 곡 하나에 함축된 느낌이다.
랩 음악의 가치는 점점 빠르게 소비되어 가고 있고, 유행은 점점 무모한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최소한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앨범의 기능과 가치는 점점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샙 라키는 멋진 앨범을 위해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우고, 리스크를 감수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의 방향이나 무드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At.Long.Last.A$AP]이 훌륭한 ‘앨범’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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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등록
릴비ㅣ
릴비ㅣ (2015-06-05 14:11:42 / 110.76.74.***)추천 7 | 비추 0
개인적으로 1집은 뭔가 빈 깡통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작품 하나 나온 것 같아 좋아요 ㅎㅎ
버기
버기 (2015-06-04 19:34:03 / 1.236.50.***)추천 10 | 비추 0
제가 제일 좋아하는 리뷰어인 예동님이 리뷰 해주셨네요.
개인적으로 켄드릭 앨범보다 인상깊게 들었어요.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6241&m=view&s=review&c=17&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