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리드머국외리뷰 Raekwon -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30일 (토) 02:46 판 (새 문서: Raekwon -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 양지훈 작성 | 2015-05-04 14: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5,879 View Artist: Raekwon Album: Fly Inte...)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Raekwon -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

양지훈 작성 | 2015-05-04 14: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25,879 View

Artist: Raekwon

Album: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

Released: 2015-04-28

Rating:Rating: RRR

Reviewer: 양지훈





우여곡절 끝에 래퀀(Raekwon)의 여섯 번째 앨범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이하[F.I.L.A.])가 발표되었다. 2012년부터 기획에 착수했지만, 오히려 무료 EP [Lost Jewlry]를 먼저 공개하는 등 [F.I.L.A.]에는 큰 공을 들이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래퀀에게는 늘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하는 마력이 있다. 우탱 클랜(Wu-Tang Clan)에서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뒤를 잇는 성실한 멤버라는 이미지, 어지간해서는 실망시키지 않는 게스트로서 활약, 꾸준한 믹스테입 발매 등등, 우리가 40대 중반의 이 노장에게 한결같은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꽤 많다. 그래서 비록, [F.I.L.A.]의 작업 과정이 지지부진하고, 2013년에 공개한 두 싱글 "All About You"와 "Soundboy Kill It"이 다소 실망스러웠더라도 그가 정규 앨범을 통해 실망감을 만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I.L.A.]를 처음 접한 순간 느껴지는 건 우탱의 향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작 [Shaolin vs. Wu-Tang]과 비교하면 더욱 체감된다. 클랜의 멤버인 고스트페이스 킬라나 우탱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던 프로듀서 스크램 존스(Scram Jones)가 여전히 참여하고 있음에도, 이번에는 기존 우탱 멤버들의 솔로 앨범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특유의 소림사 사운드나 '90년대 사운드의 재현이 조금도 가미되지 않았다.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들으면 '흔한 랩 올스타 앨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랩 게스트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강냉이 털듯 술술 내뱉는 부드러운 랩이 어디 가겠나 싶을 정도로 성실한 노장의 랩 퍼포먼스는 퇴보하지 않았다.


래퀀이 우탱 클랜의 느낌을 완전히 배제하고자 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를 떠나 앨범은 다른 측면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프로덕션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발매를 연기하면서까지 만든 작품이라기엔 의아할 만큼 앨범을 이끌어 가는 힘이 없다. 4년 전 [Shaolin vs. Wu-Tang]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프로덕션의 빈약함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먼저 공개됐던 "All About You"와 "Soundboy Kill It"처럼 보컬리스트를 게스트로 초대한 곡이 실망스러웠다면, 구멍을 메울 만한 랩 게스트의 활약이 돋보이는 곡이 있어야 하는데, 굳이 꼽자면 에이삽 라키(A$AP Rocky)와 스눕 독(Snoop Dogg) 정도가 전부이다. 특히, 스눕 독이 참여한 "1,2, 1,2"는 그 흔한 아이삭 헤이즈(Isaac Hayes)의 "Ike's Mood"를 샘플링한 진부함이 묻어 있음에도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박진감 있는 트랙으로써 감흥이 상당하다. 그야말로 훌륭한 노장 듀오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이다.


그러나 이 외에 만족스러운 부분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F.I.L.A.]의 가장 큰 맹점은 믿음직한 프로듀서의 부재이다. 늘 이름값은 한다던 우탱의 동반자 스크램 존스가 이번에는 큰 힘을 보태기는커녕 "F.I.L.A. World"와 같이 적당히 만든듯한 트랙으로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아이티 출신의 프로듀서 제리 원다(Jerry Wonda)와 저 유명한 스위즈 비츠(Swizz Beatz)도 이 앨범에서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프로듀싱으로 일관했다.


믿을 구석이 없으니 래퀀의 랩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규 앨범마다 다수의 랩 게스트를 동원하면서도 주인공의 존재를 적절하게 부각시키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줬던 래퀀의 힘이 이번에는 그리 큰 위용을 떨치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에 워낙 능한 인물이어서 범죄 랩(Mafioso Rap)에 국한되지 않고 그 어떤 주제를 논하더라도 뛰어난 랩으로 응수하던 지난날의 찬사가 무색할 정도로 좀처럼 앨범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 더불어 투 체인즈(2 Chainz)나 프렌치 몬타나(French Montana) 등이 참여한 곡을 듣다 보면, 래퀀의 솔로 앨범이 아니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랩 컴필레이션 앨범에 가까워 보인다. 주인공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F.I.L.A.]는 새삼 힙합 음악에서 비트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듯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6165&m=view&s=review&c=17&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