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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인터뷰 보이콜드 (BOYCOLD)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10월 15일 (금) 13:47 판 (새 문서: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5.06 15:45추천수 6댓글 6 thumbnail.jpg  그루비룸(GroovyRoom)이 화면에 많이 등장한 이후부터 국내에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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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5.06 15:45추천수 6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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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룸(GroovyRoom)이 화면에 많이 등장한 이후부터 국내에서 프로듀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이제 한국힙합 씬에서도 작곡하고, 편곡하는 사람은 단순히 스테이지 뒤에서 묵묵히 프로덕션을 다듬고 가꾸는 포지션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건과 역량이 따라준다면 그들도 전면에 나서는 프론트맨이자 스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 그루비룸이 지금처럼 될 수 있었던 비결을 감히 다채로움과 성실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들의 음악적 동료인 또 다른 수재 보이콜드(BOYCOLD)는 포지셔닝이 명쾌한 기획과 그 기획을 실제로 구현하는 표현력을 무기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BOYCOLD] 시리즈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EP [POST YOUTH]까지, 그리고 작품 활동 전후로 결코 단출하거나 범상치 않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나름대로 밀도 있게 담아보았다.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B: 안녕하세요. 저는 보이콜드고요. 힙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려 노력하는 프로듀서입니다.



LE: 아이콘 티비(ICON TV)에 출연하신 회차를 보면, "리스너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하셨는데요. 저희 힙합엘이 게시판 내 반응은 좀 보시는 편인가요?

종종 들어가서 보는 편이고요. 굳이 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리스너분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싫어하는지 보기 위해서 체크해볼 때가 많아요. 보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죠. 이런 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어떤 정보에 대해서 너무 말도 안 되게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저는 일반적인 분들보다 (힙합엘이 게시판) 안에서 나오는 피드백들이 더 재밌더라고요. 일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깔 때도 그만한 이유가 있고, 칭찬할 때도 이유가 있어요.



LE: 95년생이시니까 힙합엘이 이전에 활발했던 커뮤니티들도 많이 둘러보셨을 것 같은데요.

완전 많이 봤죠. 국내 힙합을 처음 들었던 시기가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와 지기 펠라즈(Jiggy Fellaz) 때였거든요. 더콰이엇(The Quiett) 형도 너무 좋아했는데, 이번 앨범에 흔쾌히 참여해 주셔서 영광이었어요.



LE: 초등학교 때는 비트박스를 하셨던 거로 알고 있어요. 힙합 음악에도 그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맞아요. 그즈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고, 비보잉하시는 분들도 되게 좋아했어요. 비트박스를 하다 보니까 공연장 같은 곳에 갈 기회가 많아져서 래퍼분들 무대를 접할 기회도 많았고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것들을 접했던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한국힙합'을 통해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라고 봐야겠죠?

그렇긴 한데, 사실 국내와 국외 힙합에 동시에 입문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울 컴퍼니 음악으로 입문하면서도 드레이크(Drake)와 에미넴(Eminem) 음악을 비슷한 시기에 듣기 시작했거든요. 드레이크, 에미넴 음악 중에 서정적인 것들이 꽤 있잖아요. 그런 감성이 그때 제 '중2병' 감성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다 음악적 정체성을 갖게 해준 음반은 타블로(Tablo)의 [열꽃]과 제이콜(J. Cole)의 [2014 Forest Hills Drive],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였어요.



LE: 비트박스를 시작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너무 어렸을 때라 정확한 계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초등학생 시절에 비트박스가 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동네 유행 같은 느낌이라 시작했다가 더 크게 되고 싶었던 거죠. 제가 꽤 잘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 잘 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어서 관련 커뮤니티도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홍대 놀이터에 가서 길거리 공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랩 하시는 분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LE: 비트박스가 본질적으로는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비트박스가 작곡 활동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점도 있을까요? 드럼 패턴을 짠다든가 할 때 말이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작곡을 시작했을 때 만들었던 것들을 들어보면 그런 느낌이 있어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유튜브로 엄청 많은 콘텐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싸이월드(Cyworld) 세대였잖아요. 그런데도 그 당시부터 그럴싸한 작업물을 만든 데에는 분명 비트박스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문화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리듬감 있는 음악을 작곡하면, '비보잉 하는 사람들은 이런 리듬에 춤을 추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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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비트박서는 기본적으로 전면에서 주목받는 플레이어에 가깝다면 가까운데요. 반면,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대체로 프론트맨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않잖아요. 요즘은 그 양상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요. 그래서 어떤 계기로 프로듀서의 길을 걷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웃기게 들리겠지만, 제가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여러 가지를 하고 있었어요. 프로듀싱은 제가 하는 것 중 하나였고, 동시에 비트박스와 랩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파이가 커지다 보니까 한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그때 프로듀싱을 선택한 거죠. 실제로 19살에는 믹스테입을 만들려고 랩을 열심히 했었어요. 제가 빈지노(Beenzino) 씨에게 완전히 빠져 있는 시기였는데, 만들다가 재능의 한계를 느껴버린 거죠. 그때 '아, 빈지노가 될 수 없을 바에는 프로듀싱을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전원 웃음)





LE: 프로듀서로 전향하셨지만, ‘BOYCOLD’라는 타이틀로 식케이(Sik-K) 씨, 빈첸(VINXEN) 씨와 함께 만든 앨범이 나왔고, 이번에도 본인의 이름을 걸고 EP를 냈잖아요. 프론트맨으로서의 욕심이 보이는 행보 같은데요.

그루비룸의 행보가 저한테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그루비룸 형들이랑 저는 오래전부터 친구처럼 지냈는데, 그 형들이 저보다 먼저 크게 성장했잖아요. 여러 사람과 작업도 엄청나게 많이 했고요.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만의 방식을 고민했어요. '나는 저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싶었어요. 결국, 저는 아티스트 한 명과 함께 앨범 단위의 프로젝트를 잘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결론이 나왔죠. 싱글 하나를 잘 만든다기보다는 스토리라인과 구성을 생각하는 게 더 재밌었고요. 그러다가 식케이 형이 먼저 [BOYCOLD]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계획이 현실로 이루어졌어요. [BOYCOLD]를 시리즈로 만들어야겠다 싶었던 건 빈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다음부터였어요. 이제 [BOYCOLD] 시리즈를 매년 나오는 저와 한 아티스트의 콜라보 같은 느낌으로 가져갈 생각이에요. 제가 활동하면서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제 이름을 많이 알릴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올해 [BOYCOLD 3]를 기대해볼 수 있는 걸까요?

그렇죠. 우선, 제 앨범 작업이 이제 끝나긴 했는데, (웃음) 솔직히 만드는 건 금방 만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허슬러를 좋아해요. 작업 속도 빠르고, 피드백 빠르고, 연락 잘 되고… 그런 타입의 아티스트들이 편해서 찾아보고 있어요. 아직 정해진 인물이 없다는 뜻이지만, 올해 무조건 낼 생각이에요.



LE: 그게 나중에 모였을 때는 <월간 윤종신>처럼 하나의 세트로 보일 수도 있겠는데요.

네, 저는 항상 테마를 정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편인데, [BOYCOLD]는 젊음과 사랑이 주제였고, [BOYCOLD 2]는 우울감이 주제였어요. 세 번째 테마도 제가 협업할 아티스트를 정하면 떠오르겠죠? 아티스트와 소통한 후 그 결과에 맞게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니까요.



LE: 아직 정하지 않으셨다고 했지만, 그래도 요즘 눈여겨보고 있거나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아티스트 후보 정도는 있나요?

우선, 소코도모(sokodomo)를 너무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도 참여시켰는데요. 이 친구를 <고등래퍼 3> 방영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방송의 내용이 어땠든 간에 이 친구와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또 최근에 들었던 아티스트 중 제일 좋았던 분은 폴 블랑코(Paul Blanco) 씨. 너무 좋아서 요즘 많이 듣고 있어요.



LE: 소코도모 씨가 방송에서 나온 모습을 두고 스키 마스크 더 슬럼프 갓(Ski Mask the Slump God)과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말이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잘하는 애구나' 싶었고,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곡들 들어보니까 너무 특이하고, '요즘 것'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저는 트렌디하다는 것도 마냥 좋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 다음 트렌드가 왔을 때 뒤쳐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 작업물들도 어느 정도 트렌드에 맞추되, 빈티지한 요소를 섞어내려는 노력이 항상 들어 있어요. 제 생각에 소코도모도 그런 친구인 것 같아요.



LE: 지금은 '보이콜드는 앨범을 만드는 프로듀서다'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앨범 단위로 커리어를 시작하기가 어렵잖아요. 보이콜드 씨의 커리어 시작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씨의 [Boyhood]에 참여한 게 첫 발걸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크루셜 스타 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식케이 형 덕분이었는데, 형의 "제목미정"이라는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시면서 처음 만나 뵙게 되었어요. 그때 제가 작업물을 들려주고 싶다고 해서 들려드린 게 "Boys To Men"의 비트였어요. 그때는 제가 회사에 들어가 있었어요. 윤하 누나가 속해 있는 C9엔터테인먼트(C9 Entertainmnet)인데, 거기서 그루비룸 형들을 만났죠. 그때 저는 19, 20살이었고, 만난 이후로 셋이서 거의 한 몸처럼 동고동락했어요. 그러다 그루비룸 형들이 셋이서 팀을 만들자고 했었어요. 근데 저는 랩이랑 프로듀싱을 다 하고 싶어서 랩 믹스테입을 한창 열심히 만들고 있었던 때라 나만의 길을 가겠다면서 약간 돌려서 거절했었죠. 그렇게 그루비룸은 두 명으로 이루어지게 됐어요. 그로부터 1년 뒤에야 제가 프로듀싱에 전념하게 된 거고요.



LE: 당시 소속되어 있던 회사의 인하우스 프로듀서였던 건가요?

회사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을 조금 키워서, 바깥으로 진출시킬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소울다이브(Soul Dive) 형들도 있었고, 윤하 누나도 있었는데, 저희는 어리고 회사에서 신인 같은 느낌으로 준비하던 사람들이었죠.



LE: 유명 작곡가들은 항상 밑에 소위 '새끼 작곡가'들을 데리고 있다고 하던데, 해당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었을 때 비슷한 개념으로 함께했던 건지, 아니면 한 명의 아티스트, 프로듀서로서 활동했던 건지 싶네요.

저는 독립적인 프로듀서라는 개념이 더 강했어요. 요즘은 외국에서 곡도 받아오고 하면서 그런 시스템이 없어졌어요. 아니면 그냥 잘하는 사람 곡 쓰면 되는 거니까요. 제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런 시대였는데, 그 시대가 끝날 때쯤 제가 활동을 시작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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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요즘은 많은 신진급 프로듀서가 인터넷, SNS 같은 경로로 메이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갑작스럽게 성사시키기도 하는데, 보이콜드 씨는 누군가에게 어느 순간 픽이 됐다기보다는 이전부터 몇몇 아티스트들과 인연이 있었던 쪽에 가까운 거 같은데요. 그 인연의 시작이라할 수 있는 C9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랩을 하고, 프로듀싱을 하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힙합 밴드 같은 걸 만들었었어요. 그 때는 유튜브나 이런 걸 잘 몰랐으니까 네이트(Nate) 판, 싸이월드 이런 데다 (음악을) 올렸었죠. (웃음) 그런데 조회수가 잘 나와서 인기 동영상같은 게 되어버리더라고요. 회사에서 그걸 보고 연락을 주신 거죠. 제가 전곡 작사, 작곡했으니까요. 그때 저랑 비슷한 두 명이 그루비룸이었고, 치타(Cheetah) 누나는 지금도 소속되어 있죠. 대표님이 감각이 있으신 분이었던 것 같아요.



LE: 밴드 활동을 했던 게 영향을 준 걸까요? 근래에 가상 악기가 잘 나온다고는 하지만, 리얼 세션 느낌에 가까운 소스를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악기 연주를 하시는지 궁금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각 악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게 실제 프로덕션에 도움이 되는 걸까 싶어요.

악기 연주는 잘 못하는데, 영향은 있는 것 같아요. 악기 질감에 신경 쓰는 건 어쨌거나 오랫동안 듣고 싶은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좋은 음반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다른 좋은 음반에 묻히는 세상인데, 제이콜의 [2014 Forest Hills Drive]처럼 오랜만에 들었을 때도 좋은 음반이었으면 좋겠거든요. 최대한 그런 길을 걷고 싶어요.



LE: 이름을 정할 때도 제이콜의 영향을 받으셨다고 알고 있는데, 이름의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지?' 생각해보니 제이콜이었고, 비슷한 어감으로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Boy'와 'Cold'가 떠오르더라고요. 이름을 지을 당시에 제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휘민이 형이 구경하다가 ‘너 뭔가 되게 춥다, 겨울 같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 제 감성이 되게 차가웠나 봐요. 거기에서 착안해서 ‘Cold’를 붙인 거고, ‘Boy’는 그냥 제가 소년이니까요. 'BOY Can't Be OLD'를 줄였다는 말을 만들 수도 있기도 해요.



LE: 시그니처 사운드를 윤하 씨가 녹음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같은 회사 소속이었다 보니까 부탁을 했던 건가요?

같은 회사여서, 쭉 알고 지내다가 윤하 누나 앨범에 참여하게 되면서 녹음을 부탁했어요. 안 그래도 누구 목소리를 쓸까 고민 중이었는데, 누나가 놀러 온 김에 녹음해달라고 한 거죠. (웃음)



LE: 식케이 씨와는 말씀하신 “제목미정”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어요. 그만큼 식케이 씨가 자신의 사운드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기에 계속해서 협업하고 계신 거겠죠?

저한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민식이 형(식케이)과 함께한 [BOYCOLD]가 제 커리어에서 제일 잘 만든 음반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게 나쁘지 않고, 제 실력이 그 앨범을 만들면서 늘었어요. 왜냐하면, 총괄 프로듀싱이 처음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앨범도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BOYCOLD 2]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고요. [BOYCOLD 2]는 제가 생각하기에 살짝 저평가되지 않았나 생각할 때도 있어요. 아무튼, 함께 하면서 실력이 늘은 만큼 민식이 형과의 케미는 여전히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LE: 식케이 씨와 작업할 때는 개인적으로 어떤 느낌이 드나요?

우선 저는 성격적으로 봤을 때 급하고 예민한 편이에요. 그런데 민식이 형이 더 심해요. 곡 작업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더 급박하게 재촉해요. 이런 일화도 있어요. 민식이 형이 2월에 [FL1P]을 냈잖아요. 그 앨범이 발매되기 3~4일 전에 저한테 곡 좀 보내 달라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 앨범 3~4일 뒤에 나오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봤더니 “다음 앨범 준비해야지”라고 하더라고요. (전원 웃음) 아, 이 사람은 진짜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민식이 형이랑 작업하면 잘 나올 수밖에 없어요. 정말 많이 작업하고, 정말 많이 덜어내거든요.



LE: [BOYCOLD]도 두 분이 곡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가 다섯 곡만 추려서 낸 앨범이라고 알고 있어요.

네, 진짜 많이 만들었어요. 원래 [BOYCOLD]를 낸 뒤에 제 이름으로 ‘YOUNGHOTYELLOW’라는 타이틀의 음반을 내려 했었어요. 민식이 형의 시그니처와 같은 타이틀이잖아요. 민식이 형이 ‘BOYCOLD’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내고, 제가 ‘YOUNGHOTYELLOW’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내면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민식이 형이 [TRAPART]와 [FL1P]을 내면서 지연되었고, 앨범을 만들던 도중에 작업했던 게 “Stupid Twenty”랑 “VANESSA”예요. 지금까지 민식이 형이랑 작업을 정말 많이 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트랙이 너무 많아요. 작업하고 나서 진짜 좋지 않은 이상 그냥 “좋네”라고 하고 작업 폴더에 넣어두고 있어요. [FL1P]에도 안 들어간 곡이 몇 개가 있어요. (민식이) 형이 낸다고는 했는데 언제 낼지는 모르겠어요. “Stupid Twenty” 같은 경우에는 이번 앨범 컨셉과 너무 잘 맞아서 넣은 케이스고요.



LE: 사실 [BOYCOLD]는 터닝포인트라고 할 만큼 식케이 씨의 커리어에서도 엄청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작품인 거 같아요.

그걸 노렸어요. 앨범 발매할 때 제가 이번에 다 닥치게 할 거라고 했었어요. 민식이 형은 그냥 쿨하게 넘겼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서 다행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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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아쉽다면 아쉬운 게, 사람들이 부정적인 이슈에 더 큰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BOYCOLD]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앨범에 비해 저조했던 거 같기도 해요.

솔직히 깔 게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전원 웃음) 그만큼 치밀하게 만들었어요. 이걸 깔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믹스할 때도 볼륨을 1 늘리는 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서로 예민하고 정교하게 만들었어요.



LE: [BOYCOLD]에 관한 스토리를 듣다 보니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 작업 방식이 궁금한데요. 보통 사운드의 모양을 낸 후 아티스트들을 초빙하는지, 아니면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염두에 둔 다음 거기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지 싶어요.

약간 반반인 거 같아요. 틀을 짜놓고 작업하긴 하는데, 반대로 틀에 맞는 곡을 꺼내서 끼워 넣기도 해요. 이번 앨범의 절반은 그렇고, 또 절반 정도는 새롭게 만든 곡인 거 같아요.



LE: [BOYCOLD]도 그렇고, 만드시는 음악에서 대체로 촉촉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편이에요. 원체 사운드적으로 그런 느낌을 지향하시는 편인가요?

그때그때 다르긴 해요. 제가 드라이한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드라이한 음악을 만들려 하면, 아티스트가 그런 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거든요. 때문에 (드라이한 음악을 선보일) 기회가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기회가 되면 그런 사운드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LE: 그렇다면 꼭 어떤 사운드스케이프에 장점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건 이렇지만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그렇죠. 다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쉬운 거죠. 요즘에는 YBN 애들에게 꽂혀 있거든요. YBN처럼 해보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이런 캐릭터성과 음악적인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제 눈에 안 보여서 아쉬워요.



LE: 한국의 21 새비지(21 Savage)가 필요하겠네요. (전원 웃음) 악기 측면에서 보면 기타가 중심이 되는 곡이 많은 거 같아요. 기타를 유독 많이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아니에요. 편곡에서 악기를 되게 많이 바꾸기도 하거든요. (원래 곡에서 기타는) 감초 역할로만 쓰려고 했다가, 악기가 너무 많은 거 같아서 빼면서 기타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딱히 기타를 중심으로 쓰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어울리겠다 싶으면 넣는 편이에요.



LE: 곡에서 사운드 소스나 악기를 배치할 때 미니멀하게 가시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음악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소스나 악기를 많이 쓰긴 했어요. 요즘은 이것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또, ‘악기를 빼서 음악을 만드는 게 잘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이번에 pH-1 형 앨범 들으면서 모키오(Mokyo) 형이 곡을 미니멀하게 잘 만드는 프로듀서란 걸 또 한 번 느꼈어요.



LE: 창작의 영역에 있어서, 진짜 잘하시는 분들은 더하는 것보다 빼는 걸 잘하시는 분들인 거 같더라고요. 방향을 틀어서 다른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고등래퍼 2>를 했던 하온(HAON) 씨와 빈첸 씨한테 각각 한 곡씩 주셨잖아요. 경연곡 “탓”, “Adios”를 쓸 때는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는지 싶어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우선 병재(빈첸)는 자기 취향이 확고하게 있는 상태였어요. 반면에 하온이는 되게 날카롭고 로우(Raw)한 상태였어요.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이건 미리 만들어 둘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세미 파이널이나 8강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다행히도 “Adios”는 제가 오래전에 썼던 곡이 하온이가 썼던 가사와 맞아서 잘 붙더라고요. “탓”은 제가 새롭게 만든 곡이었고요. 애들이 각자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하온이는 강아지 같고, 병재는 고양이 같은 느낌이에요. (전원 웃음) 그리고 소코도모는 곰 같은 느낌이에요. 그 때문에 이런 친구들이 가진 캐릭터성을 음악으로 잘 살려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LE: 하온 씨, 빈첸 씨 같은 경우에는 누구나 작업하고 싶은 어리고 재능 있는 래퍼인데요. 피처링 게스트를 섭외할 때가 될 수도 있고, 본인이 비트를 주는 때가 될 수도 있고, 두 경우에 본인만의 선정 기준이 어떤지 싶어요.

우선, 제 거를 만들 때는 곡의 뉘앙스와 맞는 사람을 선정하는 거 같아요. 그게 아니면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때 멋있는 사람들이랑 하거나 어떤 곡을 만들어서 이 사람이랑 잘 어울리겠다 싶으면 하는 거 같아요.




LE: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보니 힙합 씬 외에서도 작업 제의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요. 협업 중에 가장 특이했던 건 엘르 코리아(ELLE KOREA)와의 협업이었어요.

작업하다 보면 조금 지루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을 때 그런 작업 제의가 들어오면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그냥 해보는 편이에요. 조만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1MILLION DANCE STUDIO)와 콜라보한 게 나오거든요. 그런 것도 되게 재미있게 했던 거 같아요. 언제든지 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제의라면 그냥 다 해볼 거 같아요. 본업 외의 것을 한다는 느낌? 재미있어요. 엘르 코리아와는, 그쪽에 아는 포토그래퍼 형이 있어요. 제가 음악을 삽입해주면 되게 재미있을 거 같다면서 저한테 영상을 보내주더라고요. 그걸 보고, 제가 생각하는 영상 분위기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었어요. 음악을 만들고 거기에 영상을 입힌 적은 있어도, 영상을 보고 음악을 만든 건 처음이어서 흥미로웠어요.



LE: 엘르와의 협업에서 보여준 결과물은 확실히 평소 보이콜드 씨의 색과는 조금 달랐던 거 같아요.

평소에 제가 제 음악을 만들 때는 어쩔 수 없이 제 취향을 따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색대로 나오는 거 같아요. 반면에 엘르 코리아와의 협업 같은 경우에는 뭔가 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평소 제 음악과 다르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사실 그런 것 말고 다른 건 없었고, 영상에 어울리게 만들자는 느낌이었어요. 클라이언트에게 맞추는 게 프로듀서의 역량이고, 그걸 못하면 성장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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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흥미로운 외부 작업도 있지만, 자신의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이신만큼 이번 EP 이야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는데요. [POST YOUTH], 간단하게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일단 제가 2년 가까이 만든 앨범이에요. 2년 동안 계속 만든 건 아니지만요. (웃음) 오래 즐겨 들을 수 있는 사운드를 중점에 두고 앨범을 구성했어요. 자극적인 사운드를 덜어내고, 빈티지함을 섞고,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넣었어요. 제가 듣기에 질리는 경향이 없겠다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채웠어요. 저는 저랑 잘 어울리는 단어들을 앨범 타이틀로 계속 끌고 가고 싶었어요. 앨범 테마가 ‘Youth has no age’거든요. 계속 젊은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다는 게 컨셉이에요. 그런데 왜 제목이 ‘POST YOUTH’냐면요. 포스트 모더니즘을 예로 들면, 모더니즘을 대체할 단어가 없어서 앞에 포스트를 붙이게 된 거잖아요. 포스트 빈지노처럼 말이죠. 그런 것처럼 ‘Youth’를 대체할 단어가 없어서 ‘POST YOUTH’라고 타이틀을 정했어요. 그리고 제 음악을 들어왔던 분들이 기대하는 사운드가 아닐 수도 있을 거예요. 보사노바나 록도 섞으면서 음악적인 시도를 많이 했어요. 최대한 구성에 신경 쓰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적인 요소들을 앨범에 많이 넣었어요.



LE: 안 그래도 앨범 타이틀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빈첸 씨, 식케이 씨와 공동 작업을 할 때는 타이틀을 ‘BOYCOLD’로 지어서 자신을 드러냈는데, 혹 해당 앨범들을 자신의 개인 커리어에 속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나요?

[BOYCOLD] 시리즈는 제 개인적인 역량 증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단순히 비트를 잘 찍는 프로듀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앨범을 잘 만들고 전체적인 컨셉, 흐름을 다 생각하면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만든 앨범인 거죠. 반면에 개인 앨범은 제 개인적인 스토리나 결산 같은 느낌이죠. 제가 이렇게까지 해왔다는 느낌인 거 같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제 앨범을 많이 내고 싶긴 해요.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올해 또 개인 앨범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BOYCOLD 3]는 올해 꼭 만들 생각이에요.



LE: 예전 인터뷰에서 희열을 주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 있는데요. 이번 EP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보면 될까요?

그렇죠. 텐타시온(XXXTENTACION) 하면 빡셀 때의 버전 말고 서정적인 텐타시온도 텐타시온이잖아요. 그런 뉘앙스에서 희열을 이야기한 거 같아요. 이번에는 남한테 곡을 주는 모습이 아닌, 저 자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든 거 같아요.



LE: 곡을 작업하기 전에 참여진들과 만나 간단히 호흡을 맞춘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EP를 만들면서도 비슷한 과정이 있었나요?

네, 일단 민식이 형은 같은 크루다 보니 그런 과정을 거쳤어요. 참여진들과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왜냐하면, 앨범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면 안 되니까요. 릴러말즈(Leellamarz)는 [POST YOUTH]를 만들면서 알게 되었는데, 뉴욕에 사는 친구인데 저랑 맨날 통화하거든요. 그 친구가 저한테 그랬어요. “네가 네 앨범에 실으려고 보내주는 곡들은 가이드 선이 딱 있고, 틀이 너무 정확해서 네가 뭘 원하는지 알 것만 같다. 그래서 부담스럽다”라고. (전원 웃음) 너무 정확하게 이야기해줬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그럴 수 없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민식이 형 같은 경우에는 저랑 작업을 오래 한 사이이다 보니까 “형, 수정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종의 망함 방지? 저의 노선에서 벗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비트에서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진행이 있어요. 그걸 캐치해서 피처링해 줬으면 좋겠는 거죠. 그래서 상대방이 딱 들었을 때 본인이 잘할 수 있겠다 싶은 곡을 보내줘요. 피처링을 받고 나서 다시 편곡하고요.



LE: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아티스트를 만나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어요. 이번 앨범은 본인의 첫 프로젝트인 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드러내고 싶은 것에 보다 중점을 두고 만들었을까요?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제가 제 앨범을 만들면서 느꼈던 게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제 최고의 영감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서 분석하거든요. 예를 들어, 소코도모랑 작업을 하면 저 친구가 뭘 해야 잘 어울리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반대로 타깃이 제가 되다 보니까 고민이 많았던 거 같아요. 제가 프로듀서의 포지션에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스스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를 그동안 깊게 생각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잘할 수 있고, 제 색깔이 드러나는 음악과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많이 뒀던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는 저와의 타협이 잘 마무리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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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각 수록곡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그전에 각 수록곡에서 중점적인 포인트를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5 (five)”는 타이틀곡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도 저 자신과의 대화였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지?’ 생각해 봤어요. 그러다가 제가 언제 들어도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보사노바더라고요. ‘그렇다면 보사노바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작업하게 됐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을 생각하다 보니 보컬리스트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민식이 형 통해서 카더가든(Car, the garden) 형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그리고 구성이 되게 특이해요. 보사노바인데 드랍이 나오고, 랩이 나오기도 해요. 복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Umm”은 2년 전에 만들었던 트랙이에요. pH-1 형과 식케이 형, 그리고 제가 프로젝트 느낌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가볍게 공개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곡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폴더에 그냥 보관했던 곡 중 하나였고, 원래는 트랩 사운드의 곡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오랜만에 이 곡을 들어보니까 되게 괜찮아서 오리지널 트랙을 아예 지워버리고 새롭게 곡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에 두 분에게 (곡을) 보내줬는데, 둘 다 너무 좋다고 해서 앨범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곡 자체가) 저답기도 하지만, 한창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많이 들을 때여서 레퍼런스는 아니지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세 번째가 “Stupid Twenty”인데요. 이번 EP의 얼굴이 되는 트랙이에요. ‘Youth’와 ‘Love’가 같이 들어있는 곡이죠. 가사가 스무 살 때로 돌아가자는 내용이거든요. 이 곡은 만들었던 당시부터 앨범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주제와 적합한 트랙이라서 앨범에 꼭 넣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앨범의 테마, 얼굴 같은 트랙이에요. 제가 민식이 형과 정말 많이 작업했지만, 작업한 곡 중에서도 탑 쓰리 안에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네 번째가 “라일락”인데요. “라일락”은 “YOUTH!”를 만들고 난 뒤에 곡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만든 트랙이에요. 라일락의 꽃말이 ‘젊은 날의 추억’이더라고요. 그래서 “라일락”에서는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뒤이어 나오는 “YOUTH!”에서는 젊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식으로 앨범의 구성을 짰어요. 그리고 특이하게 록 사운드가 들어가는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작업하게 되었고, 릴러말즈가 피처링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같이 되게 많이 작업했어요. 릴러말즈도 진짜 허슬러라서 좋아하거든요. 네 곡 보내면 네 곡 다 해서 보내요. 알아서 쓰라고 하면, 제가 골라서 쓰죠. 플로우가 조금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데서 가져와서 붙이기도 하는데, 그러면 릴러말즈는 넌 어떻게 그러냐고 해요. 전 어떻게든 좋게 만들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거든요. 2절에서는 제가 요즘 소코도모에 꽂혀 있고, 소코도모가 같이 하면 잘할 거 같아서 (함께 했어요.) 라일락이라는 테마와 잘 어울릴 거 같기도 했어요. 걔한테도 ‘YOUTH CULTURE’의 느낌이 나게 해달라고 말했는데, 잘해줬어요. 근데 자기 색깔이 너무 확고하고 과해서 그걸 조금 덜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몇 마디 빼고, 어떤 부분은 차분하게 가자고 하면서 디렉팅했죠.




그 다음 곡이 선공개했던 “YOUTH!”죠. “YOUTH!”는 비트를 만들고 나서 맨 처음에 떠올랐던 게 하온이었어요. 하온이를 섭외하고 보니까 이 다음에 나오는 사람이 비와이 형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일단 그 둘을 받았고, 그때 당시에 쿠기(Coogie) 형이 옐로우스 맙(¥€£O₩$ MOB)에 들어왔어요. 한 곡 같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 곡을 보내서 같이 하게 됐죠. 세 명 다 젊은 래퍼니까 ‘YOUTH!’의 느낌을 잘 낼 거 같았어요.

“SIMPLE”은 작년 9월쯤 만든 곡인데, 이 비트를 만든 지도 한 2년 정도 됐어요. (이번 EP에서) 일부러 예전 거를 많이 가져왔는데요. 오래 들어도 괜찮은 곡들로 구성했어요. ‘지금도 괜찮게 들리네?’라는 생각이 드는 곡들인 거죠. 이 곡을 누구랑 같이 할지 생각하다가 (비트에서) 프랭크 오션(Frank Ocean)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국에 프랭크 오션 같은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죠지 형 음악을 듣던 중에 프랭크 오션처럼 들리더라고요. 따마(THAMA)라는 분이 참여한 “nobodylikeme”였을 거예요. 그래서 죠지 형한테 연락해서 (피처링을) 받았고, 문(Moon) 그 친구도 그쯤에 알게 됐어요. 뒤에 여성 보컬이 나오면 좋을 거 같다 싶었어요. (LE: 문 씨는 그때 당시에 아직 데뷔하기 전 아니었나요?) 맞아요. 싱글도 내기 전이었어요. 그 친구는 어떻게 알게 됐냐면, 옐로우스 맙 형들이랑 친하더라고요. 누구냐고 했는데, 잘하는 애라고 하길래 음악을 좀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잘하더라고요. 근데 또 마침 죠지 형이랑도 아는 사이더라고요. (같이 만들었더니) 둘 다 만족했어요.

마지막이 “Hippie in Seoul”. 이 곡은 테마를 딱 정해두고 만든 곡이에요. 일단 떠오르는 히피가 누굴까 해서 자메즈(Ja Mezz) 형한테 연락했어요. 사람들이 약간 오해할 거 같은 게, 릴 나스 엑스(Lil Nas X) 뜬다고 한국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만든 곡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웃음) 근데 저는 이 곡도 되게 오래전에 만들었어요. 아무튼, 자메즈 형에게 (비트를) 보냈더니 1절을 써봤는데, 우리나라에 진짜 리얼 히피가 있다며 챙스타(Changstarr)라는 래퍼를 아냐고 하는 거예요. 저는 이름만 알고 있고, 음악만 들어봐서 그분이 히피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어요. 챙스타 씨한테도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참여해주셨어요. 앨범의 마무리인데, 가사만 보면 약간 느낌이 씁쓸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거든요. 그 느낌이 젊음 같다고 생각해서 엔딩을 그렇게 가져갔어요.



LE: 굉장히 길지만, 차분하게 한 곡 한 곡 설명해주셨는데요. 돌아가서 트랙 바이 트랙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할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5 (five)”는 카더가든 씨와 더콰이엇 씨를 한 곡에서 묶는다는 게 사실 쉽게 상상되는 그림은 아니에요. 결국에는 보이콜드라는 프로듀서가 작정하고 어느 정도 기획했겠거니 생각이 드는 곡인데요.

우선, 저와 카더가든 형과 대부님의 쓰리샷이 되게 의외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세 명의 만남? 대부님은 말 그대로 대부님이고, 카더가든 형은 조금 더 인디스럽고, 저는 조금 더 영하고 트렌디하다는 수식어가 붙는 편이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2절을 비워 둔 채로 생각했어요. 카더가든 형이랑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뭐가 와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보컬이 나오면 뻔할 거 같다는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저도 들어봤을 때, 여기서 2절에 다른 보컬이 나오면 조금 뻔해질 거 같다 싶어서 이 곡의 무드와 잘 어울리는 섹시한 남자가 없을까 했어요. 전 원래부터 더콰이엇 형의 진짜 팬이어서 나온 것 다 찾아보고 들어 왔어요. 카톡을 드렸더니 바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본 적도 없는데 언제까지 하면 되냐고. 해준다고 하고, 바로 보내주시더라고요. 너무 쿨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근데 그 세 명을 모은 중점은 ‘이게 뭐지?’라는 느낌인 거 같아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아요. 보사노바면 보사노바고, 드랍이 나오는 팝이면 드랍이 나오는 팝이지, 그 둘을 교묘하게 섞어놔서 그게 재미있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어요. 저한테는 색다른 시도였어요.



LE: 사실 더콰이엇 씨가 최근에 식케이 씨의 앨범에 수록된 “MI CASA ES TU CASA”도 안전 라틴, 댄스홀 넘버잖아요. 더콰이엇 씨 벌스가 등장하니까 섹시한 분위기가 확 난 곡이었죠. “5 (five)” 같은 보사노바를 섞은 트랙에서도 잘하시니까 어떤 트랙에도 잘 붙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잘 붙는지를 생각해보면, 항상 미니멀해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더는 방법을 아시는 거죠. 그리고 뭔가 되게 쿨해요. 피처링도 웨이브 파일 딱 하나로 와요. 더블링도 안하시고 그냥 랩 하나. 이게 진짜 잘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딩고(Dingo) 라이브도 하게 되어서 나와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니까 (더콰이엇 성대모사하며) “네, 갈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전원 웃음)



LE: 들어본 더콰이엇 씨 성대모사 중에 가장 흡사하네요. (웃음)

릴러말즈가 인정했어요. 릴러말즈가 더콰이엇 형이랑 친하잖아요. 자기가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 제가 제일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나중에 한번 직접 확인 받아보려고요. (웃음)



LE: “5 (five)”를 듣다 보면 첫 트랙부터 강렬한 소재를 활용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트랙 배치 측면에서 “라일락”과 “YOUTH”가 그렇듯 주제, 테마적인 흐름을 고려하셨는지 싶네요.

전체적인 틀을 짜긴 했어도 트랙 배치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잘 어울리는 것끼리 연결해보자는 식이었어요. 어쿠스틱으로 시작해서 어쿠스틱으로 끝나고 싶었어요. “5 (five)”와 “Hippie in Seoul”이 그렇죠. 그래서 그 두 트랙은 고민도 없이 1번 트랙이고, 마지막 트랙이었어요. 그 틀이 있는 상태에서 중간에 곡을 배치하는 순서에서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그사이에는 어떤 한 사람의 감정이 변해가는 선이라고 해야 하나요? 살아가면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선이 달라지잖아요. 그게 20대부터 30대를 넘어가는 구간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다음에 ‘YOUTH CULTURE’스러운 걸 많이 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일부러 사진을 영한 느낌으로 찍은 거죠. 그런 이미지적인 것부터 음악적인 것까지 생각을 되게 많이 했죠.



LE: 결과적으로 첫 장면과 끝 장면이 존재했기 때문에 작품이 잘 나올 수 있었던 거 같네요.

저는 계획적이고, 철저한 편이라서 앨범 만드는 게 제 성향이 조금 더 맞는 거 같아요. 틀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거죠.



LE: “5 (five)”의 화자는 새벽 5시에 벌어지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보이콜드 씨는 새벽 5시에 작업을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아침형인간이라 잠에 들어 있는 편인가요?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 게, 소코도모가 작사에 들어갔어요. 어떤 느낌이냐면 맨 처음에 카더가든 형이 영어로 가이드를 해줬어요. 그것의 발음적인 뉘앙스를 (제목으로) 살리고 싶은데, 한국말이 딱 붙었을 때 그 느낌이 안 사는 거예요. 후렴에 영어와 한국말이 섞여 있으니까 좀 쉽게 들리는 제목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때 마침 소코도모가 작업실에 놀러 왔나 녹음하러 왔었나 했어요. 걔가 4개 국어를 하니까 어떻게 들리냐면서 들려줬는데, ‘이거 약간 ‘5(파이브)’처럼 들리는데요?’ 이런 식으로 된 거죠. 좋다 싶어서 그때부터 내용적인 구성을 하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니까 제가 밤에 작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다섯 시라고 하면 새벽 다섯 시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게 아침 다섯 시인가 밤 다섯 시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다섯 시가 되게 애매한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밤에 노는 시간이겠죠. 그래서 ‘지금 Five in the Morning인데 밤이다’라는 식으로 이중적인 느낌을 담아보려 했어요. 아침 다섯 시라고 하는데 결국에는 밤이라면서 섹슈얼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죠.



LE: “Umm”은 리듬을 이루는 드럼의 사운드가 인상적인 편인데요. 프로듀서라면 드럼을 만들 때 각자의 스타일이 있잖아요. 레이어를 많이 할 수도 있고, 소리 하나에 효과를 많이 줄 수도 있고, 샘플이 다 마음에 안 들어서 리얼 세션으로 직접 받으시는 경우도 있잖아요. “Umm”이라는 곡을 포함해서 보이콜드 씨가 음악에서 드럼의 느낌을 잡을 때 어떻게 하는 편이신지 싶은데요.

곡 구성마다 다르긴 한데, “Umm”은 곡 구성이나 편곡을 제일 많이 바꾼 케이스에요. 예전에 만들어 둔 거라 아카펠라만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곡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트랩 사운드였다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는 곡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다니엘 시저의 노래를 들었던 거죠. 리얼 사운드에 가깝되, 너무 어쿠스틱하게 가진 말자고 해서 기타 세션을 받고 코드를 다시 짰죠. 그래서 목소리에 이상한 플랜저(Flanger) 같은 걸 트랙 전체에 다 걸어놨어요. 저는 주로 스테이 튠드(Stay Tuned) 형이랑 믹스를 같이 하는데, 형이랑도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면서 사운드적으로 공들였던 트랙이에요.



LE: 앞서 작업 방식에 관해 여쭤보았을 때 순서가 혼합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체적인 사운드를 구성할 때도 매번 다른 식으로 접근하시는 거 같네요.

저는 했던 거 또 하는 게 잘 안 맞아요. 했던 거 또 하는 건 딱 한 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계속 하시는 분들을 보면 리스펙이 많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오랜만에 들어도 또 똑같다 싶은 프로듀서, 래퍼분들도 계시는데, 그때부터 퇴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거 같아요. 근데 또 어려운 게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그전과 같은 걸 원하면서 새롭지 않으면 퇴물이 돼요. 본인의 색깔을 잃지 않되, 계속 새로운 걸 하는 그 지점을 잘 유지해야 하는 거 같아요.



LE: 조금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긴 하지만, 치프 키프(Chief Keef) 같은 래퍼는 작년만 해도 믹스테입을 무척 많이 냈는데, 작품별로 딱히 변별력이 없었거든요. 주스 월드(Juice WRLD) 같은 경우에도 새 앨범을 다 프리스타일로 슥 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케이스를 보면 가끔 납득이 안될 거 같기도 해요.

근데 사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서는 너무 달라서요. 미국에서는 프리스타일로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라인이 나오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환호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예를 들어 멜론 1위부터 100위까지 들어보면 대충 만든 곡이 하나도 없어요. 다 공들이고, 회의하고… 정서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만약 미국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였다면 저도 그들처럼 쓱 만들어서 던졌을 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정교하고 잘 만들어야 주목받을 수 있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 트래퍼들도 마찬가지예요. 보면 쓱 해서 던진 거 같은데, 다들 열심히 하거든요. 민식이 형도 그냥 만들어서 던진 거 같아도 많이 만들었다가 줄여서 내고요. 쿨하게 보이는 트래퍼들도 사실은 굉장한 허슬러들이에요.



LE: 그래서 미국에서는 갑자기 뜨는 노래가 많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Umm” 다음은 “Stupid Twenty”인데요. 곡의 타이틀처럼 스무 살의 어리고 불꽃 같은 사랑의 경험이 있는지, 그 경험이 음악에 반영되기도 했는지 싶은데요.

누구나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웃음) “Stupid Twenty”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제가 출연할 수 없으니까 풀 3D로 만들었어요. 영화 <인 타임(In Time)> 보면, 둘이서 도망가는 내용이잖아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지막에 차가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불타면서 끝나요. 그 부분을 젊음과 불타는 사랑 이런 뉘앙스로 생각하고 만든 거죠.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도, 조금 어린 분들도 스무 살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만들었어요. 사실 민식이 형이 그런 가사를 썼는데, 저는 그 내용이 제 앨범의 얼굴이라고 생각했죠.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해봤을 거니까요. 더럽혀진 마인드에서 순수하고 깨끗했던 스무 살로 돌아가자는 거죠. 그러면서 “라일락”이 나오는 거죠.



LE: “라일락”은 들으면서 소코도모 씨 랩을 아주 많이 접해보지는 못하다 보니까 ‘이 래퍼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여진이 대체로 힙합을 들어왔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래퍼들인데, 모르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놀란 부분도 있었는데요. 이런 부분도 의도하셨는지 싶네요.

저를 떠올렸을 때, 의외인 사람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소코도모는 애가 좀 특이해서 음악을 던졌을 때 어떻게 할지 모르는 친구예요. 제가 처음 가이드를 받았을 때, 너무 나가서 제가 조금 잡아줬어요. 이 친구가 지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대할 만한 요소가 굉장히 많은 거 같아요. 옆에서 보면서 <고등래퍼 3>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음악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요.



LE: “라일락”에서는 록 사운드를 시도했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요즘 미국 힙합 음악에 가장 가까운 트랙이다 싶기도 해요.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록이지, 요즘 이모 랩이라고 하잖아요. 미국에서 하는 팝 사운드를 가져오고 싶은 곡이었고, 중간에 달리는 트랙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의외다 싶은 곡인 거죠. 저는 이 곡이 튀는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제일 튀는 사람들과 작업했어요.



LE: “라일락”에 이어서 “YOUTH”가 나오는데, 이 곡에 참여한 비와이 씨와 “Puzzle”이라는 곡으로 함께 하신 적이 있잖아요. 그 곡이 보이콜드 씨의 첫 번째 히트 트랙이 아닌가 싶은데요. 굉장히 큰 성공을 거뒀던 거로 기억하는데, “Puzzle”을 작업했던 시기와 지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음악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거 같아요. 지갑의 두께가 될 수도 있고, 씬에서의 영향력이 될 수도 있겠죠.

우선, 지갑이 두둑해진 건 맞고요. 그 노래로 저한테 작업실 외에 집이 생겼어요. 여유가 생긴 거죠. 그 이후로 활동하면서도 많이 벌긴 했는데… (웃음)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스물두 살이었는데, 제가 스물한 살 때 그루비룸이 개리 씨의 “바람이나 좀 쐐”로 1등을 했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내년에 스물두 살이 되면 멜론 1등을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말도 안되는 생각이거든요. 근데 진짜 이룬 거죠. 그렇게 그루비룸과도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던 거 같아요. 그루비룸을 보면서 제일 좋았던 건 ‘저게 말이 돼?’를 한다는 거예요.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많이 얻었던 거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되어서 감개무량한 제 첫 히트작이죠.

비와이 형이랑은 그해 설부터 알고 지냈어요. 비와이 형이 연락을 줄 때 들었던 곡이 “Adios”였어요. 하온이가 “Adios”를 하기 전에 그 비트를 듣고 되게 잘한다고 해서 형한테 곡을 많이 주던 시절이었는데, 비와이 형이 <쇼미더머니>로 너무 떠버리니까 사람이 너무 바쁘니까 연락이 잘 안 됐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니까 연락이 오더라고요. 씨잼(C Jamm)이랑 싱글을 낼 건데, 프로듀싱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기회를 딱 잡았던 거죠. 제 인생에서 시간상으로 가장 빡센 작업이었어요. “puzzle”의 발매 시각이 수요일 자정이었는데, 그날 아침에 녹음이 끝났거든요. (웃음) 믹스와 마스터를 정오까지 전부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진짜 너무 말도 안 됐어요. (전원 웃음) 수요일 발매인데, 월요일에 씨잼 형, 비와이 형이 슬슬 와서 가사도 안 쓰고 놀다가 녹음도 안 하고 갔어요. (웃음) 근데 바로 “puzzle”이라는 노래가 공개된다고 기사가 뜬 거예요. 커버 아트워크도 만들었고, 제목까지 공개되었죠. 그래서 저는 ‘아, 이 형들이 더블 싱글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나랑 하는 게 서브고, “puzzle”이라는 곡이 따로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둘이 작업실에 왔길래 “puzzle”이 무슨 곡이냐고 물어봤더니 “너랑 만들 게 “puzzle”이야”라고 하더라고요. (전원 웃음) 아니 지금 만든 게 아무것도 없는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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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월요일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화요일 저녁부터 제대로 작업을 했어요. 근데 그때도 띵까띵까 놀면서 하고… (웃음) 그때 씨잼 형이 <나 혼자 산다> 촬영을 할 때여서 자기 파트 녹음을 하고 금방 가더라고요. 전 너무 혼란스러웠죠. (웃음) 그래도 비와이 형이 아침까지 같이 믹스도 도와주고 작업도 봐주고 했어요. 사실 “puzzle”은 더 잘 만들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둘이 워낙 잘 나갈 때니까 당연히 제 첫 히트작이 될 줄 알았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죠. 그런데 녹음이 그날 아침에 끝나버리니까 뭔가 바꿀 시간도 없었고 마스터링할 시간도 너무 부족했죠.

그때 당시 에피소드를 조금만 더 얘기하자면, 발매 전날부터 마스터링하는 권남우 기사님한테 연락을 드렸어요. “내일 낮 12시에 음원 하나가 갈 텐데 30분 만에 작업을 해 주셔야 한다”라고 예약을 해 뒀어요. (웃음) 다행히 남우 님이 그 상황을 잘 이해해 주셨어요. 아무튼 정말 말도 안 되게 나온 곡이 “puzzle”이에요. 가사 한 줄 없었는데 “puzzle”이라는 곡이 나온다고 기사부터 먼저 나간… (전원 웃음) 그렇게 스펙터클하게 작업을 했더니 발매일 새벽 2시에 딱 차트 1등을 하더라고요. 그 일을 겪고 나니까 <고등래퍼> 작업도 쉽더라고요. ‘이것도 했는데 저거 못하겠어’ 약간 이런 느낌? <고등래퍼>는 5일이나 시간을 주니까. (전원 웃음) ‘뭐,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하지’라고 생각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LE: 사전에 계획하고 기획하는 거를 좋아하는 보이콜드 씨의 성향과 정말 안 맞는 상황이었네요.

그렇죠. (웃음) 그때 또 하나 너무 놀랐던 게 있는데, 그날 아침이었어요. 비와이 형한테 전화가 와서 “앨범 소개 글을 써야 하는데 뭐라고 할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와이와 씨잼이 합작 싱글을 낸다, 뭐 이렇게 하면 되나?”라고 하니까 “그래, 알겠어” 하면서 끊더라고요. 저는 그런 거 되게 오래 고민하는데… (웃음) 근데 사실 그때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 둘이 당시에 너무 바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안 하면 일이 진행이 안 됐거든요.



LE: 생각보다 엄청난 사연이 있는 곡이었네요. (웃음) 다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사실 보이콜드 씨가 비와이 씨와 같은 인천 출신이잖아요. 인천이 보이콜드 씨의 음악이나 생각에 영향을 특별히 끼친 점이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인천에서도 용현동이라는 약간 고립된 지역에서 살아서 그렇게 영향을 받았던 거 같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인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홍대에 놀러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1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 와서 살기 시작했으니까 사실상 영향받은 건 딱히 없죠. 개인적으로 인천에서는 되게 고립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비와이 형을 만난 게 반가웠죠. 처음 만났을 때도 인하대에서 만났고, 실제로 바로 옆 동네니까.



LE: 19살에 서울로 온 이후 거의 5~6년이 흘렀는데, 커리어를 잘 만들어오고 있는 느낌인가요?

불만족은 항상 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때 당시와 지금을 생각했을 때 삶의 패턴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돈은 더 많아졌을지언정, 더 비싼 음식을 먹을지언정, 저는 여전히 작업하고 자고를 반복할 뿐이에요. 래퍼들은 밖에서 놀면서 영감도 많이 받겠지만, 저는 프로듀서라는 직업 특성상 그러지 않아요. 그루비룸이랑 작업실에서 얘기하고 작업하다가 맛있는 거 먹고, 또 작업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거 같아요.



LE: 뒤늦은 질문인 거 같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첫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거 같아요.

일단 제 목표는 세계로 향해 있어요. 결코 제가 외국 프로듀서들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해외 진출을 하고 싶고, 이번 앨범이 그 첫걸음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외국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제 마지막 목표예요.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어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게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 앨범이나 저의 결과물을 통해 어느 정도 그 힘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저와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거고, 그들과 세계적인 팀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죠. 예를 들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오드퓨처(Odd Future)나 브록햄튼(Brockhampton) 같은 팀. 그런 얼터너티브한 그룹을 세계적으로 크게 만들고 싶다는 게 제 현재 목표에요. 그게 제가 소니 뮤직 코리아(Sony Music Korea)와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저는 (지금 레이블이) 그런 비전을 이뤄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다른 레이블에 안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죠.

지금은 일단 제가 영향력 있는 프론트맨 프로듀서가 되어야 해요. 저는 혼자 하는 프로듀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유명한 다른 프로듀서분들도 다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레이블에 계신 분들은 이미 잘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뉴웨이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 앨범이 잘 되고, 제가 조금 더 힘이 생겨야겠죠. 그러다 보면 저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생기겠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그런 최종적인 그림의 스타트라고 할 수 있어요.




LE: 그 첫걸음인 이번 EP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음악에 점수를 매긴다는 게 조금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일까요?

10점 만점에 한 5점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절반 정도는 되어야 다음에 7.5점이나 그 이상으로 올라갈 여지가 있잖아요. (웃음)



LE: 겸손한 듯하면서도 포부가 느껴지는 점수 책정이네요. (웃음) 긴 시간 인터뷰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CREDIT Editor Melo, Geda, snobbi

Photo ATO

6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6 title: Fetty Wapsayme5.6 17:02 sokodomo한테 푹 빠졌나보네요 ㅎ.ㅎ 그러면 올해 안에 나올 sokodomo의 [BOYCOLD 3]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빌보드 1등 트랙에서 hey boy it's cold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추천 댓글 title: Tyler, The Creator (IGOR)아티스트5.6 17:34 Puzzle에 그런 사연이...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 - channel ORANGEmoment4ruby5.6 22:47 인터뷰 정독했어요 잘봤습니다 ㅎㅎ


그리고 '그 다음 곡이 선공개했던 “YOUTH!”죠. “YOUTH1”는 비트를 만들고 나서 맨 처음에 떠올랐던 게 하온이었어요. ' 이 부분


느낌표가 숫자 1로 써진 오타가 난 것 같네영

추천 댓글 title: [회원구입불가]Melo5.7 04:16 @moment4ruby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치프 에디터 멜로입니다.


편집 중에 착오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곧바로 수정하였으며,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 - channel ORANGEmoment4ruby5.7 04:36 @Melo 항상 좋은 인터뷰 감사해요 ㅎㅎㅎ


힙합에 대한 사랑과 관심과 지식이 매번 물씬 느껴집니당..


재키와이 인터뷰 초스압 장문으로 제발제발제발 부탁드립니다

추천 댓글 태풍 1 5.6 23:57 퍼즐 썰 ㅋㅋㅋㅋ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14009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