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Wiz Khalifa - Blacc Hollywood
오규진 작성 | 2014-08-29 00:1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 | 스크랩스크랩 | 23,841 View
Artist: Wiz Khalifa
Album: Blacc Hollywood
Released: 2014-08-19
Rating:Rating: RR+
Reviewer: 오규진
위즈 칼리파(Wiz Khalifa)는 메이저 정규 앨범만을 본다면 상당히 제한적인 음악을 하는 팝-랩 아티스트로 보이겠지만, 대마와 돈, 여자에 한정된 확고한 캐릭터에 비해 음악적으로 수면 위아래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메이저 데뷔 이전의 정규 앨범들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로서 랩 실력을 뽐내려는 위즈 칼리파를 볼 수 있고, 메이저 데뷔 이후 발매한 여러 믹스테입에선 앨범에서 보여주지 못한 그의 음악적인 고뇌와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표면적으로 “Black and Yellow”와 [Rolling Papers]는 단순히 엄청난 성공을 거둔 메이저 데뷔작으로 보이지만, 위즈 칼리파는 스스로 [Rolling Papers]를 음악적 실패작이라고 선언하며 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그는 믹스테입 [Kush & OJ]에서 보여주었던 ‘위즈 칼리파만의 음악’의 가능성을 [Rolling Papers]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고 하며, 그 가능성을 후의 믹스테입 [Taylor Allderdice]에서 이어간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위즈 칼리파가 겪은 일련의 음악적 고민, 그리고 [Rolling Papers]의 실패 선언과는 다르게, 이후 [Cabin Fever 2], [O.N.I.F.C], [28 Grams]로 이어지는 행보를 보자면, ‘앨범은 상업적, 믹스테입은 음악적’이길 지향한다. 위즈 칼리파 만의 음악을 담았어야 했던 두 번째 메이저 앨범 [O.N.I.F.C.]는 오히려 그가 [Rolling Papers]에서 발견했던 상업적 성공 공식을 재적용하는 작품이었다. [O.N.I.F.C.]는 돈과 음악 사이의 절충점을 찾지 못한 작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앨범 [Blacc Hollywood] 또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O.N.I.F.C.]는 [Rolling Papers]와 [Kush & OJ], 혹은 [Taylor Allderdice]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음악적 재능은 몇 개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긴다. 테일러 갱(Taylor Gang) 식구들과 함께한 대마 찬가 “KK”는 인상적인 후렴구와 비트를 바탕으로 같은 주제를 신선하게 잘 풀어낸 또 하나의 명곡이고, 자신과 비슷한 커런시(Curren$y)와 합을 맞춘 “House in the Hills”는 뚜렷한 기승전결을 통해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곡이다. 교차하는 비트로 두 개의 내러티브를 대립시키는 첫 곡 “Hope”도, 곡 내내 같은 라임의 짜임새와 헤드폰이 두껍게 꽉 차는 신스를 유지하는 “The Sleaze”도 과감한 선택으로 얻어낸 좋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몇 곡에서 빛나는 그의 결단력이 앨범 전체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그가 알고 있던 성공 공식들의 나열이 계속된다. “We Dem Boyz”는 “Black and Yellow”, “Work Hard, Play Hard”를 잇는 공간감 있는 웅장한 프로덕션에 [28 Grams]에서 시도한 오토튠된 보컬과 트랩을 섞은 의도가 뻔히 보이는 타이틀곡이다. 젊음과 성공에 대한 찬가인 “True Colors”와 “Stayin’ Out All Night”에선 각각 “Young, Wild & Free”와 “No Sleep”이 너무 많이 연상된다. 농도 진한 트랩 곡 “Raw”는 이 앨범에서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혼자 뜬금없이 등장해 어울리지 못하고 있고, [Rolling Papers]에서부터 시작된 (의미 없는) ‘드레이크(Drake) 따라 하기’는 “Promises”에서 그 명맥을 이어간다.
이 앨범이 아쉬운 건 팝-랩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팝-랩이기 때문이다. 그의 믹스테입 결과물과 [Rolling Papers], 그리고 유행하는 트랩 사운드까지 이런저런 스타일을 왔다 갔다 하는 구성은 감상에 큰 방해가 된다. 오히려 순수하게 듣기 편하기 위한 [Rolling Papers]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앨범에서 뛰어난 몇 곡들이나 일련의 믹스테입을 보면, 위즈 칼리파는 때론 과감한 선택으로 좋은 결과물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돈과 결부된 메이저 앨범에서는 그가 맛본 익숙한 길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가 알고 있는 성공의 방정식들이 정말 아직도 통하는지 유심히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Black and Yellow”의 성공은 단순히 ‘곡이 정말 좋기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빌보드 정상에 올랐던 2월 초, 때마침 이 곡과 연관이 깊은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슈퍼볼에 진출했었고, 그전까지 빌보드 정상에 있던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Grenade"는 간간이 1등의 자리를 도전자들에게 내주며 힘이 빠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위즈 칼리파는 [Rolling Papers]의 절대적인 방식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따랐고,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차트 성적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O.N.I.F.C.]는 [Rolling Papers]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소폭 하락한 성적을 보여주었고, “Work Hard, Play Hard”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예상한 “We Dem Boyz”의 성적은 실망스럽다. 발매된 첫 주, [Blacc Hollywood]는 [O.N.I.F.C.]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과 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던 위즈 칼리파의 시도는 적어도 이번 앨범에선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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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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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zzy
Drizzy (2014-09-05 15:55:04 / 180.65.7.***)추천 1 | 비추 0
O.N.I.F.C. 가 훨씬 나았어요
yangsuk90
yangsuk90 (2014-08-29 11:41:43 / 1.229.244.**)추천 1 | 비추 0
리뷰 잘보았습니다.
새로운 웹진 필자신거 같네요. 이름을 처음 들어서요.
필력 좋아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리뷰 종종 부탁드려요
-언제나 예동님 촌철살인 리뷰가 그리운 1인-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5260&m=view&s=review&c=17&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