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Lira - Rise Again
이서현 작성 | 2014-05-13 22:5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19,459 View
Artist: Lira
Album: Rise Again
Released: 2014-04-29
Rating: RRRR
Reviewer: 이서현
국내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일 리라(Lira)는 세계적인 무대로 진출이 기대되는 뮤지션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녀를 두고 80년대 랩 트리오 더 시퀀스(The Sequence)의 멤버로 시작하여 솔로활동을 해오고 있는 네오 소울 싱어송라이터 앤지 스톤(Angie Stone)과 시인이자 배우라는 독특한 커리어를 가진 네오 소울 디바 질 스캇(Jill Scott)에 빗대어 음색과 표현력이 흡사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일부 동조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음성의 입자는 비슷할지 몰라도 그녀만의 상징과 품위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피조물이다. 그런 그녀가 드디어 [Rise Again]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리라는 그동안 숨은 요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자유로운 활동 무대를 가졌으나 전 세계에 포진되어 있는 팬들의 갈급함을 느꼈는지 기존에 발매되었던 음반 수록곡들 중 선별하여 앨범을 꾸렸다.
먼저 그녀의 커버 아트가 보인다. 감정적이고 역동적인 사운드로 강렬하고 화끈하게 대중을 사로잡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본작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다양하면서도 음악 산업이 융성했던 70년대 아프리카 리듬을 재조명한 듯하다. 그녀의 풍부한 성량과 부드러운 보이스를 통해 독보적인 정체성의 아프로 소울로 순화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프로 소울은 깃털처럼 가볍다가도 바위처럼 무겁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만큼이나 늘어지는 비트로 리스너의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한없이 가볍게 만들다가도 그 염원의 무게가 더해지면 그 만큼 무거워진다. 그런 본작은 소울, 재즈, 펑크(Funk)를 하나로 연결했으며, 신스 음처럼 진격적인 소스를 쓴 것이 아니라 심플하고 고전적인 가사의 매치로 휴머니즘과 나르시시즘을 부각하는 구성을 취했다. 더불어 창법과 리듬감 면에서 특유의 알앤비 사운드가 엿보여 더욱 사랑스러운 앨범이 되었다.
이처럼 그녀는 눈과 귀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물을 건넨다. 흥겨움에 도취되어 어깨춤은 날지언정 반복되는 진행으로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었던 곡에 전조라는 포인트를 심어준 “Feel Good", 살랑거리는 그녀의 손끝에서 멜로디가 피어나듯 섹시한 춤사위가 그려지는 "Ixesha“, 핑거 스타일 기타반주로 어쿠스틱하게 진행하면서 특히 간주에 곡의 애절함을 발산시키는 ”My Company", 자신의 언어로 염원을 담은 “Phakade",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소울풀함의 결정체 ”Soul In Mind", 언뜻 들어도 그 파급력이 뛰어나 열광하고 집중하게 했던 “Something Inside So Strong" 등은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도돌이표 진행 스타일일 수 있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그녀의 보컬과 음악에선 지루함이 아닌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리라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뮤직비디오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뮤직 어워드 2007, 2008 '최고의 뮤직비디오상'을 거머쥘 정도로 그녀 하면 뮤직비디오가 같이 연상될 정도다.
언젠가 좋은 앨범을 만들기 위한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과감히 '아니오.'를 외친 바 있다. 이미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그녀였기에 확실히 우려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청자들의 관심 어린 반응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리라는 '자신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항상 음악을 한다고 말했다. 쉽게 뱉을 수 있는 문장이지만,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생각이라 그런 그녀의 올곧게 빙결된 심지에 크나큰 박수를 보낸다. 지금까지 리라의 출발점은 언제나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가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를 추앙하는 만큼 리라의 나라가 그녀를 사랑하는 건 어쩌면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꿈을 대변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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