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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인터뷰 술탄 오브 더 디스코 (Sultan Of The Disco)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10월 15일 (금) 11:39 판 (새 문서: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1.14 20:19추천수 2댓글 4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는 국내 음악 씬에서 접하기 힘든 디스코/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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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1.14 20:19추천수 2댓글 4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는 국내 음악 씬에서 접하기 힘든 디스코/훵크를 탁월하게 구사’했던’ 밴드다. 과거형이 붙어 있는 건 더 이상 이들이 디스코/훵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5년 만에 발표한 2집 [Aliens]는 명확한 장르로 분류되지 않는 앨범이다. 앨범에는 밴드가 선보였던 디스코/훵크를 비롯해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록, 그리고 심지어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의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뒤섞여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특유의 컨셉츄얼한 가사는 물론,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솔한 이야기도 담아냈다. 이처럼 [Aliens]는 더욱더 넓어지고 유연해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 세계가 녹아 있는 앨범이다. 지난 5년 동안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번 앨범에서 이러한 변화를 추구한 것일까? 이들의 숨겨진 속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왔다.




LE: 우선 밴드 멤버분들 한 분씩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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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잠 수(이하 N): 저는 보컬 겸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나잠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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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 저는 기타를 맡고 있는 홍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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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베이스 치는 지(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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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핫산(이하 H):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핫산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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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간지(이하 K): 드럼을 담당하는 김간지라고 합니다.



LE: 술탄은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많은 분이 거쳐 갔던 밴드에요. 나잠 수씨가 지금의 멤버들을 영입하게 된 그 과정이나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N: 지금의 멤버는 2010년경에 고정됐어요. 당시에 밴드로의 전환과정에서 만들어진 멤버입니다. 그전에는 AR을 틀고 춤을 추는 컨셉 팀이었어요. 그걸 넘어서는 밴드를 하고 싶어서 멤버들을 한 명씩 모집하다 보니 지금 구성을 갖추게 됐어요.



LE: 밴드로 보면 2018년 1월 술탄의 2집 발매 전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한창 앨범 작업에 열중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사실 이 기간에 개별적으로 활동을 펼치신 분도 있어요. 그런 만큼 앨범 작업 외에 각자의 근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K: 안무를 담당하는 핫산은 원래 직장인이었는데 퇴직을 했어요. 백수 상태로 2집을 준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김간지x하헌진 밴드 2집을 만들면서 술탄 2집을 준비했고, 지는 나왔었나?

지: 저는 그때 파라솔(Parasol)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어서 투어를 다녔구요. 앨범 작업은 나잠 수가 혼자서 작곡과 편곡을 하는 편이라서 데모를 같이 듣는 정도였어요.

홍기: 저는 쉬는 동안 레슨이랑 작업 들어오는 거 있으면 했습니다.

N: 홍기도 엔지니어 작업을 많이 했어요.



LE: 앨범 작업 중에 다큐멘터리 영화 <수퍼 디스코>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됐어요. 혹시 영화가 앨범 작업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친 점이 있을까요?

N: 저희가 앨범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서 다큐멘터리가 정리되기 시작한 건데, 아마 현재 내용으로는 앨범 작업이 불투명한 상태로만 영화가 끝나버려요. 내년에 정식 개봉을 하게 되면 2집을 내는 전체 과정을 담아내지 않을까 싶어요. 다큐멘터리 때문에 앨범이 나왔다기보다는 앨범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나오게 됐죠. 러닝 타임이 바뀔지는 모르겠는데, 후반부 내용이 추가되고 멤버별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편집에 관여를 전혀 안 해서 잘 몰라요. 사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웃음) 4년 동안 저희를 따라다니며 찍은 거라 크리티컬 한 것들이 조금 나왔거든요. 막 싸우는 장면들이요. (웃음) 결과적으로는 좋게 나왔어요. 저런 거 나가도 되나 할 정도로 밴드의 존립이 흔들리는 편집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나중엔 감성팔이처럼 되었습니다. (웃음)

H: EBS에서 여는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TV에서 딱 한 번 방영했었는데요. 방송을 위해서 저희가 욕설한 걸 삐 처리해야 하는데, 그 처리를 하시던 분이 태어나서 삐 처리를 제일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LE: 좀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정규 앨범으로는 5년 만에 2집 [Aliens]를 발표하셨지만, 2015년에 발표하신 싱글 “니온 라이트 (Neon Light)”의 소개 글을 보면 원래는 2016년에 새 앨범을 발표하실 계획이었던 거 같더라구요. 어쩌다 2018년까지 미뤄지게 된 건가요?

N: 그때까지 정규 1집 이후로 2년 동안 발매했던 싱글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에 들어갔던 노래가 일곱 곡가량 됐어요. 여기에 좋은 노래 세 곡 정도 더해서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싱글을 발표하면서 제 개인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노래가 싫고, (음악을) 못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흐지부지하다가 저는 솔로도 내고, 각자 활동들도 많이 했게 됐죠. 그런 과정들이 다큐멘터리에 상세하게 나옵니다. 시작부터 저희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이하 글래스톤베리)에 나가서 잘되는데, 앨범은 언제 나오냐 하다가 싸우고, 왜 안 내냐고 언성 높이고…

K: 지금 생각해 보면 밴드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런저런 노래를 만들고, 재미있는 거 해보자면서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글래스톤베리를 다녀오면서 라이브 공연 양이 너무 많이 늘어나 버렸어요. 특히, 해외 어디 가서 하는 라이브. 굵직굵직한 공연들이라서 쉴 새 없이 라이브를 하다 보면 한 달이 끝나 있더라구요. 만드는 입장보다 연주하는 입장으로 바뀐 거죠. 초반에야 글래스톤베리도 갔다 오고 나서 ‘신난다, 우리 라이브 X나 쩔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매너리즘에 빠진 거죠. 2집에 대해서는 만들긴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죠.

N: 사실 창작의 느낌이 있었다면 그 틈에 뭘 만들었겠죠. 2집에는 디스코로 가득했던 1집에서 더 나아가 어떠한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몇 가지 컨셉만 있었고, 실제로 만들기는 역부족이었어요. 그래서 2017년 10월부터 곡을 다 새로 써서 2집이 나오게 됐어요. 1년 만에 곡을 다 쓰고 프로듀싱을 다 해서 나온 앨범이에요. 앨범을 졸속으로 만들었죠. (전원 웃음)



LE: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셨으니까 그전에 발표했던 “탱탱볼” 같은 싱글이 수록되지 않은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겠네요?

N: (2집 앨범 작업과) “탱탱볼”을 발매했던 시기의 간극이 너무 차이나요. 원래는 2집에 “탱탱볼”이 무조건 들어갔어야 했어요. “탱탱볼”이라는 노래가 1집 이후 술탄의 방향을 보여주는 아이덴티티였어요. 그거 때문이라도 정규가 나왔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거죠. 그래서 다시 새 곡을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막막한 거죠. 데모나 쌓아 둔 작업은 있는데 우리의 에너지를 담아낼 느낌이 잘 안 났어요. 데모는 많았어요. (멤버들을 보며) “병든 그대” 기억나? (전원 웃음) “병든 그대”나 “레게맨”, 데모 곡들이 많았는데, 제가 만들긴 했어도 그 노래들이 다 싫었습니다.

H: 컨셉만 정한 건 많았어요. 영화 <마셰티(Machete)> 패러디해서 “마셰끼”라는 곡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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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나온 술탄의 2집 타이틀이 ‘Aliens’입니다. 무슨 뜻이고, 어떤 이유로 이렇게 타이틀을 정하신 건가요?

N: 컨셉은 없었습니다. 1년 만에 만든 앨범이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다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앨범 제목을 이제 정하자고 마음을 먹어서 CD에 어떤 제목이 들어가면 예쁠지를 고려했고, 디자인적 관점이 컸습니다. (웃음) 프로필 사진을 찍던 중 이 타이틀이 앨범 커버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앨범 커버에 어울리는 제목을 정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H: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 타이틀로 할 게 별로 없었어요. 곡들을 관통하는 워딩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디스코 엠파이어(Disco Empire)라고 하면 멋있어 보이니 그걸로 할까 했는데, 엠파이어라는 단어가 물린다 싶어서 김간지가 디스코리아(Discorea)로 하자고도 했었어요. 디스코는 이제 우리 거니까 우리 마음대로 쓰자는 식으로 (디스코라는 단어를) 타이틀에 쓰려 했었어요.

K: 디스코피아(Discopia)도 X나 괜찮은데.

N: 디스코피아! 네 다음 앨범으로 써. 디스코리아는 싱글로 내자. 지금 결정됐습니다. (전원 웃음) 아무튼, 1집 제목이 ‘The Golden Age’여서 1집의 분위기를 잇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려면 손 그림으로 그린 일러스트가 필요한데, 그런 그림을 그릴 아티스트를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손이 닿는 대로 해보자 해서 저희 스타일링을 해주시는 크리에이티브 팀인 ‘two-five-ten’과의 사진 작업을 그대로 앨범 디자인으로 연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사진 작업을 바탕으로 김기조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마무리했죠.



LE: 1집 때는 많은 것들을 직접 컨트롤하셨던 건가요?

N: 1집은 제가 디자인도 했어요. 그림도 그리고, 많은 것들을 갈아 넣고, 곡도 7년 동안 만들었죠. 녹음도 4년 동안 하구요. 그런데 2집을 그렇게 할 순 없었어요. 그런 식으로 자체 프로덕션을 하다 보니까 작업 과정이나 준비 기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구요. 싱글 하나 내는 데에 앨범 하나 내는 것과 같은 노동량이 들고, 공연 준비까지 하다 보니 1년이 훅훅 가더라구요. 창작의 에너지가 그런 데서 많이 소진된 거 같아요. 그래서 노래도 지겨워지게 됐어요. 또, 요즘 알앤비, 훵크, 디스코 같은 사운드가 알게 모르게 요즘 트렌디한 한국 음악에 들어가는 거 같아요. (그런 음악들이) 하우스 계열로 묶이지만, 코드 진행이 좀 예쁘면 사실은 디스코 계통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훵크/디스코 사운드를) 요즘 힙합/알앤비 음악에서 많이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유니크한 사운드라는 저희의 장점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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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The Golden Age]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1집은 6, 70년대 훵크/디스코 음악의 정수가 담겨 있는 작품이었잖아요. 덕분에 앨범이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부문 후보에 들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재미로 만드셨던 밴드가 음악성까지 인정받은 셈인데, 당시 밴드 분들의 감흥은 어떠셨나요?

H: 그 당시에 후보로 오른 장르 부문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N: 저희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일렉트로닉 부문에 올라간 걸 (불평하는 글을) SNS에 싸질러 가지고 평론가분들이 다 출동하셨었죠. 화가 나고, 힘이 빠지고, 노래 만들어서 뭐하나 싶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금방 평정을 되찾고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1집이 나온 직후에는 평단에서 인정을 못 받았던 거 같아요. ‘어?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이제 1집이야?’ 하고 안 듣고 넘어갔던 거 같아요.

H: 그때 평론가분들이 (쓰셨던 말 중에)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기억하기에 약간 진지하지 못해서 별로라는 느낌의 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노래는 좋은데, 진지하지 않아서 아쉽다.

N: 그래도 좋아하시는 분들은 되게 좋아하시긴 했어요. 그때 봤던 네이버 블로그 리뷰가 기억에 남더라구요. 나쁜 소리까지, 전부 듣고 싶었던 리뷰를 쓰신 분이 한 분 계셨어요. 흑인 음악 리뷰 전문 블로거가 쓴 글이었는데, 그 리뷰가 제일 괜찮았던 거 같아요. 평론지나 웹진에서 올라왔던 리뷰는 미사여구와 수식어로 도배되기만 하고.



LE: 다른 장르 음악도 그렇겠지만, 디스코 음악도 긴 역사 속에서 어떤 맥락이 있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롤러장에서 들을 수 있는 그냥 댄스 음악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서 술탄이라는 팀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기도 해요.

N: 큰 흐름이 있는 거 같아요. 여러 가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크(Chic)나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나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노래는 한국의 대중음악에 영향을 준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는 유로 디스코가 바로 넘어왔어요. 그래서 한국에 흑인음악의 계보가 따로 없나 싶어서 최근에 우리나라 70년대 즈음 초기의 알앤비나 훵크의 시작점이 누구일까 궁금해서 디깅을 해보기도 했어요. 물론, 사랑과 평화가 맨 앞에 있는데, 1집은 사실 번안곡 수준이에요. 유명한 밴드들의 편곡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비티 익스프레스(B.T. Express) 같은 밴드들의 것이죠. 2집부터는 오리지널 사운드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리얼 훵크는 여기서 끊긴다는 걸 조금 느꼈어요. 제가 모르고 넘어가는 게 있을 수 있어서, 혹시 한국에 우리의 선배가 있지 않을까 확인을 해봤는데, 결국 못 찾았습니다.



LE: 1집 발매 후 이듬해인 2014년에는 앞서 말씀하신 대로 영국의 글래스톤베리에 초청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을 펼치셨어요. 미국과 일본까지 다녀오셨구요. 일단 다른 것보다 해외 공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H: 영국 20대 남자애들이 있었는데, 처음 공연을 봤을 때 저희가 되게 좋았나 봐요. 2016년에 한 번 더 갔을 때는 전에 저희가 직접 만들고 입었던 의상을 어디서 구해서 똑같이 입고 있었어요.

N: 많이 뿌듯했습니다. 영국에서 우리 의상을 따라 입는 팬이 생기다니. 글래스톤베리에서 본 거만으로도 좋아해 주셨던 거죠.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데, 그때 해외 활동을 통해서 디스코, 훵크, 알앤비, 소울에 대한 자격지심을 해소했던 부분이 있어요. 한국 뽕이 들어가서 우리는 가짜다 뭐 이런 생각들이요.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저한테 법 같은 게 있었어요. 벗어나면 안 되는 노래 법전. 이것도 가짜, 저것도 가짜. 1집에서 그 생각이 좀 심했는데, 사실 1집도 제 기준에서는 가짜가 많아요. 그래서 원래는 2집을 완전 또라이 같이 법칙대로만 만들고 싶었어요. 그 기준이 결국 음반을 못 만들게 했고, (덕분에 이번 앨범을) 졸속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아, 졸속이라는 표현은 한 번이면 충분한 거 같네요. 그 뒤부터는 아주 쿨하게 앨범을 순풍순풍 만들었어요.



LE: <수퍼 디스코>를 보니까 국가나 권역별로 자신들이 여기서는 먹힐지 안 먹힐지에 관한 이야기가 약간씩 나오더라구요. 일반적인 공연 문화라기보다는 각국의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훵크, 디스코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싶은데요.

N: 확정이 나서 간 공연은 글래스톤베리가 처음이었어요. 그전까지 저희는 어떻게 웃겨서 먹고 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웃음) 한국에서는 자극적인 비주얼과 가사에 반응이 팍 오는 편이에요. 한국에서도 다 따라 추시고 하는데, 제가 ‘이 노래는 이게 좋지!’라고 생각하는 부분과는 약간 차이가 있긴 해요. 영국에서는 ‘이 부분은 이게 좋지!’ 하는 파트에서 관객 반응이 그대로 따라오는 반응을 받았어요. 처음 공연할 때 ‘어?’ 싶었죠. 그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H: 아, 그리고 글래스톤베리에서 김간지가 드럼을 치고 있는데, 바로 앞에 덩치가 엄청 큰 흑인분이 째려보고 있는 거예요.

K: 저는 맨 처음 공연에 들어갔을 때, 관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 됐다’ 생각하고 연주를 이어가거든요. 그런데 공연하기 전에 (그 관객이) 딱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나이 드신 흑인분이었는데, 무대에서도 동떨어진 외곽에서 딱 팔짱 끼고 쟤들 뭐하냐는 식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유명한 레코드 회사 간부인 줄 알았어요.

N: 음악 감별사. (전원 웃음) 공연의 3분의 1까지도 미동 없이 보고 있다가 끝날 때쯤 그 표정 그대로 막 머리를 흔들고 있더라구요. (전원 웃음) 굉장히 점잖지만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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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분위기는 좋았다고 하셨지만, 혹시 인종 차별적인 부분은 없었나요? 동양인이라서 좀 얕잡아 본다든지 말이죠.

N: 공연하기 전에는 그런 시선이 항상 많았던 거 같아요. 미국 공연을 할 때 제가 유독 쫄아 있었는데, 공연하고 나오니까 (어떤 관객분이) 저 옆에 훵크 클럽 있는데 거기보다 너희가 훨씬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H: 클럽에서 기도하시는 보디가드 형님도 저희가 나갈 때, ‘너희 뭐 하는지 몰랐는데 음악 죽인다!’라는 식으로 말하고.

K: 외국인들이 칭찬을 빡세게 해줘요. 그때 글래스톤베리 헤드라이너가 카사비안(Kasabian)이었는데, (관객 중 한 분이) 걔보다 우리가 훨씬 낫다고 해서 제가 “그건 아닐걸?”이라고 했죠. (전원 웃음) 카사비안보다 위에 있는데, 에드 시런(Ed Sheeran)이랑 동급이야.

N: BBC인가 어디 기자도 자기 트위터에 “오늘 스턴드(Stunned)다. 글래스톤 베리에서 스턴드된 게 딱 둘 있는데, 에드 시런(Ed Sheeran)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다.”라고 남겼었거든요.

H: 말도 안 되는 걸 같이 두고 비교했네. 술 먹었나? 근데 왜 우린 여기 있어? (전원 웃음)

N: 뭐, 저희가 늘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돌아오지 않아도 이젠 아무렇지 않아요. 훈련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LE: 일본은 어떠셨나요? 일본 공연 문화는 예의를 대단히 중시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요.

H: 의외로 반대였어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일본 관객들은 조용하고, 소리 지르면 옆 사람한테 피해간다고 생각한다고 여기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엄청 잘 놀아요. 같이 춤도 추고, 소리 지르고. 그래서 우리가 일본에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느꼈죠.

K: 어느 나라에서 뭘 하든 간에 춤을 따라 추고, 환호해 주고, 앵콜 요청을 해주니까 자신감이 많이 올랐어요.



LE: 일본 얘기를 좀 더 이어가면,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VAP와 계약을 맺는 과정이나 라디오 출연 같은 활동들이 영화에 꽤 많이 담겨 있더라구요.

붕가붕가레코드 곰사장(이하 곰): VAP랑 처음 알게 된 건 술탄이 섬머소닉 페스티벌(Summer Sonic Festival)에 섭외돼서 갔는데, 섬머소닉 스테이지의 디렉터가 VAP의 A&R을 소개해줬어요. 그분이 VAP에서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이라는 밴드의 헤드 매니저였고, 함께 A&R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게 술탄이었어요. 일단 기존 곡들로 EP를 제작해보자 해서 기본적으로 기존에 만들었던 음원을 바탕으로 라이센스하고 일부는 공동 제작하는 형태로 2016년 12월에 발매되었죠.

H: 한 곡을 일본어 가사로 하면 좋겠다고 해서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을 일본어 버전으로 다시 불렀어요.

곰사장: 밴드 키시단의 리더 아야노코지 상이 한국어 가사를 듣고 말도 안 되는 일본말로 써 주셨어요. 근데 오히려 오리지널보다는 괜찮다고 했어요. 다큐멘터리에서 보신 장면은 라디오 프로모션 장면들이에요. 스쿠비 두(Scoobie Do)라는 밴드와 같이 삿포로, 도쿄, 코베, 후쿠오카까지, 총 4회 도시 투어를 진행했었구요. 그 이후에 2집을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눴는데, 발매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제 다시 얘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LE: 혹 해외 활동을 통해서 밴드가 전보다 인기가 많아진, 소위 말해서 역수입효과를 체감하기도 하시나요?

K: 효과랄 건 없었구요. 저희는 항상 웃긴 밴드라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코믹 밴드, 키치 밴드, 그런 댓글 있었지? 음악을 장난으로 하지 마라 이 새끼들아. (전원 웃음)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안 듣는 거잖아요. 사실 그런 게 저희를 위축시키거든요. 우린 X나 열심히 하고, 잘하고, 멋있다고 생각해도 솔직히 어디 가서 말하기 쪽팔리잖아요. 무슨 밴드 물어보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하면 이름부터 기믹이잖아요. 그런데 해외 공연을 하고 유명해지니까 술탄이라는 이름이나 웃긴 옷을 입는 게 상관이 없어졌죠. 그런 거 말고 경제적인 효과는 없었어요.

N: 인터뷰나 방송 같은 걸 나가면 글래스톤베리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코믹 밴드지만 음악성이 있다는 정도로 커버 칠 수 있게 된 거죠.



LE: 정체성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영화에서 인디라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인디라는 이미지가 밴드 멤버분들이 느끼실 때 무엇인지, 또 그걸 왜 털어내려는 건지 싶은데요.

K: 우선, 인디라는 이미지 자체가 좀 구려졌어요. 힙합에서는 언더라고 하면 뭔가 쿨하잖아요.

N: 저한테는 인디란 말 자체가 엄청 촌스러워요. 인디라는 단어는 망했어요. 왜냐하면, 인디는 일종의 비주얼 장르처럼 이미지가 고정되어 버렸거든요. 통기타 들고 후줄근한 생활고에 관한 노래 부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로. 실제 인디에 속하는 많은 뮤지션들은 다양한 음악을 하고 있는데.

H: 청춘, 열정.

K: 돈이 없어도 날 사랑해 줄 사람 뭐 그런 거. (전원 웃음)

N: 뱃사공이 인디 감성이 충만해서 너무 싫어요. (전원 웃음) 그런 이미지가 우리만 아니라 같은 세대에 활동했던 수많은 인디 밴드들을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어요. 요새 많은 밴드들이 해체하는 것을 보면서 저 단어와 함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LE: 인디라는 말이 사실 음악을 발매하는 형태인데, 이게 어떤 하나의 스타일이나 장르처럼 불리면서 한창 떠올랐다가 이제 가라앉는 시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N: 가라앉은 지는 오래됐죠. 그렇게 된 지 딱 10년 정도 됐으니까. 시대가 바뀌기 시작한 거죠. 바뀌기 시작해서 뒤안길로 쳐지는 곳에 우리가 끼고 싶지 않다는 게, 인디 이미지를 털어내고 싶다는 말의 의미였죠. 사실 지금은 별 신경 안 씁니다. 시대가 규정 지은 그런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을 뿐이에요. 저희는 정말로 완전 인디죠. 그렇다고 그게 우리의 성격을 규정 지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인디라는 건 그냥 방식이니까요. 항상 인디 씬에 있으면서도 록 밴드랑 묶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저희는 록이 아닌데. 근데 우리랑 같이 활동할 사람들도 없고, 항상 외로웠어요. 그래서 2집 제목을 ‘Aliens’라고 짓게 되었고, 힙합엘이와 인터뷰하게 됐죠. 힙합에 묻어가려고. (전원 웃음)

H: 의식의 흐름을 꽉 잡고 있네. (웃음)



LE: 록 밴드, 인디 밴드 씬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하셨는데, 나잠 수씨는 흑인 음악 씬과 조금 더 연계점이 있는 편인 거 같은데요. 뱃사공 씨의 참여를 어떻게 보면 술탄이 흑인 음악 씬 내에서 인지도를 얻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은데요.

N: 래퍼가 우리의 음악에 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하지만 그런 것과 씬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피처링을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가 래퍼한테 피처링으로 들어가면 모를까. 근데 그게 조금 이상하잖아요. 술탄이 피처링한다고 하면, 밴드 사운드가 빡하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뱃사공이든, 김아일(Isle Qim)이든, 피처링을 받는다고 해서 씬 자체를 나타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순수 음악적인 필요 때문이었죠.



LE: 요즘 인디 음악 씬과 흑인 음악 씬에서 술탄처럼 다양한 음악을 지향하는 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느끼시기에 본인들이 여전히 그런 분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나요?

K: 잘 어울리고 있는 거 같아요. 애당초 밴드로 하시는 분들과는 음악적인 교류가 많이 없어요. 힙합처럼 이 크루 멤버가 저 크루에 피처링하고, 벌스를 더하고, 프로듀서로 참여할 (수가 없어요.) 밴드는 다른 밴드의 드러머나 보컬을 잠깐 데려와서 쓰고 하는 게 굉장히 번거롭죠. 피처링진으로 따지자면, 래퍼 한 명의 이미지와 밴드 한 팀의 이미지가 비슷한 거니까요. 밴드로 봤을 때 확실히 2집에 피처링을 많이 쓴 거 같긴 해요. 김아일, 수민, 뱃사공. 완전히 다른 장르에 있는 분들이고, 세 명 정도 쓴 것도 저는 많이 교류한 거라고 생각해요.

N: 맞습니다. 저는 1집 때도 누가 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1집이니까 일부러 피처링을 받지 않았어요. (다른 가수의) 피처링으로 도배된 앨범으로 1집을 내긴 싫었어요. 2집에서는 딱 적당한 정도로 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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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는 2집 앨범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더 풀어보려고 하는데요. 아까도 얘기가 살짝 나왔지만, 정규 앨범만 놓고 보면 5년의 공백기가 있는 와중에도 활동적으로는 공백기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앨범 작업을 하려고 하니까 어떠셨나요?

N: 일단은 2집을 만들 수 있겠다고 확신이 든 게 “Super Disco”라는 곡을 쓴 후였어요. 처음으로 리듬 앤 블루스 계열에서 제가 찬 족쇄를 깨고 만든 노래예요. ‘이제는 룰 같은 거 안 지켜,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록 사운드도 넣을 거야’ 하면서 만들었더니 듣기 좋은 거 같더라구요. 앨범은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 10월에 데모를 만들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작업하면 앨범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곡을 계속 쓰기 시작했어요. 진짜 한 달에 곡이 두세 개씩 나오기도 했었어요.



LE: 영화에서 나잠 수씨가 더 이상 리듬 앤 블루스, 디스코 음악을 하는 게 재미없다고 토로하셨던 장면이 있었던 게 생각이 나네요. 그렇다면 “Super Disco”를 만들면서 다시 재미를 찾게 되신 건가요?

N: 네. 제가 재미를 못 느꼈던 이유가 (앞서 말했던) 음악 감별 활동들이 창작을 굉장히 제약하고 있었고, 10년 넘게 그런 것을 만들어 왔으니 질려버린 거죠. 사실은 앨범을 많이 내고 질렸어야 했는데, 그러기 전에 질려버렸죠. (웃음) “Super Disco”를 만들 때는 원래 흑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써야 하는 브라스 세션이라든가, 일렉트릭 피아노 같은 걸 싹 걷어버렸어요. 그리고 아예 접근 방법을 바꿔서 우리가 5인조 밴드,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만으로 갈 수 있는 사운드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가사도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내용으로 썼어요. 그래서 <수퍼 디스코>가 원래는 ‘디스코 스타’라는 가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Super Disco”를 듣더니 편집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서 다큐멘터리 제목까지 ‘수퍼 디스코’가 되었어요. “Super Disco”의 내용처럼 (디스코 음악에) 몸이 더 안 움직일 때 새로 등장한 바로 너의 디스코, 수퍼 디스코, 초(超) 디스코인 거죠.



LE: “Super Disco”에서는 “캐러밴”,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처럼 오리엔탈리즘적인 술탄의 본래 컨셉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예전의 컨셉추얼한 스타일도 고수하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N: 컨셉은 여전히 재미있어요. 그런데 “Super Disco”가 컨셉을 생각하기엔 너무 중요한 노래인 거 같아서 먼저 내보냈던 거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시작으로 너무 좋겠다 싶었어요. (컨셉츄얼한 걸로 치면 이번 앨범에서는) “통배권”이 대표적이에요. 가사 내용 자체가 아무것도 없거든요. (전원 웃음) 그냥 널 때리겠다는 내용이거든요. 사운드는 “탱탱볼”을 계승하는 느낌이구요. “Manic Depression”도 원래 술탄의 사운드에 가까운 노래에요. 대신 “Super Disco”는 계승하는 게 없죠. 진짜 이상한 노래죠. 원래 들어가야 하는 브라스나 쨉쨉이 기타* 대신에 퍼즈 기타가 뱅~ 하면서 나오기 때문에 이상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원 웃음)

  • 쨉쨉이 기타: 리듬커팅 주법을 의미하며, 훵키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LE: 이상한 시도였다고 하니 (앨범 소개에서도) 괴곡이라고 칭하셨던 “갤로퍼”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네요. 보통 영화를 이야기할 때 괴작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괴곡은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요. (웃음)

N: “갤로퍼”가 이제 정말 매너리즘을 벗어났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곡인데, 손이 가는 대로 막 만들었어요. ‘이거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저거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걸 계속 붙였습니다. 가사도 엉망이죠. (전원 웃음) 그냥 91년도에 나왔던 갤로퍼라는 자동차를 찬양하는 내용인데, 자동차가 A/S는 정지되어 있고, 정비는 까다롭고, 연비는 안 좋고, 부품은 고갈되었다는 내용을 쭉 말합니다. 심지어 저는 이 곡에서 알앤비적인 가창을 하지도 않아요. 나레이션 같은 느린 랩을 (쭉 읊죠.) 랩이라고 하기에는 느리고, 쪼개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래라고 하기에는 음이 없어요. 후렴은 “캐러밴”에서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 기타리스트 홍기가 무조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뭐라고 하면 뒤에서 홍기가 받쳐주고, 후렴에 홍기가 빡 나오는 (그런 구성을 택했죠.)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아예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 나왔는데, 트로트가 되었습니다. (전원 웃음) 뭔지 모르시겠죠?



LE: 그렇다면 갤로퍼와 관련된 특별한 추억 같은 게 따로 있는 건 아닌 거죠?

N: 이 제목을 처음에 왜 썼지? 일단 이 곡의 베이스라인이 훵크/소울 계열이 전혀 아니에요. 거의 뭐,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 Palmer)* 같은 느낌이죠. 술탄이든, 뭐든, 아트 록(Art Rock) 쪽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곡을 썼는데, 베이스라인을 들어보니 마치 말이 달리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말 하면 저는 바로 갤로퍼가 떠오르거든요. (LE: 약간 의식의 흐름이 좀 있네요?) 네. (전원 웃음) 말을 떠올리니, 갤로퍼가 떠올랐고, 갤로퍼란 이름이 지금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니 이걸 소재로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소재를 정하니 갤로퍼가 진창에 빠져서 헛바퀴만 도는 이미지가 계속 그려졌어요. 소재를 떠올릴 때가 올해 초, 2, 3월이었고, 한창 창작이 쏟아지고 있던 무렵이었던 거 같아요.

  •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표 밴드



LE: “갤로퍼”에서는 기타리스트인 홍기 씨가 보컬을 맡으셨고, “로켓맨”에서는 드러머인 김간지 씨가 보컬을 맡으셨잖아요. 얼핏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4집 앨범인 [Hive Mind]가 떠올랐어요. 앨범을 들어보면 어떤 곡에서는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가 노래하는 것처럼 노래를 주도하는 멤버가 달라지는 식으로 곡마다 변주가 있는 편이거든요. 또, 영화를 보면 나잠 수 씨가 멤버들에게 ‘나에게 모티브를 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곡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유기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잖아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그런 유기적인 호흡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K: “갤로퍼”, “로켓맨”, “Playaholic”은 다 (멤버들이 제목과 컨셉을) 던져 준 거죠. “Playaholic”은 핫산 형이 제목과 컨셉을 던져 준 거예요. 사실 저희가 처음에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N: (김간지한테) 드럼을 작곡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 슬랩 베이스를 열심히 연습한다고 보낸 거예요. (전원 웃음) 그래서 드럼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드럼은 자기 머릿속에 다 있다고 개소리를 했어요. 그리고 베이시스트인 지가 느린 노래를 만들어서 이게 앨범에 들어가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땐”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었는데, 그게 뱃사공의 “축하해”가 되었죠. “축하해”도 우리 버전으로 만들어서 앨범에 실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뱃사공이 피처링으로 두 번 들어가는 게 웃겼고, 새롭게 추가되는 곡들이 계속 생기면서, 앨범에 필요 없겠다 싶어서 안 싣게 되었습니다.

K: 2집의 성공적인 부분을 하나 꼽으라면, 저희는 그냥 컨셉만 던져줬는데, 나잠 수가 (곡을) 만들어냈다는 거죠.

N: “갤로퍼”로 예를 들어본다면, 갤로퍼라는 컨셉 자체는 제가 처음 생각했지만, 무슨 내용을 넣을지는 멤버들한테 물어보고 결정했어요. 그랬더니 김간지가 ‘거친 풍파, 모진 인생 갤로퍼’라고 하길래 거기서 따와서 가사를 썼어요.



LE: 나잠 수 씨는 자기 악기 파트에서 스케치를 어느 정도 해서 줬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는데, 처음에는 (멤버 분들은) 완곡을 가져오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나 보네요.

H: 실제로 저희한테 자기가 필요한 건 신곡이 아니라, 컨셉, 가사 이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긴 했었어요.

N: 예를 들면, “탱탱볼”의 후렴구처럼 ‘탱탱볼 탱탱볼 탱탱탱탱탱볼’ 하나만 가져오면 그걸로 끝인 거예요. 그것만 가져온다면 제가 바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때 제가 완전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 자체가 어려운 상태였어요. 그래도 뭔가를 잡고서 만들면 거기에 살을 붙이면 되니 그런 건 할 수 있는 상태이긴 했어요. 예전에는 길 가면서 음악 듣다가 흥얼흥얼하고 그걸 녹음하면 곡이 됐었구요.

H: 진짜 계속 씨불이면서 걸어 다녔어요. (웃음) 예전에 LA에서 저랑 같이 다운타운에 있는 숙소로 걸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중얼거리길래) 제가 뒤에서 시간을 재 봤는데, 20분 동안 ‘푹~쉬~티 팡!’ 이러면서 계속 걷는 거예요. (전원 웃음) 그래서 옆에 걷는 미국인들한테 너무 쪽팔려서 같은 일행이 아닌 척했어요.

N: 그 정도로 옛날의 저는 악상이 쉽게 떠오르는 편이었는데, 제가 그런 걸 안 한 지가 좀 오래되었어요. 요즘 핸드폰엔 녹음된 새 아이디어들이 없어요. 그래서 1집 때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노래들을 많이 썼는데, 이번 앨범에선 ‘일단 곡을 쓰자!’ 생각해서 만든 노래가 많아요. 그리고 1집 같은 경우에는 7년 동안 하나씩 나왔던 곡을 모아서 만들어 낸 거였어요. 지금처럼 제가 이런 컨셉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받질 않았었죠. 한 곡을 오랫동안 만들었을 때니까요. 그래서 (지금 보면) 컨셉 면에서 조금 조잡한 부분도 있어요.




LE: 이어서 두 번째로 공개한 싱글 “미끄럼틀”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 곡도 수민 씨가 참여한 점이 기존 술탄에선 기대하지 못했던 점이어서 신선했어요.

N: 곡 수집을 한 번 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전에는 제가 술탄의 룰에 맞는 곡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찾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수민이가 창작을 해내는 능력을 보고 ‘어? 수민이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수민이한테 ‘내가 곡을 못 쓰고 있는 상태인데 곡을 내놔라. X나 어려운 곡을 써달라. 음악성 터지는 곡을 써 달라.’ (라는 식으로) 부탁을 했죠. (전원 웃음) 그랬더니 너무 만족스럽게 작업을 하게 되었고, 제가 못 쓰는 노래가 딱 나왔어요. [Aliens]의 다양성을 올려주는 노래 중 하나죠. 그런데 수민이의 편곡은 전자음악이 베이스인 경우가 많아서 저희 밴드 색에 알맞게 각색을 한 번 더 했어요. 원곡에는 없었던 기타를 편곡해서 넣었고, 브라스도 새롭게 (넣었어요.) 수민이는 원래 건반으로만 멋있는 보이싱을 넣어 놨는데, 건반에서 몇 음만 빼서 브라스로 넣었더니 멋있게 곡이 나온 거 같아요.

처음 노래를 받았을 때는 수민이가 엄청 고음이다 보니 제가 (그 음역을 따라잡는 게) 안되는 거예요. ‘왜 이런 걸 나한테 줬지?’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밴드 멤버들이 옆에서 보더니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거예요. 그래서 반 키를 낮췄습니다. 수민이는 제가 그 음이 올라간다고 생각했나 봐요. 진짜 괴로운 소리 있잖아요. 익룡 같은 소리. (전원 웃음) 다행히 (키를 낮추고 나서는) 제가 수월하게 불러서 다행이었는데, 그때까지는 이 노래를 구리지 않게 부르기 위해서 많이 시도했던 거 같아요. 수민이가 이런 곡 변경 사항들을 쿨하게 허락해줬어요. 말씀드렸다시피 곡 구성을 꽤 많이 바꿨거든요. 원래는 수민이가 부르는 파트로 넘어가고 곡이 끝이 났어요. 그런데 저는 후렴이 한 번 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후렴을 가져다 붙였고, 멜로디로 나가다가 페이드 아웃으로 끝나면 깔끔할 거 같아서 변경했어요. 그걸 술탄의 사운드로 가져와서 녹음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죠. 김간지가 보통 드럼을 치면 난리를 치거든요. 그런데 수민이가 딱 와서 감독하니까 자세부터가… (전원 웃음) 역시 외부인이 참관해야 열심히 합니다.

K: 제가 술탄 내에서 저평가받는 게 있어요. (전원 웃음) 토니 마세라티(Tony Maserati)*도 저한테 (드럼) 잘 친다고 했어요. 원래 좋은 게 곁에 있으면 좋은지 모르잖아요.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원 웃음)

  • 토니 마세라티: 세계적인 프로듀서이자 사운드 엔지니어로, 술탄과 “SQ (We Don’t Need No EQ IQ)” 작업을 함께한 바 있다.



LE: (김간지 씨의) 연주에 즉흥성이 적어졌다고 보면 되겠죠?

N: 네. 그래도 이번 앨범의 연주 같은 경우에는 기존하고 많이 바뀌긴 했어요. 저희 자체 작업실에서 드럼 녹음을 절반 이상했기 때문에, 드럼 패턴들을 유연하게 수정해가면서 녹음할 수 있었어요. 녹음 기술 같은 것들을 저희 1집이나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을 작업하면서 많은 부분 완성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프로덕션 자체가 삐걱거리는 거 없이 빨리 진행됐었죠. 10월에 앨범을 발매하는 계획을 이미 3, 4월에 정해 놓고 갔는데도 말이죠.

H: 원래는 저희 곡이 템포가 빠른 게 많다 보니 여름에 내서 그 시즌에 활동할 계획이었는데, 작업하는 양이나 속도를 봤을 때 이건 100% X된다 (싶었어요). (전원 웃음) 그래서 아주 빠르게 10월로 정해서 (데드라인에 맞춰)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죠.

N: 전체적으로 프로덕션 면에서는 큰 시행착오가 없었는데, “로켓맨”이라는 곡이 끝까지 말썽이긴 했어요. 저는 이 노래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어요.



LE: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정이 떨어지기까지 한 건가요?

H: (지를 가리키며) 얘는 그냥 X같다고 앨범에서 빼자고 했어요. (전원 웃음)

K: X같다고 이야기 나올 수 있는 곡이긴 했어요. (전원 웃음) 왜냐하면, 처음에 나잠 수가 하우스 음악 같은 걸 만들었다고, 앨범에 수록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들었을 때 이게 무슨 하우스냐고 생각했지만, 저는 앨범에 색다른 게 들어가면 좋을 거 같아서 좋다고 했죠.

N: “로켓맨”도 제가 만들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서 (앨범에서) 꼭 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보컬이 얹어지고, 내용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그렸던 그림이랑 계속 달라지는 거예요. 그냥 반주만 있을 때가 제일 좋은 거죠. 그렇다고 인스트루멘탈로만 실리기에는 앨범의 맥락과는 이어지는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이 노래를 보리스 브레챠(Boris Brejcha)*라는 뮤지션의 믹스 셋을 네 시간 동안 게임 같은 걸 하면서 듣고 (믹스셋을) 끄자마자 만들었거든요. 물론, 밴드 사운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 네 시간 동안 하우스의 문법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계속 들으면 트램폴린을 타고 내려올 때처럼 몸속에 바운스 감이 남아 있는데, 그때 곡을 만들면 감을 잃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그전까지 하우스 음악을 거의 안 만들어서 그 문법을 잘 몰랐어요. 예를 들어, (하우스 음악에는) 어떻게 필터가 올라가고, 언제 드롭이 되고, 언제 킥이 빠지는지 그 시간에 대한 룰이 있거든요. 그 하우스의 룰을 지키면서 거친 록 톤의 퍼즈 기타를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아가 기타 소리에서 딜레이나 리버브 같은 걸 뒤로 빼서, FX로 썼더니 예쁜 사운드가 나왔어요. 그때부터 진짜 좋은 노래가 나올 거 같아서 “로켓맨”을 밀기 시작했어요. 여기에는 청하가 피처링해야 한다고. (전원 웃음) 그러면서 곡이 삐걱거리기 시작했어요. 대중을 고려한 순간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거죠. 싸이키델릭 록 하우스 케이팝을 생각한 거죠. (전원 웃음)

  • 보리스 브레챠: 독일의 일렉트로닉 DJ 겸 프로듀서로,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음악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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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자칫하면 “로켓맨”이 타이틀곡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웃음)

K: 뮤직비디오까지도 생각했었어요. 시티 팝 감성으로 도로에서 자동차 타는 청량한 느낌으로 말이죠.

H: 처음에 나잠 수 목소리가 없고, 인스트루멘탈로만 들었을 때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 좋았거든요. 요새 시티 팝이 유행이기도 하고, 차 타고 찍기만 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그런 느낌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어보자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악기가 더해지고, 나잠 수 목소리가 들어가니까 곡이 청량하지가 않더라구요. (전원 웃음)

K: 제목도 로켓맨이 되어버리니까 완전 곡이 망해버렸지. 가사가 원래는 사랑 이야기였어요. 빠져나올 수 없는 로켓맨의 매력을 다룬 이야기였죠.

H: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언급했던 인터뷰에서 따왔거든요.

N: 제목은 김간지가 생각했어요. (전원 웃음) 아무튼, 곡의 제목이나 키워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멤버들에게 빨리 컨셉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때 (김간지가) 로켓맨 어떠냐고 했는데, 듣고 보니 김정은과 관련된 키워드라서 자극적이고, 정치적 이슈도 건드려보면 좋을 거 같은 거예요.

K: 거기다 이걸 청하가 부른다고? 완전 대박! (전원 웃음)

N: 그러면서 곡이 완전 산으로 가기 시작한 거죠. 멜로디도 더 대중적이어야 할 거 같고. 저는 레퍼런스라고 하면 시미언 모바일 디스코(Simian Mobile Disco)*라든가, 카멜팻 앤 엘더브룩(CamelPhat & Elderbrook)**. “Cola”를 좋아해서 진짜 맨날 들었거든요. 그런 바이브가 나오길 원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이상한 게 나와 버렸죠. (전원 웃음)

  • 시미언 모바일 디스코: 영국의 하우스 그룹
    • 카멜팻 앤 엘더브룩: 영국의 하우스 DJ 듀오



LE: 이번 앨범에서 “로켓맨” 외에도 만들면서 고생한 곡이 또 있을까요?

N: 사실 “통배권”도 만드는 데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컨셉만 먼저 있었고, 노래나 멜로디는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옛날에 버려진 노래 중에 한 곡의 멜로디를 “통배권”에 가져왔어요. 통배권이라는 어감이 너무 좋아서 무조건 타이틀곡으로 만들고 싶은데, 멜로디나 떠오르는 악상에서 출발한 노래가 아니라 소재에서 출발한 노래이다 보니 어떻게 곡을 풀어나갈지 고민이 좀 있었던 거죠. (영감을 얻기 위해) 이것저것 듣다가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를 듣고 만들게 됐어요. 왜 하필 마커스 밀러냐면, 그 사람 노래 중에 권법을 소재로 한 “Bruce Lee”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걸 듣자마자 “통배권”에서는 올드스쿨 힙합을 밴드 사운드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거기서부터 내용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덧붙이자면 실제로 저희 영화를 보시면 “통배권”에 대한 내용이 맨 마지막에 쿠키 영상처럼 들어가거든요. 제가 만화 <쿵후보이 친미>를 검색하고 있고, 통배권을 보고 있는데, 그게 제가 노래를 맨 처음 작업할 때의 순간이에요. 외국에서 통배권을 수련하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감독이 곡 작업하는 걸 찍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오늘 “통배권”을 만든다고 선언을 한 뒤 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두 시간 동안 작업한 걸 찍었는데, 그 버전은 결국 지웠어요. 그러고 나서 마커스 밀러의 곡을 듣고 나서 한 시간 동안 만든 게 지금 곡의 기본 틀이 되었습니다.



LE: “통배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을 드려보자면, “통배권”의 안무도 핫산 씨가 직접 고안하셨을 텐데, 안무에 통배권 동작이 들어가 있나요?

H: 네,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안무를 위해서 통배권 영상을 많이 참고했는데, 태극권이랑 각종 무술 영상들도 참고했어요. 통배권의 막는 동작을 활용해서 안무를 짰고, 그 외 전체적인 무드는 영화 <엽문>의 무드를 많이 참고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영화에서 견자단이 무술 하는 것도 멋있지만, 들어오라고 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안무로) 따 왔어요. 후렴구에서는 도발하는 동작을 넣었고, 가사에 맞춰서 다른 무술 동작을 넣거나 임팩트를 빡 주는 동작을 넣었어요. 그리고 보통 무술 영화 보면 대부분 멋있는 씬은 사실 무술 동작보다 둘이 대치하는 장면이잖아요. 원래 인트로에는 제가 그 부분에서 착안한 안무가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나잠 수가 안무를 좀 더 쪼갰으면 한다고 해서 웃기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잠 수와 제가 한 대씩 때리고 받으면서 시작하는 거로 수정했어요.



LE: “사라지는 꿈”은 기존의 술탄과는 사뭇 다른 트랙이었어요. 파악한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코드도 익숙하고 기타 리프가 바로 귀에 꽂히는 편이라서 AOR(Adult Oriented Rock), 소프트 록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N: 정확합니다. 이 이야기를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에서도 했었는데, 소프트 록이라기보다는 요트 록(Yacht Rock)*이라고 부르시면 될 거 같아요. 풀이하자면 서양판 시티 팝 혹은 AOR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이죠. 예를 들면, 홀 앤 오츠(Hall & Oates)라든가, 보즈 스캑스(Boz Scaggs), 지노 바넬리(Gino Vannelli) 같은 가수들의 작품을 많이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거기에 소리가 좀 더 인디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정 장르로) 태깅하는 게 싫은 거지, 우리에게 우리의 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스틸리 댄(Steely Dan) 같은 것도 많이 참고했죠. 처음 의도는 스틸리 댄 같은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만들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요. 기타 사운드가 좀 더 강조된 건 영향받은 부분이지만요. 그리고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빨리 나온 편이에요. 곡의 전체적인 느낌이 하루 만에 나와서 이제 2집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노래죠. 덧붙여서 처음으로 우리 댄서 핫산이 키보디스트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노래에 춤을 출 순 없거든요. 플레이백에 의존하지 않는 노래이기도 해서요. 어쨌든 음악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라지는 꿈”도 결국은 제약 사항을 안 뒀기 때문에 막 만들 수 있었던 곡인 거죠. 그래서 원래 방향과는 사뭇 다른 게 나왔지만, 저는 너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타이틀곡이 되었죠.

  • 요트 록 : 70~80년대에 유행했던 부드러운 록 음악

H: 거의 발레 같은 거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노래에요. (전원 웃음)



LE: 반면, 앨범의 포문을 여는 “Playaholic”은 이 곡만 놓고 보면, 브라스 세션이라든지, 훵키한 프로덕션 면에서 기존 술탄 음악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곡이에요. 들으면서 팔리아먼트(Parliament)가 생각났는데요. 피처링에 참여한 김아일 씨의 랩 역시 “Dr.Funkenstein” 속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목소리를 연상하게 했구요. 혹시 김아일 씨에게 특별히 주문한 사항이 있었나요?

N: 일단 DJ 소울스케이프(Soulscape) 형이 극찬을 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조지 클린턴이 울고 갈 거래요. (전원 웃음) 김아일한테는 여태까지 했던 랩 중에서 가장 이상하고 괴상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사실 김아일이 요즘 작업하는 걸 많이 들려줬는데, 예전부터 피훵크(P-Funk) 스타일을 엄청나게 하고 싶어했고, 데모도 저한테 어떠냐면서 많이 보내줬었어요. 편곡은 나잠 수와 빅웨이브즈의 옛날 멤버인 투 톤 라이노(Two Ton Rhino)가 맡아줬어요. “Playaholic”이 원래는 투 톤 라이노가 저랑 같이 곡 작업을 하다가 버린 노래 중 하나였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나잠 수식 사운드로 편곡되어 있었어요. 그러다가 버려진 곡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술탄의 앨범에 편입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팔리아먼트 식으로 편곡을 했어요. 멜로디는 금방 만든 편이고, 곡 제목은 핫산이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핫산이 백수가 된 이야기로 채웠고, 앨범 작업 중 마지막에 마무리한 곡이기도 해요.

H: 제가 곡 제목을 정할 때 미용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곡 컨셉을 떠올려 달라고 할 때 이 노래는 더 놀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제 솔직한 심정이기도 해요. 제가 예전에는 일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글래스톤베리에서 공연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보이스톡으로 주간 회의를 하고 그랬어요. 영국에서 새벽 4시가 한국에선 낮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술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가 ‘안 해!’하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12년 만에 쉬고 있어요. 그때 갑자기 문득 워커홀릭(Workholic)이란 단어가 있는데 그 반대말은 뭘까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플레이야홀릭이란 말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 말을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고, 나잠 수가 항상 (세상에) 없던 워딩 같은 걸 좋아해서 제목으로 던졌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N: 덕분에 가사도 금방 나왔어요. 요새 제가 여러 힙합 앨범에 믹싱 엔지니어로 많이 참여하다 보니까 힙합을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사실 제가 요즘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을 하루에 40번 넘게 들어가거든요. (전원 웃음) ‘국힙’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국내 게시판에 많이 들어가요. 힙합엘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디는 따로 없지만 눈팅만으로도 너무 즐겁습니다. 외국 게시판도 안 들어가고, <쇼미더머니> 게시판도 안 들어가고. 오직 국내 게시판. 주야장천 업데이트되는 글 읽어보면서 크크거리는데 재미있어요. 어쨌든 한국힙합을 많이 듣다 보니 “Playaholic”의 가사가 힙합의 라임처럼 써졌어요. 예를 들어, 후렴구 가사가 “일을 멈추고 떠날래 놀아본 놈이 더 잘돼 어제까지는 워커홀릭 오늘부터는 미친놈의”인데, 쓰고 보니 모음이 맞더라구요. 뱃사공도 칭찬했어요. “이거 힙합이네? 여기 가사 라임 정말 잘 짰다”라고 했어요. 영미권 음악에서는 많이 하는 방식이지만, 그걸 한국말로 옮기는 과정이 어렵잖아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라이밍을 잘하는 래퍼들이 찬양을 받는 거구요. 외국 감성을 한글화하는 걸 잘하는 래퍼들의 음악을 듣다 보니 제가 가사 쓰는 방식에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 벌스 부분도 “기계처럼 일사천리 일을 척척 진행해”라고 썼는데, 아무리 들어도 랩 같고, 이런 부분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렇다고 당장 랩을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계속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와중에 김아일이 그 멜로디를 가지고 피처링을 하게 되었고, 역시 김아일이 곡 해석 능력이 좋다(고 느끼게 되었죠.)



LE: 앞서도 언급했지만, 김아일 씨와 뱃사공 씨, 래퍼들의 참여가 이번 앨범에선 유독 눈에 띄는데요. 나잠 수의 솔로 앨범까지 포함하면 블랙넛(Black Nut), 넉살과도 함께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어떤 기준에서 래퍼를 섭외하시나요? 예전에는 래퍼들의 인토네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셨는데, 요새는 취향이 변하신 거 같기도 한데요.

N: 항상 그때그때 멤버들에게 (피처링으로) 누가 좋을 거 같냐고 물어봐요. 다들 누가 좋다, 싫다고 의견을 내다 보니 피처링 라인업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런 면에서 기준은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예전 인터뷰 때는 발성과 발음이 중요하다, 청량감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요.



LE: 래퍼들의 참여도 두드러지지만, “Playahoilc”을 비롯해 많은 곡에 브라스 세션으로 참여한 본 케이(Bone K) 씨,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 씨 얘기도 안 할 수 없어요. 이분들의 연주가 어떤 점에서 마음에 들어 앨범에서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N: 저는 지금 큐 더 트럼펫이랑 교류를 많이 하는 사이인데요. 처음에는 수민이를 통해서 알게 됐어요. 수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의 사일리(SAILLI)와 함께한 코코넛 플레이버(Coconut Flavour) 공연을 클럽 소프(Soap)에서 봤었거든요. (DJ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음정이 정말 정확해서 감탄했어요. 원래 트럼펫이란 악기가 플룻이나 색소폰처럼 리드가 없고, 입으로만 소리를 내는 거기 때문에 음정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는 거랑 똑같아요. 라이브 공연장도 아니고 클럽에서 음정을 잘 잡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김오키 뻐킹매드니스(KimOki Fuckingmadness)에서도 나발을 부는 모습을 보고 재즈부터 EDM까지 다양한 장르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더불어 피제이(PEEJAY) 형이랑 진보(Jinbo) 형이 함께한 마인드 컴바인드(Mind Combined) 무대를 보고서도 여러모로 유틸성이 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또, 큐 더 트럼펫이 세션으로 여러 앨범에 많이 참여했더라구요. 최근에는 페퍼톤스(Peppertones) 앨범에도 참여했는데, 그걸 보고 술탄의 앨범에 참여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죠.

저는 1집 때만 해도 브라스 녹음을 굉장히 어려워했거든요. 왜냐하면, (악기) 한 조가 동시에 멋있게 녹음을 하고 끝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을 때였거든요. 색소폰 세 대, 트럼펫 세 대, 트롬본 두 대, 알토, 바리톤 다 풀세트로 맞춰서 녹음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앨범 제작이 너무 오래 걸렸고, 편집도 힘들었죠. 그래서 큐 더 트럼펫 이 친구 한 명을 붙잡고, 얘를 미디 악기처럼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웃음) 작업실에 묶어놓고 제가 계이름을 치고 입으로 부르면 그걸 트럼펫으로 따라 부는 식으로 바로 녹음을 하게 했죠. 물론, 악기처럼 쓴다는 말은 장난스럽게 한 말이긴 하지만, 진짜 잘하는 친구라 정말 효율적으로 녹음했어요. 곡 해석 능력도 너무 좋아서 없던 라인도 잘 만들어내더라구요. 대표적으로 “Manic Depression”에 있는 트럼펫 라인 중 하나가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거예요.



LE: “Manic Depression”은 사람의 감정 기복처럼 곡 분위기가 계속 전환되고, 그에 따라 가사도 바뀌어서 흥미로운 트랙이었어요. 이 곡뿐만 아니라 앨범을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멤버분들이 경험했던 일이나 각자가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들을 풀어낸 가사들이 보이는 거 같아요.

N: 이제야 가사 쓰는 법을 알게 된 거 같아요. 1집 때는 가사 쓰는 방법이 능숙하지 못해서 억지스러운 걸 컨셉으로 가져가면서 쓴 게 많았어요. 가사 쓰는 방법을 어떻게 터득했냐 물으시면, 그냥 솔직해지면 되는 거 같아요. (웃음) 예전에는 항상 소재를 찾아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재를 찾지 않고 그냥 우리 이야기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핫산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노래에 녹아들게 되었어요. 컨셉이 있다면 “갤로퍼”와 “통배권”을 들 수 있긴 한데, 그 양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으니까 컨셉이 물리지도 않고, 재미도 있고, 솔직함도 있는 거 같더라구요. “사라지는 꿈”도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거 같을 때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보자는 마음으로 가사를 쓴 경우구요. “미끄럼틀”은 작사도 수민이라서 수민이 노래에요. 수민이 노래 중에 “미끄럼틀”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전원 웃음) 농담입니다. [Your Home] 너무 좋은 앨범이에요.



LE: 수민 씨도 그렇고, 큐 더 트럼펫 씨도 그렇고,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은데요.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Super Disco”, “통배권” 그리고 “사라지는 꿈”까지, 앨범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전부 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셨잖아요. 각 뮤직비디오들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나 컨셉, 스토리들을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N: 일단 저희가 (앨범이) 나오면 뮤직비디오를 꽤 찍는 편이고, 직접 만드는 것도 많잖아요. 그걸 안 하기로 했어요. (웃음) 왜냐,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이 되는데, 저희가 노래만 만들고, 앨범만 제작해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려고 했죠. 그런 와중에 “슈퍼 디스코” 때 나이니스트(NiNE-Ist)라는 비디오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게 굉장히 효율적이고, 저희가 기대하는 수준을 아주 빠르게 나오더라구요. 나이니스트와 작업을 더 해야겠다 싶었어요. “슈퍼 디스코” 때 저희가 아무런 노력을 안 했거든요. 앨범만 만드는 것도 힘드니까 그게 중요했어요. 비디오 자체에 신경 쓸 시간도 없었구요. 얼굴도 막 못 생기게 나오면 안 되는데, 사실 (저희가 나오면) 보기 좋은 영상이 안 나올 가능성이 커요. 아무리 잘 찍고 돈을 많이 써도… “슈퍼 디스코” 때는 저희 사진을 붙여서 만들었지만, 이젠 사진도 없애버리자고 했어요. 우리 얼굴 때문에 싫은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H: 재료가 안 좋은 거죠.

N: 그래서 저는 “통배권”을 할 때요. 화로(Hwaro)가 제 문신을 해줬는데요. (화로가) 권법이라든지, 무협지스러운 걸 현대화하는 걸 많이 하다 보니 “통배권” (뮤직비디오를) 화로가 그림을 그려서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화로한테 네 문신이 움직이면 어떨 거 같냐고 했어요. (웃음) 화로가 진짜 바로 무조건 해야 할 거 같다고, 너무 재미있을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지옥으로 떨어졌죠. 본격적으로 컨셉을 짜는 것부터 생각하면 3개월 정도 걸렸어요. 실제 그림을 그리고 붙이는 건 두 달이 걸렸구요. 첫 장면을 만드는 데 2주가 걸렸어요. 왜냐하면, 화로는 애니메이션을 처음 해보니까요. 나이니스트가 전체 애니매틱 시퀀스 플로우를 만들고, 화로가 컨셉과 그림을 담당했죠. 처음에는 당연히 한 장 한 장 그리지 말라고 했어요. 한 장씩만 그려서 일단 붙이고 퀄리티는 그다음에 올리자고 했는데, 화로가 처음부터 움직이게 하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온 힘을 다 써서 인트로를 만들어 버린 거예요. 그 인트로의 퀄리티가 끝까지 가야 하다 보니 지옥으로 떨어졌어요. 지금 다시 한번 이 멋진 역작을 만들기 위해 화로가 고생한 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LE: 화로 씨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셨나요?

N: 축하한다고 하더라구요. (결과물이) 만족스럽대요. 진짜로 저희 취향을 400% 만족시켜줬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마이너하긴 한데, 저희의 취향으로 봤을 때는 진짜 (마음에 드는 정도가) 400%에요.

H: MD든, 뭐든 저희가 제작하면 카톡에 올려서 좋다, 별로다, 난 1번, 난 2번, 이렇게 고르는 작업을 하는데요. 화로가 만든 영상과 포스터가 올라왔을 때는 아무도 불만이 없었어요. 뒤진다, 지린다, 쌌음, 이런 얘기밖에 없었어요. 진짜 지렸는데, (티저 공개하고 나서) 검색해봤더니 우리 팬들은 6년 된 팬심이 달아날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괴물들 같이 나오니까요. 지랑 홍기랑 같이 대가리 붙어 있고, 저는 이마에 눈 하나 더 있고…

N: 팬덤에서 반발이 좀 있었습니다. 징그러운 것의 총합이다 보니 (그랬나 봐요.) 근데 그게 컨셉적으로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컬트, B급 물을 조금만 좋아해도 역작이라는 걸 알 수 있죠.

H: 근데 그 반응은 저희가 티저 풀었을 때 나왔던 거였고, 풀 버전을 풀고 나니까 맥락도 이해가 가고, 어떤 스타일인지를 아니까 (반응이 괜찮았어요) 주변 사람들도 엄청 좋다고 했고, 장난 아니라고 했었어요.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냐면서.




LE: “사라지는 꿈”은 곡 스타일이 그렇듯 뮤직비디오도 역시나 색달랐어요.

N: 스튜디오피보테(Studiopivote)에 의뢰하게 됐구요. 원래는 “사라지는 꿈” 뮤직비디오를 크게 만들 생각이 거의 없었어요. 자체적으로 스타일링의 연장선상 느낌 정도로 찍을까 생각했었는데, 몇 번의 회의 끝에 이 곡을 밀어야겠다, 이걸로 우리가 방구석 신세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중적으로 잘 될 수도 있을 거 같았어요.

K: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고 했는데, 나잠 수가 반대를 했었어요.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잘하는 데가 없다고, 마음에 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그러다가 스튜디오피보테가 만든 걸 바로 보여줬는데, ‘X발 존나 잘한다!’ 해서 바로 컨택했었어요.

N: 피제이 형의 “나비야”를 보고 바로 꽂혔는데, 사실 두려움이 있었어요. 너무 잘 만들어서 우리 예산으로 안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근데 흔쾌히 저희 작업에 응해주시고, 다큐멘터리도 보시더니 그 애잔함을 너무 잘 표현해주셔서 슬픔의 감동이 올 정도로 좋은 느낌의 비디오가 나왔어요. 내용은 다큐멘터리 내용이에요. 그걸 예쁜 그림과 컨셉에 묻혀서 표현한 거죠.



LE: 전반부 수록곡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는데요. 후반부로 넘어가기 전에 앨범의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Aliens”는 나잠 수 씨의 솔로 앨범을 포함해 전작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발라드곡과는 사뭇 다르고,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하는 인털루드 역할을 하는 곡이에요. 앨범의 흐름 상 어떤 의미에서 수록하게 되신 건가요?

N: 일단 환기 역할을 하는 곡이 무조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비트가 굴러다니는 걸 발견했어요. 제가 그냥 건반으로 쳐서 만든 노래인데, 쿨한 느낌이 있는 거예요. 이걸로 잠깐 쉬어가는 타임 삼아 귀를 쉬게 해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제목이 안 정해져 있었는데, (앨범 명을) ‘Aliens’라고 정하니까 자연스럽게 이 곡을 같은 제목으로 하면 있어 보이겠다 싶었어요. 뭔가 어려운 느낌으로 음악성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얕은 수법이었습니다. (웃음)



LE: 들어본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앨범의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나름대로 어떤 식으로 변별력을 두려고 하셨는지 싶은데요.

N: 일단 매시브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곡들은 앞쪽으로 배치했구요. 뒤에는 우선 “미끄럼틀” 자체가 술탄으로서는 새롭잖아요. 새로운 게 인털루드 다음에 나오면 앨범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2부가 시작한다는 느낌을 줄 거 같았어요. 그 점에서 “Aliens”와 “미끄럼틀”이 잘 붙은 거 같아요. 그리고 “미끄럼틀”에 이어서 나오는 노래들도 술탄에게 크게 기대되지 않던 사운드죠. “어쩐지” 같은 발라드곡도 있구요. 적절하게 새로운 것들이 배치됐고, 크게 봐서 공연할 때도 후반부 순서 그대로 해도 신나지 않을까 해요. 특히, “갤로퍼”랑 “깍두기”가 이어지는 게, 마지막을 흐지부지하지 않게 한다고 생각해요.

“깍두기”는 유일하게 예전에 발표했던 곡이에요. 붕가붕가 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믿거나 말거나]에 들어간 곡인데, 어쨌든 녹음은 다시 했고, 편곡도 조금 바꿨어요. 원래 버전은 좀 듣기 싫고 거칠게 흐느적거리면서 불렀는데, 다시 하니까 별로 촌스럽지 않게 들리는 거예요. 그러고 듣다 보니까 디스코보다는 하우스에 가까운 노래 같더라구요. “갤로퍼”는 노래도 길고, 안에 온갖 종류가 다 섞여서 잡탕 찌개처럼 막 어울려서 나오잖아요. 그런데 큐 더 트럼펫과 본 케이 씨의 브라스 편곡이 완벽하게 떨어지면서 프로그레시브 어덜트 컨템포러리 하우스 힙합이 됐어요. (전원 웃음) 처음에는 록 사운드로 나오다가 브라스가 나오면서는 뭔가 재즈적인 느낌이 있죠. 그러다가 후렴 가서는 트로트가… 사실 예전에 후보곡으로만 있던 노래인 “병든 그대”의 무드를 이어받아 온 게 “갤로퍼”인데요. 저는 타바레스(Tavares) 같은 사운드를 해보고 싶었어요. 타바레스가 소울이지만, 들어보면 남진의 원류 같은 느낌이 나잖아요. 빰~ 빠바빱빠빠~ 약간 유치한 멜로디, 같은 코드에서 1도 음으로 떨어지는 멜로디가 뽕끼를 만드는 거 같아요. 그런 걸 하이브리드하게 섞어 넣어보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멤버들이 다 싫어했어요. 왜 뽕짝을 만들었냐고.

H: 저는 처음에 들었을 때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구요. 제목도 갤로퍼인데, 트로트 느낌이 있으니까 ‘아, 이 인간이 갈 데까지 갔구나’ (싶었어요.)

N: 근데 저는 그런 게 술탄답게 잘 풀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서 (기존의 술탄과) 잘 결합한 노래가 아닌가 싶어요. 술탄다우면서도 기존 장르 문법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는 걸 잘 방증하는 노래죠. 앞으로 “갤로퍼” 같은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대중적으로는 가망이 좀 없긴 한데, 혹시 또 모릅니다.



LE: 후반부 곡에 관한 이야기를 쭉 해주셨는데, “어쩐지”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덜 나온 거 같아요.

N: “어쩐지”는 무조건 발라드를 써야겠다, 알앤비, 리듬 앤 블루스를 앨범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시끄럽고 빠른 노래를 싫어한다는 편협한 시각에 갇혔었거든요. 일단 무조건 만들자 해서 만들었고, 하지만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바이브가 조금 들어갔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너무 정통 소울 발라드는 못 만들겠더라구요. 그래서 BPM을 요즘 BPM으로 설정했죠. 65 정도.



LE: 이펙트를 걸어서 사운드에 잔향을 남기려는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나요?

N: 네, 얼터너티브 알앤비랑 사실 크루앙빈(Khruangbin)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 인상을 많이 받아서, 사운드적으로 오히려 건반이나 전자음보다 밴드 사운드가 전면에 부각되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러프한 사운드이면서도 요즘 BPM이면 좋을 거 같았어요. 그 외 요소들은 전부 다 올드하게 담아내기로 했죠. 드럼 톤도 진짜 먹통 드럼을 만들었구요.



LE: 얘기를 하다 보니 이번 앨범에 섞인 게 진짜 많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리듬은 어떻고, 사운드는 어떻고, 여러모로 복합적인데, 그런 만큼 믹싱이나 마스터링, 엔지니어링적인 측면에서 특정한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우셨을 거 같기도 해요.

N: 제가 외부 작업을 많이 하는데, 생각보다 제 작업할 때 신경을 안 쓰는 편이예요. 보컬을 믹스하는 게, 트랙이 데모 버전에서부터 발전한 거라서 정리된 믹스 트랙이랑 좀 달라요. 누군가가 저한테 파일을 정리해서 보낸 거랑 좀 다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믹스 방향이 잡혀 있었어요. 그냥 그대로 가면 되는데, 마스터링이 조금 어려웠죠. 왜냐하면, 그렇게 익숙하게 듣던 걸 마스터링하자마자 다 파괴해야 했거든요. 보통 마스터링할 때는 항상 최신 멜론 차트를 듣고 거기에 음량을 맞춰야 하거든요. 그 기준으로 맞추니까 제가 열심히 듣던 믹스 감각이 다 파괴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파괴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했는데, 사실 그전까지 제가 맡아온 작업이 아니면 파괴된 소리가 맞는 답일 수도 있어서 그냥 그렇게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듣던 게 있고, 거기서 바뀌니까 마스터링을 두 번 했어요.



LE: 믹스, 마스터링 과정에서는 멤버분들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는 편인가요?

K: 1집에는 관여를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나잠 수의 믹스를 믿으니까요. 이 사람도 그걸로 돈 버는 사람인데, 잘하겠죠.

N: 직업이 믹싱 엔지니어인데… 아무튼, 믹스는 진짜로 별로 고민 안 했어요. 오히려 편곡이나 다른 쪽으로 돌아가야 하지, (이상하면) 믹스가 문제가 아니라 곡이 잘 못 만들어진 거예요. “Manic Depression”이 그 점에서 조금 힘든 점이 있었어요. 아무리 악기를 채우고, 빠방하게 하려고 해도 안 신나서 왜 이럴까, 뭐가 문제일까 끝까지 고민한 전투의 흔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믹스를 바꾸기 전에 편곡을 바꾸면 금방 해결되기도 해요. 이건 편곡자이자 믹싱 엔지니어라서 할 수 있는 말이겠죠.



LE: 그 두 가지 역할을 도맡으시다 보니까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계시겠네요.

N: 그렇죠. 처음 데모 단계든, 초창기 녹음 단계든, 그때부터 제가 믹스되지 않은 소리를 못 견디기 때문에 조금씩 쌓아가면서 해요. 믹스 기간이 따로 없어요. 반대로 마스터링은 제 믹스가 깨지는 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어려웠고, 힘들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아마 다른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쓰지 않는 신기술 하나를 개발했어요. 업계 비밀, 영업 비밀입니다. 비싼 값에 기술을 팔순 있어요. 게임 엔진 팔듯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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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종합적으로 봤을 때, [Aliens]는 팀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사운드는 물론이고, 가사 면에서도 고민하고 시도한 게 느껴진 앨범인데요. 그런 만큼 1집처럼 술탄만의 뚜렷한 하나의 컨셉을 완성했다기보다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밴드의 과도기적 모습을 담은 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을 하게 될까요?

N: 저희는 이제 진짜 디스코를 안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디스코는 이름일 뿐이고, 저희가 하면 (사람들이) 디스코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Super Disco”라는 노래를 냈을 때, 전형적인 디스코 사운드고, 이제 술탄은 별로라는 반응을 봤어요. 진짜 ‘띠용?’ 했습니다. 밴드 이름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고, 곡 제목이 “Super Disco”기 때문에 사람들은 디스코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거나 해도 되는 거예요. 다음 앨범은 헤비메탈이 될 수도 있어요.

K: 제 생각에는 1집 때도 고유의 것이 만들어졌어요. 사람들이 그걸 디스코라고 칭하는 건데, 사실은 디스코가 아니라 술탄만의 시그니처에 가까운 사운드가 생긴 거였어요. 2집이 아무리 훅 갔다고 하더라도 그 냄새가 남아 있을 테니까 저희가 3집을 냈을 때도 이게 디스코가 맞는지에 대한 논쟁은 둘째 치고 저희 냄새가 묻어 있겠죠. 그래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해요. 다른 장르로도 넘나들 수 있게 된 거죠. 디스코라는 밴드 이름이 제약을 주는 게 되게 많았거든요.

N: 제가 원래 만들고 싶었던 2집의 방향은 퀸시 존스(Quincy Jones) 같은 거였어요. 빅 밴드, 오케스트라가 더럽게 섞여 있는… 1집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다 풀지 못한 거였구요. 그 완성을 2집에서 하겠다고 생각했었죠.

K: 1집 때는 저희도 동조했었어요. 이 시점에서 그렇게 하는 건 X나 멋있는 거라고. 디스코라는 장르에 프로덕션을 X나 때려 박아서 빅 밴드로. 실제로 그때 빅 밴드를 섭외 했었어요.

N: BBA(Brass Brother Allstars)라는 재즈 빅밴드를 섭외해서 같이 앨범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기술도 많이 달리고, 셀프 프로덕션으로는 꽤나 허점이 많았기 때문에 고생 끝에 낼 수 있었어요. 그때는 완벽한 걸 내야 하는 줄 알았어요. 한 번 내고 나면 그다음 걸 잘하게 된다는 걸 잘 몰랐죠. “버터플라이” 같은 노래가 하고 싶었던 방향의 끝에 있는 노래죠. 엄청 블루스에 완전 풀 오케스트라가 붙는, 근데 사실 그게 5인조 밴드 사운드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괴리 같은 게 문제가 있었어요. 그렇게 붙여서 만든 곡들이 몇 개 있는데, 노랫말이 안 붙는 거예요. 그냥 그걸로 끝이고, 경음악으로 가야 해요. (웃음) (1집 때는) 진짜 TV 시리즈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퀸시 존스가 만든 “Ironside”가 가장 대표적이죠. 정말 어려운 텐션의 브라스가 막 난리가 나는 그런 TV 시리즈 음악을 제가 한창 디깅할 때가 있었거든요. 한 곡이라도 그렇게 만들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저한테는 너무 큰 산이에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구요. 음악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솔직히 지금 시대에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안 남은 거 같아요. 많이들 돌아가신 거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분명히 뻔한 편곡이었을 텐데, 계승이 안 된 거 같아요. 그나마 <인크레더블 2> 음악 감독인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제일 잘하는데, 그래도 6, 70년대 어려운 재즈 하모니의 빅 밴드 스타일은 못 구현하는 거 같아요. 스탠다드 재즈처럼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려운 텐션 두 개만 써서 빡 끌고 가는 건데요. 그 텐션이 사실은 재즈라기보다는 브람스(Brahms)로부터 파생한 20세기 초에 유행한 사조에요. 그게 음악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장르여서 그런 거에 목숨 걸고 있어 봐야 제 만족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거 같더라구요. 그걸 계속 고집했으면 2집을 못 만들었을 거예요. 아마 지금도 재미없다면서 안 한다고 놀러 나갔을 거예요. 그래서 일단 자유롭게 지를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는 게 2집의 방향이 된 거 같아요. 뭐 하나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K: 돈 세게 벌면 또 할 수도 있겠지. 근데 우리나라는 브라스 연주자 구하는 게 제일 힘든 거 같아.

N: 연주자도 연주자인데, 편곡이 당시에는 그 수준이 이거 붙이고, 이거 붙여서 만드는 티피컬한 거였을 거야. 그때의 편곡 기술자들이 많이 안 남아 계신 거 같아. 퀸시 존스가 그 계열의 한 축이었지. 근데 퀸시 존스는 너무 고급지잖아요. 고급 말고 쌈마이로 그런 걸 계속 찍어내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지금 시선으로 보면 굉장히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움직임, 운율들이 많은데, 그걸 기계처럼 찍어내던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을 거예요. 그 계보가 한국은 원래부터 없었어요. 술탄 1집을 그걸 목표로 했었는데,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했었죠. 아무튼, 진짜 작살 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대표적으로 <코자크(Kojak)>라는 70년대 TV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거 테마송이 진짜 죽여줍니다. 빰 빠빠~ 하는데, 거의 <스타워즈(Star Wars)>인데, 디스코에요. (전원 웃음)



LE: 이제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데요.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잃었다가 다시 찾아가는 과정도 있었고 하다 보니 지금 어떤 기분들이신지 싶어요. 앨범이 발매되고 얼마 안 지났지만, 뭔가 해소됐다는 느낌이 좀 있나요?

N: 지금 기분 좋습니다. 단독 콘서트라든가, 굵직굵직한 스케줄들이 끝나면 창작을 바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문법, 규율, 원류, 이제 그런 음악 안 하려구요. (웃음) 감별사, 평론가적 음악 이런 거 안 하려구요. 그동안 너무 평론가적 음악을 만들어 왔어요.

K: 1집 때는 항상 디스코에 사명이 있다고 이야기했었어요. 그 얘기 들을 때마다 항상 마음속으로 ‘X까고 있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왜 거기에 사명을 가져야 하는 건지… (웃음)

N: 어쨌든 한국에서는 명맥이 없는 사운드였기 때문에 그걸 한국에 맞게 로컬화하는 건 중요한 숙명, 과제 같은 거로 생각했었어요.

K: 물론, 그 존재 자체가 튀어나온 건 의미가 깊죠. 근데 나잠 수는 거기에 필요 이상으로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술탄이 나아가야 할 길, 디스코 하면 우리, 한국 디스코의 계보를 쓴다.

H: 며칠 전에 라디오 인터뷰를 하는데, 진행하시는 분이 나잠 수를 보면 디스코 계의 성경, 코란 같은 게 집에 모셔져 있어서 매일 절할 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K: 디스꼰대. 디스콘대. (전원 웃음)

N: 제 음악 리스닝의 바탕이 완전 빌보드 차트거든요. 55년부터 95년까지 연도별로 100곡씩 갖고 있어서 그거만 맨날 들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저만의 룰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좋은 노래를 찾으면 다 음반으로 연결했죠. 그렇게 음악을 듣다 보니까 시대에 대한 감이 너무 명확해지더라구요. 71년 사운드랑 79년 사운드가 완전 다르거든요. 82년쯤부터 79년부터 사운드를 유지하던 밴드들이 다 별로가 됐고… 그런 히스토리, 타임라인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있어서 창작에 엄청 방해되는 거 같아요. 예전엔 뭘 만들면 연도부터 떠올랐어요. (웃음) 근데 그게 찌질한 거 같아요.



LE: 에너지 측면에서 나잠 수 씨는 큰 스케줄이 끝나면 창작을 바로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셨는데, 다른 멤버분들은 어떠신가요?

K: 저희가 항상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글래스톤베리에 나간 게 결국엔 양날의 검 같은 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엄청나게 큰 행운이었단 말이에요. 미처 생각도 못 했는데 모든 밴드나 음악가들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 갑자기 일어나버린 거죠.

N: 아마 만화 <벡>에서 주인공의 목표가 글래스톤베리에서 공연하는 거였던 걸로 기억해요. (웃음)

K: 저희는 전체 권수로 치면 한 6권 정도인데, 갑자기 엔딩이 팍하고 터진 거죠. 그때가 제일 신났어요. 여러 가지 부분이 있었지만, ‘와, X발 우린 X됐다. 끝났다. 게임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각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거죠. 왜냐하면, 거기에 갔다 온다고 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진짜 그냥 명예. 지나가다 홍대 아는 뮤지션 만나서 축하한다고 얘기 들으면 좋은 기분 갖고 집에 와서 자는 거죠. 누가 악플 달면 ‘응~, 그래 난 글래스톤베리 갔다 왔어’ 하는 정도. 뭔가 생활이 나아지고 그런 건 없었어요. 저희도 가기 전에 분명히 나아질 건 없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마음속에 또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도 X발 좀 나아지지 않을까. 뭐라도 좀 떨어지지 않을까. 결국은 없었지만, 그런 식으로 신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됐죠.

N: 그런 와중에 싱글마다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프로덕션, 컨셉들 총동원하고… 결과적으로 “SQ (We Don’t Need No EQ IQ)” 때랑 “니온 라이트 (Neon Light)” 때는 공연을 해야 하니까 싱글을 만든 거였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그 노래들이 구린 거예요. 억지로 막 만들었는데, 안 좋으니까 창작이 잘 안 되고 음악을 안 듣게 됐죠. 요즘도 음악 잘 안 듣고 영국 래퍼 거 듣고 그래요.

K: 그때 만든 싱글이 구리다는 건 나잠 수의 문법상 구린 거예요. 난 “SQ (We Don’t Need No EQ IQ)” 되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N: 아냐 아냐. 문법상으로는 오히려 괜찮았고, 멜로디가 구리고 송라이팅이 구렸어요. 난 뜬뜨든 뜬뜨든 그 라인 자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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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나잠 수가) 꼰대 기질이 있어요. 저희 멤버 이름 나갈 때 핫산, 김간지, 한 다음에 디스꼰대라고 넣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웃음)

K: 맨날 추구하던 블루스 그런 거잖아.

N: 맞아. 그렇게 잘했어. 그런 룰들은 잘 지켰지. 근데 노래가 구린 걸 어떡해. 아무튼, 토니 마세라티의 프로듀싱까지 받아가면서 했는데, 노래 자체가 썩 힘이 있었다고 생각 들지 않았어요. 어떡하나 싶다가 나잠 수 솔로를 만들어야겠다 했죠.

H: 이야기가 좀 샜는데, 전 개인적으로 저희가 완전하지 않던 건 아니지만, “사라지는 꿈” 같이 저희를 모르고 들어도 딱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넘버가 생긴 거 같아요. 그것과 원래 컬러가 섞인 상태로 올해 활동을 하면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해요. 마침 그걸 알아볼 수 있게 “통배권”이랑 “사라지는 꿈”을 더블 타이틀로 했는데, 저희가 봤을 때는 뮤직비디오가 괜찮게 나왔거든요. “통배권”은 일단 그냥 너무 좋고, “사라지는 꿈”은 저희가 절대 할 수 없는 스타일인데, 스튜디오피보테에서 너무 잘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어떻게 보일지 되게 궁금해요.

N: 선공개 싱글 두 개를 냈을 때만 해도 조금 회의감이 들기는 했어요. 싱글로는 그 정도 반응밖에 안 나오긴 하는데, (사람들이) 술탄에 기대를 안 하는 거 같은 거죠. 근데 유튜브 조회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3일 만에 1만 회를 넘겼는데, 여태까지 냈던 비디오 중에 제일 빠른 속도에요. “통배권”이 파워가 있어요.



LE: 단독 콘서트가 17일에 있을 예정인데요. 공연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N: 셋은 얼마 전에 만들어졌어요. 1집 곡과 2집 곡을 적절히 분배해서 2집의 신남을 초반부에 배치하고, 기존 셋의 신남을 최후반부에 배치하고, 중간을 믹스하면서 저희 체력을 고려했죠. 노래와 춤을 같이 하는 건 정말 힘듭니다. 체력도 올려놔야 해서 (요새) 집에서부터 걸어 다니기를 하고 있어요.

H: 저희가 안 어울리게 아이돌들처럼 체중 체크를 하고 있어요. 기타리스트부터 시작해서 체력 체크를 하고, 관리해야죠. 사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저희가 예상하는 정도보다 더 큰 공연장을 잡았는데요. 저희는 원래 공연에서 음악 플러스로 쇼 적인 면을 중요시하는데, 이번에 무대 장치에 돈을 좀 썼어요. 예를 들면, “갤로퍼” 할 때는 무대 위에 진짜 갤로퍼를 올리려고 했어요. 장 끌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이 볼보(Volvo) 광고한 것처럼 차에 탄 채로 등장하려 했는데, 차가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통배권” 할 때는 와이어에 묶어서 치면 빵 하고 날아가게 하려 했는데, 그걸 사람이 한 번 하는데 250만 원이라고. 그래서 빼. (웃음) 몇 가지가 사라지고 있긴 한데…

K: 아무튼, 저희는 폭파시키고, 조질 겁니다. 단독 콘서트에서 한 번 잘해보려구요.

N: 정말 화려한 무대가 될 겁니다. 예스24 라이브홀(Yes24 Livehall)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무대가 아닐까 싶어요. 일단 화염은 기본이고, 다른 옵션들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스물세 곡 할 거예요.



LE: 이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단독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향후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또, 예정 중인 해외 페스티벌이 있는지 싶은데요.

H: 12월에 <빅 마운틴 뮤직 페스티벌(Big Mountain Music Festival)>을 하러 태국에 가요. 원래 작년에 잡혀 있던 건데, 태국 국왕이 서거하셔서 태국 내에 모든 페스티벌이 다 취소됐었어요. 올해 마침 2집 내고 다시 가게 됐어요. 태국에서는 제일 큰 페스티벌이라고 하더라구요. 이건 단독 콘서트 전이고 이미 발매된 거긴 한데, <디깅 클럽 서울(Digging Club Seoul)>이라고, 옛날 노래 중에 사람들이 좀 더 들었으면 하는 노래를 리바이벌하는 네이버(Naver) 쪽 프로젝트로 노래가 나왔어요. 나잠 수가 어떤 곡을 할까 하다가 이재민 씨의 “제 연인의 이름은”을 하기로 해서 냈어요.



LE: 얘기를 쭉 듣고 나서 보니까 술탄의 최근 정체성은 ‘뭘 하고 싶은 거지?’ 자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네? 아무튼, 술탄이네?’ 약간 이런 느낌인 거죠.

N: 이제는 ‘이번에는 이걸 해봤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웃음) 나중에는 트랩을 밴드 사운드로도 할 수 있는 거죠.

K: 다 해놓고 ‘술탄입니다. 어쩔 건데? 술탄이라고’인 거죠. (전원 웃음)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여태까지 과정을 거쳐온 거죠.

N: 앨범에 수록되진 않았지만, “레게맨”이라는 레게 노래도 있었어요. 근데 레게를 안 하는데 레게를 하는 게 레게 뮤지션들을 욕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그것도 홍기가 부를 예정입니다.

H: 아무튼, 계획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요즘 시대가 영상 콘텐츠가 많은 시대니까 저희끼리도 막 유튜버들 수준으로 찍지는 못하겠지만, 몇 가지 기획해서 찍어볼까 하는 게 있긴 해요. 예전부터 뱃사공이 하는 <내일의 숙취> 같은 건 한 5년 전인가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한번 해보자고 한 적 있었던 거거든요. 게스트까지 불러서 하는 건 안 되겠지만, 저희끼리 술을 자주 먹는 편이라서 X나 만취한 채로 찍어보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욕하거나 해도 어차피 편집이 되니까.



LE: 앞으로의 활동이 너무 기대됩니다. (웃음)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CREDIT Editor Geda, Kimioman, Melo

Photo ATO

2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4 대현자님11.15 15:43 읽는 내내 개웃었다..그리고 슬슬 술탄이 갓의 반열에 오르는것같다..


추천 댓글 시크릿맨11.15 16:10 잠수형사랑해요..

추천 댓글 두만강송강호11.29 13:22 웃기고자빠진 얘기도 많고 음악적으로 진지한 얘기도 많고 인터뷰 넘 알차다 재밌게 보고가요~

추천 댓글 title: Lil Uzi VertUnFazed12.19 00:28 사랑해요 잠수형 지형 간지형 홍기형 핫산형 사랑해요 술탄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129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