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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e Lo Green - The Lady Killer
강일권 작성 | 2010-11-17 00: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1 | 스크랩스크랩 | 22,719 View
Artist: Cee Lo Green
Album: The Lady Killer
Released : 2010-11-05
Rating : RRRR+
Reviewer : 강일권
아웃캐스트(Outkast)와 함께 애틀랜타 힙합 씬의 텃밭을 일군 그룹 구디 맙(Goodie Mob)의 프론트맨으로 시작한 씨 로 그린(Cee Lo Green)의 음악 여정은 소울 머신으로 재탄생한 솔로 시절을 거쳐 댄저 마우스(Danger Mouse)라는 또 한 명의 기인과 힘을 합쳐 장르의 경계를 황홀하게 무너뜨린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로 절정을 달렸다. 그리고 이제 다시 소울 머신으로 빙의한 그는 ‘레이디 킬러’를 자처하며, 소울과 훵크 음악을 유혹의 도구로 삼아 그 절정의 순간을 이어간다.
전체적으로 60-70년대 모타운(Motown)과 스택스(Stax) 시절의 고풍을 간직한 이번 앨범은, 그동안 씨 로의 행보를 생각했을 때 그리 새로울 건 없는 작품이다. 씨 로의 음악적인 뿌리 깊은 곳에는 항상 소울이 있었고, 팝 음악계 전체적으로 봐도 옛 음악의 감흥을 훌륭하게 재현한 음반은 매년 한두 장씩 있어왔으니까. 중요한 건 [The Lady Killer]가 적어도 근 10년간 나왔던 비슷한 성향의 걸작들 중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앨범에는 소울과 훵크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로큰롤과 디스코 사운드, 그리고 감칠맛을 내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테마가 매우 깔끔하고 적절하게 혼재되어 있다. 최근 핫한 주목을 받고있는 뮤지션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속한 프로덕션 팀 더 스미징톤스(The Smeezingtons)와 영국 출신의 프래셔 티. 스미스(Fraser T. Smith) 등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지녔으면서 신선한 이름의 프로듀서들과 베테랑 프로듀서 살람 레미(Salaam Remi)가 매우 탄탄하게 프로덕션을 책임졌고, 씨 로의 탁월한 보컬 어레인지와 막힘없고 소울풀한 보컬이 완성도에 단단히 매듭을 짓는다.
골드 디거(Gold Digger)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심경을 코믹하면서도 애틋하게 표현한 첫 싱글 “Fuck You”는 그 제목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하는 곡이다. 경쾌한 건반, 훵키한 기타 리프, 역동적인 퍼커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Fuck You’를 날리며,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질주하는 씨 로의 보컬이 만나 엄청난 감흥을 선사한다.
앨범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구간을 뽑는다면, “Cry Baby” – “Fool For You” – “It’s OK”로 이어지는 라인을 뽑고 싶다. 한가득 퍼지는 레트로 소울의 향취도 대단하지만, 그 안을 수놓는 멜로디의 유려함은 오늘날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세련되고 복잡한 구성의 멜로디와는 또 다른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베이스에서 고(故)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을 느낄 수 있는 트랙 “Bright Lights Bigger City”와 첩보 영화, 또는 서부 영화의 오프닝 테마와 엔딩 테마로 각각 어울릴만한 “Love Gun”과 “Bodies”, 그리고 두-왑(Doo-Wop) 사운드의 전형적인 감흥이 녹아있는 “Old Fashioned” 등도 본 작의 중요한 순간을 장식한다.
참으로 귀가 즐겁고 한 곡 한 곡이 맛있고 달콤하다. 15년 넘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비범한 재능을 뽐내던 씨 로는 다시 한 번 이렇게 걸작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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