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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인터뷰 히피는 집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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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10월 15일 (금) 11:18 판 (새 문서: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11 17:05추천수 20댓글 24 thumbnail.jpg 아이러니한 일이다. 근래 들어 알앤비는 얼터너티브함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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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11 17:05추천수 20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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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일이다. 근래 들어 알앤비는 얼터너티브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기존의 알앤비와는 다르기를 원하는 그 얼터너티브함이 대세가 되고 유행이 되었다. 때문에 불과 4,5년 전에는 무지막지하게 힙했던 스타일도 이제는 비슷한 결의 아티스트를 묶을 수 있을 만큼 하나의 완전한 범주가 되었다. 현대의 알앤비에 진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하는 시점은 바로 그런 지금이다. 히피는 집시였다는 그 물음에 자신들의 음악으로 태연하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굳이 장르로 규정짓는다면 '아시안 얼터너티브'라고 하고 싶다는데, 그 어떤 말보다도 가장 그럴싸한 정의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그들은 어떤 시류를 의식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얼터너티브함을 실천해냈다. 인천의 검암에서 자연을 느끼며 생겨난 생각과 감정, 그리고 진리를 담아낸 [나무], 그리고 히피와 집시가 되고 싶었던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LE: 우선, 생소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많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제이플로우(Jflow, 이하 J): 보컬하는 친구 셉이랑 프로듀싱으로만 참여하는 저 제이플로우(Jflow)로 구성된 히피는 집시였다라는 팀이구요. 팀 포맷을 정확하게 규정짓기는 힘들지만, 그냥 보컬 셉이랑 저랑 둘이서 음악하는 팀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와비사비룸(Wavisabiroom)에서 랩도 하고 있습니다.


셉(Sep, 이하 S): 저는 히피는 집시였다의 보컬이고, 그 안에 전반적인 가사를 책임지고 있는 셉(Sep)입니다.




LE: 일단 팀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음악도 트렌디한 편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앨범이 나온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트위터, 인스타그램, 음악 커뮤니티 등지에서 나름대로 반응이 계속 올라왔던 거 같아요. 저희 힙합엘이에는 피지컬 CD 언박싱 후기도 올라왔었구요. 지금까지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S: 저는 힙합엘이 국내게시판은 자주 들어가거든요. 가끔 한번씩 올라오더라고요. 처음에는 당연히 엄청 좋았죠. 전 정규 앨범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댓글 하나든, 인스타그램 팔로워 한 명이든 다 좋았어요. 근데 지금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웃음) 요즘은 더 빨리 이름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J: 속세에 물들어 가지고… (전원 웃음) 일단 기분 좋았죠. 원래는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누르면 되겠다 했는데, 나중에는 저희가 일일이 댓글도 못 달 정도로 반응이 많이 올라오게 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반응도 좋지만, 요즘은 그다음 앨범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앞서는 거 같아요. 고질병이죠.




LE: 원래는 프로젝트성으로 하려 했다가 리액트가 많다 보니 좀 더 연장해서 하게 된 걸까요?


J: 이때까지 팀이 아니었던 것뿐이지, 서로 엄청 오래 보고 거의 팀처럼 지냈거든요. 원래는 옆에서 기본적인 드럼만 잡아주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조명근이라고, 우리 앨범에 기타를 친구가 있는데요. 그때 그 친구랑 작업실에서 놀면서 기타를 치니까 얘가 노래를 하더라구요. 그걸 보고 “야, 이거 녹음해서 노래 하나 만들어 봐라.”라고 해서 나온 게 곡(Gok)이라는 이름으로 냈던 “song”이었어요. 제가 드럼 붙여주고, 와비사비룸의 에이뤠(Arwwae) 형이 믹싱까지 해서 탄생했죠. 짱유(JJANGYOU)가 그 노래를 엄청 좋아했어요. “솔지”라는 노래도 이 곡을 샘플링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LE: 조명근 씨 얘기를 잠깐 해주셨는데, 앨범에 기타와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하셨으니 좀 더 이야기를 풀어주시면 어떨까요? 셉 씨와 인연이 긴 거로 알고 있는데요.


S: 처음에는 실용 음악 하는 다른 대학 친구가 한 명 있어서 같이 어울리게 됐었어요. 명근이도 성격이 어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거든요. 모든 베이시스트분들이 그렇겠지만, 원래는 베이스를 치다가 기타를 쳐야겠다고 해서 지금은 둘 다 연주할 줄 알아요. 그 친구도 저처럼 한창 방황하던 때가 있어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그러다 제이플로우 형이 동생들이 방황하고 있으니까 모아서 음악을 만들자고 했던 거죠. 그렇게 나온 게 [섬]이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저희의 모든 노래에 기타랑 베이스를 쳐줬어요. 기여한 바가 크죠. 그 친구가 자기만의 색상이 강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었어요. 강했다면 저희 음악에 묻어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죠. 셉이 말한 것처럼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확실히 도움이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전 래퍼, 싱어가 아니더라도 음악가는 이야기를 펼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셉이 보컬 라인이나 가사로 이야기를 펼쳤다면, 명근이는 기타로 이야기를 펼쳤다고 봐요. 기타리스트로서 펼칠 수 있는 세계를 펼친 거죠.




LE: 그럼 히피는 집시였다는 세 명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J: 그것도 생각해봤었는데, 지금 제가 빠져 있는 사운드가 기타를 많이 기용하는 편이긴 하지만, 멀리 봤을 때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우리 팀의 멤버면 기타를 넣고 싶지 않은 곡에도 무조건 기타를 넣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제한적 여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좀 더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갇힐 수도 있겠다 한 거죠. 그렇지만 지금으로써는 거의 팀의 멤버로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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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렇군요. 일단 팀 이름과 결성 계기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보통 팀 이름의 뜻은 잘 묻지 않는데, 워낙 개성이 넘쳐서 궁금하더라구요.


J: 언젠가 한 번 셉이 군대에 가야겠대요. 근데 군대에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그만둘 거 같으니 제대해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길 듣고 제가 ‘음악을 한 시간이 5, 6년은 됐는데, 앨범 하나 못 만들지 않았어? 그래도 헛되게 보낸 시간이 아니니까 그 시간을 기록하는 앨범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게 어때? 그러고 깔끔하게 그만둬.’라고 했었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친구가 혼자 모든 걸 하기가 버겁겠더라구요. 랩하고 노래하는 친구니까 프로덕션, 믹스, 마스터링은 누가 해줘야 할 거 같고, 셉이 또 이 모든 걸 뚫고 나갈 재량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줄 테니까 하자고 했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악을 조금 더 생활화하는 거예요. 그래서 셉이랑 저랑 아까 말씀드렸던 기타 치는 조명근이라는 친구까지 셋이서 매주 두 번씩 송캠프를 가졌어요. 거기서 나오는 곡을 셉 개인 앨범에 넣자고 했죠. 사실 기타 치는 친구도 점점 음악에서 멀어진 생활을 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래서 제 태도를 이 친구들한테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전 누군가가 시간 맞춰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듯 음악하는 사람들도 영감이니 뭐니 폼만 잡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 그러지 않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나온 게 [섬]이에요. 그때 저는 남한테 어설프게 돈 조금 주고 맡기면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올 거 같아서 플러그인을 포함해서 믹스 장비까지 샀었어요. 4개월 정도는 노래를 만들고, 4개월 정도는 믹스를 했었죠.


S: (그때 형이) 엄청 힘들어했어요.


J: (믹스를) 50번 넘게 한 것도 있어요. 믹스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짧고 이른 시간에 정리가 된다는 거예요. ‘하이햇 소리는 이 정도, 킥 소리는 이 정도?’ 이렇게요. 근데 전 그런 감이 없으니까 계속 믹스다운해 가면서 들었어요. 아마 비디오 제작까지 합치면 총 1년 걸렸을 거예요. 다 만들고 나서는 유통사를 찾아야 했는데, 제가 연락할 수 있는 데는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Luminant Entertainment), 윈드밀이엔티(Windmill ENT) 같은 소규모 유통사 정도였어요. 근데 제가 민제(Minje) 형이랑 같이 한 “Flashback” 작업 때 똘배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요. 그때 곡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똘배 형이 “한국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비디오를 찍자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결국에는 스톤쉽(Stoneship)이랑 같이 하게 된 거죠. 나오게 된 과정은 그렇고, 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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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여러 가지 이름이 나왔었는데요. 형이 우드스탁(Woodstock) 같은 걸 되게 좋아하고, 히피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히피라는 말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집시라는 말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히피 집시’로 하자고… (전원 웃음) 좀 별로잖아요. 그러다 제가 ‘형, 근데 히피도 원래는 집시였대요.’라고 했더니 형이 히피는 집시였다로 가자고 하더라구요. (전원 웃음)


J: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인천 서구 검암 쪽이 뭔가 히피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전원 웃음) 수도권에서 자연을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심적으로 편안하다고 할까요? 인간에게 되게 필요한 것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면, 이쪽 산 주변에 벼가 엄청 심어져 있어요. 그 벼들을 보면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같은 말을 몸으로 느끼는 거예요. 책으로 봤을 때는 몰라요. 근데 히피 문화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느낀 게 있어요. 우리가 ‘자연스럽네!’라는 말을 쓰잖아요. 그 말을 실제로 자연을 마주하며 뱉을 때랑 아무렇게나 무의식적으로 쉽게 내뱉을 때랑 그 의미가 아주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그래서 그 말을 쉽게 안 쓰게 됐고, 요즘 ‘자연스러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연스럽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눈앞에 자연이 있으니까요. 그냥 그런 게 자연과 함께 지내는 걸 꿈꿨던 히피들의 문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그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 받아들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LE: 혹시 그럼 자연을 직접 느끼기도 하지만, 책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피(National Geographic) 같은 루트로도 경험하려 하는 편이신가요?


J: 다큐멘터리 많이 보려고 해요. 말씀드렸다시피 자연은 되게 느낌적이에요. 근데 다큐멘터리는 거기에 설명을 추가하잖아요. 그 설명이 제가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찾아보는 거 같아요.




LE: 검암동에 정착한 시기가 커리어로 보았을 때는 어느 쯤인가요?


J: 와비사비룸의 [물질보다정신]을 작업할 때였어요. 그때부터 사는 곳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신림동, 봉천동, 이런 곳에 살았었는데, 그때 든 생각은 그저 ‘여길 빨리 벗어나야겠다.’ 였어요. (전원 웃음) 사람이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데, 길 밖에 나가면 술집, 마사지방, 남자가 여자 꼬시는 모습 같은 것밖에 안 보였어요. 그런 데서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하기 힘들겠더라구요. 존나 힙합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괜찮겠네요. (웃음)




LE: 약간 차붐(Chaboom) 씨 같은 분이라면?


J: 맞아요. 차붐 씨 같은 경우는 거기 살면 아주 좋을 거예요. (전원 웃음) 아무튼 저는 거기가 제가 살 곳이 아니란 직감이 들었어요. 동네의 기운이 그랬어요. 그 점에서 검암동은 최적이에요. 셉이 언제 한 번 ‘형, 여긴 배산임수야.’라고 하더라구요. (웃음) 잘은 모르지만, 이게 풍수지리학적으로 뭔가 있을 거 같아요. 왜, 부자들 보면 북한산 밑 그런 곳에 살잖아요. 괜히 그런 데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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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요즘 사람들이 힙, 힙 하면서 성수동이니, 망원동이니 찾아다니는데, 얘기 들어보니 정작 검암동이 가장 힙한 동네인 거 같네요. 이제 [나무]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볼까 해요. 우선, 각설하고 앨범 소개부터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J: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셉이 가사 쓰는 데에 에너지를 제일 잘 쓸 거 같았고, 나머지는 신경 쓰면 힘들 거 같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프로덕션을 비롯해서 앨범을 총괄했죠. 나무를 떠올렸던 건, 검암동에 살면서 눈앞에 보인 게 나무였기 때문이에요. 눈에 보이니까 나무에 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됐던 거죠. 앨범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부클릿 안에 들어 있는 글인 거 같아요.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물도 필요하고, 햇빛도 필요하고, 많은 게 필요하잖아요. 근데 나무도 그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대요. 그 점에서 ‘결국, 우리도 나무다.’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그래서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해주신 마빈 킴(Marvin Kim) 작가님에게도 노래를 보내면서 나무를 표현해달라고 말씀드렸었어요. 이 커버 아트워크가 나무 안에 있는 얼굴을 그린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독립적인 존재는 없다.

우린 지구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린 지구에 한 그루의 나무이다.



LE: 존재 유지, 소중함, 상호의존성, ‘혼자 살아가는 건 없다.’ 이런 걸 이야기하신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J: 그렇죠. 지구 안에 필요 없는 게 없는 거죠. 나무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죠. 근데 그중에 인간이 너무 나쁘지 않나 싶기도 해요.


S: 형 생각이 공간적이고 의식적인 면이 있어서 그 글귀가 있긴 하지만, 말로 다 설명하기는 힘든 거 같아요.




LE: 그럼 그 일종의 테마가 모든 곡의 가사를 관통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S: 저는 사실 나무나 자연 같은 것에 관해 썼다기보다는 개인의 감정이나 이미지, 심상들에 관해 썼어요. 그렇다고 그게 앨범의 컨셉이나 생각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형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그만큼 긴 말 하지 않아도 컨셉에 어긋나지 않게 썼을 테니까요. 저는 가사를 쓸 때, ‘이런 얘기를 해야겠어.’라고 한다든가, 써 내려 가다가 ‘이건 말이 안 되는데?’ 하고 고치지 않아요. 그냥 첫 운을 떼고 그대로 쭉 써내려 가는 스타일이에요. 그 운을 떼는 게 제일 힘들구요. 물론, 퇴고 작업은 하구요.




LE: 진짜 시를 쓰듯 쓰시는 거군요.


S: 직관적으로 쓰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단어 선택이에요. 단어가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글자 수를 채우고 맞춰야 한다든가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그 느낌, 이미지들까지 버무려지면서 앨범의 컨셉, 제목, 팀 이름, 안에 들어 있는 글귀들이 서로 통하게 되는 거 같아요.




LE: 자기감정을 많이 드러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나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그 점에서 가사와 컨셉 간의 괴리가 별로 없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S: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면, 개인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속성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것들보다는 그 근원에 초점을 맞췄던 거죠.




LE: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인터뷰를 보니 제이플로우 씨의 경우에는 앨범에 본인의 20대를 담고 싶었다고 하셨더라구요.


J: 제가 20대에 음악을 해오며 얻은 감정선과 기술, 그 모든 걸 응축해서 담아낸 것 같아요. EP는 여러 번 냈지만, 정규는 저도 처음이라서요. 30대 때는 아마 다른 느낌을 받아들이겠죠? 이번엔 ‘잘 마무리하자.’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LE: 앨범 소개에 의하면 여러 추상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쓰여있더라구요.


J: 저는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추상화를 자주 봐요. 형태가 잡혀 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좋아해요. 비트를 만들면서 더 빠지게 됐어요. 비트도 추상화랑 똑같아서 많은 걸 담아낼 수 있어요. 추상화를 그린다고 생각하고 비트를 만들어요. 거기에 셉이 글자를 얹으면 추상화에서 약간 벗어나는 거죠. 그 자체가 일종의 규정짓는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말로 규정 짓지 않으면 순수한 창작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 해서 추상화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LE: 같은 결의 질문일 듯한데요. 저희가 일전에 TFO 분들을 인터뷰했었는데, 프로듀서 사일러밤(Sylarbomb) 씨가 어떤 노래를 만들 때 공덕역에서 봤던 큰 빌딩들을 보며 받은 압도적인 거대한 느낌 사운드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혹시 [나무]에도 그런 식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풀어낸 예시가 있을까요?


J: 저는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을 의식적으로 안 받아들이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요. 몸에 기록만 해놓고 있는 거예요. 근데 사실 제 음악 중에서 영감에서 비롯된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사랑에 관해서 영감을 받았으니 사랑 노래를 쓰자.’ 이런 생각이 아예 없고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퀀서를 키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음악을 만들 뿐이에요. 그러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며 봤던 것들을 새기는 거죠. 일부러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음악을 만들려 하지 않고 그냥 바로 앉아서 음악을 만들어요. 그 와중에 제 무의식을 끌어내는 거죠.


S: 아, 내가 형 때문에 가사를 그렇게 쓰는 거야~ (전원 웃음) 이제 깨달았어.


J: 영향이 있을 거예요. 아무튼, 시퀀서를 키는 게 제일 먼저인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네이버(Naver)를 키는 게 아니라 시퀀서를 키는 것부터가 영감의 시작이에요. 어딜 돌아다니는 건 해야 하는 일정량의 작업을 끝내고 하는 거구요. 무조건적인 약속인 거죠.




LE: 어떤 분들은 ‘이 곡을 만들 때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두 분의 음악은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렵겠네요.


S: 그런 편이죠. 근데 이번 앨범의 “With Me”라는 노래는 고 신해철 님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에요. 운을 띄웠는데, 우연히 그 노래가 생각나서 그대로 가사를 써 내려 갔어요.




LE: 그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가 사실은 최남선 씨의 시를 모티브로 한 곡이잖아요. 앞서 언급한 힙합플레이야 인터뷰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이 한국적이라고 말씀해주셨었는데요. 그렇다고 일부러 한국적인 걸 추구하려 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거군요. 그렇다면 두 분이 생각하는 건 한국적인 건 어떤 건가요?


S: 저는 그냥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을 때 새어 나오는 게 한국적인 거로 생각해요. 우리가 한국에서 사니까 자연스럽게… 예를 들면, 공이 있다고 치면 그 안에 그 공이 살아왔던 세월이 있잖아요. 그 세월이 자기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거죠. 한복을 입고, 징을 친다고 해서 딱히… (웃음)




LE: 다들 평소엔 안 그러잖아요. (전원 웃음)


S: 근데 제가 예전에 한 번은 한복에 엄청 빠져서 실제로 입고 다니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도 제가 진짜 좋아하는 한복을 입고 오려 했는데, 제이플로우 형이 너무 과한 거 같다고, 자연스럽지 않은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아무튼, 그러면서 옛날 음악을 찾아 듣기도 했었는데, 부질없더라구요. 제가 그런 노래들에 갑자기 빠졌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LE: 결국 한국적인 건 자연스러운 상태 그 자체라는 거군요. 사실은 일종의 한국적인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어떻게 보면 한국이 정체성 뚜렷한 국가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잖아요.


J: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야 하죠.


S: 제가 그 부분에 관해서도 진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는 근본이 없어요. (전원 웃음) 역사적으로도 일제강점기 때 뿌리가 너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 걸 떠나서도 한국적인 걸 찾을 때 없어진 역사가 아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무의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머지는 지금 찾을 수가 없는데 어떡해요. 글로 남겨진 역사적인 기록이나 무형 문화재이신 분들이 이제는 거의 없는 상황인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말이 한국적이라는 거지, 저희는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냈을 뿐이에요.


J: 제가 한국적인 걸 잘 설명했던 노래가 와비사비룸의 “분장”이었던 거 같아요. 우리 엄마는 외국 나가서 살아본 적도 없는 피부가 노란 사람이고, 나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러니까 그냥 한국 사람인 거죠. 그런 걸 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그러지 않고 남의 것을 더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는 거죠. 근데 저는 그냥 지금 이 형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희 음악이 흑인음악에서 시작은 했는데, 계속 우리 식대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동시에 흑인음악에 가깝지 않다고도 생각하구요. 셉이 말한 것처럼 저희는 그냥 저희 식대로 풀어내는 거 자체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요.




LE: 사실 21세기에는 인터넷도 많이 발달하고 하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음악의 동시성이 많이 발달했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다른 나라의 것, 혹은 주류의 트렌드가 전해졌다면, 지금은 어제 나왔던 어떤 음악 스타일을 베트남에서도 따라 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따라 할 수도 있게 됐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보면 두 분이 움직이는 방향이 되게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느낌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지금처럼 하려는 이유는, 남들이 하는 걸 그대로 하는 것만 같은 게 본인들의 성에 안 차서 그런 걸까요?


J: 요즘 레퍼런스가 문제가 많이 되죠. 레퍼런스를 할 거면 그대로 하려 하지 말고,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갖고 와야 하는데요. 100% 다 그대로 흉내 내려 하니까 멋있지 않은 모습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저도 흑인음악 쪽에 나오는 거 다 챙겨 듣는데요. 어떤 사람이 썼던 악기 소스라든지, 보컬의 느낌 같은 게 있으면, 저도 거기서 영향을 받겠죠. 제가 흑인음악 안에 들어가 있는 존재이니까 그 느낌은 저한테도 필요한 느낌이에요. 근데 그 영향 받은 걸 갖고 왔다고 치면, 그중에 진짜 필요한 부분 조금만 빼내는 거 같아요. 그 위에 제가 갖고 있는 색을 칠하는 거죠. 갖고 오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데, 대개 그 자체가 되고 싶어 하잖아요. 자아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요? 음악관이 약한 걸 수도 있구요. 제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적어둔 말이 ‘No Philosophy, No Creative’라는 말인데, 그 말을 좋아해요. 자기 음악관이나 철학관이 뚜렷해야 레퍼런스 같은 거에 안 흔들리는 거 같아요.




LE: 그럼 히피는 집시였다는 레퍼런스가 전혀 없나요? 일단 시퀀서를 키니까?


J: 없죠. 저희는 완전 Empty Space에서 시작했어요. 시퀀서를 켜서 일단 드럼 찍고 (웃음), 샘플 컷팅하고, 뭐하고, 뭐하고, 제목도 정하고. 아, 샘플 컷팅한 걸 듣고 있으면 제가 무의식중에 흘려들었던 말들이 떠오르고, 그게 제목이 돼요. “어여가자”가 그랬는데, 저희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에 ‘어여가자’라는 말을 많이 하셨었어요. 근데 그 말이 뭔가 빨리 가자는 말은 아니에요.




LE: 약간 느긋한 느낌이 있죠.


J: 네, 맞아요. 그 곡이 그렇게 표현되면 멋있겠다 싶어서 제목을 붙인 거죠. (웃음) “한국화”는 뭐냐면, 제가 아까 잠깐 얘기 나눈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해 많이 생각했었어요. 쉽게 말하면, 우리는 모두 한국에서 피어난 꽃인 거죠. 한때를 살다가 죽는 꽃인 건데, 한국 꽃답지 못하게 사는 거 같더라구요. 다 한국에 있는 꽃이니까 조금 더 한국적으로 살자,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생각을 제목에 담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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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가사나 보컬적으로 보았을 때는 어떨까요? 딱 봐도 레퍼런스가 없을 거 같긴 한데요.


S: 없긴 한데요. 제 생각에 사람은 다 용광로 같은 존재인 거 같아요. 자기가 받아들이는 것들이 다 녹여져서 그냥 그 사람 자체가 되는 거 같아요. 그게 뭐, 레퍼런스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건 그냥 듣는 사람들의 몫인 거 같아요. 사실 만드는 사람 중에 솔직히 이걸 따라 해야겠다고 해서 따라 해서 만드는 사람은 없을 거 같거든요. 아닌가?


J: 그렇지도 않은 게, 제가 진짜 예전에 거부감이 들었던 게요. 머니메이커즈(Money Makers)라는 팀을 할 때 어떤 비트메이커를 찾아갔는데, ‘레퍼런스 있어요?’라고 저한테 묻더라구요. 저는 그 사람이 찍은 비트가 좋아서 갔는데… 그때부터 레퍼런스에 대한 반감이 생긴 거 같아요. ‘와, 이게 무슨 X발 자기 음악 하는 음악가냐.’ 이 생각이 확 든 거예요. 영상 감독들도 똑같아요. 레퍼런스 있냐고 물어요. 왜? 자기 거가 없으니까. 자기 것이 있으면 그냥 자기 걸 만들면 되거든요. 아무튼, (레퍼런스부터 대뜸 묻는) 래퍼도 많고, 프로듀서도 많고, 많은 거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레퍼런스를 아예 안 받아요. 제가 최근에 만든 게 소마(SOMA)의 “pale blue”였는데요. 똘배 형이 저한테 ‘소마 꺼, 하나 찍어줘.’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일단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만들겠다.’라고 말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한 부분만 만들어서 보내지 않고 무조건 완곡을 만들어서 보내요. 비트만으로도 완성도 있게.


S: 저희 앨범 작업도 그렇게 진행됐어요. 저한테 곡이 다 완성되어서 와요. 그 상태에서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입혀요.


J: 근데 비트메이커들이 한 파트만 따서 보내거든요. 그게 진짜 안 좋은 습관인 거 같아요. 미술가로 치면, 스케치만 하고 자기 작품이 없는 거죠. 스케치만 존나 많은 거예요. 그리고는 다른 아티스트가 들어와야 그림이 되는 거죠. 근데 전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이 되어 있는 거에 그 아티스트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림에 조금 덧칠을 해준다고 생각해야 해요. 근데 그런 비트메이커가 거의 없어서 제가 해보려구요. 그런 친구들도 찾고. (웃음) 진짜, 자라나는 비트메이커들한테 누군가의 피처링 같은 거 없이 그냥 곡 자체로도 멋있는 거 만들라고 하고 싶어요.




LE: 그럼 [나무]는 진짜 말 그대로 제이플로우라는 아티스트가 만든 곡과 셉이 그 위에 얹은 보컬이 서로 독립된 개체로서 결합한 작품인 거네요.


J: 그렇죠. 서로 독립된 개체인 거죠. 제가 타협을 잘 안 해요. 저는 제 정체성이 강한데요. (셉이) 힘들겠지만 (웃음), 그걸 뚫는 거예요. 그 안으로 파고드는 거예요. 편곡도 따로 더 안 하거든요.


S: 사실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입히는 사람으로서 쉽지 않을 때도 잦아요. 제가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여기 기타 빼면 안 되냐고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다가도 저도 ‘이거 빠지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웃음) 그 상태에서 완곡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합이 맞아지는 거 같아요.




LE: 그럼 반대로 제이플로우 씨도 어떤 존중의 표시로 셉 씨가 만든 멜로디나 가사를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가는 편인가요?


J: 멜로디 라인 같은 부분은 제가 개입을 많이 해요. 가사는 아예 터치를 안 하구요. 그리고 얘가 저희 집에 와서 보컬을 녹음하고 가면 그다음에 저는 2차 편곡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얘 보컬도 음악적 소스로 쓰는 거죠. 그렇게 마지막 작업을 하고 끝내는 거죠.


S: 멜로디 같은 건 쓰다 보면, 스스로 기준이 없어질 때가 있어요. 이게 이 곡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좋은지, 안 좋은지 말이죠. 그럴 때 형이 전체적으로 보면서 잘 잡아주는 거죠. 그렇게 기준을 잘 가져가기 때문에 저는 형을 믿고 다 맡기는 거죠.




LE: 가사에서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으신가 봐요. 그냥 메모장을 바로 켜는 건가요? 아니면 공책에…? (웃음)


S: 가사는, 형이 비트 쓰는 것처럼 쓰는 거 같아요. (전원 웃음) 예전에는 공책에 쓰기도 했는데, 어차피 컴퓨터로 옮겨야 하니까 너무 불필요하더라구요.


J: 어리석은 짓이지. 디지털을 쓸 때는 써야 해. (전원 웃음)




LE: 사실 일부러 공책에 쓰는 것도 되게 부자연스럽잖아요.


S: 그러니까요. 항상 컴퓨터로 쓰는데, 흥얼거리다 보면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죠. 멜로디랑 붙게 가사가 만들어져요. 가사적인 부분에서는 제 생각, 감정의 심연의 무언가가 작용한 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일부러 요즘 안 쓰는 말을 써야겠다는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다른 음악가들이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저도 알게 모르게 ‘난 남들 하는 건 안 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LE: 이를테면, 아니하고, 깨금발, 시나브로 같은 표현이 비교적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표현이겠죠.


J: 국어 수업을 잘 들었어. (전원 웃음)


S: 아, 근데 또 노력한 부분도 있긴 해요. 외국어를 최대한 안 쓰려고 하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면 영어라도 어쩔 수 없이 쓰는 거고. ‘Merry Go Round’도 영어였고, 니나 시몬(Nina Simone)의 가사인 ‘Nothing More Than Feel’도 영어죠. 이건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가사에 그대로 써넣은 거죠.




LE: 보컬적인 부분에서 또 얘기해볼까요? 이번 앨범에 담긴 보컬의 느낌이 예전보다 더 덜어내고, 자연스럽게 하려는 듯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안에 감정의 폭이 깊어진 거 같아요. 혹 무슨 개인적인 사건이 발단이 되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어떤 테크닉을 의식적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건지 싶더라구요.


S: 연습을 하고 이런 건 전혀 아니구요. 노래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전혀 아니에요. 그냥 가사 쓰고, 비트 만드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나와서 그대로 부른 거예요. 하지만 제가 여러 가지 시도는 많이 했어요. [섬]에서 시행착오가 되게 많았던 거 같아요. 형이 곡을 보내줘서 처음 작업을 했던 노래가 [섬]의 “거리감”이었는데요. 그 노래를 두고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노래를 해야겠다기보다는 목소리를 입혀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랩이니, 보컬이니 이런 걸 떠나서 목소리를 넣자고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다 보니까 스스로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이 디벨롭된 거 같아요. 그 방식을 본능적으로 찾아간 거죠. 근데 그런 방향이 엿보였던 계기는, 저는 랩을 할 때도 벌스를 쓰기보다는 훅을 만들고, 멜로디를 짜는 게 더 쉽고 재미있었거든요. 그 부분이 좀 더 본능적으로, 좁고 깊게 흘러가서 지금의 보컬이 나오게 된 거 아닌가 싶어요.




LE: 보컬을 따로 배운 적은 없으신 거죠?


S: 그렇죠. 따로 배운 적은 없구요.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해보고, 발성 같은 기초적인 노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거 같아요. 진정성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거기에 걸맞은 소리를 내는 보컬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LE: 그럼 지금 구현하는 보컬의 형태가 가장 마음에 드는 편인가요?


S: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으로 치면, 만족도는 되게 높은데, 아직 개선하고 바뀌어야 할 점은 많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저도 많이 해본 게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주로 랩만 했었고, 훅만 짜고 그랬었지, 노래만 해서 음반을 낸 건 처음이니까요. 저도 그 부분에 관해 계속 생각해요. 근데 기술적인 부분, 즉 노래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제 목소리를 잘 이용하는 방법을 익혀서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거 같아요.




LE: 셉 씨의 독특한 보컬 때문에 인디 팝이나 가요에 가깝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본인들은 히피는 집시였다의 음악이 알앤비라고 이야기하셨잖아요. 영향받은 음악 때문에 알앤비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J: 전 솔직히 말해서 장르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혀 쓸모 없는 구분이라고 생각해요. 장르적인 건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전 아무렇지 않습니다. 인디 팝으로 들리면 인디 팝으로 들으시면 되구요. 알앤비로 들리면 알앤비로 들으시면 돼요. 뭐가 됐든, 그냥 히피는 집시였다의 앨범 [나무]니까.




LE: 그렇지만 베이스는 흑인음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구요.


J: 기본적인 음악의 베이스는 그렇죠. 그건 확실한 거죠. 제가 흑인음악으로 음악을 시작했으니까. 거기에 저희가 음악을 해오면서 취하게 된 다른 것들이 섞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말로, 장르로 규정짓기 힘들지 않나 싶어요. 생각하는 게, 만약에 저희 음악을 장르로 규정짓는다면 아시안 얼터너티브라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S: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흑인음악을) 좋아하고, 영향 받은 부분이 많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알앤비가 원래 리듬앤블루스잖아요. 리듬도 있고, 블루스도 있으니까 알앤비라고 해도 될 거 같은데…?


J: 록적인 요소도 있어요. “지네” 들으면서 와, 이건 진짜 록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저희가 듣고 자란 음악의 모든 요소가 다 섞여 있는 거예요.




LE: 사실 장르라는 게 꼬리표 같은 느낌이기도 하잖아요. 알앤비라는 라벨링이 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듣게끔 따로 섹션을 마련해놓는다든가 그런 거죠. 그런데 원래는 알앤비가 명쾌하게 특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일종의 구역화를 할 수가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전자음악, 인디 팝 포함해서 이것저것이 알앤비의 문법에 섞여 들어가면서 소위 말하는 피비알앤비,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 얘기가 많이 되죠. 히피는 집시였다는 그렇게 음악에서 특정한 장르를 끌어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겠네요.


J: 저는 힙합 음악 자체 안에서는 나올 건 다 나오고, 구현될 건 다 구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장점을 끌어와서 써야지만 뭔가 색다른 음악이 나오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쉽게 말해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조금 섞는 게 그런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힙합, 알앤비라는 굴레 안에서는 나올 게 다 나왔어요. 왜냐하면, 이제는 역사가 어느 정도 쌓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뭔가 새로운 거를 하려면 다른 요소를 땡겨 와야 하고, 일렉트로닉적인 느낌도 생기고, 록적인 느낌도 생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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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얼터너티브한 지점에서든, 레퍼런스가 없다는 측면에서든 간에 제일 좋게 들었던 앨범이나 아니면 요즘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를 어떻게 꼽으실까 싶네요. 혹시 짱유 씨…?


S: 아, 짱유 독보적이죠. 전 아직도 미스터리에요. 왜 짱유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가. 왜 유명하지 않은가. 너무 독보적이라 그런가?


J: 전 앨범 단위로 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건 본 이베어(Bon Iver)의 [22, A Million]. 이 앨범이 엄청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앨범은 LP로 한 장씩 사놔요. 그리고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Blonde]랑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의 [No Shape]. 이 세 아티스트의 세 앨범입니다.


S: 한 번씩 형 집에 가면 형이 외국 음악이나 비디오를 들려주고 보여주거든요. 그런 것들 다 저도 되게 좋아요. 좋은데, 솔직히 제 마음을 울리는 정도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저한테는 그런 음악이 많이 없는 거 같아요. 물론, 저도 음악은 다 좋아해요. 새로 나온 음악들도 사운드클라우드에 들어가서 디깅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유명한 것들은 다 찾아 듣는 편이구요. 아무튼,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사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아직까지 그런 음악이 없었던 거 같아요.


J: 전 음악 듣는 것도 음악 만드는 훈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가사를 듣지 않아도 그 사람이 표현하는 바가 어느 정도는 전달될 수 있다고 봐요. 전 그걸 담아내는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거죠. 이건 되게 청각적인 거거든요. 뮤직비디오로 시각적인 부분도 있고, 가사로 문학적인 부분도 있는데, 그것들을 다 떠나서 일단 ‘음’ ‘악’이잖아요. 일단 청각적인 거니까 거기서 감흥이 제일 세게 와야 해요. 그다음에 가사를 음미하는 거고,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를 보는 거예요. 그러니 제가 제일 중요시하는 게 사운드죠.




LE: 그런 소리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그런지, 앨범 듣다 보면 보컬에 입혀진 이펙트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요. 그런 이펙팅은 보컬을 녹음해놓은 상태에서 제이플로우 씨가 임의적으로 설정하시는 건가요?


S: 제가 어느 정도 초안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뒤에 형이 보완을 해주시는 거죠.


J: 셉이 이펙팅을 쓰는 걸 좋아하고, 즐겨 쓰는 이펙팅이 있는데, (쓰긴 쓰되) 그 안에서 최대한 걷어내려고 해요. 이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걷어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더 비워내는 거죠. 첫 앨범에서는 지금보다 과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줄어들었고, 나중에는 더 덜어내야죠.




LE: 사실 아주 일반적인 보편 대중의 기준에서 흔히 말하는 발라드, 알앤비에서는 원 보컬 그대로 조금 더 다듬어서 담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히피는 집시였다는 보컬에 이펙트도 많이 적용하고, 그걸 악기처럼 쓰는 구석도 있는 거 같고 한 거죠. 이 스타일 자체가 정말 말 그대로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게 여겨질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S: 디스토션된 부분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거 같네요.


J: 이펙팅적인 부분에서는 시도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생각하고, 대중들이 이런 음악을 받아들이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한국에 이런 식으로 이펙트를 많이 거는 아티스트가 많이 없기 때문에… 근데 저는 이 부분을 버리지 않고 다듬어서 좀 더 멋있게 가져가려고 해요. 기존의 익숙한 맛을 따라가지 않을 거라는 거죠. 생목소리에 어설픈 리버브 바르고 이런 걸 하지 않겠다는 거죠.




LE: 그럼 셉 씨는 지금과 같은 이펙팅 방식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S: 이유라기보다는, 제가 랩을 할 때도 제 목소리를 바꾸는 걸 재미있어했던 거 같아요. 그때 그랬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옛날에 믹스테입 같은 거 만들 때, 제 목소리는 제가 믹스를 해야 하고 이런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때 간단하게 배웠던 믹싱하는 법이나 이펙터 쓰는 법들이 지금에 와서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J: 본능적으로 한 거예요. 그런 방식을 먹인 자기 목소리의 상태가 이 친구 귀에 가장 매력적으로 들렸던 거죠. 그게 제일 먼저예요. 그걸 가지고 나잠 수 형이랑 믹스를 깔끔하게 끝낸 거죠.


S: 그래서 사실 제가 가이드로 형한테 보내주는 버전은 귀가 엄청 아파요. 이큐나 컴프레서 같은 걸 안 만지기 때문에 밸런스를 잡지 않고 그냥 제가 듣고 ‘이야~ X되네.’ 하는 거죠. (전원 웃음)




LE: 혹시 “한국화” 같은 경우에도 이펙터를 걸어서 보내주신 건가요?


S: 그것도 가이드 버전은 귀가 좀 아플 걸요? 더블링이나 이런 것도 제가 가이드 때 만드는 소리는 되게 과장된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마스터된 음원을 들었을 때, ‘형, 이거 왜 이렇게 안 들려요?’라고 하면, 형이 이 정도가 딱 좋다고 하죠. 그러면 알겠다고 하고 나중에야 느끼는 거죠. ‘아, 이게 맞네.’ 이러면서. (웃음)




LE: 야생의 상태 그대로 두면 너무 와일드하니까 어느 정도 정제하는 거군요. 그럼 프리셋 같은 건 전혀 안 쓰시는 건가요?


J: 프리셋 자체가 기본 세팅이 있잖아요. 기본 세팅이 있고, 그 상태에서 만지는 거죠. 기본적인 세팅은 있는 거예요. 프리셋 쓰긴 써요. 요즘 얼마나 잘 나오는데. 그걸 안 쓰면 바보예요. (전원 웃음) 전문가들이 좋은 소리라고 해서 자기 이름 걸고 만든 게 프리셋이잖아요. 전 세계 최강의 엔지니어라는 사람들이 만든 건데, 그걸 안 쓰고 ‘괜히 내 맘대로 만들어야지.’ 하진 않아요.


S: 굳이 어렵게는 안 가는 거 같아요.




LE: 시퀀서 딱 켜서 무의식적으로 바로 쭉 만든다고 하시니까 왠지 그런 세팅이라든가, 믹싱적인 측면에서도 그들의 것을 안 따라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으로까지도 조절하시지 않을까 했어요.


J: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머릿속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걸 상식적인 선 안으로 끌어와서 거기서 다시 제 거로 만드는 거죠. 그들은 틀을 만들어 놔줬잖아요. 그게 필요한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음향 쪽으로 전문적으로 학교에 다니거나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들의 도움은 엄청난 거죠. (웃음)


S: 근데 그런 도움들이 확실히 있긴 있는 거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믹스할 때, 소리가 왜 이러냐고, 음악이 왜 이러냐고 하면서 불평이 많았어요. (웃음) 근데 지금은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형은 저보다도 사운드에 훨씬 더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데서 오는 깨달음도 그만큼 많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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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종합해보면, 음악을 만드는 프로세스 자체가 꽤 지난하고 시간을 많이 소요할 거 같기도 한데요. 넉 달 동안 믹스하셨다고도 말씀하셔서요.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보컬을 입히고, 그걸 또 정제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오래 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J: 일단 [나무]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12월에 EP가 나온 이후로 거의 한 5개월여 만에 만든 거니까요. 앨범을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에요. 누누이 말하지만, 앉아서 시퀀서를 키면 되는 거예요. (웃음) 힘들지 않고 간단한 문제에요.




LE: 그럼 다음 앨범을 만들 때는 시행착오도 더 줄어들고 그럴 테니 늦지 않게 만나볼 수도 있겠네요.


J: 전 앨범이나 이번 앨범처럼 그냥 앉아서 시퀀서를 키고, 만드는 과정을 지금 이미 하고 있어요. 한 곡 정도는 거의 다 만들었거든요. 다음 앨범도 빨리 만들어서 이번 연도 안에 내는 거로 목표를 잡고 있어요.


S: 형은 되게 부지런한 사람이에요. 저는 조금 힘든 편인데요. 형이 옛날부터 어떻게 살았느냐면요. 되게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하고 투자를 해요. 마치 만 시간을 채우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는 그 법칙처럼. (웃음) 그래서 제가 처음에 진짜 놀라고, 형을 잘 따르는 이유가 그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 봤는데,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네?’ 싶은 거예요. (전원 웃음) 저도 그렇게 순박하거나 어리숙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근데 이런 사람이 있나 싶으면서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어렸을 때부터 잘 따랐어요.


J: 그 습관을 왜 만들었느냐면요.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할 거 아니에요. 알바를 한다 치면 5, 6시간만 해도 돈을 벌잖아요. 일을 해서 버는 거죠. 음악으로 돈을 벌 때도 그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땅한 시간을 투자해야 일정한 값어치로 환산이 될 거로 생각하고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냥 음악을 하는 거예요. 검암동에 와서 좋은 이유도 그거죠. 나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나가려면 너무 멀어요. 도시로 나가려면 너무 멀어요. (전원 웃음) 신림동 이런 데 살 때는 홍대 가기 편하잖아요. 홍대에서 보게 되면 분명히 놀게 되어 있어요. 근데 저는 만약에 노는 날이 있다 치면, 놀기 전에 음악을 하고 놀아요. 하루에 음악을 해야 하는 시간의 할당량이 있어요. 그건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편이에요.




LE: 근데 사실 예술 계열의 작업이 비선형적이잖아요. 일반 직장처럼 오늘 업무가 1번, 2번, 3번, 4번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나는 영감이 올 때 작업을 해.’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더러 있잖아요.


J: 그러니까 위대한 사람이 못 되는 거예요. (전원 웃음) 그런 생각을 가진 예술가들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그건 확실할 거예요.


S: 제가 옛날에 봤을 때부터 형이 이랬으니까 저도 처음에는 ‘와,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하잖아요. 존나 힘들어요.


J: 아, 제가 또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게 된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제 개인사에 관련된 건데, 저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쉽게 말해서 기형적인 부분을 갖고 태어났어요. 림프관종(Lymphangioma)이라는 불치병을 안고 태어났고, 현재도 계속 림프관종(Lymphangioma)과 싸우는 중이에요. 희소병이라서 치료법이 제가 태어나고 29년이 지난 지금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 병이 어떤 거냐면, 일단 제 컨디션을 지배하는 모든 부분이 많이 피곤하면 안 돼요. 자칫 잘못해서 무리하면 얼굴에 있는 림프관이 부어올라서 주위 혈관을 터뜨려 버려요. 엄청난 고통이에요. 이것 덕분에 웬만한 고통은 고통도 아니게 됐죠. (웃음) 그래서 시간을 정말 그 누구보다 잘 써야 하고,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잘 쓰는 훈련을 해야 해요. 거기서 (이 습관이) 비롯된 거 같아요. 제가 아프지 않아야 하고, 살아가야 하고 음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지금은 그 약점을 계속해서 극복해나가고, 오히려 제 강점으로 만들어서 음악을 조금 더 착실하게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S: 아무튼, 그래서 제이플로우 형은 작업하는 데에 크게 힘들어하는 건 없는데, 저는 그렇게 시간을 정해서 쓰고, 부지런하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쉬기도 하고, 일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사가 제일 오래 걸려요. 다른 건 그냥 다 착착착착 해요. 근데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입히는 게 제일 오래 걸리죠. 어느 정도 기준에 부합되는 수준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중에 오래 걸리는 건 없어요. 그래서 앨범이 빨리 나오게 됐나 봐요. 형이 또 제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많이 컨트롤해주는 거 같아요. 가사가 조금 늦게 나오는 거 같으면 가사 안 쓰냐고 많이 얘기도 하죠.


J: 제가 졸라 쪼아요. 나와야 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친구가 이때까지 안 쓴 거면 그냥 안 한 거거든요. 노력을 안 한 거예요. (전원 웃음) 제가 가사도 써봤고, 음악을 다 해봤으니 다 알죠. 그래서 제가 좀 쪼는 편인 거 같아요. 이 친구한테도 그게 좋은 채찍질이 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해서도 안 나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머니메이커즈의 브론(Bron)이라는 동생이 그랬어요. 걔는 참 힘들더라구요.






LE: 어떻게 보면 합이 잘 맞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미 트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이제 좀 더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트랙 바이 트랙으로 이야기해볼까 해요. “With Me”부터 얘기해보면, 아까도 얘기 나왔듯 최남선 님의 시, 그에서 비롯된 넥스트(N.E.X.T)의 노래에서 영향받으셨다고 했는데요. 이 트랙 외에도 한국 문학 작품이라든가, 아니면 문학이 아니더라도 한국 내에서 영향받은 작품이 따로 있을까요?


S: “어여가자”. 그 노래 처음 가사 운을 뗄 때, 권태라는 단어로 시작하거든요. 이 단어를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떠올랐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작품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상의 작품 중의 한 구절이 생각났었어요. 그 구절에서 착안하고, 또 제가 생각한 이미지가 맞아떨어져서 운을 뗐었죠. 그리고 나머지는 따로 영향을 받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LE: 인트로에 나오는 노이즈 소리가 약간 LP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요. 의도한 부분이겠죠?


J: 제가 LP 플레이어로 음악을 많이 들어요. 판 위에 침을 올려놓을 때, 앨범이 딱 시작하잖아요. 그 노이즈가 날 때 기분이 좋아요. 요즘은 LP를 잘 안 듣지만,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늘을 꽂는 소리랑 노이즈까지, 소리를 같이 땄었어요. 앨범이 시작한다는 맥락으로 넣어뒀죠. 우리 음악은 CD로 나왔으니까 디지털적인 음악이긴 한데… 아, LP도 만들고 있어요. 아무튼, 그 노이즈 소리 안에 LP적인 아날로그 감성으로도 만족스러울 거라는 메시지도 있는 거죠.




LE: 그럼 마지막 트랙 “회색”에서 후반부의 30초 동안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LP의 느낌을 연출하려 하신 건가요?


J: 아니요. 제가 읽은 어떤 책에 ‘음악은 무조건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아마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구토>라는 책일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이 말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나 싶더라구요. 근데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그 부분에서 음악이 꺼졌을 때, 리스너들한테 음악이 있을 때가 나았냐, 없을 때가 나았는지를 묻고 싶었던 거죠. 그냥 세상의 소리가 좋냐, 내 음악이 좋았냐 되묻는 거예요. 그 생각으로 아예 30초를 뺀 거예요.




LE: 약간 결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영화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런 느낌과도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J: 맞아요. 마지막 30초에 그런 맥락이 다 담긴 거예요. 그냥 흘려보낸 게 아니에요. 그다음에 나오는 “어여가자” 어쿠스틱 버전은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LE: “With Me”에는 오르내림(OLNL) 씨가 참여하셨어요. 오르내림 씨는 기본적으로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하시는 분이 아닌가 싶거든요. 물론, 히피는 집시였다도 얼터너티브하다는 면에서는 트렌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독특한 부분이 있다 보니 잘 조화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가사의 결도 잘 맞고 해서 작업이 흥미로웠을 거 같더라구요.


J: 오르내림은 제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전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건, 잘하는 애는 어딜 가도, 어떤 트랙에 해도 잘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르내림한테) 그 믿음은 확실히 있었어요. 이 친구가 하면 잘하겠구나. 왜냐하면, 자기 음악 잘하고 있으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믿고 맡겼죠.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내준 거구요. 잘하는 사람은 뭐가 어떻게 됐든 잘해요. 축구 정말 잘하는 사람은 유럽 가서도 축구 잘해요. 한국에서는 더 잘하는 거고. 작업을 진행할 때는 셉의 보컬이 녹음된 트랙을 보냈었어요. 넘겨줄 때 이 보컬 친구 가사를 보내줄 테니까 거기서 느껴지는 바를 편하게 쓰라고 했었어요. 너무 어긋나지만 않게. 그랬더니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을 그대로 담아냈잖아요. 잘하는 애니까 잘한 거 같아요.


S: 원래는 그 부분까지 제가 다 채우려고 했었는데, 뒷부분에 리듬이 있는, 글자수가 더 많은 보컬, 목소리가 들어가면 더 좋을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오르내림을) 섭외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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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밤안개”의 경우에는 셉 씨의 가사에서 방 안에서 그리는 이미지, 어떤 불확실함과 답답함이 묻어나 보였는데요. 어떻게 그런 가사가 나올 수 있었는지, 작업 배경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S: “밤안개”는, 여기 검암에 안개가 엄청 껴요. 그래서 나온 거예요. (전원 웃음) 바로 앞에 바다고, 아라뱃길이라는 뱃길이 있어서 안개가 많이 껴요. 아무튼, 형이 언제 한 번 제목이 밤안개로 된 이 곡을 보내주더라구요. 그러면서 인천 서구의 검암동에 끼는 밤안개의 느낌을 잘 담아보라고 하더라구요. 그 곡을 작업할 때, 제가 한창 기준이 없어져서 계속 갈팡질팡할 때였어요. 딱 마음먹고 제대로 써봐야겠다 하고 썼는데, 괜찮게 나온 거 같더라구요. 공간적인 느낌은 형이 다 잡아줬고, 제가 곡에 어울리게 가사를 써보려 했던 건데, 경험했던 밤중의 자욱한 안개에서 느껴졌던 느낌을 사람의 마음과도 연결해서 쓰려다 보니까 그런 가사가 나왔던 거 같아요. 인생의 힘듦과 답답함에 관해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냥 제 삶이 그랬나 봐요. 그 마음 한 켠을 이 곡에 풀어 넣었던 거겠죠.


J: “밤안개”에 뒷부분에 부서지는 느낌의 이펙트가 들어간 베이스 소리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제가 의도한 건 안개는 전 지역에 깔리지 않잖아요. 한 구역에만 깔리잖아요. 제가 안개에 들어와서 벗어나는 과정까지를 담은 트랙이에요. 여기에 셉이 보컬 쌓아놓은 것도 괜찮고, 제가 그걸 사운드적으로 더 하이라이트가 있게 해놓아서 뚫고 나오는 느낌이 잘 구현된 거 같아요. 결국은 우리가 이 긴 안개를 헤쳐 나왔잖아요.




LE: “Cold”에서 느껴지는 심상은 차가움이었어요. 보컬에 이펙트를 먹여서 기계음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대치시킨 점이 디지털 시대의 감성과 맞물려서 그렇게 느껴졌는데요.


J: 제가 영화 대사라든지, 목소리 샘플을 많이 따놔요. 영화를 볼 때, 유리병 깨지는 소리 같이 특이한 사운드를 체크해요. “Cold”의 앞부분에 나오는 ‘Cold’라는 말도 그중 하나일 거예요. 곡에 넣어보니깐 ‘오, 괜찮은데? 이 느낌으로 풀어봐야겠다.’ 싶더라구요. 그렇게 풀어가다 보니 ‘Cold’라는 단어에 맞게 곡이 전개된 거 같아요. 셉은 그 위에 자연스럽게 가사를 쓴 거구요.


S: 형이 처음 곡을 보내줬을 때, 타이틀도 그렇고, 앞부분에 피치 다운된 ‘Cold’라고 하는 샘플이나 이어지는 곡 전개 때문에 저도 차가움이나 쓸쓸함, 외로움에 관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LE: 곡 앞부분에 등장하는 샘플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벌스나 훅 부분에도 샘플 소리가 삽입된 거 같더라구요.


J: 저는 저희 집에서 녹음된 아카펠라를 다 샘플로 활용해요. 소마(SOMA)가 보내준 녹음본, 짱유 목소리를 쓰기도 해요. 대신 원래 목소리 같지 않게 쓰죠. 제가 계산적으로 작업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어떤 샘플인지는 모르겠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소스를 두고 작업하는 거예요. 그조차도 우연의 산물이에요.


S: 샘플이랑은 다른 얘긴데, “Cold”에서 내는 가성의 음역이 높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처음 내보는 소리라서 (작업 초반에) 시행착오가 좀 있었어요. “지네”도 다 가성으로 부르는 노래였는데, 막상 녹음해보니까 그런대로 괜찮더라구요.




LE: 안 그래도 “지네”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요. 언뜻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Run Away” 같은 트랙이 생각나더라구요. 곡이 진행되면서 오토튠 섞인 보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는데요.


J: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아요. 칸예 웨스트는 음악에 감정의 복선이 확실한 아티스트에요. 그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선을 잘 표현해요. 저도 그런 느낌이 좋아하는 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닮았지 않나 싶네요.


S: (감정이) 점차 빌드업 되는 거죠.


J: 빌드업이 멋있죠. 김오키 형이 들어오면서 완전… (웃음) 원래는 트럼펫 부는 걸 샘플로 찍어놨었거든요. 그걸 찍으면서 김오키 형이 생각이 딱 났어요. 그래서 제가 안면도 없는 사이인데,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었어요. 그랬더니 형이 검암까지 직접 오셔서 피자를 먹고 자연을 만끽하시고 색소폰을 불고 가셨어요. (전원 웃음) 그날 20분 만에 “지네”랑 “연리지” 두 곡 다 부르고 가셨는데요. “지네”는 세 테이크를 가고 그중에 제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뽑아내고 “연리지”는 프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에 쭉 갔어요.






LE: “지네”는 뮤직비디오가 매우 인상적이에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을 한국적으로 녹인 점이 그랬는데요. 종로3가가 배경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J: 일단 동혁이 형, 플립이블(Flipevil)이라는 감독님이 맡아주셨는데요. 완전히 신임하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에 저희가 의도한 바는 하나도 없어요. 그냥 그 곡 자체를 주고 ‘형이 표현하고 싶으신 방식대로 표현해주세요.’라고 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거예요. 곡의 의도를 엄청 잘 관통하신 거죠. “한국화”도 그 형이 아예 전담해서 콘티 하나 없이 알아서 진행해주셨어요. 두 뮤직비디오 다 오로지 그 형의 방식대로 간 거예요.




LE: 플립이블 씨 같은 경우에는 레드 벨벳(Red Velvet), 블랙 핑크(BLACK PINK)와 같은 소위 메이저, 아이돌 작업을 주로 하시는 편 아닌가요?


J: 플립이블 형이 멋있는 게 그거에요. 메이저 쪽은 레퍼런스라든지 나와야 하는 포맷이 명확하잖아요. “한국화” 찍을 때 직접 만났는데, 그때 그 형이 자기는 이제 그런 걸 안 하겠다고 말하더라구요. 자기를 계속 죽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한국화”는 그 형이 메이저 쪽과의 작업을 아예 끊고 처음으로 작업한 작품이었어요. 사실 그 형은 메이저 거 위주로 하면 돈을 엄청 벌 수 있거든요. 그런데도 그걸 내려놓고 자기 이름으로 된 작품을 내기 위해서 그런 작업을 더 이상 안 한다는데, 엄청 멋있더라구요. 그때부터 그 형에 대한 엄청난 믿음을 갖고 작업하게 됐죠.






LE: “지네”를 포함해서 뮤직비디오가 총 다섯 편이나 나왔잖아요. “한국화”에 나오는 무용수분이라든지, “점”에서 활용한 리와인드 기법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많은데요. 하나하나 풀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J: “Cold”는 제이통(JTONG) 형의 “아-가자”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그래픽으로 만든 프레뮤즈(FREMUSE)라는 감독님이 계셔서 부탁드렸었어요. 그래픽으로 제 음악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도 들리는 대로 시각적으로 표현해달라고 말씀드렸고, 그대로 그렇게 해주셨어요.


“한국화”에서 나오는 분은 현대 무용가이신 이상미 님이신데요. 감독님이 콘티를 짜던 중에 똘배 형한테 무용사가 필요하다고 했었나 봐요. 그래서 똘배 형이 선 위주로 춤을 추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수소문했더니 그레이(Graye)가 그 분을 추천해주셨어요. 저도 직접 그분의 춤을 봤는데, 엄청 아름다웠어요.




LE: 모든 뮤직비디오 협업 방식이 레퍼런스를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음악은 이러니 당신의 어떤 스타일이나 방식대로 표현을 해달라.’라는 식이었던 거군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독립적인 또 다른 개체가 히피는 집시였다와 협업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네요.


J: 말씀드렸지만, 레퍼런스를 주는 것 자체가 벌써 창작자의 생각 자체를 그 안에 가둬버리는 거라고 봐요. 저는 그런 행위를 좋아하지 않고, 감독님들이 각자 가진 장점을 극대화했으면 해요. 레퍼런스만 생각하는 감독들하고는 작업을 안 해요.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런 타입이니까 멋있는 감독님들이랑만 엮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LE: 그러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없으셨나요? 그래도 콘티를 짜고 나서 이렇게 갈 것이다 정도의 합의는 하고 진행하셨는지 궁금한데요.


J: 작업 중에 서류로 주고받았던 감독님도 계셨지만, 플립이블 형이랑은 그러지 않았어요. 그냥 배경을 설명해줬더니 ‘자연과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섞어서 한데 묶어낼 것이다.’라고 하셨고, ‘오! 오케이.’라고 했죠. (전원 웃음) 프리뮤즈 감독님은 우리 곡을 해석하는 글만 해도 엄청 보내주셨어요. 자기가 들으며 나름대로 해석한 부분을 구체화할 건데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그대로 하시면 될 거 같다고 말씀드렸죠. “점”은 저랑 똘배 형이 같이 비메오(Vimeo)를 통해서 섭외했었어요. 그 감독님이 인물 없이 정적인 영상을 많이 찍는 분이었고, “점”이 조용한 노래라 잘 맞을 거 같다 싶었어요. 실제로 본래 감독님 스타일, 방식대로 정적인 배경으로 나왔구요.




LE: 사실 뮤직비디오를 이렇게 많이 찍는 게 현실적으로는 쉬운 부분이 아니잖아요.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까요. 똘배님이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굉장한 리소스와 인풋이 들어가는 작업이 뮤직비디오인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많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J: 저는 일단 시도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커리어에서 제 음악을 영상으로 풀어봤던 적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똘배 형한테 ‘영상으로 구체화하고 싶은 노래들이 있는데 감독님들을 컨택 해서 진행을 해달라.’라고 부탁했더니 형이 흔쾌히 진행해 준 거죠. 이 형도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신인인 데다가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도 아티스트가 원하고 시도해보고 싶어 하니까 든든하게 투자해주신 게 멋있죠.




LE: 계속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걸 보면 비욘세(Beyonce) 같은 느낌으로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드시는 건가 했어요. 비욘세는 뮤직비디오에 큰 흐름이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잖아요.


J: 그건 저희가 좀 더 크고 나서…(전원 웃음) 해보고 싶긴 해요.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감독이 맡는데, 한 30분짜리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거예요.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는 시도해보고 싶어요.






LE: 뮤직비디오에 관해 좀 더 첨언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J: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의 배경을 담아낸 영상 그 자체인 거 같아요. 해외 로케이션을 쓰지 않고 한국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모든 뮤직비디오의 포인트인 거 같아요.


S: 저는 비디오가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과정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그냥 ‘노래하고 녹음하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가 나왔네?’ 하면서 그냥 좋아하는 정도였어요. 아, 저는 “한국화”에 특히나 애착이 많은 편인데요.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근데 뮤직비디오까지 그렇게 나오니까 제 커리어에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LE: “한국화”에 애착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섬]과 [나무] 양쪽에 다 수록되기도 했죠. 아무래도 본인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라서 그런 걸까요?


S: 저희 EP 커버가 완전 백지에요. 그러다 보니 노출이 거의 안 되었어요. 12월에 발매되기도 했구요. 순전히 아쉬워서 “어여가자”랑 “한국화”는 이번에도 수록했던 거죠. 다만, 앨범 커버를 백지로 했다는 시도 자체는 만족스럽고 후회하지 않아요.




LE: “지네”에서는 이펙터를 먹인 보컬이 나오다가 “한국화”에서는 이펙터를 빠지면서 보컬이 되게 깔끔하잖아요. 흐름상 의도가 있었던 건가요?


J: “밤안개”, “Cold”, “지네” 같은 트랙은 제 생각에 일종의 스웩이 있는 노래였어요. 좀 더 기교가 있는 노래들이에요. 제가 디스토션도 많이 걸고, 기술적으로 날카로운 면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지네”는 그걸 다 끝내는 노래에요. “지네”에서 그걸 마감하고 깔끔하게 새로 진행하는 거예요. 중간마다 그래 버리면 좀 난해하잖아요. 하나의 장을 마무리하는 거죠. 공연할 때도 1부와 2부를 그렇게 나누려 해요. 2부를 “한국화”로 시작하는 거죠.




LE: 그 2부의 시작인 “한국화”를 넘어 나오는 트랙이 “점”이에요. 알기에는 “점”을 타이틀곡으로 여기신다구요.


J: 타이틀이 되는 노래를 정할 때, 아무래도 제 느낌만으로 정하기는 힘들잖아요. 상업적인 면도 고려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 적합한 게 “점”이지 않나 싶었어요. “With Me”랑 “점”이 용호상박이었죠. 근데 아마 제 느낌대로 정했으면 “지네”가 타이틀곡이죠. 그랬다면 [나무] 안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거예요. 저희가 신인이고, 처음 선보이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좀 더 접근성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LE: 가사 때문인지 이별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어요. 관계의 끝맺음이랄까요?


S: 점이라는 글자에서 오는 느낌을 마음에 빗대서 표현했어요. 특정한 대상이 있는 건 아니고 점이라는 말에서 오는 느낌을 가사로 풀어내려 했어요. 점은 어느 나라에서든 마침표니까.




LE: 만약 특정 대상이 있고, 그에서 비롯된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면, “점”과 “어여가자”는 한 세트로 묶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군요.


S: 제가 그런 스토리를 담아낼 만큼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역시나 무의식적으로 (점에서 오는) 이미지와 심상을 가사로 쓴 거죠.




LE: 대부분 가사가 심상 위주인 반면에 “회색”은 좀 더 직접적인 거 같아요.


S: 구체적이죠. “한국화”랑 “회색”이 제가 구체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했던 노래들인데요. “한국화”는 제가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쓰게 된 노래에요. 훅이 먼저 나왔는데, 멜로디랑 가사가 탁 붙어서 어렵지 않게 나왔어요. 대신 벌스를 쓰는 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수정도 많이 했던 게 그 두 트랙이에요. “회색”의 경우에는 처음 운을 띄울 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 싶었어요. 가족한테 편지를 쓰듯이 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가사를 쓰다가 진짜 찔끔찔끔도 아니고 엉엉 울었어요. 물론, 나중에 녹음할 때는 가사 수정을 워낙 많이 해서 평정심을 가지고 불렀지만요. (전원 웃음) 제가 가족들이랑 연락을 잘 안 하거든요. 부모님 두 분 다 계시고, 남동생도 있고, 다 서울에 살고 있는데도 연락을 잘 안 해서 어떤 향수를 노래해보고 싶었어요. 나이를 한두 살 먹어가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이든 소화하는 주제고, 그만큼 모두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기도 하구요.




LE: 사실 앨범 전체 구성으로 보았을 때, [나무]도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익숙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삶을 살면서 힘겨워하고, 그 와중에 부딪히며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게 되는 순간이 오지만, 인생은 영화 같지 않으니 계속 이어지고 결국에는 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식이랄까요? 그 점에서 “회색”을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S: 정말 좋은 해석이네요. 저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J: 제가 가사를 다 보고 트랙을 배치했었는데, 말씀해주셨던 거랑 비슷한 맥락으로 했어요. 저도 똑같은 걸 느꼈거든요. 관찰을 중간자 입장에서 하면서 그 흐름을 만든 거죠. 똑같이 생각한 게 되게 희한한데요?




LE: 사실은 그런 구조가 지난해 마지막 날 나왔던 김태균 씨의 [녹색이념]에도 있지 않나 싶었는데요. 어렸을 때 미국을 갔다 오고, 본인이 음악을 시작하고 중간에 음악이 잘 안 되고, 갈등하고 부딪히는 와중에 <쇼미더머니>에 나가고, 그러다 결국에 돌아가게 될 곳은 집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J: 배치상 그게 맞죠.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 건가? (전원 웃음)




LE: 그런 부분에서 [나무]나 [녹색이념]이나 지극히 한국적이지 않나 싶어요. 왜, 마치 봉준호 감독이 가족이라는 코드를 자신의 작품에서 늘상 강조하듯 한국 특유의 향수를 비롯한 가족에 얽힌 특유의 정서가 있잖아요.


S: 영향이 있긴 있었나 봐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그랬겠죠. 왠지 그런 거 같네.




LE: 어디까지나 저희의 해석입니다. (웃음) 다음 트랙 얘기로 넘어가면, “연리지”는 굉장히 재즈적인 구석이 있는 곡이에요. 소마 씨의 보컬도 그렇구요.


J: 김오키 형이 색소폰까지 불고 나니까 뭔가 되게 재즈틱하다 싶었어요. 재즈틱한 걸 잘 소화하는 보컬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또 제가 재즈 여성 보컬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소마란 친구가 생각나서 부탁했죠. 뒷부분 스캣은 제가 원래부터 넣고 싶었었어요. 스캣 자체가 재즈 보컬의 스킬적인 부분인데, 소마 그 친구가 완전 재즈 보컬은 아니라서 ‘해볼 수 있으면 마지막 부분을 스캣으로 마무리 지어줘.’라고 얘기했더니 만족스럽게 왔었죠. 셉도 그걸 이어받아서 스캣을 했구요. 그렇지만 재즈한 거지, 재즈는 아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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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아무래도 재즈와 재즈틱한 걸 구분을 해야겠죠. (웃음) 이리저리 트랙별로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았는데요.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거 같아요. 말씀하신 내용을 토대로 보면, 히피는 집시였다라는 팀은 결성부터 지금까지 의도적이고 의식적이지 않은 채로 우연적으로 오게 된 거 같아요. 그 와중에 실험적인 음악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만큼, 앞으로가 중요할 거 같은데요. 팀으로서 보고 있는 비전이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S: 검암 투 월드와이드. (전원 웃음) 저희 목표입니다.


J: 검암을 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할 거예요. 검암동에 예술인들이 모여 다 같이 무언가를 창작하고, 같이 자연을 느끼며 즐겁게 사는 거죠.




LE: 그렇다고 막 가사에 검암이 들어가고 그러는 건 아니죠? (전원 웃음)


J: 그렇지는 않을 텐데, “검암 블루스”라는 곡을 만들고 싶긴 했어요. 검암하면 떠오르는 느낌도 있고 하니 무드가 괜찮을 거 같아요.




LE: 이미 한 곡은 완성했다고 하셨는데, 다음 앨범도 대충 윤곽은 나온 건가요?


J: 거의 다 잡았어요. 제목도 다 지었고. (전원 웃음) 그 제목에 맞는 곡만 만들어내면 돼요.


S: 저는 곡만 오면 바로 작업에 착수하면 됩니다. (웃음)




LE: 이번엔 작업 방식이 좀 다른 거 같네요? 원래는 곡을 만들고 제목을 붙이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네요.


J: 항상 달라야 발전해요. (웃음) 왜냐하면, 작업실이란 공간은 다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제가 진행하는 방식이라든지 생각은 항상 달라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칸예 웨스트 같은 아티스트가 항상 다른 지역에 가서 곡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그런데 저희는 여기에서 계속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다른 부분을 바꿔야죠. 이를테면, 집에 있는 장식품으로 다른 걸 놓을 수도 있구요. 작업 방식을 조금씩 뒤트는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은 피처링이라든가, 여러 디테일들을 미리 생각해놓고 시작했어요.




LE: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이러니하다 싶은 게요. 음악을 생활에 녹여서 계획적이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과 별개로 제이플로우 씨가 예술 자체를 대하는 태도는 굉장히 가변적인 거 같아요.


J: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 제가 하는 행동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전 헬스, 운동을 많이 하거든요. 헬스를 하면서 배우는 게 엄청 많아요. 쉽게 말하면, 셉한테 가사만 맡기는 건 이 친구가 처음부터 벤치 프레스 100kg을 들려 하잖아요. 그럼 못해요. 10kg부터 시작해야 해요. 즉, 가사만 쓰게 하는 거죠. 저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으니까 조금 더 많은 무게를 드는 거구요. 근데 우리 인간은 적응력이 엄청 빨라요. 금세 적응해요.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통증이 금방 없어져요. 그런데 운동 방법 뭐 하나만 바꿔도 근육통이 다른데, 그게 발전의 계기가 되는 거죠. 근육이 찢어져서 살이 붙는 거죠. 모든 성장 과정에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통은 제 인생에서 첫 번째 요소에요. 인생이 어느 정도 고통스러워야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요. 음악을 만드는 일도 엄청 고통스러우니까 다들 시간 맞춰가면서 안 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 고통을 견뎌내면 더 나아지고 나아갈 수 있어요.




LE: 거의 선인을 보는 듯하네요. (웃음) 아무튼, 다음 앨범의 테마나 제목이 궁금한데요.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J: 앨범 제목은 ‘언어’에요. 여섯 곡인가, 일곱 곡인가 수록곡 제목도 다 정해놨는데, 그건 나중에… 다음 앨범 제목은 ‘언어’입니다. 그것만 딱. (전원 웃음)




LE: 마지막으로, 두 분이 궁극적으로 히피는 집시였다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어떤 결실을 보고 싶은지를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S: 지향하는 바가 없지 않나요? (전원 웃음)


J: 지향하는 바는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어느 순간 생각한 게 ‘내가 죽어도 내 음악만큼은 계속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음악가가 되어야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좋은 음악을 남기면 결국 그 노래를 평생 대대손손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S: 저는 사람들이 문득 생각나서 언제든지 들을 수 있고, 금방 잊히지 않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만들다 보면 저희가 니나 시몬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것처럼 나중에는 누군가가 저희 음악을 샘플링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저희가 지향하는 바인 거 같아요.




LE: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4.jpg


인터뷰|Geda, Melo, Loner(녹취)


사진, 그래픽 ㅣ ATO, Jflow, Marvin Kim



20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24 title: MBDTFBadMTone8.11 17:16 앗 좋아하고 관심있는데 잘모르는 분들입니다 음악은 나올때마다 듣고있지만 이런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선댓글 후감상! 추천 댓글 title: [회원구입불가]Melo8.11 17:32

  • 히피는 집시였다 - [나무] CD 이벤트 안내


히피는 집시였다의 첫 정규 앨범 [나무]의 CD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본 인터뷰 게시물에 댓글로 [나무]나 히피는 집시였다 인터뷰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세 분께 [나무] CD를 보내드립니다. 당첨자 발표와 개별 고지는 본 댓글란과 쪽지 기능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오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8월 11일 (금) ~ 8월 18일 (금)

이벤트 상품: 히피는 집시였다 1st LP [나무] 3장 (3인)

당첨자 발표: 8월 21일 (월)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A$AP Rocky (2)A$AP Rocky8.11 18:21 솔직히 나오기전에는 아티스트 이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음악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서 파란 빛깔을 가진 앨범커버가 계속 눈에 밟히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들하구요.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니 저도 들어봤습니다. 음악에 대한 표현을 잘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몽환적이면서도 되게 좋은 음악세계를 추구하시는듯 보였어요. 저 또한 그런 음악들을 좋아하기에 당연히 이 아티스트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 싶었구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이 아티스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것같네요. 노래를 들을때 가사를 염두에 두고 듣기는 했지만, 조금은 이어지는 이야기라던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은 거의 배제하고 들었거든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앨범을 듣는 또다른 재미를 찾은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 추천 댓글 title: Malcolmchicha8.11 18:39 한두줄 읽다보니 결국 끝까지 읽었네요. 인터뷰 보면서 음악에 대해서 매일 고민하는 모습들이 상상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자연스러운 한국 음악 부탁드릴게요. 화이팅 하세요! 추천 댓글 김창중8.11 19:10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됬네요.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Roocent8.11 20:23 인터뷰 원래 길어서 잘 안보는 스타일인데 (사실 로그인도 잘 안함...) '히피는 집시였다' 이기 때문에 정독했습니다. 처음에 [나무]라는 앨범을 알게되고 나서(아마도 똘배님인가 인스타를 보고, 오르내림&소마 공연에서 언급도 되고 그래서 들었던 것 같음) 트랙을 재생하자마자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한창 이런 몽환적인 느낌의 곡에 빠져있었을 때여서 첫인상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듣다보니 이 앨범의 곡들은 흔히 외국(흑인 알앤비 음악?)느낌의 몽환적인 알앤비와는 다른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흔히 몽환적=퇴폐적인 느낌과는 다른...) 쨌든, 그 이후로 한동안 이 앨범만 주구장창 돌리면서 많이 위로도 받고 감동도 받고 했던 것 같네요. 제가 한 삼십에서 사십분정도를 걸어서 출근하는데 이 앨범 한번 쫙 돌리면서 출퇴근하던 그 길이 너무 좋았습니다. 밤에는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어쨌든 음악자체에에 감사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종종있었지만 이 앨범은 그런 느낌이 꽤나 강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말씀해주셨다시피 오히려 직감적으로 가사를 쓰고 멜로디가 나와서 그랬던 걸까요? 감성 자체가 터질 듯, 절제되는 것 같아 온전히 듣는 이가 그 감성을 컨트롤하고 느끼고 받아 들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쨌든 인터뷰를 통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서 알게된 것도, 그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해서 알게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또한 제이플로우님은 인스타 팔로우 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평소 예술에 대한 자기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으신 것 같아서 많이 배우고 반성하게 됩니다. 일단 시퀀서를 켜야 된다는 말도 인스타 스토리로 처음 보고 많은 걸 느꼈는데...ㅎㅎ 이번 인터뷰를 보고서도 참 많은 걸 반성하게 하네요. 위에서 말했듯이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서 디엠도 보내고, 앨범도 사고, 공연도 하시면 꼭 갑니다!!! 앞으로 나올 앨범도 너무 기대되고 '히피는 집시였다'의 모든 행보를 지지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Chance the RapperWonLove8.11 22:22 엄청 긴데 결국 끝까지 읽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철학이 저랑 같은부분도 다른부분도 있지만, 굉장히 멋있네요. 음악만 들었을 때보다 더 존경하게 됐고 애착이 생겼습니다.

CD는 이미 갖고있지만 그냥 댓글 남깁니다. 히피는 집시였다 항상 응원하고 더욱 좋은음악 부탁합니다 (: 추천 댓글 title: 21 Savagegormley8.12 01:00 어멋... 제 앨범 후기가 언급 되었네요ㅠㅠ 영광입니다!! 그런 의미로 한번 더! 감상평을 남깁니다. 한국에서 이런 한국적인 앨범이 나온다는것이 의아하고 가사에 영어가 거의안들어간다는게 신기해하는 시대가 되었나봐요. 뭔가 외국물을 많이 먹었나봐욧…ㅎㅎ 예를 들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 다른 인종을 따라한다고 그인종이 될수 없는것 같이 언젠간 래퍼런스는 래퍼런스라 정의를 잃은체 그냥 남의 거 똑같이 따라하기의 은어가 되고 말거에요. 괜히 인스타에 제이플로우님이 FUCK THE REFERENCE 라구 적은게 아닌것 같이요. 슬프지만 그게 식케이가 트레비 쑥갓이라고 놀림을 받는 이유같기도 해요. 사실 저는 음악을 잘 몰라요 그래서 시퀀서,이팩트,샘플이 뭔지 잘 이해가 안가지만 이거 하나는 알수있어요 나무에 들어있는 음악들이 좋다는거에요.제이플로우 님의 몽환적이지만 구슬픈 비트, 셉 님의 왜곡된 목소리와 한국적인 가사, 마지막으로 조명근님의 곡의 분위기를 더 살려주는 기타소리 이 세개가 어우러져 이런 명반이 탄생한것 같아요. 앞으로 요즘 유행하는 음악이 아닌 자기의 색이 있는 음악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봐요. 또 우린 점같이 작은 지구안에 있는 그저 나무 한그루일뿐인데 독립적인척, 영향받지 않고 혼자 이뤄낸척 이런거 제가 보기엔 멋없는것같아요. 세상에는 독립적인 존재는 없는데 말이죠.(나무 부클릿의 글귀를 인용했어욧) 아무튼 글솜씨없는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제이호미악새8.12 05:17 난생 처음 듣는 음악이라 작업방식이나 모티프등 궁금한게 많았는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멋지고 음악도 그만큼 유니크하고 멋있네요. 짱짱... 추천 댓글 2hands8.12 17:34 우연한 기회에 와서 인터뷰를 읽고 노래도 듣게 됬는데요

뭐랄까

평범한 특별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평범해서 특별한??

좋은 아티스트 알게되서 좋습니다 노래도 너무 좋네요 ㅎㅎ 추천 댓글 title: Playboi Carti젖은수건둬8.12 17:46 물질보다 정신부터 와비사비룸의 열열한 팬이 되었고 팀이름과 제이플로우 프로듀싱 때문에 호기심에 한국화 뮤비를 보고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음악이 자연스러움 에 대한 갈망에서 부터 왔다는 사실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면서도 또 더욱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 이렇게 훌륭한 자연스러운 음악이 일상적으로 열심히 꾸준히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도 이 세상에 함께 연결된 모든 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요. 고집과 굳건한 정체성 허나 디지털을 쓸때는 쓰는 융통성 덕분에 이렇게 위대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쎕님이 라임을 운용하시면서 시적인 가사를 쓰시는게 원래 래퍼였던 게 작용하지만 래퍼였다는 분이 이렇게 아름다이 노래하실 수 있다는거 매번 들을때마다 놀랍습니다. 제이플로우 님은 와비사비룸 가사에도 고통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데 진정 몸으로 그 고통을 느끼셨고 그걸 멋지게 예술로서 이겨내고 계셨군요. 인터뷰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추천 댓글 dksfus8.12 19:55 앨범 전체 넘좋아여 인터뷰도 길어서 더욱더 좋아여 <3 추천 댓글 쀼잉쀼잉8.13 11:35 한국적인 냄새가 나서 좋아여. 몽환적이라하면 몽환적이고 뭔가 오묘한 느낌의 음악들이어서 어떤 사람들이 이런음악을 만들까 궁금했었는데, 엄청나게 평범하신분들이군요그냥.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건 대단한 거에요. '히피 집시'팀(ㅋㅋ)은 이름만 새로운걸 갖다붙인게 아니고, 진짜 조금은 다른 음악을 하려고 하시고 또 하고계신거같아서 더 찾아듣게 됩니다. 뮤직비디오나 가사가 대중적인 것에는 벗어나고 그래서 제가 더 찾는 음악인데, 그래도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하신게 아이러니합니다. 결국 다 먹고 살아야 하는거니까요 요즘에 뭐 외힙 레퍼런스니 한영혼용이니 뭐다뭐다 말이 참 많습니다. 인터뷰 내용에서 정답이 보이네요. 자연스럽게 하면 될 일입니다 자연스럽다 라는 말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도 묘사를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저도 자연스럽다는 말을 하는게 부자연스럽네요갑자기 히피는 집시였다 의 음악이 정말로 유명해질 날이 올지 궁금해집니다. 유명해지고, 그들의 음악이 입소문을 타서 제 2, 제 3의 아시안 얼터너티브 음악이 나오게 된다면 그자체로도 진보했다 라고 볼수 있지 않을까요 기대할게요 다음앨범

추천 댓글 오옹8.13 12:29 음악을 대하는 철학에 대한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한국적인 것,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것, 이런 것은 정말 용기가 있을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의 결과를 보장해 주는 반면에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죠. 저는 오늘 처음 접하는 아티스트인데 관심과 궁금증이 생깁니다. 앞으로 좋은 음악 기대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엘피제이8.13 12:48 이번년도에 들은 앨범들중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던것 같아요. 추천 댓글 title: 2Pac - Me Against the WorldMigh-D-98brucedemon8.13 15:32 첫번째 타이틀은 마왕의 곡에서 영감을 얻으셨던 것이었군요. 어쩐지 가사가 비범해서 혹시나 했었는데.. 이런 자연스러운 철학을 가진 작품들이 사실 많아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많이 곱씹게 되었습니다. 추천 댓글 title: #BlackLivesMatterJames Blake8.13 17:44 인터뷰가 무척 반갑네요. 음악이 좋은 만큼 만든이들이 누군지도 궁금해졌는데, 큰 정보가 없는 그룹이었으니까요. 제이플로우님의 완성된 곡에 셉 님이 가사를 붙여서 또다른 느낌의 곡이 탄생하듯이, 히피는 집시였다라는 완성된 용광로 같은 팀을 잘 설명한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에 한 아티스트의 모습이 모두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그 아티스트 본연의 것만이 담기는 것도 아니라지만 이 인터뷰의 질문들에서는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존중(팀을 규정짓지 않고, 특정한 답을 유도하지 않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비트메이커 스스로만의 직관적이고 완전한 비트에 역시 직관적이고 완전한 보컬 본인만의 가사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런 음악들이 탄생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어울림이 좋기 때문에요. 오히려 명확한 규정지음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들을 때마다 다양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후속작 <언어>도 기대하겠습니다.

추천 댓글 peacegirl8.13 21:54 겁나 잘봤다우 추천 댓글 드레드레드레8.14 14:18 자기음악하는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되었음하네요 팬입니다!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펑숭8.14 14:39 제이플로우의 음악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 그 대단함의 바탕이 되는 생각과 실천이 뭐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한국적인 좋은 음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김밥말이1248.16 15:05 히피는 집시였다의 나무를 듣고 처음 느낀 것은 "간만에 제대로된 한국음악이 나왔다" 였을정도로 한국적인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느꼈었구요.. 계속 들으면 들을수록 찐하게 다가오네요 이 감성이. 특히 With Me 랑 한국화는 올해 가장 좋았던 두곡이 될것같아요ㅎㅎ 좋은음악 또 기대할게요 ^__^ 추천 댓글 title: [회원구입불가]Melo8.21 14:17

  • 히피는 집시였다 - [나무] CD 이벤트 당첨자 발표 안내


1주일간 진행되었던 히피는 집시였다 [나무] CD 이벤트에 댓글로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이벤트의 당첨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당첨자분들에게는 별도로 메시지를 보내드릴 예정이오니 회신을 통해 각종 인적 정보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악새

젖은수건둬

WonLove


감사합니다.


추천 댓글 Rekaphor12.8 16:49 역대급 인터뷰같네요. 너무 좋은 말들, 관념을 팍 깨버리는 듯한 시원한 생각들.. 히피집시 사랑합니다. 추천 댓글 파킨맨1.16 23:01 인터뷰를 읽다가 문득 함 들으면서 읽어보니까 정말 이들이 자신의 음악들을 한가지 장르에만 머물려고하는듯한 모습이 아니라 듣는이에 따라 팝 또는 록같은 분위기로 흘러갈수있다는 시점과그리고 한국이라는 이 나라와 국적을 노래로나마 자기들만의 방식과 색깔로 잘 표현을해내었다는게 김태균의 녹색이념을 제가 처음들었을때와 같이 똑같은 느낌으로 흘러가는듯한 매력이 있는 아티스트여서 정말 맘에든다고 생각이 드네요..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1045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