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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Masta Ace - A Long Hot Summer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26일 (화) 14:48 판 (새 문서: Masta Ace - A Long Hot Summer 강일권 작성 | 2009-10-22 19:3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 | 스크랩스크랩 | 21,407 View 1348509094.jpg Artist: Masta Ace Album: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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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a Ace - A Long Hot Summer

강일권 작성 | 2009-10-22 19:3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 | 스크랩스크랩 | 21,407 View

1348509094.jpg

Artist: Masta Ace

Album: A Long Hot Summer

Released : 2004-08-03

Rating : RRRR+

Reviewer : 강일권



프롤로그

지난해의 힙합씬을 잠시 되돌아보자면, 릴존(Lil Jon)을 위시로 한 Dirty South의 클럽사운드가 2003년에 이어 여전히 메인스트림을 주름잡았던 것을 비롯, 50센트(50Cent)를 첨병으로 했던 쥐유닛(G-Unit)과 각 멤버들의 멈출 줄 모르던 성공적인 행군, 그리고 순식간에 흑인음악계 미다스(Midas)의 손으로 떠오른 걸출한 프로듀서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등장 등이 특히나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에미넴(Eminem), 스눕 독(Snoop Dogg), 나스(Nas) 등, 이른바 슈퍼스타 MC들이라고 불릴 만한 이들이 연말즈음해서 새 앨범과 함께 행한 씬으로의 복귀는, 2004년의 힙합씬을 더욱 화려하게 마무리함과 동시에 시작부터 풍성한 새해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지난 한 해, 팝 음악계는 힙합 음악특수를 누린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메인스트림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트랜드 수용에만 급급했던 점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지만, 흑인음악의 인기가 절정에 오르고 있는 지금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우리 모두 화려했던 주류만을 쫓느라 그 흐름에서 벗어난 곳을 살피는데에는 소홀하지 않았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를 막론하고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린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던 한 거장(巨匠)의 앨범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았던 앨범들 중에서 단연 손에 꼽을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은커녕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씁쓸함을 안겼던 작품, 바로 마스타 에이스(Masta Ace)의 [A Long Hot Summer]가 그 주인공이다.

예나 지금이나 올드스쿨 명곡으로 회자되는 ‘The Symphony(88년)'를 통해 전설적 집단인 쥬스 크루(Juice Crew - Marley Marl, MC Shan, Big Daddy Kane, Biz Markie, Roxanne Shante, Craig G)의 일원으로서 주목받았던 마스터 에이스는, 90년에 발표된 데뷔작 [Take a Look Around]의 대성공과 함께 힙합의 황금기(Golden Age)를 풍미했다. 이후, 자신을 따르던 로드 디가(Lord Digga)와 파울라 페리(Paula Perry) 등을 규합하여 마스타 에이스 인커퍼레이티드(Masta Ace Incorperated)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93년과 95년에는 각각 [Slaughtahouse]와 [Sittin' On Chrome]이라는 앨범으로 이스트 코스트 전통의 힙합정신과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의 융화를 실현해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후,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발표했던 작품 [Diposable Arts/01]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자신의 레이블인 m3레코드를 통해 발표한 본 작은, 그의 다 섯번째 정규 앨범이자 무려 16년여의 화려하고도 길었던 랩인생을 마감하는 기념비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크 리(Spike Lee)감독이 연출했던 영화 [Do The Right Thing;국내 제목은 ‘똑바로 살아라’]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앨범의 타이틀과 커버부터 인상적인 이번 앨범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기 성찰에 관련한 진지한 내용들을 여전히 녹슬지 않은 은유적인 라임(Rhyme)으로 담아낸 마스터 에이스의 관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영화 [Do The Right Thing]의 배경이 마스타 에이스의 고향인 브루클린이었으며, 찌는듯한 여름의 거리를 배경으로 들리는 동네 라디오 방송국 DJ의 멘트 중에 "a Long Hot Summer"라는 유명한 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DJ의 멘트가 끝나고 나오는 곡은 같은 쥬스크루의 일원이었던 Marley Marl의 곡). 여기에 10명의 프로듀서가 만들어낸 각각의 견고한 비트들이 잘 조화를 이루며 안정된 구성마저 보여주고 있으니, 이만하면 가히 황금의 비율을 이루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트랙들이 수놓고 있는 전반부는 실로 감동적인 구성을 이룬다.

Music

앨범은 커먼(Common), 노 아이디(No I.D) 등과 작업한 바 있는 윈디 시티(Windy City *시카고)출신의 프로듀서, 덕 인피닛(Dug Infinite)이 프로듀싱한 'Big City'로 문을 연다. 묵직한 비트와 간간이 배치된 브라스 샘플이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마스터 에이스는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견해를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식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본 작의 참여 진 중, DJ Spinna와 함께 가장 유명한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는 나인스 원더(9th Wonder)가 특유의 둔탁한 비트 위로 해먼드 오르간(Hammond Organ) 샘플을 이용한 아련함과 소울 컷을 버무린 'Good Ol Love'의 매력이 그 뒤를 잇는다. 한편, 초반부터 절정으로 치닫는 이번 앨범은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의 곡인 'Da Grind'와 'H.O.O.D'에 이르러 그 음악적 탁월함이 최고조에 달한다. 디지털로 가공된 어쿠스틱 기타리프와 신시사이저가 만들어낸 멜로디 라인에서 나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Da Grind(Produce By Khrysis)'는 앨범을 가득 메우고 있는 주옥같은 곡들 중에서도 본인에게 가장 큰 감흥을 일게 한 곡으로 특히, 저 옛날 이름을 날렸던 락스테디 크루(Rocksteady Crew)의 일원, DJ JS-1이 Nas의 가사를 이용한 지극히 고전적인 스크래칭("I had to hustle hard, never give up")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프랑스 출신의 프로듀서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aka DAMS)가 프래다 패인(Preda Payne)의 'Stares And Whispers(*호주 출신의 소울 싱어, 레니 제이어-Renee Geyer-의 73년 곡이 원곡이다)'를 샘플링한 'H.O.O.D'라는 트랙으로 이어진다. 적당히 피치(Pitch)를 올린 코러스 라인으로 곡을 주도하며 정겹고 따뜻함을 자아내는 사운드와는 달리, 버스정류장에서 총에 맞은 자식을 보고 울부짖는 어머니와 약을 파는 아이들의 모습 등을 담은 가사가 애상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며,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aka DAMS)와 함께 본 작에 참여한 또 한 명의 유럽계 프로듀서, 쿨레이드(Koolade-크로아티아 출신-)의 감각적인 프로듀싱이 빛나는 'Beautiful'이라는 곡 역시 상당한 매력을 분출한다. 어쿠스틱 피아노룹의 단아함과 여성 보컬 샘플을 이용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가운데, “평소에는 나의 웃음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웃을 수 있다”는 그의 가사가 입가에 가만히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지금까지 언급한 뜨거운 곡들 외에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F.A.Y', 현존하는 실력파 여성 MC 중 한 명인 진 그레이(Jean Grae)가 훅(Hook)을 맡은 'Soda & Soap',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엇박자의 비트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BKLYN Masala', 마스터 에이스가 직접 프로듀싱했으며 클래식 기타 리프가 서글픈 느낌을 잔뜩 자아내는 'Revelations' 등이 앨범의 후반부를 단단히 받치고 있어서, 절정에 다다른 후에도 그 음악의 열기는 도무지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Lyric

이러한 최상의 비트들과 함께 마스터 에이스의 이번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바로 가사적인 측면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평단은 물론 팬들로부터 인정받아 온 리릭시스트(Lyricist)답게 본 작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가 풀어놓는 라임은 앨범의 가치를 더욱 값지게 만든다. 'The Ways'라는 곡에서는 음악 사업계에 대한 신랄한 조롱과 함께 그 안에 뛰어들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진실된 충고를 하는가 하면("들어봐, 레이블 관계자 놈들은 암캐로 변장한 놈들과도 같지/그들은 단지 살려고만 하거든, 그들의 눈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보여? ~~ 레이블을 선택하기 전에 우선 이 바닥-Music Game-의 방식부터 배워라"), 빅 노이드(Big Noyd)와 함께 한 'Do It Man'을 통해서는 남성적인 어조로 거친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다(”오늘만은 난 총을 쏘지 않길 바래/왜냐하면 몇몇 녀석들이 총을 쏴대는 소리를 들었거든/마치 베트남을 걷고 있는 듯 해/주변은 베트콩의 옷을 입은 미국인들로 둘러싸여있어). 또한 자조(自照)적인 가사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Revelations'를 비롯, 너무 상업적이 된 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서도 힙합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Good Ol' Love'와 자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Da Grind' 등의 트랙들에서도 그의 라임은 확실히 빛을 발한다. 한편, 씁쓸하고 진지한 가사가 앨범을 지배하는 와중에도 세상과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분노를 다소 맹목적으로 표현한 'F.A.Y(Fuck All Y'all)'와 같은 곡을 통해서는 “Strick은 내가 Playa Hating을 멈출 거라고 말했지만, 웃기지마, 난 하던 일을 멈추거나 하는 게으름뱅이가 아냐(Strick told me I should quit player hating, but fuck that I'm not a quitter)”라며 재치있는 한 방을 날리기도 한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소다수들의 이름으로 펼치는 워드 플레이(Word Play)가 인상적인 'Soda & Soap'과 인디아, 스위스, 네덜란드 등 전 세계를 돌며 만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Travelocity', 그리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온 여인에 대한 사랑을 낭만적인 라임으로 표현한 'BKLYN Masala' 등의 곡들은 그가 다루는 주제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에필로그

“난 치즈(Cheese)를 차지하기 위해 Rap Race에 뛰어들었지만 너희 모두는 알리시아 키즈(Alicia Keys)처럼 내 이름을 모르지/내 얼굴은 친숙하지 않고, 내 음악도 마찬가지지/이게 바뀌지 않는다면 난 곧 잊혀지는 것들 중의 하나가 될거야”

마치 이번 앨범이 처하게 될 안타까운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Revelations'의 위 가사는, 명작을 만들어놓고도 힘없이 돌아섰을 거장(巨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본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아무리 골든 에이지(Golden Age)이 후, 존재감이 약해진 그라지만, 어쩌면 이리도 무관심할 수가 있을까? 재작년 락커펠러의 왕좌에서 물러난 제이 지(Jay-Z)에 비교한다면 한 때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아티스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는 은퇴식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이번 앨범이 평단과 팬들의 무관심 속에 묻힌 작품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본 작을 꼭 한 번 감상해 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순도 99.9%의 견고함으로 무장한 비트들과 마스터 에이스의 탁월한 라이밍(Rhyming)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여러분의 엄지 손가락은 치켜 올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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