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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체리콕(Cherry Coke) -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25일 (월) 18:34 판 (새 문서: 체리콕(Cherry Coke) -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리드머 작성 | 2020-11-23 19:2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6,409 View 인터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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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콕(Cherry Coke) -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리드머 작성 | 2020-11-23 19:2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6,409 View


인터뷰: 황두하, 이진석

서문: 김효진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이의 노고와 인내가 필요하다. 유명한 시 구절처럼 ‘소쩍새는 그렇게 봄부터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운’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성실하게 터뜨린 꽃망울은 그 어떤 것보다 고결하다.


체리콕은 느리게 걷는 아티스트다. 2015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2017년에 첫 공식 싱글 “UP”을 발표했다. 그 후 3년 만에 첫 정규 앨범 [Every flower you gave me]를 세상에 내놓았다. 비교적 늦은 정규 앨범이지만, 표현하고자 한 이야기를 확고히 다져 넣었다. 직접 겪은 사랑의 순간과 감정의 순환을 담아 피고 지는 꽃의 순리를 담았다. 느리지만 성실하게 꽃망울을 트이는 아티스트 체리콕(Cherry Coke)을 만나봤다.




리드머(이하 ‘리’): ‘체리콕(Cherry Coke)’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


체리콕(이하 ‘체’): ‘콕(Coke)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잘 아는 ‘콜라’의 뜻도 있고, ‘취한다’는 뜻의 약으로서의 의미도 있잖아요? 그래서 ‘체리 콜라의 매력에 빠져라, 취해라’ 이런 느낌으로 짓게 됐어요. 원래 체리라는 단어가 예뻐서 ‘체리 OO’ 이런 식으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체리콕’이라는 단어가 가장 제 음악과도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합치게 되었죠. 뜻도 재미있고.


리: 그럼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뭐였어요?


체: 항상 막연한 꿈이었던 것 같아요. 자아를 가지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노래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있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부터는 연예인 쪽으로 데뷔하려고 준비를 하게 됐어요. 제가 부산에 살다 보니까 ‘언더그라운드’라든지, 매체들에 나오는 것 이외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몰랐어요. 그래서 매체에 나오는 가수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노래 부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후로 기획사 캐스팅도 여러 번 받았고, 그중에서도 제가 가고 싶은 회사에서 연락이 한 번 와서 그걸 계기로 서울에 오게 됐어요.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일단 부딪혀 보자.’ 싶었던 거죠. 근데 그때 제가 처음 자리 잡았던 게 홍대였어요. 홍대에 살면서 버스킹 같은 공연을 보니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와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었던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이 그쪽으로 돌아가 버렸어요. 그때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다 보면 더 멋있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독자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죠. 먼저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러다가 체리콕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4-5년 정도?


리: 처음에 캐스팅된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도 했던 건가요?


체: 아예 연습생조차 하지도 않았어요. 그 회사에 들어가지는 않았고, 그 캐스팅이 저를 서울로 올라오게 만든 계기가 된 거죠.


리: 그렇다면 2015년에 냈던 믹스테입 [Here]가 처음 음악을 제대로 시작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체: 그게 2015년도였나요? 그럼 그때부터가 맞아요. 그 믹스테입이 체리콕의 시작입니다.


리: 믹스테입을 내야겠다고 맘먹은 계기가 궁금해요.


체: 제가 19살 때 학교가 예고였어서 취업계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던 거예요. 그 당시에는 영상, 사진 쪽 전공이었어서 관련한 회사에서 일하며 음악을 했죠.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 하다 보니 쌓아놓은 곡이 많더라고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리고 추려서 믹스테입을 내게 됐던 거죠.


리: 당시에 많은 뮤지션들이 믹스테입을 냈잖아요.


체: 그렇죠. 굉장히 핫했죠.


리: 그렇게 해서 당시에 힙합엘이(Hiphop LE) ‘믹스테입 먼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믹스테입 어워드'에서 ‘과소평가된 믹스테입’ 부문을 수상했죠?


체: 맞아요. 전 정말 놀랐어요. 아무도 안 들었을 줄 알았는데…. 일단 들어준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죠. 제가 믹스테입 홍보를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었고. ‘다 찾아서 들어주셨구나’ 싶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한테는 그런 기회가 항상 필요했으니까요.


리: 수상한 것을 계기로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거네요.


체: 그렇죠. 그게 큰 계기가 됐어요.


리: 그럼 처음부터 힙합, 알앤비 음악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건가요?


체: 네, 맞아요. 어릴 때부터 저희 엄마가 힙합을 엄청 좋아했어요.


리: 정말요? 굉장히 의외네요.


체: 완전 힙합 음악은 아니지만, 마룬 파이브(Maroon 5) 같은 팀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찾아 듣고, 그 외에도 약간 메인스트림 힙합, 팝 음악을 굉장히 자주 들었어요. 저는 그냥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틀어놓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굉장히 유명한 음악들이더라고요. 엄마의 영향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리: 그럼 당시 어머님이 들려준 음악 중에 가장 크게 영향받은 음악이 뭐였는지 기억해요?


체: 사실 지금 제 음악이랑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저는 키샤 콜(Keyshia Cole)이나 리아나(Rihanna), 그리고 드레이크(Drake) 음악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혼자서 많이 찾아들었고요.




리: 음악 스타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인데, 아까 이야기했던 믹스테입 [Here]는 퓨처 바운스(Future Bounce) 성향의 사운드가 강했어요. 이런 음악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체: 사실 그 장르를 딱 특정 지어서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듣기에 그런 음악들이 좋았던 거죠. [Here]가 믹스테입이었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곡들을 모았는데, 모으다 보니 퓨처 바운스 스타일의 음악들이 많더라고요. 당시 저의 취향이 반영된 거죠.


리: 2015년에 믹스테입을 내고, 2년 후인 2017년에 첫 공식 싱글인 “Up”을 발표했어요. 꽤 공백이 길었는데요.


체: 제가 믹스테입도 그렇고 작업물을 낼 때 굉장히 오래 걸리는 타입이에요. 믹스테입도 몇 십 곡 중에서 다섯 곡으로 추린 거였고. 당시에 '믹스테입 어워드' 인터뷰에서도 똑같이 말했을 거예요. 그래서 첫 데뷔 싱글이다 보니까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뮤직비디오도 잘 찍고 싶고. 준비 기간 자체가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리: 그러면 쭉 인디펜던트로 활동했던 건가요?


체: 네, 맞아요. 지금 회사에 들어온 건 2018년에 냈던 싱글 "Iloveyourcheek" 때부터였어요.


리: 회사와 계약을 한 후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체: 저희 회사가 공연기획사도 겸하고 있다 보니까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었죠. (웃음)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리: 요새는 그런 점이 아쉽겠네요.


체: 그렇죠. 정말 아쉬워요. 저도 공연하는 걸 좋아하는데, 얼른 사태가 진정되어서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리: 작년에는 MBN과 에이오엠쥐(AOMG)과 함께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사인히어]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참가하게 된 건가요?


체: 저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체리콕이 누군지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가했었죠. 우승을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 음악이 약간 마니아 층이 찾아듣는 성격이 강해서 조금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죠.


리: 방송에 출연해 보니 어땠나요?


체: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랑 완전 찰떡이었죠. 대기 시간만 빼면. (웃음) 촬영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리: 이제 [every flower you gave me]이야기를 해보죠. 아까 이야기한 [Blind] 이후에는 2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고, 첫 정규 앨범이에요. 직접 소개 좀 해주세요?


체: 일단 큰 틀에서 ‘사랑의 순환, 감정의 순환’을 담은 앨범이에요. 사랑과 미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꽃에 비유해서 ‘네가 나에게 준 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리: ‘꽃’에 비유한 이유가 있을까요?


체: ‘사랑’을 생각했을 때, 보통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다시 만나고 이러한 반복도 있지만, 한 사람과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순환’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까, 꽃도 사계절이 돌면서 피고 지는 게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결하게 된 거죠. 마지막 트랙 제목이 지금 “oo”로 되어있는데, 원래는 무한대 기호 ‘∞’를 생각했던 거예요. 표기하기 쉽게 “oo”가 된 거죠. 사랑의 이야기가 순환된다는 것을 곡의 흐름에도 녹이고 싶었고, 마지막 트랙이 끝나고 다시 첫 트랙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앨범 내에서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리: 혹시 특정한 종류의 꽃을 염두에 둔 것이 있나요?


체: 특정한 꽃이 있는 건 아니에요. 앨범 커버를 보시면 꽃들이 다 색깔도 다르고, 진 꽃도 있고, 완전히 개화한 꽃도 있어요. 한 쪽에는 얼어있는 꽃도 있죠. 그래서 커버에서도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얼어있는 꽃은 그런 순환을 멈추고자 하는 감정을 섞고 싶어서 넣었죠. 제 앨범의 메시지 자체를 커버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리드머에서) 리뷰한 것처럼 듣는 분들이 제 앨범을 다양하게 해석해주기를 바랐어요. 열린 결말처럼. 꼭 제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니라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게 좋으니까요.




리: 믹스테입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고 했으니, 음악을 시작한지 약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에요. 소감이 어떤가요?


체: 저는 ‘정규’라는 단어가 이렇게 벅찰 줄 몰랐어요. (웃음) 제가 EP를 한 번 내봐서, 정규 만드는 건 그것보다 조금 더 힘들겠거니 하면서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 이건 정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생각대로 잘 나온 앨범이라서 되게 뿌듯해요.


리: ‘정규’라는 게 뮤지션에게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 같은 느낌이 있긴 하죠.


체: 맞아요. ‘나 1집 가수야!’ 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웃음)


리: 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한 거예요?


체: 사실 정규 앨범을 작년에 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을 내고 싶어서 작년에 한 번 엎었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정말 이 곡은 끌고 가야겠다 싶었던 것들은 이번 앨범에도 수록했어요. 사실 언제부터 딱 만들었다고 하기가 애매하네요. 굉장히 오래됐어요.


리: 그 사이에 냈던 싱글들도 본래 앨범을 위해 작업했던 건가요?


체: 아니요. 그 곡들은 애초에 싱글로 내려고 했던 것들이에요. 제가 평소에도 계속 작업하면서 가이드를 많이 쌓아두는 편이거든요. 믹스테입 만들 때랑 굉장히 비슷했어요. 그래서 가이드를 쭉 만들어두고, 괜찮다 싶은 것들은 완성된 곡으로 발전시키는 거죠.


리: 평소에 굉장히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가봐요.


체: 맞아요. 만들기는 굉장히 많이 만들어둬요. 그런데 그걸 내놓을 때 완성도 측면에서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이 조금 높아서 내기 어려워하는 스타일이죠.


리: 평소에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체: 저는 보통 비트가 있으면 멜로디를 먼저 쓰고 그 위에 가사를 입혀요. 예외일 때도 있지만, 거의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아요.


리: 크레딧을 확인해 보니까 모든 트랙에 다른 프로듀서가 참여했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 건가요?


체: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것처럼 앨범 내에서도 장르에 국한되거나 특정 프로듀서의 곡을 많이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양한 색깔을 넣는 것이 앨범에서 말하는 메시지 전달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그런 이유로 올해 초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비트를 공개적으로 모집했어요. ‘정규를 만드는 중이다. 어떤 장르라도 좋으니 비트를 보내달라.’라는 식으로요. 그렇게 해서 많은 프로듀서들이 비트를 보내줬죠. 올해 싱글로 낸 곡들도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많아요. 덕분에 새로 알게 된 프로듀서들도 많았고요.


리: 아, 그래서 이번 앨범에 신인 프로듀서들도 많았던 거군요.


체: 맞아요. 보내준 비트가 너무 좋아서 제가 연락하게 된 분들이죠.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고르는 게 어려웠어요.


리: 반면에 딥샤워(Deepshower), 혜성(HYESUNG) 같은 분들은 익숙한 이름이었어요.


체: 맞아요. 혜성과는 작업한 적이 있는데, 딥샤워와는 이번에 처음 작업한 거였어요. 원래 아는 사이긴 했죠.


리: 이렇게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했는데, 사운드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신시사이저의 사용이라든지, 각 트랙들의 무드 같은 면에서요.


체: 저는 기존에 제가 안 하던 무드의 음악도 많이 시도했다고 생각해요. 비트만 놓고 보자면 각 트랙 별로 장르가 아예 다르긴 해요. 그런데 거기에 제 목소리가 올라가면서 사운드가 일관적으로 흘러가게 된 것 아닐까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우스도 있고, 시티 팝도 있고, 테크노에 가까운 트랙도 있어요. 물론 완전 알앤비 트랙도 있죠. 이번 앨범에서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트만 이어서 들으면 두서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후반 작업을 하면서 일관성 있게 이어보려고 노력했죠. 그걸 느껴주셔서 굉장히 보람차네요. (웃음)


리: 성공적이네요. (웃음) 이야기한 것처럼 하우스, 테크노처럼 굉장히 댄서블한 사운드의 트랙들도 많이 있어요. 특히, 초반에 많이 몰려있는데, 이런 트랙들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체: 항상 제 음악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편이라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인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도 하우스, 테크노 음악을 좋아해서, 아예 그쪽으로 작업을 해보자 싶어서 만든 것들이죠.


리: 초반에 배치된 “we’re dying”과 “지옥가요”에는 각각 팔로알토(Paloalto)와 쿤디판다(Khundi Panda)가 참여했어요. 두 래퍼와 작업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체: 제가 예전에 팔로알토와 저스디스(Justhis)의 앨범 [4 the Youth]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마지막 트랙이었죠. 그 이전에도 팔로알토 씨가 제 믹스테입을 듣고 먼저 연락을 줘서 만난 적도 있었고요. 그렇게 연이 닿아서, 팔로알토 씨의 정규 앨범에도 참여할 뻔 했었는데 그건 무산됐었어요. 그후로도 팔로알토 씨와는 곡을 하고 싶었는데, 진짜 멋있는 곡에 함께하고 싶어서 기회를 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번 “we’re dying”에 너무 잘 묻을 것 같아서 부탁했어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연락을 했는데, 굉장히 빨리 작업해서 줬어요. ‘필이 와서 바로 썼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리: SNS를 통해서 본인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벌스라고 밝혔더군요.


체: 맞아요. 저한테는 와이프가 가장 많이 듣는 노래라고도 했고. (웃음) 그래서 저도 굉장히 기분 좋았어요.


리: 그럼 쿤디판다와는…?


체: 쿤디판다도 안 지는 굉장히 오래 됐어요. 이번에 [가로사옥]의 “낙찰 전/용기의 합창단”이라는 곡에 제가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했거든요. 작업하게 된 계기는 팔로알토와 똑같아요.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던 친구였고, 워낙 가사를 잘 쓰는 래퍼니까요. 특히, “지옥가요”는 가사가 중요한 곡이거든요. 그래서 쿤디판다가 필요했죠. 곡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요청을 하니까, 되게 열심히 작업을 해줬어요. 처음에 벌스를 보내줬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야, 이걸로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 친구가 ‘아니야, 다시 해서 줄게, 내 마음에 안 들어.’라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어요.


리: 이번 앨범에는 두 래퍼만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이후에 또 작업을 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을까요?


체: 너무 많아요. 한 명만 꼽을까요? (웃음)


리: 여러 명 꼽아도 괜찮습니다. 지면은 많으니까요. (웃음)


체: 수민 언니요. 그리고… 수민 언니만 꼽을게요. (전원 웃음) 사실 이번에도 수민 언니랑도 하고 싶었는데, 언니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트랙에 하고 싶다고 해서 그 기회를 노려 보려고요. 그리고 수민 언니가 이번 앨범을 듣고 너무 좋아해줬어요. ‘네가 대한민국 음악의 미래다.’라고 하면서요. 그 언니가 그런 말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친하기도 하지만,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한 명의 아티스트니까요. 그리고 원래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이라는 해외 알앤비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논의하고 있기도 했어요. 원래 온라인으로 연이 닿게 되어서 연락을 주고 받다가, 올해 그 친구가 내한을 하기로 해서 그때 만나서 이야기해보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공연들이 다 취소가 됐잖아요? 그래서 못 만나게 됐죠. 원래 남녀 혼성 듀엣곡을 항상 해보고 싶었거든요. 기회가 또 있겠죠.




리: 초반부에 댄서블한 트랙이 몰려있는 것과는 다르게, 후반부에 이를수록 점점 더 침잠된 무드로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구성을 취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체: 이번 앨범을 원래 여름에 내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트랙을 배치할 때 낮에서 밤으로 가는 구성으로 가고 싶었어요. 초반에는 조금 더 활기찬 낮의 느낌을 주고, “ratherkillyou”를 기점으로 밤으로 넘어가는 거죠. “ratherkillyou”는 노을이 지는 느낌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사운드를 배치한 거죠. 낮과 밤도 순환이 되는 거잖아요. 모든 게 ‘순환’이라는 테마와 연결된 거예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마지막 트랙 “oo”는 하우스 트랙이에요. 이것도 ‘순환’이죠.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비슷한 사운드로 가는 거니까요. 모든 트랙이 그렇지만, “oo”는 가사 없이 허밍으로만 진행되는 곡이어서 사운드 믹싱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리: 이번 앨범에서 가사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방금 이야기한 “지옥가요”나, “ratherkillyou”, “왜우린같은극자석인걸까” 등등, 독특한 표현들이 눈에 띄는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사를 하나요? 특히, “지옥가요”는 발음의 이중성을 노린 게 재미있었어요.


체: 완전 노렸죠. (웃음) 사실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예요. 제가 다 한 번 쯤은 느껴본 감정들이죠. 제 경험들 중에서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정들을 포착해서 쓴 것들이고요. 특히, “왜우린같은극자석인걸까”라는 트랙은 제가 쓰면서도 많이 울었어요. 당시 생각이 너무 나는 거예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굉장히 슬프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또 이번 앨범 수록곡은 아니지만 “Iloveyourcheek” 같은 경우에는 ‘네 숨을 타서 마실게.’라는 가사도 있었거든요. 그런 표현들이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건 가사에 써야 된다’ 싶은 것들이요.


리: 보통 본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봐요.


체: 네, 실화에서 많이 영감을 받죠. 그리고 저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스토리가 있는 영상물을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런 것들에서도 많이 영감을 얻습니다.


리: 이번 앨범에서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트랙이 있나요?


체: 이번 앨범은 전부 제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이에요.


리: 그럼 가장 재미있게 본,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가 뭐예요?


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요. 애니메이션도 좋아해서요.


리: 혹시 이번 앨범에서 뮤직비디오 계획이 있는 곡이 있나요?


체: 아니요. 찍고 싶었지만 못 찍었어요. 이번 앨범 타이틀곡(“we’re dying”)이 저예산 뮤직비디오랑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은 장비로 찍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예산 문제가 있더라고요. ‘애매하게 찍을 바엔 안 찍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계획을 접었죠.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뮤직비디오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리: 다른 프로모션 계획이 있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체: 있죠! 피지컬 앨범도 곧 나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곡 “we’re dying”으로 리믹스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에요. 그게 굉장히 트랙 수가 많아요. 14 트랙이거든요. (*필자 주: "we're dying"의 리믹스 앨범은 11월 5일에 발매되었다.)


리: 리믹스 앨범이 정규 앨범보다 트랙 수가 많네요.


체: 네. (웃음) 저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프로듀서만 다른 14팀이 참여해서 만들어줬어요. 해외 팀도 있고, 국내 팀도 있어요. 다 잘하는 분들이 참여해줘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조만간 공개될 거예요.


리: 재미있는 기획이네요. 요새는 이런 리믹스 앨범이 잘 없잖아요.


체: “we’re dying”은 제가 딥샤워랑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식의 곡을 만들자’해서 나오게 된 곡이에요. 만들다 보니까 ‘곡이 너무 좋은데, 다른 식으로 리믹스를 해봐도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죠. 그때부터 딥샤워가 본인이 아는 프로듀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리믹스해달라고 했어요. 근데 그게 소문이 났는지 다들 참여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일이 커지게 됐어요. 곡이 좋았나 봐요. (웃음) 그래서 14 트랙이나 싣게 되었습니다.


리: 그만큼 “we’re dying”이라는 트랙에 애착도 클 것 같아요.


체: 맞아요.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에요. 애초에 너무 재미있게 작업을 해서요. 멜로디와 가사, 프로덕션 모든 게 찰떡궁합인 것 같아요. 팔로알토의 벌스도요.


리: 다음 앨범 계획도 들려주세요.


체: 다음에는 사랑 이야기를 빼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그동안 사랑 이야기를 많이 써오기도 했고. ‘사랑 이야기는 뻔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번 앨범은 그렇게 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다음 앨범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리: 그동안 사랑 이야기를 많이 써온 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기 때문일까요?


체: 그렇죠. 사랑은… 저와 뗄 수 없는 것입니다. (웃음) 제가 가장 크게 겪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제 곡들은 ‘감정’을 담아낸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베개” 같은 경우에는 내가 베개가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품어준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그렇게 순간의 감정들을 담아낸 거죠. 사랑 이야기가 저한테 가장 맞닿아있는 것 같아서, 가장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체: (청자들이) 제 앨범에 대한 해석을 저에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해석을 듣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리드머 리뷰도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겨울에 싱글도 낼 생각이니까 들어주시길 바라고요.




체리콕이 뽑은 ‘좋아하는 앨범 TOP 5’ (무순위)


Justin Bieber [Changes]

Alina Baraz & Galimatias [Urban Flora]

수민 [Your Home]

최엘비 [CC]

Rihanna [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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