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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뱃사공 – 잘 돼야 돼 탕아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25일 (월) 18:00 판 (새 문서: 뱃사공 – 잘 돼야 돼 탕아 리드머 작성 | 2018-09-05 19: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5 | 스크랩스크랩 | 39,147 View 인터뷰, 글: 황두하,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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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공 – 잘 돼야 돼 탕아 리드머 작성 | 2018-09-05 19: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5 | 스크랩스크랩 | 39,147 View


인터뷰, 글: 황두하, 이진석



래퍼 대부분이 성공을 위해 ‘쇼미더머니’란 힙합 카스트 제도 속으로 투신한 가운데서도 뚝심 있는 움직임은 존재한다. 기형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한국힙합 씬에서 여전히 멋과 낭만을 노래하는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는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 선 래퍼 뱃사공은 정규 2집 [탕아]를 통해 이 같은 행보에 둔중한 무게감을 더했다. 작년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물이 오르던 래핑은 완성형이 됐고, 가사 역시 더욱 향이 진해졌다.


얼핏 방탕한 삶을 살며, 현실도피를 일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생생한 청년 르포이자 가슴 뭉클한 드라마다.


그만큼 [탕아]에 담긴 음악은 이른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복사기’들이 넘쳐나는 한국힙합 씬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뱃사공은 지금보다 더욱 리스펙트(Respect)받아야 한다. 단지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탁월한 랩을 뱉고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Intro: 강일권





리드머(이하 ‘리’): 음악과 앨범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개인사를 짚어보고자 해요. 경기도 부천이 음악에서 계속 등장하는데, 뱃사공에게 부천은 어떤 곳인가요?


뱃사공(이하 ‘뱃’): 부천 끝자락에서 거의 26년정도 살았어요. 집이 송내역 근처인데,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인천이거든요. 지금은 그 한 정거장을 이사해서 인천에 살고 있어요. 그래도 옛날 친구들은 다 부천에 있고, 인천은 잘 몰라요. 스스로 부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리: '부천을 대표한다.' 이런 느낌인가요?


뱃: 제이통(J-Tong)의 부산 같은 느낌은 아니에요. ‘이 곳을 내가 대표해’가 아니라, 그냥 계속 살아왔으니까 지역 이름이 나오는 정도죠. 가사에서도 그런 정도로만 표현이 됐을 거에요.


리: 혹시 어린 시절에도 지금과 비슷한 성격이었어요?


뱃: 중, 고등학교 때는 지금보다 심했어요. 사춘기가 심했던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 음악을 들어서 너희랑은 다르다'. 부천에는 그렇게 힙합을 듣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에 빠졌었죠. '내 취항이 짱이야! 너랑 나랑은 섞일 수 없어!' 이런 게 너무 강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게 좋았고요. (웃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요.


리: 유머 코드도 지금과 비슷했는지?


뱃: 웃긴 친구이긴 했어요. 그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웃긴 사람이지만, 우스운 사람이 되긴 싫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는 거의 동물의 왕국이잖아요? 약해 보이면 우스워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힙합을 들으면서도, 옷은 전형적인 인천/부천 양아치처럼 입고 다녔어요. 얼굴은 되게 앳됐으면서 삭발하고, 아저씨처럼 입고 다니고요. 무시 받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리: 그런 소년이 처음으로 힙합을 듣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뱃: 어릴 때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음악을 자연스레 접하긴 했죠. 딱 랩 음악이라고 부를만한 건 [1999 대한민국] 앨범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힙합을 일찍 접한 편이었죠. 외국힙합보다 한국힙합을 먼저 접했어요. 형이 음악을 많이 좋아해요. 당시엔 형이 힙합에 꽂혀있었고, CD를 같이 듣다가 한국힙합에 빠지게 됐죠. 형은 투팍(2Pac)이나 에미넴(Eminem) 같은 것도 같이 사와서 들었는데, 저는 한국힙합만 골라서 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리: 그러면, 음악을 본업으로 하게 된 계기는요?


뱃: 계기는 잘 모르겠어요. 중학교 1, 2학년 때 한국힙합을 엄청나게 많이 접했어요. 그땐 완전히 스펀지잖아요? CB매스, 마스터플랜(Master Plan)같은 것들을 빨아들이면서 완전히 빠진 거죠. 앨범에 가사집이 없으면, A4용지에 프린트를 해서 가사도 외우고 따라 부르고요. 그러다가 제가 잘 따라 하니까, 잘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웃음) 게다가 부천에는 이렇다 할 비교대상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호기심에 가사도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쭉 썼던 건 아니고요. 조금 써 보다가 '와 이거 어려운 거구나' 싶어서 금방 그만 뒀죠. 뭐 책임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또 심심하면 써보고 다시 그만두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나타나던 래퍼들의 나이가 저랑 가까워질 무렵이었거든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녹음을 했어요. 그때 싸이월드로 더 콰이엇(The Quiett)을 찾았어요. 당시에도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는 유명했지만, 지금처럼 닿을 수 없는 이미지는 아니었잖아요? 다짜고짜 검색을 했는데, 접속 중 표시가 떠 있었어요. 바로 말을 걸었죠. 음악을 하고 있는데, 랩을 들려주고 싶다고. 보내보라고 하더라고요. 엇, 아직 녹음 해본 적 없는데? (웃음) 알겠다. 바로 녹음해서 보내겠다고 하고 아는 친구의 지인을 거쳐서 처음으로 녹음을 해봤어요. 가리온 1집의 “자장가” 비트에다가 벌스 3개를 꽉 채워서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2주 뒤쯤 장문의 메일이 왔어요.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음악을 보냈는데, 진심으로 대해주더라고요. 당연히 한 100번은 읽었죠. 자기가 바빠서 답장이 늦은 게 아니라, 오래 듣고 생각하느라 늦었다. 일단, 혼자서 이정도 실력까지 올라간 건 놀랍다. 그리고 여러 단점을 피드백해주더라고요. 결론은, 아직 데뷔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이게 오디션도 아니고, 아직 데뷔할 생각은 없었는데. (웃음) 그런 연락이 많이 왔었나 봐요. 거기에 알겠다고 하고, 또 그만 뒀어요. 의지력이 별로 없었거든요. (웃음) 군대 갔다 와서 또 했다가 말았다 하고요. 제가 어디서 은퇴를 하는 게 아니라, 방에서 혼자 그만두는 거니까 되게 쉽더라고요. 어차피 관둬봤자 저만 아는 거니까요. (웃음) 스물 다섯 정도까지 이런 단계를 되게 많이 거쳤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리: 콰이엇과의 일화가 정말 흥미롭네요. (웃음) 이번 앨범 속지에도 그렇고, 음악에서도 강아지 코시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반려동물 이상의 의미일 것 같아요.


뱃: 저에겐 엄청나게 큰 의미죠.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키워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길에서 만난 강아지를 보는 것과 제가 직접 키우는 건 아예 다른 의미더라고요. 개를 키우면서 제가 개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아지가 저의 메마른 부분을 치유해주고요. 그런 걸 처음 느껴봤어요. 저는 무한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래서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요. 근데 강아지를 보면서 매일 같은 사랑을 느끼는 건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더 나아가서, 동물 학대 같은 문제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됐고요. 찾아보면 되게 우울해지는데, 언젠가 영향력이 생기면 이 문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 코시를 만난 건 얼마나 됐나요?


뱃: 10년 정도에요. 데려왔을 때 한 살이었고, 지금 열 한 살이에요.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하고요. 인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 곡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 주제를 잘못 접근하면 완전히 짜치는 음악이 나오잖아요? 이적의 “거짓말”처럼 하면 정말 멋진데, 조금만 삐끗하면 유치한 동물 캠페인 곡이 나올 것 같아서요. 지금도, 언젠가 결정적인 영감이 왔을 때 만들고 싶긴 해요.


리: 코시와 더불어, 시티백 바이크에 대한 애정도 심심찮게 노래에 등장하잖아요?


뱃: 솔직히 바이크라고 하기에도 민망해요. (웃음) 진짜로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이크 문화나 기계에 대해 굉장히 잘 알잖아요? 저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맥도날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바이크를 타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이걸 타고 있는 느낌이 좋은 거에요. 맥도날드를 그만 두고도 롯데리아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가 제 바이크가 가지고 싶어졌는데, 돈이 없잖아요? 20~30만원으로 오토바이를 사려 하니까 말이 안되죠. 그러다가, 집 앞 오토바이 상가를 찾아갔어요. 가장 싼 오토바이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제 시티백이었죠. 원래 칠도 다 벗겨지고, 바퀴도 두 개가 안 달려 있었어요. 이걸 20만원에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이거 타면 내일 죽겠는데. (웃음) 가게 주인이 자기가 칠도 하고, 수리도 다 해놓겠대요. 그런데 진짜 좋지 않긴 해요. 이게 혼다의 슈퍼커브 디자인을 따 온 건데, 슈퍼커브 타는 애들이 저거 타면 놀라요. 정말 타다가 죽겠다고요. 저도 한 1년 타고 말 줄 알았는데 4년째 타는 중이죠. 지금은 저거에 적응해서…


리: 다른 바이크는 어색한가요?


뱃: 다른 거 타면 진짜 좋죠. (웃음) 괜히 다른 애들 거 타보고 저거 다시 타면 불편해져요. 원래 쭉쭉 땡기면 가야 하는데, 제 시티백엔 따로 맞춰야 되는 시스템이 있거든요. 동네 정도는 괜찮은데, 홍대로 왔다 갔다 하는 건 확실히 위험해요. 그래도 날씨 좋으면 타게 되죠. 저는 바이크 문화 쪽에 애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저 시티백을 좋아해요. 근데 또 돈 생기면 굳이 시티백 아니어도 되죠. (웃음) 또 어떻게 보면, 제가 사용하는 키워드 중에서도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원래 앨범에 밴드 파라솔이랑 함께한 “시티백”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파라솔 밴드의 보컬이랑 베이스를 하는 친구도 시티백을 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차를 샀더라고요. (웃음) 좋은 주제라고 생각하고 시티백이 나와 닮아서 좋다는 얘기를 썼어요. 내일 당장 망가질 것 같은데 어떻게든 가고, 오늘 시동이 안 걸릴 것 같은데 또 걸리고요. 홍대까진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 어떻게든 오고. 그런 점을 적어서 가사적으로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밴드 세션을 받으니까 느낌이 덜 묻더라고요.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서 몇 번 재녹음을 했는데도 결국은 날렸어요. 나중에 그 주제를 다시 살려보고 싶긴 해요.


리: 뱃사공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거예요?


뱃: 다른 인터뷰에서 되게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요. 뱃사공이라는 이름을 아버지가 지어준 게 맞냐고. 그 내용을 나무위키에서 봤대요. 저는 누가 이 딴 얘기를 했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한 얘기였어요. (웃음) 비슷한 질문을 계속 받으니까, 그냥 웃기려고 아빠가 지어줬어요 하고 농담을 했는데, 사실이 된 거죠. 원래는 그냥 한글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뭐가 멋있을까 생각하다가, 제가 원래 각나그네를 되게 좋아했어요. 누가 제 이름을 보고 각나그네를 따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들었을 땐 인정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가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나그네 같은? 물에서 유유히 흐르는 느낌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지은 거에요.


리: 첫 정규앨범 [출항사]까지 총 4개의 출항 연작을 냈는데, 시리즈로 기획한 배경이 궁금해요.


뱃: 처음엔 되게 단순했어요. 믹스테잎을 낼 건데, 이름이 뱃사공이니까 시작의 의미로 [출항]이라고 한 거죠. 다음 믹스테잎을 작업했는데, 작품마다 별다른 테마가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작업하다 보니까 지을만한 이름이 없어서 [출항2], [출항3]으로 계속 간 거죠. 첫 정규 앨범을 낼 때는 이 여정에 마무리를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출항사]가 된 거죠. 특별한 의미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리: 사실, 작년 리짓군즈 인터뷰 전까진 [출항사]가 숫자 4인 줄 몰랐어요. (웃음) ‘출항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죠.


뱃: 그냥 숫자로 표기한 것보다 한글로 썼을 때 더 멋있더라고요. 또,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뜻을 오해해서 더 좋았어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니까요.




리: 믹스테잎 3장과 첫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주목받지 못한 시절이 길었잖아요? 어땠어요?


뱃: 다른 게 아니라, 제가 부족하다 느끼고 제 음악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제일 힘들었어요. 제 음악이 스스로 마음에 들면 불안하지 않을 텐데, 뭔가 발전이 없고 애매하다 느낄 때 의심이 들어서 힘들었죠. 수익적인 부분보다요. 만약 매 순간 제 음악이 만족스러웠으면 당연히 수익이 따를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별로 힘들지 않았을 거에요. 지금도 물론 부족하다고 느끼고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처럼 불안한 느낌은 없어요.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예전이랑은 다르죠.


리: 그 시절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뱃: 믹스테잎을 만들던 에피소드보단, 예전에 제가 락힙합이라는 곳에 있었어요. 거기선 제가 잘 어울리지 못해서 지금보다 재미가 없었죠. 녹음실을 함께 썼지만,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어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교포로 이루어진 회사라 저와는 코드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당시에 어쩌다 보니 ‘락 라디오’라는 라디오의 작가를 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대본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때 다른 래퍼들도 많이 봤고 스윙스(Swings) 같은 경우도 저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예 다른 느낌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말도 거의 안하고, 되게 어두웠거든요. 누가 와도 조용히 인사하고 방에 가만히 있고요. 잘 섞이지 못했어요. 재미가 없었죠.


리: 음악을 포기하고 싶은 때는 없었나요?


뱃: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계속 했다가 그만 두기를 반복했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시작했던 게 스물 다섯, 여섯 정도였는데 그때부턴 이상하게 그만 둘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중간에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할 때마다 이런 걸 평생 할 바엔 굶어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은 걸 많이 느꼈어요. 이젠 떠나도 다시 돌아올 거란 걸 너무 많이 느꼈고요. 그리고 솔직히, 음악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웃음) 이거 아니면 그냥 공장 들어 가야죠.


리: 그런 시절 끝에 리짓군즈를 만나게 된 게 커리어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뱃: 맞는 것 같아요. 만약 리짓군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또 다른 데 들어가서 더 잘 될 수도 있었겠지만, (웃음) 리짓군즈에 들어와서 음악이 재미있는 일이란 걸 배웠어요. 원래 처음 호기심으로 가사 쓸 때가 제일 재미있잖아요? 본격적으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고요. 그렇게 계속 혼자서 해왔기 때문에 재미보다는 일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짓군즈랑 작업하는 건 거의 그냥 노는 거거든요. 저에겐 중요한 걸 느끼게 해줬죠. 다른 애들에겐 모르겠지만, 저에겐 중요한 시점이었어요.


리: 그럼 지금의 뱃사공에게 리짓군즈는 어떤 존재에요?


뱃: 친구들이죠. 힙합 크루의 느낌보다는요. 명절 때도 혼자 있는 친구 집에 전 싸 들고 가서 같이 먹고, 늘 같이 놀고요. 제일 친한 친구들이에요. 만약 불알친구들이 이 인터뷰를 보면 기분이 조금 상할 수도 있는데, 사실상 지금 제일 친한 친구들이죠. 그래서 발전이 더딜 수도 있어요. (웃음) 리더도 없고, 추진력도 많이 떨어지니까요.


리: (웃음) 그런 것 치고는 다른 레이블보다 훨씬 작품활동이 활발한 것 같아요.


뱃: 리짓군즈로 뭔가를 만들 땐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보다 더 어울리는 걸 찾게 돼요. 전체적인 조화가 더 중요해 지는 거죠. 예를 들어, 굉장히 타이트하게 랩을 짜서 갔다가도 다른 멤버랑 어울리지 않으면 일부러 죽이기도 하고요. 물론, 선의의 경쟁은 있지만, 오늘 내가 이거 찢는다 싶은 느낌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리: 리짓군즈 멤버는 작년과 달라진 게 없나요?


뱃: 없어요. 원래 이 정도로 사람이 많으면 한두 명 나갈 때도 됐는데……(웃음) 다들 뭐 잘 될 까봐 버티고 있는 건지, 다 그대로죠. 새로운 멤버에 대한 계획도 없고요. 만약 새로운 친구가 생겼는데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면 같이 할 수도 있죠. 제가 볼 때 지금 이 인원도 감당이 안 돼요. (웃음)


리: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이젠 [출항]시리즈가 아니라, [탕아]로 넘어왔는데요. 예전 상황과 달라진 게 있나요?


뱃: 달라졌다기보다는 [출항사]의 마음이 조금 더 확고해졌어요. 기본적인 스탠스는 그대로인데 자신이 생겼죠. 사운드적인 면에선 [출항사]보다 훨씬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리: ‘탕아’라는 캐릭터를 본인에게 씌우게 된 계기는요?


뱃: ‘탕아’라는 단어를 다들 알고는 있잖아요? 그 단어가 머리에 계속 떠다녔어요. 제목도 자연스럽게 정해진 느낌이에요. 느낌을 더 또렷하게 하려고 사전에 단어를 쳤는데, ‘방탕한 사나이’라고 딱 나오더라고요. 그게 끝이에요.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나오고요. 내가 생각한 탕아는 이게 다가 아닌데……? 제가 쓰면 안 되는 단어인가 했다가, 어차피 요즘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잖아요? 모르는 애들도 많고요. DM으로 온 것 중에, 탕아가 총소리인 줄 아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탕아’의 이미지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외적으로도 뭔가 양아치 같고, 드라마 [태양은 없다]의 정우성 느낌? 그런 이미지 있잖아요. 그러면서 진심이 있고, 자기 신념을 가지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이미지요. 물론, 방탕함도 포함되겠죠. 제가 그런 이미지라기보단, 제가 되고 싶은 기믹(gimmick)을 떠올렸어요.


리: 그동안 냈던 앨범의 발매 시기를 보면, 여름에 집중돼 있던 것 같아요. 의도한 건가요?


뱃: 절대 아니에요. 근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Camp]는 여름에 만들어져서 그런 바이브의 노래들이 들어간 거고요. 저는 원래 [탕아]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컴필레이션을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다 만들고 다시 [탕아]를 만들려니까 갑자기 5월쯤 [Junk Drunk Love]를 만들재요. 아이디어를 내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솔로 앨범보단 리짓군즈 작업이 더 재미있으니까 먼저 만들었죠. [탕아]도 원래 올해 1월까진 나올 줄 알았어요. 항상 그렇듯 연기되고, 작업을 다시 하다 보니까 또 여름에 나오게 됐죠. 절대 의도하진 않았고, 오히려 [탕아]는 분위기상 겨울에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어요.


리: 그럼 [탕아]는 작업 기간이 굉장히 긴 편이었네요.


뱃: “돈이 없어도”랑 “우리집”이 앨범의 출발점이었는데, 파일 정보를 보면 2015년 9월에 만든 곡이에요. “뱃맨”도 2015년쯤이고, 대부분의 곡들이 2년 정도 됐어요. 마지막으로 작년에 작업한 게 “부재중”, “콜백”. “진심” 정도고요. 어떻게 3년이 걸렸는데, 제가 하는 음악이 트렌디하지 않다 보니 별 상관은 없었어요. 또, 3년동안 계속 작업만 한 게 아니라, 중간중간 다른 걸 계속 했으니까요.


리: 앨범을 오래 준비하는 동안 엎어질 뻔한 적도 있었나요?


뱃: 있었죠. 초반에는 만들다가 너무 [출항사]의 바이브가 이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엎은 곡들도 있고, “돈이 없어도”를 만들기 전에 제가 아이딜(iDeal)에게 한국 밴드 사운드에 랩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형한테 받은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업을 한 다음에, 빨리 곡을 더 달라고 했는데 본인이 주는 밴드사운드는 그냥 흉내만 내서 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네가 원하는 밴드 사운드를 내려면 밴드를 만들라고요. 지금 자기가 주는 건 겉핥기니까. 근데 제가 당장 밴드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계속 아이딜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리: 원래 한국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뱃: 중학교 때 힙합을 들을 때도, 좋아하는 밴드가 한 번씩 생겼었어요. 중학교 때는 원더버드라고, 제가 제대로 처음 접한 밴드음악이었을 거에요. 그 뒤에 델리스파이스도 있었고, 이후로 힙합만 듣다가 파라솔이라는 밴드를 들었어요. 또 꽂혀서 다른 밴드 음악들도 찾아 듣다 보니까 여기에 랩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 전에도 산울림의 음악을 들으면서 여기에 랩을 하면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구현이 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파라솔의 음악은 조금 더 접근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딜에게 그런 사운드를 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파라솔을 직접 알게 된 거죠. 카더가든(Car, The Garden)을 통해서요. 그래서 실제로 작업을 해봤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사실 좀 더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당시 개인적인 사건으로 멘탈이 나가면서 흐지부지 됐어요. 나중에 다시 해보고 싶어요.


리: 몇몇 곡에선 검정치마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뱃: 맞아요. 검정치마를 빼놓으면 안돼요. 작년 한 해 동안 검정치마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원래 장기하와 얼굴들 4집을 제일 많이 들었는데, 검정치마가 나오면서 바뀌었어요. 작년엔 힙합을 거의 안 들은 것 같아요. (웃음) 계속 파라솔,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만 돌리다가 힙합은 신보 정 도만 체크했고요.


리: 파라솔 말고 다른 팀과는 작업 이야기가 없었나요?


뱃: 그래서 지금 블루스 음악을 하는 하헌진 작업실에서 쟤랑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어요. 신기하게, 저희 작업실 바로 옆에 왔거든요. 그래서 잠옷바지만 입고 가서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게 레퍼런스가 없거든요. 뭐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고 하고 있어요. 현재 스케치를 두, 세가지 정도 받아 놓은 상태에요.




리: 크레딧을 보면, 작년 리짓군즈의 앨범처럼 박종권이 기타로 많이 참여했더군요.


뱃: 원래는 다리를 건너 소개받은 친구에요. 어떻게 세션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하게 됐죠. 제가 원하는 걸 바로 구사해주는 친구에요. ‘야, 이런 느낌 있잖아?’ 하면 바로 나와요. 하지만 지금은 하헌진이라는 새로운 기타 노예가 생겼죠. (웃음) 바로 옆집이라서 선만 갖다 주면 바로 나오거든요. 박종권이라는 친구도 프로듀싱 욕심이 있어서 제이호가 그 친구 싱글에 피처링을 하기도 했고, 저도 곧 보답을 해야죠. 예고를 하더라고요. 조만간 형이랑 뭔가 하나 할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요. 받은 게 있으니까, 시키면 해야죠. (웃음)


리: [탕아]의 타이틀곡 “축하해”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가 참여했던데,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된 거에요?


뱃: 원래 아이딜이랑 작업을 계속 하다가, 곡이 많이 안 뽑혀서 그 형의 제안대로 밴드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김박첼라도 만나보고, 파라솔이랑도 작업을 하고 있었고요. 나잠수도 찾아가게 됐어요. 제가 원래 힙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들을 만나면 레퍼런스를 들려주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 형은 한 곡을 들려주니까 다른 음악을 계속 들려주더라고요. 말이 되게 잘 통했어요. 그러다가 술탄오브디스코가 쓰려다 버리려고 했던 건지, 뭐 좋으면 가져가란 식으로 곡 하나를 들려주더라고요. 그걸 듣자마자 전 욕을 했어요. 와, 이거다! 완전히 흥분했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니까 형이 갑자기 곡을 빼더라고요. (웃음) 비슷하게 만들어 준다고요. 근데 한 달이 지나도 곡이 안 왔어요. 저는 원래 그렇게 노골적인 스타일이 아닌데, 그 비트가 좋다. 그러니까 달라고 얘기했어요. 결국 받았죠. 신기하게 작업이 되게 빨리 진행돼서, 가녹음본을 보내니까 형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따지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팀 전체의 프로듀싱이 아니고, 나잠수가 기타를 치고 파라솔의 베이스 겸 보컬이 베이스라인을 땄어요. 둘이서 만든 걸 쟁여놨던 건데, 나중에 세션 입힐 땐 김간지가 드럼도 치면서 결론적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곡으로 넣었죠.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제가 하고 싶던 사운드를 가장 잘 보여준 곡이에요. 또, 이 곡만 전체가 세션이에요.


리: 첫 곡이어서 그런지, 앨범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준 트랙이라고 생각해요.


뱃: 사실 초반에 작업한 곡은 아닌데, 만들자마자 이 트랙으로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1번 트랙이라고 생각했죠.


리: 가사적인 부분 역시 [탕아]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건드리는 표현들이 많아 인상적인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뱃: 제가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살면서 얻은 경험들이 쌓여 나오는 것 같아요. “돈이 없어도”는 곡을 들으면서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집”은 조금 달랐어요. 아이딜이 곡을 주면서 제목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뭐냐고 물어보니까, “우리집”이래요. 무슨 뜻인지도 안 물어보고 “우리집” 오케이. (웃음) 마침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거기에 맞춰 가사를 썼죠.


리: “뱃맨”이나 “로데오” 같은 류의 가사에서도 개성이 느껴집니다.


뱃: 다행히 제가 일부러 기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음악을 하기 전부터 취향이 확고했어요.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고, 이런 부분들이 카우보이 같은 이미지로 연결된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리: 앨범의 참여 진 중에서도, 제이통(JTONG)이나 키드밀리(Kid Milli)가 돋보였어요. 둘과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뱃: 가끔 작업을 하려고 곡을 듣는데, 누구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그래그래” 같은 경우도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듣자마자 팔로알토의 목소리가 떠오르더라고요. 키드밀리도 마찬가지에요. 곡을 듣는 데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더라고요. 제이통은 조금 다른 경우인데, 랩을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중에 진짜 ‘탕아’는 누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딱 한 명, 제이통이 떠올랐죠. 무조건 제이통이라 생각해서 부탁했고요. “콜백”은 원래 “부재중”으로 가기 전 인털루드(Interlude)였어요. 제 코러스만 나오다가 딸칵 하고 끊어버리고 넘어가려 했죠. 가녹음을 끝내고 뒤의 여백 부분을 듣고 있는데 목소리가 떠올랐어요. 원래 계획은 없었는데, 갑자기 부탁을 하게 된 거고요.


리: 원래 알던 사이였어요?


뱃: 따지면 사이퍼에서 만났던 게 다였어요. 그 외엔 그냥 상수동 지나가다가 보는 정도였죠. 그런 상황에서 부탁했는데, 작업이 굉장히 빠르더라고요. 제가 전화를 끊고 가이드 녹음이 오기까지 딱 15분 걸렸어요. 자기 작업 빠르다고 잘난 척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웃음) 빠르더라고요. 그냥 컴퓨터 켜고 프리스타일한 급이 아닐까 싶은데.


리: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벌스라 인상적이었죠.


뱃: 원래 이 친구가 회사에 물어보고 해보겠다고 해서, 회사에서 오케이 사인이 오면 제가 원하는 느낌을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회사에 물어보고, 바로 작업을 해서 보낸 거죠. 물론 되게 좋았는데, 제가 원했던 건 지금 최종본의 느낌이었어요. 처음에 15분 만에 온 건 더 멜로디컬하고 약간 허한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좋고 키드밀리의 신선한 모습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다시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이번엔 너무 타이트하더라고요. 마지막 세 번째에 원하던 결과물을 받았어요. 작업 속도도 빠르고, 굉장히 쿨하게 해줬어요. 형 앨범이니까 편하게 이야기해달라고요. 그렇게 세 번째를 받았을 때, 이 느낌이 맞는데 여기서 약간 자다 일어난 느낌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죠.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리: 앨범에 다시 수록된 “외롭지만 괜찮아”에 참여한 공(Gong)은 예전 아메바컬쳐(Ameba Culture)에 소속됐던 공씨디(0cd)인 걸로 알고 있는데….


뱃: 네 맞아요.


리: 전혀 예상치 못한 참여 진이었는데, 어떻게 같이 하게 된 거예요?


뱃: 지금 슈퍼잼 레코드에 같이 소속되어 있어요. 이 형도 지금 3년째 짧은 앨범이 완성되어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발표를 안 하더라고요. 정말 좋아요.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원래는 형한테 곡의 잼배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노래를 만들어 보내주더라고요.


리: 기존에 컴필레이션으로 발표했던 곡을 다시 수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뱃: [Camp]를 만들 당시엔 이미 [탕아]를 작업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탕아]의 바이브에 되게 심취해있던 상태인데, [Camp]에도 솔로곡을 하나씩 넣기로 해서 넣은 거죠. 그런데 사실 내 앨범에 넣으려고 만든 건데……(웃음) 그래서 솔로 앨범을 내게 되면 다시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곡이 같으면 재미 없으니까 어쿠스틱하게 다시 만들게 된 거죠. 원래 후렴은 바꾸려 하지 않았고 장기하에게 원곡의 멜로디를 부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잼배를 부탁한 공이 갑자기 멜로디를 만들어줬죠. 처음에는 형한테 이거 아니라고 말했는데,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게 됐죠.


리: 장기하가 참여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뱃: 원래 제가 보컬이 많이 약해서, “우리집”의 후렴도 하헌진에게 부탁하려 했어요. 저는 음정도 잘 못 맞추는데 다른 사람들은 좀 못 부르는 맛이 있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실었죠. 한국 밴드 사운드를 표방했다 보니 후렴을 짤 때 랩이 안 나와요. 자연스럽게 허밍을 하게 되고요. 처음에 “돈이 없어도”를 작업하면서 저도 많이 웃었어요. 가녹음을 해서 아이딜에게 들려줄 때도 이런 느낌인데 다른 사람에게 후렴을 맡기면 되지 않겠냐고 얘기를 했죠. 이 노래들을 다 제가 부르게 될 줄 몰랐어요. (웃음) 아이딜이 그러더라고요. 이런 단순한 멜로디를 누구한테 부탁하냐고. 그냥 음정만 최대한 맞춰보래요. 사실, 보컬을 했다고 하기엔 민폐인 것 같아요. 그냥 부른 거죠.


리: 라이브에서 제대로 뱃사공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겠군요.


뱃: 그래서 라이브에선 무조건 후렴을 AR로 깔죠. (웃음) 그냥 부르면 진짜로 계란 맞을 수도 있어요. 앨범에 있는 건 음정 튠을 다 한 거에요. 제가 가장 편한 상태에서 녹음을 해도 음정이 나가더라고요. 그걸 사람들 불러놓고 라이브로 들려줄 순 없죠. 그래서 주변에 보컬 학원을 물어보고 다녔어요. 잘 부르게 되진 못해도 음정 정도는 맞추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한번 다녀볼 계획은 있어요. “진심”도 원래 짠 멜로디랑 조금 달라졌어요. 녹음을 하는데, 아이딜이 이건 네가 다시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멜로디를 다시 짜야 된다고. (웃음) 원래 멜로디가 훨씬 좋았는데, 포기했죠.


리: 방금 얘기한 “진심”도 마지막 트랙으로서 여운이 상당해요.


뱃: 제 앨범의 키워드 중 하나에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진심인데, 마지막 트랙에서 노골적으로 이야기한 거죠.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저에겐 진심이 가장 중요해요. 이런 생각을 한 번은 1차원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리: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듯한 서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축하해”에선 ‘우리 다 같이 잘 되자’, 그리고 “진심”에선 ‘잘 돼야 돼 난”으로 이어지니까요.


뱃: 사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저는 앨범을 만들 때 전체를 의도해서 배치하진 못해요. 물론 테마나 이미지를 잡고 작업하지만, 정확한 전개를 그리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리: 아까 ‘진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낭만’도 뱃사공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뱃: 다른 인터뷰에서도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지만, ‘낭만’은 저에게 꼭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낭만 낭만 하고 다녔나 싶은데……(웃음) 오토바이를 타거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야자수를 보는 것도 낭만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신념을 지키는 걸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무슨 집시도 아니고, 365일 늘 여유 있게 살 순 없잖아요? 사실 저는 해먹에 누워본 적도 없어요. (웃음) 여유로운 낭만도 좋지만, 확고한 고집을 지키고 사는 저를 볼 때 더 낭만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자아도취일 수도 있는데, [쇼미더머니] 관련해서 연락이 와도 제가 ‘좆까라 그래’라고 했을 때 낭만을 느끼는 거죠. (웃음) 그게 저의 낭만인 것 같아요.




리: 예전에 한국힙합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뱃: 어릴 땐 제가 놓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별로 궁금하지 않은 앨범도 많아졌고, 그냥 체크하는 느낌으로 듣고 있어요.


리: 그러면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힙합을 소비했던 시기는 언제에요?


뱃: 중, 고등학교 때죠. 2007~2008년 정도까지는 꽉 잡고 있었어요. (웃음) 힙합만 진짜 많이 들었죠. 발매되는 앨범도 지금보다 적었을 때니까요. 지금은 DM으로 받는 음악만 해도 다 못 들을 정도에요. 당시엔 플레이어가 지금처럼 많지 않을 때니까 다 들을 수 있었고, 제 모든 시간을 거기에 할애하기도 했죠. 그땐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냥 듣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리: 최근에 들은 작품 중에선 인상적인 앨범이 있었나요?


뱃: 최근 한국힙합 중에선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가 최고였어요. 충격 먹었어요. 저는 아예 친분이 없는데, 이전 앨범은 평범하게 들었었거든요. 물론,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이브가 있지만 그래도 평범한 붐뱁 래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변했어요. 정말 창의력 있는 사람이구나! 전체적인 가사, 테마, 메이킹이 다 너무 좋았어요. 앨범이 나오면 보통 체크하는 느낌으로 한 번씩 듣고 마는데, 굉장히 많이 돌렸어요. 오랜만에 확 꽂혔죠. 테이크원(Take One)의 [녹색이념] 감독판도요. 원래 버전도 잘 들었었는데, 이번엔 더 좋게 들었어요. 예전에 갔던 장소에 다시 한 번 방문한 느낌이었어요. 원래 처음에 나왔을 때도 런닝을 하면서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감독판이 나왔을 때도 오랜만에 한강을 뛰면서 다시 돌렸어요. “개화”까지 듣고 나니까 마음에 큰 울림이 남더라고요.


리: 그럼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꼽자면요?


뱃: 힙합 아티스트 중에선 제이통이랑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뤘고요. 좀 신선한 작업이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떠오르지는 않네요. 이번엔 키드밀리를 제 바이브로 초대했으니까, 반대로 제가 그 친구의 음악에 초대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리: 워낙 솔직한 성격으로 유명한데, 현재 한국힙합에 관한 생각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든지….


뱃: 요즘 이상한 문화가 들어온 것 같아요. 정확히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든데, 미국 래퍼들이 많이 하잖아요? SNS로 갑자기 이상한 어그로를 끈다던가. 개인적으로 그런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좀 더 창의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이든 패션이든, 아니면 감성이나 무드 같은 것도 똑같이 따라 하니까요. 뭔가를 가져오더라도 자기만의 것을 하나라도 보태야 하는데, 어그로 끄는 방법이나 멘트까지 그대로 들여오더라고요. 그게 좀 아쉬워요. 아니면 진짜 또라이인 사람이 나타나던지. 진짜 또라이여야 해요. 눈동자에서 딱 보이잖아요? (웃음) 가짜 또라이인지 진짜 또라이인지.


리: 작년엔 직접 도발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었죠.


뱃: 그랬죠. 그 친구가 힙합 커뮤니티에 자기 입장을 장문으로 쓴 걸 읽었는데 솔직히 이해가 됐어요. 제가 교포인 척 하는 사람들을 욕했었는데, 그 친구는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던 거죠. 그럼 리짓군즈의 이미지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괜찮고 코홀트를 좋아해서 그 무드를 흉내 내는 건 나쁜 거냐고 하니까 납득이 되더라고요. 그냥 내 취향이 아니니까 좆같다고 이야기한 거랑 똑같으니까요. 물론, 그 친구가 당시 저에게 했던 행위들을 인정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입장은 이해되더라고요.


리: 조금 민감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올해 VMC와 저스디스(Justhis) 사이의 디스전이 화제가 됐잖아요? 어떤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는지 궁금해요.


뱃: 처음에 사이퍼에서 그런 내용이 들어갈 거라고 들었어요. 형, 이런 내용이 들어갈 건데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안 괜찮다고 집에 갈 순 없잖아요? (웃음) 제 성격이 원래 친구들이 싸워도 중간에서 누구 편을 들어주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한 쪽 잘못이 또렷하면 편을 들 수도 있는데, 서로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물론 개인적으론 VMC랑 더 친한 관계죠. 그렇다고 해서, 미안한데 그 일 때문에 너랑 같이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유치한 일이잖아요? 신경은 쓰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거죠. 제 일 아니라고 하는 거니까요. 따지면 인간적으론 VMC와 더 친하고, 저스디스의 입장에 대해선 이해해요. 예를 들 게 [쇼미더머니]밖에 없다는 현실이 조금 거지같긴 한데, 저도 싫어하니까요. 아예 둘 다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저스디스의 입장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VMC 사람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이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잖아요? 그러면 또 이해가 가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어느 한 쪽이 맞는 거라는 입장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나는 모르겠고, 내 꺼나 더 잘 해야지 하는 스탠스가 되는 거죠.


리: 이하늘의 슈퍼잼 레코드와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된 건가요?


뱃: 처음엔 블랭타임(Blnk-Time)에게 연락이 왔어요. 이하늘과 만나서 블랭이 리짓군즈랑 제 음악을 들려줬는데, ‘마초맨’을 보고 꽂혔다고 하더라고요. 이하늘이 저랑 다시 보자고 해서, 셋이 만나게 됐죠. 왜 보자고 했는지는 만나기 전에야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저는 원래 이하늘이라는 사람을 되게 힙합으로 생각했거든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로 누군가는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음악으로 느끼기에 이 사람은 힙합이었어요. 만났는데, 생각한 것과 똑같더라고요. 굳이 어른인 척하려 하지 않고 프리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앨범에서도 형은 “로데오”나 “탕아”에서의 제 이미지를 더 좋아하고 부각하길 원해요. 그런데 제가 “축하해”를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했을 때도, 네 앨범이고 네가 더 많이 생각했을 테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저한텐 좋은 사장님이고, 제가 되고 싶어 하는 어른이에요.


리: 레이블 합류한 시기는 언제쯤이에요?


뱃: 회사가 만들어진 지는 한 2년 반 정도 됐을 거에요. 부다 사운드라는 이름이 슈퍼잼으로 바뀌었었고, [Camp]를 만들던 시기 즈음에 저희와 관계를 맺게 됐죠. 그런데 저희가 개새끼인 게, (웃음) 리짓군즈는 계약이 되어있지 않고, 저랑 블랭이만 소속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제공해 준 작업실을 쓰면서, 2년 반 동안 리짓군즈 앨범만 두 장을 냈어요.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재촉 받은 적이 없어요. 리짓군즈 앨범은 인디펜던트로 나왔지만, 따지면 작업실과 녹음실은 회사의 지원을 받았다고 봐야죠. 저희 마음대로 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한 거예요.


리: 리짓군즈의 다른 멤버들은 계약과 관련해서 정해진 바가 없나요?


뱃: 지금 각자 레이블에 있는 저나 블랭, 요시(Yosi)나 코드 쿤스트(Code Kunst) 말고는 아직 없어요. 제 느낌상 재달이는 다른 곳에서 찾을 것 같긴 해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리짓군즈를 레이블화 할 수도 있고요. 재달이도 아직 어디서 러브콜을 받은 건 아니지만, 우리끼리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근데 이게 뭐 아직 러브콜이 오지 않아서 그러는 걸 수도 있죠. (웃음) 어차피 안 되는 거, 내가 안 하는 거라고. 뭐, 일단은 그런 입장이더라고요.


리: 오랫동안 인디펜던트로 활동했는데, 회사가 생기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뱃: 인디펜던트로 활동할 때랑 조금 다른 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없어요. 그냥 마련해준 작업실에서 편하게 작업 했죠. 초반엔 그런 게 있었어요. 이런 노래 만들면 회사에서 뭐라고 하려나? 하고, 혼자 눈치를 봤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됐죠. 뭔가를 할 때 회사에 물어보긴 해야 하는데, 웬만하면 다 하라고 그래요. 보고하는 게 조금 귀찮긴 하죠. (웃음) 그거 말고는 완전히 자유로워요. 회사에서 뭔가를 하라고 해도, 제가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거에요. 오히려, 형이 처음에 건 계약 조건이 하나 있다고 했어요. 뭐냐고 물어보니까, [쇼미더머니]에 절대로 나가지 말래요. 저는 오히려 나가라고 할 줄 알았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냥 너희끼리 멋있게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의외였어요.


리: 지금까지 제작, 판매하던 리짓군즈 굿즈 상품도 계속 제작되는 건가요?


뱃: 그렇죠. 저희는 자금이 없으니까요. 가을에도 뭔가를 만들 것 같아요. 이번에 만든 것도 잘 팔았는데, 한 번 셔츠를 잘못 찍은 적이 있어요. 150장인가 잘못 생산하기도 했었고, 또 상품의 질을 너무 좋게 하려고 해서 제작 원가를 말도 안되게 높게 잡았거든요. 그렇다 보니 별로 남는 게 없었어요. 이번에도 품질은 좋게 만들 거지만, 실수는 하지 말고 앞으로 뭔가를 할 자금을 만들어야죠. 다들 저를 보고 오해하고 있어요. 이제 좀 벌지 않냐고? 전혀 아니에요. (웃음)


리: 활동에 필요한 금전적인 부분도 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나요?


뱃: 뮤직비디오는 이번에 도움을 받았죠. 물론 제가 갚아야 할 돈이지만요. (웃음) 그래도 이제 아르바이트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요. 제가 월급까지 밝히면 너무 구차해지지만, 적은 돈을 벌고 조금만 일하면서 앨범을 만들었어요.




리: “로데오”의 뮤직비디오는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했잖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뱃: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정말 개같이 힘들었어요. (웃음)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먼저 카자흐스탄에 가서 3일동안 준비를 했는데, 저는 솔직히 관광도 하고 놀면서 진행할 줄 알았거든요. 이걸 찍은 게 AR필름이라는 친구인데, AR이 ‘Always Run’의 약자에요. 같은 크루지만 일은 같이 처음 해봤는데, 미친놈이에요. 준비 과정부터 매일 새벽에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시 작업을 해요. 제가 엄청 심한 길치인데, 마지막 날에 뮤직비디오에 나올 방을 꾸며야 됐어요. 카자흐스탄 마트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겠는 거에요. 벽에 붙이는 옷걸이를 사야 했는데, 이걸 구하려고 5시간을 돌아다녔어요. 편의점에 일단 없고, 큰 마트를 가도 안 팔더라고요. 결국 어찌어찌 찾았는데, 너무 열 받아서 한 박스를 샀어요. (웃음) 한두 개면 되는데. 막상 영상에선 한번 스윽 지나가고 말더라고요. 또, 저보다도 영상 감독을 맡은 친구가 온 영혼을 바쳐서 일하더라고요. 너무 힘들게 찍었으니까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공짜잖아요? 19금이 걸려있긴 한데, 사실 그러면 안되지만 제가 따로 인스타 프로필에 링크를 올렸어요. 솔직히, 시가를 피는 장면이 청소년들한테 무슨 영향을 주진 않잖아요? 문신이 많다고 19금을 걸고 하는데, 길에서 지나가면서도 담배를 피는 거나 문신한 사람들은 많이 보지 않아요? 개 꼰대 같은, 말도 안 되는 심의에요. 제가 나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욕은 조금 하긴 했지만……(웃음) 다들 봐줬으면 좋겠어요.


리: 고생한 만큼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나요?


뱃: 고생한 거에 비하면 조금 아쉬움은 있어요. 촬영 자체가 말도 안되게 악조건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촬영 날에도 촬영팀이 엄청나게 연착됐어요. 촬영을 스케줄보다 8시간은 늦게 시작한 것 같아요. 감독도 멘탈이 굉장히 강한 친군데, 혼이 나가더라고요. 급하게 씬을 다 조정하기도 하고, 그래서 컷 수도 그다지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죠. 그래도 어쨌든, 모든 악조건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냈다고 생각해요.


리: 아무래도 리짓군즈가 자체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랑은 스케일 면에서 차이가 났는데, 제작할 때 어떤 부분이 다르던가요?


뱃: 스케일이 커지니까, 존나 힘들어요. (웃음) 웃음이 나올 정도로요. 너무 힘들어서 웃었어요. 다른 건 다 똑같은데, 더 힘듭니다. 저희끼리 찍을 때, 나중엔 돈을 모아서 더 좋은 장비를 써야 하니까 타임테이블이나 컷 씬을 되게 타이트하게 짰는데요. 정말 초반엔 그냥 마음대로 찍었어요. 저기로 가봐. 알았어! 찍고, 저기 예쁜데? 또 찍고요. 그렇게 찍을 때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론 뮤직비디오를 하나 더 찍고 싶은데, 찍게 되면 조금 프리하게 하고 싶어요. 아직 계획은 없지만요.


리: 만약 나오게 된다면 어떤 곡일까요?


뱃: 원래 “탕아”를 찍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못 찍었어요. 지금도 “탕아”를 찍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리: “축하해”의 뮤직비디오에선 일본 고교 만화 감성이 엿보이더라고요.


뱃: 제가 처음으로 저희 크루가 아닌 사람이랑 한 작업이었어요. 원래는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콘티까지 같이 짜는 편인데, 이번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원하는 콘셉트만 이야기했어요. 고교 야구 감성, 일본 영화의 느낌에다가 일차원적이었으면 좋겠다고요.


리: 리짓군즈의 다음 앨범으론 재달이 예고되어 있죠?


뱃: 9월 11일에 다섯 곡짜리가 발매될 거에요. 나머지 멤버들은, 먼저 블랭의 경우엔 곡을 미리 들려주는 타입이 아니에요. 1집이 나왔을 때도 거의 다 만들어 놓고 한꺼번에 들려주더라고요. 저는 만드는 과정을 계속 공유하는 스타일인데, 조금 다르죠. 제이호는 네다섯 곡 정도 들어봤고 같이한 트랙도 있는데 듣고 놀랐어요. 원래 저희끼리 띄워주는 스타일이 아닌데, 너무 좋더라고요. 물이 오른 것 같아요.


리: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뱃: 원래 요즘 래퍼들을 보면 앨범이 바로바로 나오던데, 저는 멀티가 안 돼요. 하나를 정리 하고 나서야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 계획으론 하헌진과 작업을 시작할 거에요. 또 고여있는 이미지가 싫어서, 아예 새로운 작업도 서너 곡 정도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고요. 지금은 그 정도에요.


리: 야밤그루브로서의 활동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뱃: 빅라이트비츠(Biglightbeatz)가 샘플링을 위주로 작업하는데, 제가 샘플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 우선 재미있는 작업만 먼저 하고 있죠.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또 다시 재미있어지면 하게 될 수도 있죠.


리: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뱃: 예전에 테이크원의 인터뷰를 감명 깊게 봤어요.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똑같이 얘기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자기한테 야망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의 야망은 돈이 아니라 다른 데 포커스가 가 있는 거라고요. 나는 내 야망이 있는데, 왜 나보고 야망이 없다고 하냐고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랑 너무 똑같아서 충격적이었어요. 물론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그게 기준이 아닌 거죠. 돈이 싫은 게 아니라, 돈이 기준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구려지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데 알아서 돈이 따라와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에요. 좋은 음악 계속 내면서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행보를 걷고 있는데 돈이 따라오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엄청 큰 돈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 정도는 필요하니까요. (웃음)


리: 앨범에 들어간 밥 말리(Bob Marley)의 인터뷰도 비슷한 맥락으로 넣은 건가요?


뱃: “로데오”는 원래 블랭이 저한테 주려고 만든 비트에요. 원래부터 앞에 인터뷰가 들어가 있었는데, 저는 영어를 못하니까 무슨 말 하는 거냐고 물어봤죠. 인터뷰 다음에 음악이 나오는데 제가 갑자기 상관 없는 얘기를 할 순 없으니까요. 돈과 기준에 대한 이야기라고 블랭이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블랭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가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멋있어서 넣은 거일 수도 있죠. (웃음) 제가 그런 사람이라기보단,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욕심은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한 거죠. 돈은 벌고 싶고 좋은데, 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은 구린 것 같아요. 다른 래퍼들의 가사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거죠.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뱃; 다들 앨범 커버를 보고 자꾸 팬티에 포커스를 맞추더라고요. (웃음) 초점을 팬티에 맞추면 안돼요. 앨범을 다 듣고 나서 재킷을 다시 보면 어떤 의미로 담은 건지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출항사]는 바지를 벗으면서 찍었고, [탕아]는 팬티만 입고 있다 보니까 자꾸 DM으로 다음 앨범은 다 벗냐고 물어봐요. 팬티에만 집중하면 안됩니다. 또, [탕아]도 저의 이미지 중 하나지만, 이런 음악만 하는 사람으로 고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옛날엔 같은 것만 해야 된다는 생각이 심했어요. 뭔가 하고 싶어도, 제가 손 대면 안될 것 같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웃겨요. 제가 재미 있으려고 음악을 하는데, 재미있어 보이는 걸 못하면 말이 안 되잖아요?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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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리(B-Free), 양동근, 빈지노(Beenzino)랑 제이통도 넣고 싶고요. 마지막 한 자리에 버벌진트(Verbal Jint)나 이센스(E-sens)를 넣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센스인 것 같아요. 아, 개코도 있어야 하는데. (웃음) 늘 나오는 사람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순위는 의미 없이 저 다섯 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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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리의 [희망], 버벌진트의 [누명], 또 남들은 절대로 안 뽑을 텐데, 저는 양동근의 2집과 3집은 무조건 넣어야 해요. 다섯 개가 너무 적네요. (웃음) CB매스도 넣어야 되고 가리온도 넣어야 하는데. 저는 CB매스의 2집을 넣고 싶어요. ‘행진’ 들어간 앨범이요. 너무 예전 것들 위주로 뽑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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