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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아날로그 소년 - 정치적 앨범 아니라고 하더니...'충격'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25일 (월) 17:38 판 (새 문서: 아날로그 소년 - 정치적 앨범 아니라고 하더니...'충격' 남성훈 작성 | 2012-12-14 21: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9,149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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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소년 - 정치적 앨범 아니라고 하더니...'충격' 남성훈 작성 | 2012-12-14 21: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0 | 스크랩스크랩 | 29,149 View



"저는 전혀 정치색을 갖지 않고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것이죠."


청춘의 낭만을 부르짖으며 [행진]했던 랩퍼 ‘아날로그 소년’, 2년 뒤 [택배왔어요]로 이제는 현실과 마주한 청년을 그려내며 돌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많은 요즘,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그의 앨범을 유독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리드머에서도 그랬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그래서 리드머가 아날로그 소년을 만났다. 그를 만난 카페에선 [택배왔어요]가 흐르고...


리드머(이하 리): (대뜸) 정치에 관심 많죠?

아날로그 소년(이하 아): (웃음) 사실 정치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제 상황이나 주변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먹고 살기 어려운데,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죠. 그렇다고 제가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나는 진보다? 보수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어떤 성향이 확실히 있거나 하진 않아요.

리: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 같은 것이 없었단 말인가요?

아: 글쎄요. 제가 졸업을 작년에 했어요. 스물아홉에 졸업장을 받았죠. 그 전에 ‘졸업유보’던가? 그렇게 있다가 졸업했어요. 졸업 전부터 음악은 했지만, 졸업하고 음악을 계속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뉴스에서 이것저것 보면,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이제 좀 갈아엎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 꼴 보기도 싫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리: (또 대뜸) 이번 대선에 지지하는 후보가 있나요?

아: 네, 지지하는 후보 당연히 있죠. 저는 당연히 ___이 대통령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을 찍을 거에요. 투표도 반드시 합니다!

리: 리드머도 선관위의 지배를 받는 언론매체이기 때문에 아마 특정 후보나 당 이름은 지워서 올라갈 겁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자기가 처한 어떤 상황에 따라서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하는 당이 당연히 생긴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언론매체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생각이죠. 당연히 매체나 개인이나 특정 당이나 후보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언론매체에게 당장 그러라고 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이런 생각도 들긴 하네요.

리: 대선 후보 토론도 보셨죠?

아: 네, 토론 봤죠. 좀 웃기더라고요. (전원 웃음) ___는 아예 대놓고 ___깔려고 나온 것 같았고, ___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면서 대답하는 시간 때우려 나오는 것 같았고… (웃음)

리: 신문은 많이 보세요?

아: 신문 거의 안 봐요. 인터넷으로 뉴스 많이 봅니다. 딱히 선호하는 신문도 없어요. ___, __ 같은 신문들이 혹시나 저랑 성향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찾아서 읽거나 하진 않아요.

리: 그런데 핸드폰이 요즘 보기 드문 2G폰 이네요?

아: 네, 이거 011인데 나중에 가지고 있으면 혹시나 좋은 것으로 바꿔주지 않을까요? (웃음) 농담이고요,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전화오면 받고, 별로 안 바쁘니까 괜찮아요 하하.


리: 그럼, 다음 질문이.. 이번에 발표한 [택배왔어요]란 앨범이 정치적인 앨범….

아: 전혀 전혀 아니죠, 그런 의도로 만든 앨범이 아니에요.

리: 하지만 [택배왔어요]는 역대 한국힙합 앨범 사상 가장 정치적인 앨범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색이 느껴지는 랩 앨범이 지금껏 계속 있어오다가 이번에 잘 나온 것도 아니고, 사실 아날로그 소년의 독보적인 영역이에요. 앨범 발표되면 이렇게 정치적인 앨범으로 들릴 것이라 예상했어요?

아: 네, 하긴 했어요. 시기적으로 총선도 있었고, 앞으로 대선도 코앞이고요. 그래서 [택배왔어요]앨범을 낼 때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거라 당연히 생각했어요. 하지만 애초에 정치적인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고요. 음…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이런 거에요. 저는 전혀 정치색을 갖지 않고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것이죠.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현상이에요. 하필이면 지금 상황이 상황이고, 제 개인적으로도 정말 별로였던 MB 정부도 거의 지나왔어요. 그리고 덕분에 요즈음 20대도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잖아요? 많이 알건 모르건, 젊은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를 일단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제 앨범을 사람들이 듣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요. 전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런 해석을 듣는 것이 기분 나쁘지도 않아요.

리: 정치적으로 읽혀서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려는 앨범으로 받아들여져도 억울하거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인가요?

아: 그렇게 해석해도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렇게 들려서 재미나면 좋고, 다르게 들리면 또 그 재미가 있을 것이고요. “장터국밥”이란 곡도 그냥 시장의 모습을 그린 재미난 노래로 들어주셔도 물론 좋고, 가사에도 언급되었던 SSM(슈퍼슈퍼마켓) 문제를 생각하면서 들을 수도 있겠죠. 각자가 판단해서 재미있게만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 어떻게 보면 간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그린다고도 볼 수 있어요. 반면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광우병’, ‘음원수익’ 등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힙합 곡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 자기 할 말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도 제가 어떤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주장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하겠죠. 이번 비-프리(B-Free)의 정액제 거부도 멋진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할까 말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택배왔어요”는 진짜 택배기사님들이 바로 들어주길 원했고, “장터국밥”은 시장사람들이 들어주길 원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저랑 비슷한 소시민들이 많이 들어주면 더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들을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리: 그렇다면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원한다’라는 식도 아니고, 힙합 팬만을 노린 것도 아니네요?

아: 네, 그래서 저는 제 곡을 들어주길 원하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일단 기분이 안 나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곡에 직접 등장하는 택배기사님들과 시장 상인들이 듣고 기분 나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랩은 조금만 재치 있게 가도 기분 나빠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잖아요. 비꼬는 형식도 많고, 워낙 다양한 방법으로 가사를 쓰니까요. 당연히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어쨌든 제 곡에 등장하는 분들이 기분이 안 나빠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어요.

리: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우선 들어주길 원하는 그분들이 많이 들어주시는 것 같나요?

아: 그래서 제가 “장터국밥”은 ‘전국상인연합회’에 보냈고, “품바”는 ‘마당극 품바’에 메일로 보냈어요. 한번 들어봐 달라고… ‘여러분들이 들어주시는 게 저에게 의미가 있으니 한번 들어봐 주세요.’ 하고 메일을 보냈죠. 보셨는지는 모르겠네요. “택배왔어요”는 택배회사가 아니라 택배기사님들이 들어주셔야 하잖아요, 근데 택배기사님들이 하청개념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보낼 곳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꼭 들려드리려고 알아보고는 있어요. 더해서 저와 비슷한 또래들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면도 있어요. 그리고 한국 힙합의 주요 소비층인 10대가 들어도 거부감은 없을 거에요. 우리 주위의 이야기니까, 다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리: 음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각을 들어보고 싶네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생긴 이래 요즘처럼 음원 수익 배분의 부당함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실제로 나아지는 부분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 내년에 조금 바뀐다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요.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수익 분배율을 싹 바꿔야죠. 생산자가 계속 생산을 할 수 있게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반응이 있는 음악가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정말 음악 잘한다고 인정받는 음악가는 음악으로만 떵떵거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직업처럼요. 이건 일종의 횡포죠.

리: 그렇다면 이번에 대통령이 바뀌면 이 문제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 저는 제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해요.


리: 실제로 어떤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 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네, 작년, 재작년에 꽤 많이 나갔어요. 반값등록금, 미국산 소고기 수입, 용산철거민 문제 있을 때도 나갔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과격하게 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요. 보시면 저도 왠지 나가야 될 것 같은 곳만 나갔잖아요? 어떤 사람이 보면 여기도 나가고 저기도 나가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정말 문제는 집회만 나갔다 하면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단정짓는 시선이 있다는 거에요.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저는 제가 진보다 보수다 이런 성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제가 나가봐야겠다고 느끼는 곳에 나간 거 같아요. 집회에서 공연도 했었는데요, 지금도 집회 시 공연요청이 오면, 제가 제 기준에서 판단해 도움이 되는 공연을 할 의향이 있습니다.

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을 했었어요?

아: 저는 무조건 식당을 선호합니다. (웃음) 식당에선 밥도 주고,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주방 일이 저하고 좀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주방의 메인은 아니지만, 몇 달 하다 보면, 작은 음식도 좀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주방 일이 정말 바쁘잖아요. 커피전문점이나 피씨방이나 그런 곳 보다는 정신 없이 바쁘니까 그게 더 좋아요. 설거지 하고 뭐 나르고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잡생각이 없어지니까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리: 작년에 졸업했다고 말씀했는데, 음악은 쭉 해왔잖아요. 앨범에서 소시민의 일상을 면밀하게 그려내는데 아르바이트 경험이 도움이 좀 됐나요?

아: 택배 일도 해봤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봤기 때문에, 사실 저에게는 매우 가까운 것이라 그냥 캐치하면 되는 것이었어요. 항상 그런 것들은 적어놓으려고 하니까요, 제 가사가 고심해서 얻어진 결과는 아닌 것 같아요. 경험에서 나온 것이 많죠. 모두 다 경험에서 나온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리: 군대는 다녀왔죠? 왠지 남다른 시각도 있을 법 한데요.

아: 군대는 6사단 철원에서 병장만기전역 했습니다! 21살에 가서 23살에 전역했고요. 보직이 운전병이었어요. 운전병 했던 사람은 보험료가 할인이 된다고 하는데 운전이 정말 하기 싫은 게 단점이에요. 분대장을 빨리 달아서 군의 거의 모든 차를 다 다뤘거든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서울 시내 운전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에요.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게 편해요. (웃음)

리: 소리헤다 1집의 “해가뜨면” 같은 곡의 가사를 보면 들국화가 불렀던 “사노라면”이 연상됩니다. 정규 1집의 타이틀은 [행진] 이었고, “내 세상”이라는 곡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가사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물어보나 마나 들국화 좋아하죠?

아: 이렇게 질문을 받으니 정말 ‘들국화’의 영향이 많이 들어가 있네요. (웃음) ‘들국화’ 당연히 좋아하죠. 들국화 말고도 저는 옛 한국가요 정말 좋아해요. 지금도 국외 음악보다 우리나라의 예전 가요를 훨씬 많이 들어요.

리: 그래서인지 ‘들국화’처럼 민중가요의 힘을 강하게 가지면서 동시에 대중가요인 음악의 흐름이 끊겨 있는 상황에서 [택배왔어요]는 민중가요를 표방하지 않는 장르음악이지만, 그 궤를 잇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기쁘고, 저에겐 감사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시절 음악의 가사를 좋아하고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전에 어디서도 했었는데요. 저는 사실 랩 스킬에 있어서는 ‘영향을 받은 사람은 없다.’, 아니면 ‘내가 들은 랩이 전부 나에게 영향을 줬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가사의 단어들은 옛 가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아요. 가사를 쓰다 보면, 저도 놀래요. 내가 이런 음악을 좋아하니까 이런 단어를 쓰게 되나 싶어요.


리: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을 하나 추천한다면요?

아: 저는 지금 좋게 듣고 있는 앨범이 김현식 3집 [비처럼 음악처럼]이에요. 오늘도 들으면서 왔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씨가 준 “쓸쓸한 오후”가 있는 앨범이요. 유재하가 준 “가리워진 길”도 있어요. 유재하씨가 10곡인가 줬는데, 김현식씨가 한 곡만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유재하씨가 이렇게 좋은 곡들을 왜 안 쓰지? 하고 자기 앨범에 썼는데, 그 앨범도 대박이었죠. (웃음)

리: 트렌디한 음악도 듣긴 하죠?

아: 네. 미국의 가장 트렌디하다는 ‘핫’한 음악도 들으면 물론 좋긴 하죠. 그런데 솔직히 거기서 끝인 것 같아요. 좋아서 ‘난 이거 100번도 더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우선 제가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면도 있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면 제대로 느끼지 못하니까요. 들을 때 멋있다 잘한다 이런 느낌은 들지만,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구나 라고 공감을 못하니까요.

리: 좀 궁금해지네요. 60년대부터 80년대 가요를 정말 좋아하는데, 지금 랩을 하고 있고, 힙합음악을 하잖아요. 보통 동년배의 우리나라 랩퍼들은 90년대 힙합클래식 앨범들을 찾아 들으면서 음악을 시작했잖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아: 저도 물론 우탱(Wu-Tang Clan)이나 닥터 드레(Dr. Dre), 나스(Nas) 앨범을 듣고,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고, 당시에는 제가 들었던 모든 것을 뛰어넘는 멋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랩 가사도 써보고 했던 거에요. 똑같은 시기를 지나왔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중에 한 명일 뿐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옛 가요에도 심취했고, 지금까지 쭉 같이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쓰다 보니까 옛 가요를 좋아하는 면이 녹아 들었고, 흔히 말하는 스웨거? 뽐내는 그런 것보다 제 방식대로 가사를 쓰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거죠.

리: 랩퍼들은 사실 랩의 스킬, 태도, 패션에 큰 가치를 두고 가사에서도 과시하고 강조를 많이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보는 시각이 좀 다를 것 같기도 해요.

아: 사실은 이런 질문이 분명 나올 것 같았어요. (웃음) 그런데 전 정말 이런 것에 대해 한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멋있게 하는 사람도 있고, 멋없는데 멋있는 척 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가끔은 너무 그런 과시성 요소에 편향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한때 지나갈 유행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 힙합 씬에서 누구는 잘된다더라, 누구는 잘 안 된다더라 하는데 이렇게 시장이 변한 것도 10년 안됐잖아요, 그걸 뭐 지금 너무 편향되어있다, 씬이 다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만 잘된다더라, 이렇게 말이 많은 것. 사실 저에게는 와 닿는 부분도 있지만, 그냥 전 결국 제대로 음악하는 사람들은 계속 음악하고 아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그런 힙합 씬 안에 있는 것이 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경계가 모호한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힙합 씬의 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힙합음악을 하면서요.

리: 전작 [행진]에서 낭만을 이야기하는 청춘이 [택배왔어요]에서 씁쓸한 현실과 더 가까워진 청춘처럼 느껴져서 연작처럼 읽혀요.

아: 네, 연작이 맞아요. 사실 [행진]과 [택배왔어요]의 커버에 다 나와있어요. [행진] 커버는 그림이고, [택배왔어요]는 사진이잖아요. 1집 커버가 그림 같은 낭만이면, 2집 커버의 사진은 현실인 거죠. 저는 ‘지금의 생각을 잘 기록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어요. 1집 때는 ‘이게 나의 청춘이야’라는 생각을 썼다면, 2집에서는 ‘아! 이게 현실의 청춘이구나’라는 생각을 쓴 거죠. 제 또래, 제 주변의 이야기, 나와 너와 우리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잘 기록하고 싶고 그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다음 앨범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현재의 이야기를 또 잘 관찰하고 기록할거에요. 그럼 또 연작이 될 수도 있겠죠.

리: 이번 앨범에서도 김박첼라씨의 프로덕션이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고, ‘인디언 팜’의 2집을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재결성 계획은 없나요?

아: ‘인디안 팜’을 아직 찾아주시고, 앨범을 많이 기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애초에 프로젝트 앨범이기도 했고, 저나 루피나 첼라형도 다 각자 계획이 있어서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리: 마지막으로 [택배왔어요] 앨범이 나왔고, 장르 팬과 평단의 반응도 호의적입니다, 앨범 홍보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아: 저도 앨범 홍보 관련해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단 공연을 정말 많이 하고 싶어요. 사실 “택배왔어요” 이 곡은 공연으로 보고 들으면 정말 저와 관객 모두 신나고 재미날 수 있는 곡이거든요. 많은 무대에서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스트리밍 거부도 안 한 것이고요. 제 앨범에 등장하는 택배기사님이나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물론,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괜찮은 음악, 괜찮은 랩, 괜찮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활동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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