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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서출구 '거리 문화, 이걸로는 부족하다' 문서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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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서출구 '거리 문화, 이걸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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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출구ㅣ'거리 문화, 이걸로는 부족하다' 힙플 8 33745 2015-03-10 17:25:04 힙합플레이야 (이하 힙) : 반갑다! 닉네임이 독특하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랩 네임에 대해 서출구 : ADV 크루의 서출구라고 한다. 랩 네임에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서 딱히 친구가 많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무신사의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던 찌질이 중에 한 명이었는데, 그때 활동하던 아이디가 XIT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친해진 형 누나들이 어느 순간 부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한글화를 시켜버리더라 비상구랑 출구 중 고르다가 출구라는 닉네임을 선택했는데, 당시에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거기에 내 성을 붙였다. 힙 : 랩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듣기론 공부 잘하던 유학생이었다고 서출구: 유학시절 공부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었다. 왜냐면 친구 사귀기가 힘들었거든, 한국에선 안 그랬는데, 미국에 가니까 정서도 많이 다르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힘들었다. 힙 : 미국은 언제 건너간 건가 서출구 : 만 13세가 되자마자 갔다. 가서 적응 못하고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어서 하다 보니까 공부는 잘했는데, 힙합을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힙합의 쌔고 불량한 이미지가 싫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디언팜(Indian Palm)이랑 소울다이브(Soul Dive) 1집을 접하게 됐는데, 그 곡들이 가지고 있는 마일드한 감성이 와 닿더라 그때는 인디언팜의 ‘벗’ 같은 곡을 듣다가 울기도 했다. (웃음) 아마 그때부터 한국 힙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랩을 시작한 건, 더 나중 일인데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글 쓰기 수업을 꾸준히 들었었다. 영문 시나 단편소설, 수필로 상도 받을 정도로 글쓰기를 워낙 좋아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랩보다 가사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사만 쓰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박서(BOXER)의 영상을 보고 그때부터 랩이 하고 싶어졌다. 그냥 하고 싶었다. 가사적인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힙 : 보통 많은 지망생들이 단박에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나올만한 거리가 있느냐부터겠지만, 어쨌든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나 서출구 : 내 경우엔 정말로 거리에서 시작을 했다. 말 했듯이 가사는 적었어도 랩을 하진 않았기 때문에 계속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웃음) 박서에서 랩을 한 게 내 시작이다. 보면 그때는 정말 플로우고 뭐고 엉망에 랩에 체계적인 개념도 없었다. 그런데, 다행이었던 건 당시에 촬영이 끝나고 다들 싸이퍼를 하면서 놀았다.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고, 처음에는 두 마디 밖에 못 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그 두 마디를 뱉고 나면 머리가 하얘져서..(웃음) 어쨌든 거리에서 시작하게 된 게 나한텐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끄적이다가 결국 그만뒀을 거다. 힙 : 가사를 쓸 정도의 열정이면, 창작활동도 생각했을 법한데, 거리에 나올 수 있었던 이 곳의 매력이 있었나 서출구 : 솔직히 단순히 재미있어서 한 것 같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시작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당시에 너무 못했기 때문에 거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에서 뭔가 하루 종일 하고 나면 그래도 뭔가 남는 게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나는 랩을 못했고, 그만큼 자괴감도 심했기 때문에 녹음을 하면 ‘이게 랩이야?!’ (웃음) 하면서 내 랩을 못 들었다. 반면에 프리스타일은 즉흥적인 재미가 있다. 즉각적으로 사람들한테서 반응이 오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남는 게 없다. 한 마디로 흑역사가 될 만한 게 없으니 (웃음) 돌이켜 보면, 나한텐 그게 매력이었던 것 같다. 힙 : 꽤 오래 전부터 활동했지만, 오랫동안 오피셜 작품이 없다.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랩 하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 더 컸던 것인가 서출구 : 맞다. 너무 오랫동안 뭔가가 없었다. 내가 그 동안 작업물을 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게 내가 못해서다. 내가 듣기에 스스로 만족이 안됐기 때문에 계속 퀄리티 컨트롤을 했다. 누구한테 욕을 먹더라도 최소한 내 마음에 든다면, 그건 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동안은 작업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아 그래도 이제는 간단하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소리헤다(Soriheda)님의 [Time’s Arrow]가 발매 됐고, 그 앨범에 랩을 즐겨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벌스들이 모였다. 이번 믹스테이프의 작업들은 정말 빠르고 즐거웠다. 힙 : 랩어택이나 박서쇼, 윗잔다리 싸이퍼 등 힙합씬 안에 프리스타일 배틀랩 씬이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던 것 같다. 사실상 박서쇼와 같은 길거리 랩퍼들의 사랑방이 없어진 지금 길바닥 씻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서출구 : 솔직히 말하면 간당간당 한 것 같다. 지방은 잘 모르겠고, 또, 겨울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중요한 건,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거다. 윗잔다리든 뭐든 불청객이 너무 많이 온다. 그러니까 정말 문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작은 존경심 조차 없이 오는 그런 사람들.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 내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시작해서 그런지, 먼저 주위를 맴돌면서 씬을 지켜봤었는데, 지금은 정말 누구나 와서 덤벼든다. 그리고, 무턱대고 덤벼들면서 분위기를 엄청 망친다. 심지어는 만취 상태로 와서 고성방가를 한다던가 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다. 처음에는 이것 또한 거리의 문화라는 마음으로 그런 사람들까지 포용하자는 식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너무 망가지더라. 싸이퍼를 주최 하던 사람들도 주최를 꺼리게 되고, 그러면서 지금은 많이 뜸해진 상태다. 그런 것들이 안타깝다. 힙 : 자리를 잡은 베테랑들이나 현역 랩퍼들의 전무하다 싶은 관심도 거기에 영향을 미치나 서출구 : 이미 자리 잡은 MC들은 거리로 나올 이유도 없고 나와서 얻는 것도 없다. 솔직히 프리스타일을 하더라도 각자 작업실에서 정말 좋아하고 친한 사람들이랑 하면 그만이거든. 굳이 거리로 나와서 후줄근한 랩퍼 지망생들과 싸이퍼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 거리 문화 자체는 많이 간당간당 하다. 힙 : 거리 문화의 현재 이미지에 대한 얘기인데,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서출구 : 아닌 사람도 더러 있지만, 싸이퍼 안의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후줄근하다.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욕하는 것도 몇 번 들었다. 쟤네 뭐 하는 거냐고.. 귀엽다고 말하면 칭찬일 정도로 지나가면서 병신 같다고 하는걸 듣기도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있다. ‘이건 힙합이니까. 난 힙합이니까 거리고 나왔고, 거리로 나왔으니까 힙합이야.’라고 정신승리하는 부류다. 그들은 말한다. ’난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는 거고, 입고 싶은 걸 입고 왔어’라고, 슬리퍼 끌고 츄리닝을 입고선 말이다. 그리고선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힙합 아니냐고 하는데, 그러면 나는 대놓고 랩을 못하게 하고, 제발 꺼지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왔으니까 이게 힙합 아니냐고. 근데, 결혼식장이나 조문을 갈 때에도 나름의 드레스코드가 있지 않나 아무렇게나 입을 순 있어도 그건 상식과는 벗어난 일이다. 학교 갈 때 교복을 입듯이 장소나 때에 따라서 옷을 입어야 하는 거다. 싸이퍼 역시 어떻게 보면 즐기는 놀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문화이기 때문에 문화 안에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적어도 힙합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은 입고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힙 : 한 마디로 그렇게 입고, 어디 가서 힙합 한다고 하지 마라? 서출구 :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름있는 엠씨들을 끌어들이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 가끔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욕도 했었다. ‘걔네 들은 여기 오지 않아 페이크야’ (웃음) 프리스타일을 하다 보면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 한 2년전쯤부터는 깨닫게 됐다. 나조차 여길 나오는 이유가 그저 랩 하는 즐거움 뿐인데.. 힙합을 아우르는 문화가 되기엔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더군다나 현역 랩퍼들 중에 프리스타일을 잘 하는 랩퍼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또 그런 랩퍼들은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 한가롭게 거리로 나와 싸이퍼를 즐기기에는 메리트가 없는 거다. 나조차 가끔 이걸 문화라고 부르기에 약간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이게 문화라면 그 안에 있는 인원들이 그 문화를 대표하는 건데, 내가 봤을 때 다른 친구들은 와서 랩만 하는 거지 힙합을 하는 게 아니거든. 이런 상황인데 왜 이름 있는 MC가 와서 굳이 동참하겠나? 보통 몇 번 오고 나서 안 온다. 힙 : 그럼 지금 명맥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 서출구 : 다행히도 스넥킴이라고, 랩 어택 시절부터 오랫동안 거리 문화를 함께 해온 형이 계시다. 그 형이 아예 윗잔다리 페이지도 만들고 로고도 만들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이런 흐름과 움직임 자체가 개인의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힙 : 어떻게 보면, 그 계보를 ‘모두의 마이크’가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서출구가 모두의 마이크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서출구 : 모두의 마이크 역시 오픈 마이크 형태인데 나도 나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ADV의 회의시간과 겹치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까지 가본 적은 없다. 어쨌든 그런 움직임 자체는 되게 좋은데, 어떻게 보면 지금이 힘든 시기가 아닐까 싶다. 모두의 마이크가 처음에 메타님께서 뜻을 가지고 공간까지 만들어 가면서 시작을 했던 모임인데, 윗잔다리 싸이퍼와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은 씬에 신선한 활력을 넣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작은 규모라도 계속 유지가 돼서 윗잔다리, 출신, 거리 출신, 모두의 마이크 출신의 걸출한 랩퍼들이 한 명 한 명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일 것 같다. 지금도 멋있지만 아직은 원이 작다. 힙 : 올티의 경우에 그런 거리 문화에 대한. 책임감은 없다고 하더라. 반면에 서출구는 거리 문화에 대한 책임감, 언더그라운드 자체에 애착이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묻는다. 거리 문화를 키운다거나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나 서출구 : 구체적인 계획을 짜놓은 건 아니지만, 제일 먼저 했던 건 ‘서출구를 이겨라’ 였다. 그것도 사실 진행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지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감 때문에 (웃음) 숨어있던 고수가 나와서 나를 개박살 낸다면 망신이지 않나 (웃음) 어쨌든, 선뜻 하겠다고 했고 개인적으로 언더그라운드와 이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에 앞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을 꾸준히 할 생각이다. 하지만, 당장 내가 뭔가를 하기보다는 JJK형의 SRS(Street Rap Shit)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멋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 스스로가 영향력을 갖기 전에는 나 역시도 똑같이 이름 있는 MC 눈에는 한 명의 지망생일 뿐이니까.. 지금 당장으로써는 JJK형의 큰 그림을 지지해주는 게 맞다. 힙 : 내가 너무 거물 대우를 한 건가 (웃음) 두 마디 시절 얘기를 해보자 ‘전국구가 돼버린 Freestyle 두 마디’라는 라인이 여러 번 나오는데, 두 마디 프리스타일 MC 시절 얘기가 궁금하다. 서출구 : 해줄 수 있지.. (웃음) 뭐,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효술(Hyosool)형도 그렇고 올티(Olltii)도 그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때가 한참 박서를 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은 증발해버린 뉴타이틀이란 크루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싸이퍼를 열던 때였는데, 당시에 나는 두 마디 프리스타일 MC였고,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랩을 못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두 마디를 뱉고 나면 어버버 하니까, 지금의 나라도 그랬겠지만 어쨌든 그때 그 친구들은 일부러 나한테 순서를 안 주려고 하고, 내 순서를 일부러 넘어가고 마이크를 돌리면서 원을 돌 때면 나를 건너뛰거나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등 (전원웃음) 그런 집단 무시가 있었다. 물론 난 가만히 있었다. 왜냐 난 못하니까 (웃음). 근데 마음속으로는 독기를 품고, ‘내가 이런 개무시를 받는 게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되게 열심히 했다. 난 심지어 지금도 그때 그런 짓을 했던 애들 이름을 마음속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모두 웃음) 가끔씩 떠올린다. ‘잘 살고 있냐 병신아’ 이러면서.. (웃음) 힙 : 효술이 없으니까 하는 얘긴데, 나한테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자기는 서출구가 진짜 재능 없는 줄 알았다고..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서출구 : 당시에 뉴타이틀 쪽과 비프가 있었다. 근데, 그때 효술은 뉴타이틀 편을 들어줬다. (웃음) 그쪽은 크루지 않나 아무리 똥파리들이 모여있기로서니 어쨌든 크루니까 그쪽 입장에서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다. 근데 나는 크루도 없고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순간 외로움이 밀려오더라. 그때 친했던 게 올티랑 효술형이랑 비플로우(Bflow)라는 친구까지 서로 되게 아꼈었는데. 효술 형이 오히려 그쪽 편을 들어주니까.. 많이 서운했다. 효술형은 계산을 했던 거지. 재능 없는 좆밥과 실세 크루를 두고.. (모두 웃음) (불쑥) 효술 : 잠깐, 이건 정치다. 나는 중재하려고 했던 거지 무슨.. 난 항상 평화주의자다. Peace out 힙 : 길바닥 씻의 계보가 JJK, 술제이, 헉피에서 올티, 서출구까지 이어져왔다. 서출구가 생각하는 올티는 어떤가 서출구 : 그런 게 있다. 올티든 누구든 사람마다 마음속에서 존경했던(?) 아티스트가 있으면 그 앞에서 떨리지 않나 나한테는 그게 올티였다. 올티 역시 헉피형 앞에서 프리스타일 할 때면 유독 긴장을 했다. 지금은 안 그런다고 하지만, 어쨌든 올티도 예전에는 헉피형 앞에서는 평소보다 실력이 덜 나왔다. 그리고, 나도 올티 앞에서 프리스타일을 할 때 항상 그랬다. 물론 지금은 떨리고 그런 건 없다. 내가 이거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생각해 놨었는데, 무협지를 보면 정파나 사파에서 무공으로 그 이름을 알린 사람이 있는 반면에 속세에 관심 없고, 떠돌아다니지만 나타났다 하면 싹쓸이하는 절대 지존들이 있지 않나, 그게 올티고 나는 그냥 그 안에서 나름 잘한다 잘한다 하는 사람인데, 속세에 관심 없는 절대 지존은 못 이기는 거다. 힙 : 프리스타일과 배틀로 주목을 받은 캐릭터다. 프로덕션 메이킹은 어쩌면 조금 다른 영역일 수도 있겠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서출구 : 나한텐 항상 그 부담이 너무 컸다. 왜냐면 나는 음악적 재능이 많이 없거든.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던 글쟁이였을 뿐, 음악적인 재능과는 무관했다. 그래서 그거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내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다. 솔직히 랩은 잘한다고 생각한다.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선보이는 그런 모든 테크닉적인 요소들은 머릿속에 있고 언제든 선보일 수 있는 것들이다. 근데 그 장치들을 가지고 하나의 곡을 만든다거나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인 것 같다. 모든 커뮤니티에서 하는 말이 그거지 않나, ‘서출구는 프리스타일 밖에 없다’ 그걸 어떻게 든 반증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이번에 내가 반증에 성공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라는 걸. 힙 : 사실 프리스타일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모두가 서출구나 올티처럼 기똥찬 퓨어를 뱉으면 좋겠지만, 예를 들어서 많은 퓨어 프리스타일이 민망함을 모두의 몫으로 돌리는 경우다. 그럼 단순히 음악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왜?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프리스타일이라는 컨텐츠 자체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서출구: 나는 (컨텐츠 가치가)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랑 올티는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왜냐면 싸이퍼 안에서도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프리스타일을 잘 하는 친구들이 많다. 아까 말했던 외모의 후줄근함을 떠나서 그들은 랩을 하러 왔고, 힙합을 떠나서 프리스타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랩은 잘한다. 그래서 나랑 올티는 특이 케이스가 아니다. 올티가 특이 케이스인건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서 단기간 안에 장족의 발전을 이뤄서인 거지, 말했듯이 나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고, 처음 싸이퍼 나왔을 때, 옆에 있는 효술 형도 말했듯이 얜 재능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근데 어쨌든 내가 전국구가 될 수 있었던 건 딱 하나다. 연습. 남들이 퓨어프리스타일을 봤을 때 ‘그건 그냥 타고난 순발력이고, 감각이야’ 하는데 웃기겠지만, 이건 연습이다. 평소에도 나는 수없이 라임을 찾았고, 지나가다가도 간판이 보이면 친구들하고 간판 라임 빨리 찾기, 지하철역 라임 찾기 등등 끊임없이 라임을 찾았다. 박자도 프리스타일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러면서 저장된 모든 것들이 결국에 내 걸로 소화된 거다. 퓨어하게 프리스타일을 할 때에도 그때 그때 팍팍 떠오를 정도로 소화가 된 거지, 없는 걸 만들어 내는 게 아니거든. 생각지도 않았던 리듬을 갑자기 조립해서 퓨어할 때 뱉는 게 아니라, 지금 흐름이 이러니까 지금 이 단어, 이 라임, 박자, 리듬이 재미있겠구나 하면서 나오는 거다. 그리고, 음악적인 가치가 없다고 하는 말은 단지, 수요/공급이 없을 뿐인 것 같다. 시장적인 가치가 없는 거지, 음악적인 가치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건 퓨어 프리스타일로만 구성 된 믹스테이프를 만드는 거다. 프리스타일 엠씨들과 함께. 그건 아마 음악적으로 가공된 그런 앨범들과는 에너지가 전혀 다르겠지만, 재즈 역시도 잼을 하지 않나, 그리고 그 잼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에너지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퓨어 프리스타일에서도 더 큰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힙 :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나 JJK같은 랩퍼들이 프리스타일 MC로 시작해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까지 발전한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서출구 : 두 분 모두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MC들이다. 내 경우엔 같은 크루인 JJK형의 영향을 받긴 받는다. 헉피 형님도 프리스타일 MC로서나 랩퍼 자체로서나 탁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근데 내가 본 받으려고 하는 건 JJK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난 글쟁이보다 보니까 가사를 많이 보게 되는데, [도착]이나 [비공식적 기록2], 특히 이번에 발표한 [고결한 충돌]을 들으면서 ‘아, 멀리 있지 않구나’라는 걸 느꼈다. 해외에 그런 애들을 뒤져야 되는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선망의 대상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 힙 : 본의 아니게 앨범 외적인 얘기로 에너지를 다 쏟은 것 같다. 앨범이야기를 좀 하자. 기존에 작업중인 믹스테입이 따로 있었고, 한 달 남짓 시간에 만든 앨범이라고 들었다. 번뜩이는 동기나 계기가 있었던 건가 서출구 : 번뜩이는 동기 같은 건 없었다. 기존에 준비하던 믹스테입이 많은데, 다 엎었다. 항상 그런 식이다. 잘 준비해오다가도 어떤 곡을 듣고는 자괴감이 빠지면 ‘아 난 쓰레기야 난 아무것도 아니야..’ 하면서 한 번 엎고, 새로운 걸 연습해서 다시 준비를 한다. 근데 또 다른 곡을 듣고 엎고.. 이런 식으로 네 번을 엎었다가,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어느 정도 찾았고, 내 스타일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는 [탕자] 라는 앨범이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냈고 스스로도 음악인으로서의 결과물이 없으니 당연히 피드백이 없고, 프리스타일 MC로서만 컨텐츠가 나오니까 혼란을 겪고 있던 중에 소리헤다님의 [Time’s Arrow]는 어떻게 보면 나한테 도전 같은 거였다. 비트 자체가 굉장히 세고 박자의 느낌과 바이브가 너무 강해서 ‘내가 이것들을 재해석할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도전의 자세로 받아들인 것 같다. 소리헤다님이 딱히 미션을 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랬다. (웃음) 힙 : 소리헤다의 반응은 어떤가 서출구 : 사실 처음에는 말씀을 안 드리고, 쭉 진행했다. 왜냐면 이것조차 엎어질 까봐 (웃음) 일부러 말을 안 했다. 믹스/마스터도 크루에 계신 형한테 부탁할라 했는데, 크루 내에서 이야기가 소리헤다님께 믹스/마스터를 부탁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그제서야 말씀 드렸다. 일단 그 때의 반응은 되게 좋아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작품이 이렇게 나왔을 때의 반응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본인의 비트를 내가 재해석 한 거니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힙 : 18곡의 비트를 모두 몰입감 있게 소화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반응, 단조로운 플로우에 대한 혹평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출구: 글쎄.. ‘아 그렇구나..’ 싶었다. 나로서는 이게 재미있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들을 봤을 때는 ‘막귀들!’ 이런 게 아니라 ‘아 그렇게 들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다음 번에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난 마음에 들어서 (웃음) 힙 : 반대로 생각해보면, 믹스테이프 원류에 가장 충실한 앨범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리헤다 앨범의 원곡이 기승전결 없이 짤막한 믹스셋처럼 흘러가다 보니 보여줄 수 있는 랩이 제한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서출구: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원곡에 편곡 하나 없이 그냥 그 마스터 된 곡 위에 랩을 얹은 거다. 그래서 비트가 더 샌 것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비트에)가사 수도 맞추고 각 곡 마다 있는 변주에도 대응을 했다. (웃음) 이 흐름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싶었던 때도 있었다. 정말 믹스테이프으로써 역할에 충실했다. 요즘은 워낙 ep니 앨범이니 맥시 싱글이니 이러면서 부르는 대로지 않나 좀 아쉽다 싶으면 EP 그것도 아니면 믹스테이프. 근데 나는 정말 랩을 담은 믹스테이프로서 준비한 거다. 요즘 믹스테입의 수준이 올라가서 스윙스 형의 넘버원 믹스테이프도 믹스테이프니까.. (웃음)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까일 수 밖에 없지. 힙 : 비트의 현란한 변주들이 오히려 장애물처럼 느껴졌겠다. (웃음) 서출구: 이게 뭐 네 마디로 끊기는 것도 아니고, 네 마디 나오고 세 마디 때 변주 툭 나올 때도 있고.. 재미있으면서 중간중간 힘들었다. 힙 : ‘따라 헤엄- 쳐봤자 인어공주 놈들이 수면위로 가기 위해 파는 목소리 결과만 중요하고 과정은 무시하면 네 벌스도 좆까고 바로 훅으로 가줘’ 좋은 펀치라인이다. ‘훅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서출구 : 빈지노 따라서 헤엄치는 MC들.. 어떻게 보면 그거를 사용한 간단한 펀치라인이고, 하고 싶었던 말은 더 깊이 갈 것도 없는 거 같다. 표면적으로 잘 나가는 누군가를 카피한 게 티 나는 MC들이 작품을 쏟아내고 있지 않나, 나도 심지어 빈지노 곡들을 들으면서 연습하기도 하고,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점점 힙합이 그런 듣기 좋은 훅 멜로디 라인에 올인 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음악이 듣기 좋아야겠지만, 그것이 가요랑 다를 게 없다면 내 입장에서 그건 구리다고 생각한다. 귀에 속속 들어오게만 짜놓은 개소리들. 그리고, 과정은 좆까고 결과만 중요하냐는 가사가 있는데, 말 그대로 ‘나 차트 1등 먹었어 나 음원시장에서 잘 나가’ 이런 논리면, 사실상 랩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뭐가 중요한가 그냥 훅송이나 만들면 되는 거다. 힙 : 어쨌든 마감된 프로덕션을 기대한 사람들한테는 여러모로 아쉬운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서출구에게도 아직은 미해결 과제다. 서출구 : 나는 아직도 마감된 프로덕션도 없고, 완성된 아티스트도 아니다. 나 스스로도 하고 싶은 음악적 색깔이 많다. 프리스타일의 장점 중에 하나는 어떤 비트든지 다 해볼 수 있거든. 왜냐면 싸이퍼를 할 때 비트를 고르다 보면, 비트도 여러 사람이 가져오게 되고, 사람마다 비트를 고르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트랩을 가져오는 사람이 있고, 빡센 붐뱁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사람은 재지한 비트를 들고 온다. 그래서 어느 비트에서든 랩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도 도전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이 믹스테이프를 도전이라고 부른 이유도 딱 그거였다. 이번 믹스테이프는 아예 올드스쿨 비트여서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다음에는 미니멀한 비트에도 해보고 싶다. 내 개인적인 올해의 모토가 다작인데, 좀 더 많은 걸 시도해보고 혹평도 많이 받고 싶다. 나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걸 알아가 보고자 한다. 근데 그러면서도 혼란이 오는 게 뭐냐면 큰 한방. 마감된 뭔가를 딱 보여줘서 이런 아티스트다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지 아니면 이렇게 계속 잽을 날리다가 ‘어? 여기가 명치네?’ (웃음) 하고, 그때 명치를 때려야 되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건 잽이다. 힙 : 장르 음악인으로서의 행보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것 같은데, 서출구가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커리어를 밟고 있는 뮤지션은 누군가 서출구 : 스윙스형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가장 가깝다. 나는 솔직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스타일은 아닐 것 같다. 그걸 알고 있고, 욕을 먹을 거고 앞으로 구리다는 말을 계속 들을 건데.. 스윙스형을 이상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건, 물론 랩을 굉장히 잘하고 실력 있지만, 어쨌든 사건사고가 많았지 않나, 근데 그럼에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재작년과 작년이 또 다른 랩퍼다. 어떤 욕을 먹어도 다시 랩으로 증명을 하는 게 뮤지션으로서 멋있는 것 같다. 인간적으로는 내가 만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힙 : 준비중인 바로 다음 계획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서출구: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인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다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믹스테이프가 나올 거다. 그리고, 원래 준비하던 [탕자]라는 앨범에서 몇 곡들이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 싱글로 내려고 준비 중이다. 기사작성 | 차예준, 이상원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믹스테잎 다운로드 #1 Google Drive: 로그인 goo.gl 무료 Google 계정(개인용) 또는 Google Workspace 계정(업무용)을 사용해 Google Drive에 액세스하세요. || #2 Google Drive: 로그인 goo.gl 무료 Google 계정(개인용) 또는 Google Workspace 계정(업무용)을 사용해 Google Drive에 액세스하세요. 서출구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 8 Comments 신민혁 2015-03-10 19:06:15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비트는 소리헤다 3집 비트를 그대로 쓴 거라 알고 있었지만 랩핑은 예상외로 일관적인 바이브를 유지하고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던 것 같네요. 앞으로 나올 작업물도 기대합니다. 최정현 2015-03-10 19:08:31 개인적으로 이번 믹스테잎은 많이 아쉬웠지만, 이제서야 음악가로서 첫발을 내딛은 서출구인 만큼 앞으로 큰 기대하겠습니다. 빠따충 2015-03-10 19:40:39 뜬금없지만 히플직원 효술이 궁금하다 real 급식충 2015-03-12 01:48:19 그니깐 나도 항상궁금햇음 김준형 2015-03-10 21:45:23 아 그때 소리헤다3집에 랩을 얹겠다는 사람이 서출구였나보네 비트가 하나하나 랩하기에 적절한게 아니었을텐데 들어봐야겠다 허승엽 2015-03-11 17:26:41 글쓰기를 좋아하셨다니 갑자기 출구님이 더 존경스러워지네요~^^ 카나인 2015-03-12 23:22:45 와 ... 노력파.. YK 2015-03-17 06:05:19 진짜존경하는엠씨중하나 허슬링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61&page=11 [[분류:힙합플레이야인터뷰]][[분류:서출구]]
힙합플레이야인터뷰 서출구 '거리 문화, 이걸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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