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여닫기
검색
메뉴 여닫기
115
23
98
2.9천
한국힙합위키
둘러보기
대문
최근 바뀜
임의의 문서로
미디어위키 도움말
특수 문서 목록
파일 올리기
notifications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user-interface-preferences
개인 도구
계정 만들기
로그인
힙합엘이인터뷰 TFO 문서 원본 보기
한국힙합위키
보기
읽기
원본 보기
역사 보기
associated-pages
문서
토론
다른 명령
←
힙합엘이인터뷰 TFO
문서 편집 권한이 없습니다. 다음 이유를 확인해주세요:
요청한 명령은 다음 권한을 가진 사용자에게 제한됩니다:
관리자
.
문서의 원본을 보거나 복사할 수 있습니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5.01 20:38추천수 7댓글 2 thumbnail.jpg [인터뷰] TFO 신선한 팀, 실험적인 팀, 익숙하지 않은 팀. TFO의 새 앨범 [ㅂㅂ]의 반응은 대다수가 이랬다. 실제로 [ㅂㅂ] 속 음악은 압도적인 저음역과 무언가를 또박또박 전달하는 목소리, 가득한 은유 등,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TFO의 빨간 방에 직접 들어가보면 어떨까. 뜻밖에도 두 사람은 녹음기 앞이 어색하다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잠시뿐, 음악에 관해 둘은 [ㅂㅂ] 속 음악처럼 잠잠히, 때로는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빨간 방에서 오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공유한다. LE: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일러밤(Sylarbomb, 이하 S): 프로듀서 사일러밤입니다. B.A.C(이하, B): 랩을 하는 B.A.C입니다. 원래는 프로듀서입니다. 둘이 정규 2집 [ㅂㅂ] 같은 음악을 만드는 팀이 TFO입니다. LE: TFO를 결성한 지 오래됐잖아요. 팀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B: [9; The Fine Number] EP가 2012년에 나왔고, 2013년에 [PTSM] 믹스테입, 2014년에 정규 1집 [PTSM]이 나왔으니까 오래됐네요. 음악 취향이나 색깔이 가장 컸어요. S: 어떤 음악가의 음악이 좋아서 주변에 소개하면 큰 반응을 원하는데, 반응이 미지근할 때가 있잖아요. B.A.C의 반응은 늘 제 욕구를 채워줬어요. 색깔은 주로 얼터너티브한 음악이었던 거 같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TFO는 어떤 팀인가요? S: 굳이 어떤 거로 정의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작도 지금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팀이에요. 저희 취향에 따라 재밌는 걸 만들어 들려주는 팀이에요. B: 가사로 보면 여지의 음악을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직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상으로, 상징으로, 추상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는 팀이에요. 이런 부분은 사일러밤과 이야기를 하며 만들어가는 편이죠. LE: 좋아하는 음악은 자주 변하잖아요. TFO가 좋아하는 TFO의 곡은 뭔가요? S: [PTSM]의 타이틀 곡 "PTED"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처음으로 B.A.C랑 며칠 붙어서 만든 곡이에요. 곡의 구성도 이전까지는 거의 100% 제가 만들었는데, "PTED"부터 같이 만들었어요. 다른 곡은 "ㄱ이종ㄴ". 저희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 생각해요. "ㄱ이종ㄴ"은 처음부터 목적이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B: 제가 TFO고, TFO가 저잖아요. 저는 "표본실"이에요. 곡에서 저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 "표본실"이었어요. 가사에 제가 많이 담겼어요. 평소에는 저보다는 심상을 주로 전달하려 하는데요. "표본실"도 심상으로 제 내면이나 감성을 보여주려 했어요. LE: 힙합엘이에 <파 프롬 홍대 - 3. 군산> 편에서 애드밸류어(Addvaluer)의 구성원로 소개된 적이 있잖아요. B: 그때도 저는 서울 사람이었어요. 애드밸류어는 없어졌어요. 음악적 색이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활동하는 거죠. TFO는 그랙다니(Grackthany)라는 단체와 함께해요. S: 방향이나 장르나 취향이 달라졌어요. 그때만 해도 저희에게 음악은 취미였는데, 그레이(Graye)나 PNSB는 음악을 직업으로 생각했었어요. 자연스럽게 헤어졌어요. 저희끼리 "오버클래스(Overclass)처럼 나중에 뭉치자" 같은 이야기를 흘러가듯이 했었죠. LE: 군산과 서울은 무엇이 다른가요? S: 스트레스를 잘 안 받다 보니 도시 분위기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차이가 있다면 경험이겠죠. 군산에서는 만나는 친구만 만나서, 똑같은 음악 이야기만 했어요. 조금만 나가도 말이 잘 안 통했죠. 서울에서는 무리를 나가도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제 전 서울사람입니다. LE: [ㅂㅂ]의 가장 큰 심상은 빨간 방이잖아요. 빨간 방은 [PTSM]에서부터 나오고, [ㅂㅂ]에 [PTSM]의 음악이 샘플링되었어요. 두 앨범의 빨간 방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B: [PTSM]에서 빨간 방이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에서 나오잖아요. [ㅂㅂ]은 빨간 방의 확장,연장선이에요. 빨간 방에서 무슨 노래가 나와야 하는지 세부적인 요소를 계속 보여주는 거죠. 빨간 방은 그냥 제가 만든 공간이고 [ㅂㅂ]은 빨간 방 안에서 나오는 노래들이에요. LE: 설명보다는 심상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두시나봐요. B: 그렇죠. 가사를 쓸 때 먼저 공간을 만들어요. 공간에서 제가 무슨 행동을 하거나, 공간을 그리면서 전개하려고 해요. LE: [PTSM]의 연장선이 [ㅂㅂ]라면, 다른 얼굴의 두 작품을 보면서 감회가 남 달랐을 거 같아요. S: 앨범 믹싱이 끝나고 들었는데 뿌듯했어요. [ㅂㅂ]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성에 차더라고요. B: 그냥 ‘음향 많이 좋아졌네.’ 정도. LE: 문래동, 재미공작소에서 음감회를 했었잖아요. S: 앨범에 자신도 있겠다, B.A.C에게 음감회 얘기를 꺼냈어요. 생각보다 재미없을 거 같아서 안 하려 했는데, B.A.C가 하자더라고요. B: 저희가 [9; The Fine Number]를 낸 이후로 청자랑 대화해본 적이 없어요. 기회를 안 만들기도 했고요.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S: 저희가 언젠가부터 불친절함의 아이콘이 됐더라고요. 저희만큼 친절한 사람이 없는데. B: 불친절한 음악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되게 재미있었어요. S: 현장에서 질문을 듣는 게 흥미로웠어요. 음감회가 끝난 후가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에서 짧게 ‘너무 좋아요.’가 아니라, 정말로 재미있게 들어주셨고, 마음에 들었다는 게 말할 때 보이더라고요. LE: 음감회로 친절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나요? B: 사실 사람들이 불친절하다고 하는 건 가사 해석인데, 그때도 가사 해석은 없었어요. 이런 심상을 썼고, 이런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는 등, 뒷배경을 얘기했지, 곡 설명은 안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불친절한 음감회였죠. S: 그날의 넌 친절했어. B: 제가 대본 안에 갇혀 있었어서… (전원 웃음) TFO_1.jpg LE: 음감회에서 '라이브 할 때 이펙터를 써서 발음 전달이 흐려지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B: 어차피 이펙터 안 써도 가사 안 듣는 사람들 많다고 했던 거 같아요. (전원 웃음) 공연은 흥을 유발하든 어쨌든 간에 에너지를 뿜어야 하잖아요. 저는 흥을 유발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면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싶다가, 고안한 게 여러 이펙터를 쓰는 다양성이었어요. LE: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 관점에서 친절한 설명은 자질구레하고, 불친절한 설명은 공감을 얻기 어렵잖아요. [ㅂㅂ]에서는 톤이나 농도를 조절한 편인가요? B: 네. 이번에는 좀 했어요. 근데 사실 시 강독회 가서 시인한테 ‘이거 왜 이렇게 썼어요?’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저희도 이미 작품은 나와 있는 거고, 그건 다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LE: 음감회나 라이브 같은 걸 계속 하실 건가요? B: 소규모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얼마 안 되는 크기의 공연. 저희는 그래야 집중도가 높아요. LE: TFO의 음악이 기존 힙합 팬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주는 듯해요. XXX랑 비교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B: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야 뭐…. 저희도 생소하고, XXX도 생소한 거 많이 했잖아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저도 XXX 되게 좋아해요. 프랭크(FRNK) 씨의 음악. LE: [ㅂㅂ]에 수록곡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나요? S: 곡마다 달라요. 보통 제가 스케치를 B.A.C에게 보내는 걸 시작으로 계속 회의를 하며 만들어요. B.A.C에게 생각날 때마다 주제를 던지죠. B: 던지는 주제에서도 고르고, 제가 알아서 정할 때도 있어요. 가사 틀이 어느 정도 잡히면 같이 편곡을 얘기하죠. LE: B.A.C 씨가 원래 프로듀서인 만큼, 곡의 구성을 만들 때 일반 래퍼보다는 이야기가 수월했을 거 같아요. S: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편곡을 하는데요. 사람인지라 막힐 때가 있어요. 그때 B.A.C와 얘기하며 풀어갈 수 있어요. LE: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의견 충돌도 많았을 거 같아요. B: 제가 다른 사람의 곡을 만들 때도 곡을 받는 사람에게 저랑 무조건 싸우라고 해요. 래퍼랑 프로듀서는 싸워야 해요. 각자의 의견이 충돌해야 좋은 곡이 나오거든요. 저희는 곡의 방향을 잡을 때 빈정 상할 정도로 부딪힐 때도 있어요. S: 의견 충돌을 오래 겪다 보니 앨범 크레딧이 무의미해졌어요. [PTSM] 때까지만 해도 크레딧을 TFO (B.A.C x Sylarbomb)으로 적었는데, [ㅂㅂ]은 이야기도 안 하고 당연히 TFO로 적었어요. LE: TFO가 낸 음악 중 반응이 가장 많이 일어난 듯해요. 팀으로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덕이겠죠. B: 물론 더 있으면 좋긴 한데, 다들 좋게 봐주시니 만족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거죠. 홍보도 잘하고, 프로젝트도 만들면 반응은 더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LE: "덡"에 '이걸 실험적이라 표현하지 마 우리한테 이건 그저 한낱 그런 유흥거리니까 말야"라는 가사가 있잖아요. 반응 대다수가 TFO의 음악을 실험적이라고 말했어요. B: 저희는 작품을 내놓는 사람이지, 곡을 완성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청자의 해석이 [ㅂㅂ]를 완성하는 거죠. 그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신 거잖아요.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이라고 받아들여도 할 말은 없어요. 그게 정답일 수도 있어요. S: 장르도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 팀이랑 엮은 반응도 봤는데, 제가 그런 의도로 만들든, 아니든지 간에 '이렇게도 보는구나' 싶어서 흥미로워요. B: 작품에 관한 자신감은 당연히 있어요. 그래서 피드백에 관해서 상심하거나, 틀렸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 반응들도 일종의 창작이잖아요. 틀린 건 없어요. LE: [ㅂㅂ]의 수록곡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제목이 심상과 강하게 연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 제가 스케치를 만들어서 가져가면 제목이 먼저 나오고, 회의를 거치면 그때 제목을 정해요. B: 후자의 대표가 "Gold"에요. "Gold"는 제목 없이 만들다가, 마스터링 전날까지 제목을 고민했어요. LE: "Gold"가 가장 오래 걸린 곡인가요? B: 딱 1년 걸렸어요. 가사가 안 써져서. S: 제 탓도 있어요. 제가 "Gold"를 만들고 무조건 타이틀곡이라고 했어요. 어쩌다 보니 부담을 준 거죠. 근데 가사가 쓰다가 막히고를 반복하는 거예요. 그런데 심지어 타이틀곡이 되지도 않았네요. B: 전 타이틀곡이라고 하면 가사가 안 나와요. (전원 웃음) LE: "원뿔" 뮤직비디오 댓글에 'NCT 127의 태용 아니냐'는 댓글 혹시 보셨나요? B: 저희도 보고 많이 웃었어요. 착각하실만 한게, 저희 뮤직비디오가 발전소에서 나왔고, 유통도 KT 뮤직이라서요. LE: 왜 “원뿔”이 타이틀곡이 된 건가요? S: 제가 제안했어요. [ㅂㅂ]에서 최고로 압도당하고 임팩트 있는 곡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단연 “원뿔”이었어요. 저희 팀을 잘 대변할 수 있는 곡 중에서도 “원뿔”이 꽤 좋았어요. B.A.C도 동의했고요. LE: "원뿔"은 원뿔의 성질을 심상으로 보여주잖아요. B: 제가 문학을 읽을 때도 텔링보단 쇼잉으로 전개하는 작품들을 주로 찾아 읽는 것 같아요. 저도 감정보다는 심상을 전달해서 듣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해체라고 생각했어요. 도형의 해체일수도, 감정을 해체, 세분화해서 한 맥락만 설명한다든지요. 가사로 봤을 때 심상과 냉소가 합쳐진 게 [ㅂㅂ]라고 생각해요. LE: “ㅂㅂ"을 들으면서 깔끔한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가사의 문장이 글의 구조상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B: 노력을 많이 했죠. 말씀드렸다시피 “Gold”를 만드는 데엔 1년이 걸렸으니까요. 심상을 구상하는 걸 방해하는 단어나 수식하는 말을 많이 없애고 싶었어요. 자기만족,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LE: 문장의 간결함, 깔끔함에 관해 질문을 드렸는데요. 작사, 랩 메이킹, 랩 디자인에 있어 영향받은 예술가가 있을까요? B: 저는 정말 작사에서 영향받은 건 없는 듯해요. 플로우는 샤바즈 팰러스(Shabazz Palace)? 이것도 조금 다르긴 해요. 음악보다는 책이나 영화인 듯해요.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방>이라든지…. LE: <데이비드 린치의 빨간방>에 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B: 제가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를 좋아해요. <이레이저 헤드>라든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든 영화감독이에요. 데이비드 린치가 쓴 수필, 작업기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짧게 풀어낸 게 책 <빨간방>이에요. 책에서 음악으로 내용이 아니라 제목과 분위기를 끌어왔어요. 워낙 좋아하니까요. 전작의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도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무의미의 축제>에서 앞부분만 조금 바꾼 거지, 내용을 따오지는 않았어요. LE: [ㅂㅂ]의 비트에서는 심상을 어떤 식으로 제시했나요? S: 음향으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때에, 공덕 주변 큰 건물이 떠올랐어요. 크고 으리으리한 건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 압도감을 음향에 담으려 했어요. 압도감을 위한 요소 중 하나가 해체였던 거죠. 요소에는 음향을 증폭하거나, 찌그러뜨리는 것도 있고요. 음향을 디자인할 때 저음역이 많이 비면, 채울 수 있는 다른 요소로 채웠어요. 구조도 비슷한 방식이었어요. LE: 가사처럼, 비트도 구조가 깔끔하면서도 톤은 공격적이에요. S: 저희가 [PTSM] 만들고 나서 아쉬웠던 게 음향이었거든요. [PTSM] 할 때 노피치온에어(nopitchonair)랑 괜찮겠다 싶을 때까지 함께 했는데도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시작부터 다 맡겼어요. 로보토미(Lobotome) 씨랑 띠오리아(theoria.) 씨가 믹싱을 하셨는데, 의도하고자 하는 바가 더 깔끔하게 나온 듯해요. LE: 일그러진 음향 디자인 때문에 믹싱 기사와 마찰은 없었나요? S: 두 분이 워낙 잘해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배운 게 하나 있는데, 왜곡에 집착하다 보면 소리가 무너지기 때문에 다이내믹이 죽어요. 제가 거기서 너무 욕심을 냈었어요. LE: 원하는 음향을 포기할까 갈등한 적은 없었나요? S: 갈등은 없었어요. 제 생각이 워낙 뚜렷했던 게 컸던 거 같아요.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생각했었으니까요. LE: 본인이 그리려고 했던 음향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더 많은 왜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S: 네. 도와주셨던 두 분이 제 말을 이해해주셔서 허용되는 범위에서 계속 의견이 오갔죠. 더 무너져도 괜찮으냐고 묻는 식이었어요. 대부분 만족스러웠는데 “백백교”만 조금 성에 안 찼고 아쉬웠죠. '더, 더, 더' 그러면, ‘여기서 더요? 더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저는 ‘네. 더요’.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LE: 사일러밤 본인 음악 성향과 맞는 과거의 프로듀서로는 누가 있을까요? S: [9; The Fine Number]에서 [ㅂㅂ]까지 오면서 성향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마침 아르카(Arca) 신보가 나왔잖아요. 듣다가 ‘얘, 참 좋아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다가 좋아했던 때가 [9; The Fine Number] 나오고 바로 직후더라고요. 그때 너무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세상에 이런 앨범이 있으며, 어떻게 이렇게 다 때려 부수고…. 아르카 음악만 들을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그 이후로 제 음악에 그런 시도를 좀 더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르카라든지, 에비앙 크라이스트(Evian Christ), 론(Lorn) 이런 음악가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LE: 전자음악을 많이 들으셨던 거네요. TFO의 음악이 전자음악의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S: 제가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ㅂㅂ]도 전자음악 씬에서 좀 더 친근한 반응이 많았고요 LE: 컴퓨터, 기술의 자체의 발전이 음악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S: 저는 제법 있는 거 같아요. 제가 DAW가 바뀌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PTSM] 때까지만 해도 누엔도(Nuendo)를 썼는데, [ㅂㅂ]할 때부터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로 바꿨어요. 체감이 달라진 듯해요. B: 제가 라이브 할 때 이펙터를 쓰잖아요. 이펙터를 쓰면서 동시에 에이블톤 라이브에 APC를 연결해서 마이크 밸런스를 직접 조절하고, 이펙터로 안 되는 건 에이블톤 플러그인 쓰고, 뱅크에 소리 넣어서 연주하고. 이런 게 다 컴퓨터가 발전해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라이브의 차별성, 다양성이 가능해진 거 같아요. LE: 라이브에서 보컬에 이펙터를 건다든지, APC나 트랙터 등을 쓰며 라이브에 공을 들이셨었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B: 라이브의 맛은 살리면서 앨범에 있는 곡을 구현하기 위해서였어요. 사람들 돈 주고 와서 보는 건데 볼 거리가 많아야 좋잖아요. 와서도 실망하지 않고요.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하는 감사 표현이에요. tfo_2.jpg LE: [ㅂㅂ]의 러닝타임이 30분이 채 안 되잖아요. S: 앨범 재생시간이 짧아진 걸 이야기하자면 [PTSM]을 심각하게 만들던 때부터 시작해요. (B: 잠깐만. 심각하게가 뭐야? 나도 궁금한데) 진짜 음악만을 바라보는 외곬 같은 느낌.... 소통단절형 음악가... 뭐 그런 거였어요. 모든 정보 제공을 음악으로만 하려 했어요. 그때 못 따라부르는 음악을 콘셉트로 잡으면서 훅을 다 뺐어요. [ㅂㅂ]에서는 얘기도 안 했는데, 훅이 없었어요. 앨범은 곡이 어차피 많잖아요. 흐름이 이어지도록 곡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어요. 곡 배치는 타협 못 해요. B.A.C에게도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고요. B: 곡에 담긴 아이디어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운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음악은 여지의 음악이에요. 듣는 이의 이야기가 저희 의도일 수도 있고, 확대 해석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제 의도는 큰데, 이야기는 적을 수도 있고요. 상상의 범주를 좁히고 싶지 않아요. S: 몇 부분만 소개하면, 풀(PPUL)의 랩이 끝나는 구절("반복반복반복하지 다!") 다음에 "반복"이 나오는건 의도한 거예요. 다음 곡을 위해 그 구절만큼은 필사적으로 지키고 싶었어요. 풀의 랩을 처음 받았을 때랑 앨범을 내는 사이의 기간이 길어서 풀이 앨범을 두 장이나 냈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번을 재녹음했어요. 그 외에도 훅이 없거나 과하게 건 패닝이나 아웃트로의 찝찝함, 들릴 듯 말 듯한 가사 등 자질구레한 포인트를 많이 살렸어요. LE: 가장 인상 깊고 유려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덡”에서 “Theoria interlude” 넘어가는 부분이었어요. 띠오리아 씨의 곡에는 랩이랑 화성이 없어서 더 잘 어울렸을 거 같아요. S: 네. 보컬이 무너지면서 넘어가는 게 B.A.C의 아이디어였거든요. 그걸 또 띠오리아 씨가 잘 표현해주신 거 같아서 굉장히 만족했었어요. LE: [ㅂㅂ]의 곡들은 구성이 다양하게 바뀌어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서 더욱 그런 듯해요. S: 곡에 함정을 많이 팠어요. 훅이 없어진 거도 나름의 함정이었어요. 듣는 이가 계속 의문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곡으로 초대하는 거죠. 곡의 공간이나 말도 안 되는 샘플이 나온다거나, 패닝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다 함정이에요. LE: [9; The Fine Number]만 해도 정석적인 규격이 있었잖아요. 이후의 음악은 구성이 과감해졌어요. B: 맞아요. [9; The Fine Number] 때는 곡의 구성이 16마디, 8마디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었죠. 앨범에 주류 음악, 유행을 따르는 음악을 하나 정도는 넣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내고 나니까 부질없더라고요. 2년 전까지만 해도 [9; The Fine Number]를 못 들었어요. 치기 어렸고,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곡들 때문에 듣기 어려웠어요. LE: [9; The Fine Number]에서 [ㅂㅂ] 사이 생각이나 음악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겠네요. B: 구현을 못 했어요. 지금은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생겼고, 곡도 생각한대로 나와요. 지금이 제자리를 찾은 거 같아요. LE: "ㄱ이종ㄴ"이 TFO를 대변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B: 저희의 음악이 일반적인 음악과 다르다는 걸 알아요. 말 그대로 이종이에요. LE: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보는데, 돌연변이가 진화의 시작이라는 대사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곡 안에서도 "진화의 시발점"이란 구절이 나오고요. TFO의 음악이 대안이나 진화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S: 생각해보면 대안이 맞는 듯해요. 저희를 비롯한 대안이 나오다 보면 또 다른 씬이 생길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B: 진화적인 건 모르겠어요. 어쨌든 지금은 힙합 음악이 주류잖아요. 주류라는 큰 줄기가 오래가려면 가지ㅡ사람들이 찾아들을 수 있는 음악ㅡ가 많이 뻗어야 해요. 저희는 그중 하나예요. 방향성이 다르죠. "진화의 시발점"은 전체의 진화, 가지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LE: 그라임 음악 만드시는 뎀데프(Demdef) 씨도 가지에 포함이 되겠네요. S: 그렇죠. 같이 몇 번 이야기 했는데 흥미로웠어요. 그라임을 한국의 하위 장르로 가져오고 싶다더라고요. 잔가지를 뻗으려는 시도죠. LE: 현실적으로 잔가지가 뻗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본인들이 추구하는, 잔가지가 처한 상황이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S: [9; The Fine Number] 나왔을 때, 리드머 리뷰가 기억나요. '천편일률적인 한국힙합 씬에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려는 시도가 나온 것 같다'였는데, 아직도 이걸 하는 듯해요. 저희를 비롯한 나머지 팀도 뭐... 비슷하죠. 뻗어 나가는데 빛을 못 보고 있는 듯해요. 씬을 바라봤을 때는 균형이 무너졌단 기분이에요. B: 생각해보니 <쇼미더머니> 이전은 꽤나 다양했네요 저도 어떻게보면 그때부터 음악을 들었으니까요. 큰 맥으로만 가려는 게 보일 땐 좀 아쉽죠. 그렇지만 어떻게보면 그게 맞는 거예요. 맞죠. 돈을 벌어야하니까요. LE: 얘기하다 보니까 느낀 건데, 한국힙합 씬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신 거 같아요. S: 솔직히 한국힙합은 초창기 음악은 잘 몰라요. 힙합이라는 걸 통으로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힙합도 듣게 됐죠. 체크는 꾸준히 해요. 찾아 듣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엄청 튼튼하죠. 들으면서 놀라는 곡이 많아요. B: 어떻게 보면 저도 50 센트(50 Cent)로 시작해서… (웃음) 한국힙합도 찾아 듣는데, 인지도가 높고 알려진 사람보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분 중 잘하시는 분을 찾으려고 해요. 스타일이 맞으면 같이 하고 싶어요. 하나마루도 사운드클라우드로 알았어요. 잔가지들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LE: TFO의 음악이나 성향을 보면 전자음악 씬과 더 가까워보여요. S: 저희가 친전자음악 파라서요.(웃음) 피는 힙합이지만.... 앨범을 구성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일단은 힙합인데, 힙합에서 다른 장르를 도입할 수 있는 게 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LE: TFO의 음악은 유난히 비판, 분노, 냉소, 조롱으로 소비되어요. 그런 영향을 받은 건지, 영향을 받은 건지, [ㅂㅂ] 과거보다 이런 주제가 잘 드러나진 않아요. B: [PTSM]가 나왔을 때, 다른 부분에 힘을 준 곡도 많은데, 조롱, 냉소, 한국 힙합만 이야기한 건 아쉽더라고요. 물론 비판, 분노, 냉소, 조롱이 직관적으로 보이니까, 사람들이 그 부분만 보는 걸 이해는 해요. 그래서 "빠짐"도 저는 넣기 싫었어요. "빠짐"도 대상을 욕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한국힙합의 물이 빠지면 실직자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잔가지도 뻗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걸 재밌게 표현한 거였어요. 그 방법에서 비꼬고, 살케즘으로 보였던 거 같아요. LE: [PTSM]의 정서가 무조건 조롱, 냉소는 아니라는 거네요. B: [PTSM]에서도 그런 곡 얼마 없어요. 사람들이 그런 걸 재밌어하고, 자극적으로 느낀 거죠. 다른 곡은 은유적이고 공감적 요소니까 '이게 뭐지?' 하고 넘어갔을 거 같아요. S: 저는 저희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럴싸하게 그림을 그렸으면 쉽게 전달되고, 이해가 더 많이 되었을 텐데 못한 거죠. [ㅂㅂ]은 나름 해낸 듯해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만족해요. LE: “빠짐”에서 가장 큰 테마가 빠짐 그 자체라면 그 안에서 허황된 꿈이라고 하는 건 어떤 건가요? B: 잔가지의 꿈. 잔가지의 시작이 꿈이라는 거죠. 더 잘 되고 싶은데, 이게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꿈. LE: “한국힙합 물 빠지면”이라는 가사랑 연결해서 생각해서인지 한국힙합에서의 성공이 허황된 꿈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B: 전혀요.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없어요. 큰 줄기는 적어도 한 3, 4년은 더 가지 않을까 싶어요. “빠짐”에서 빠짐은 거품 이야기가 아니에요. 허황된 꿈은 제 허황된 꿈이고요. 두 번째 벌스에서 제 상황을 예로 들며 이야기하잖아요. LE: 허황된 꿈 이야기가 “덡”으로 이어지고요. "덡” 속의 가사는 스타벅스(Starbucks)라든지,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담겼는데, 실제로 느낀 건가요? B: 진짜 가끔 그렇게 느꼈어요. 그때 아마 “Gold” 가사를 쓰고 있었을 거예요. ‘안 나와…’ 이러면서 쓰고 있었는데… S: 미안하다… (웃음) B: 스타벅스 로고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세이렌일 텐데, 약간 미소를 띠고 있잖아요. 피해의식? 그런 걸 조금 느꼈었어요. 로고의 웃음이 인자한 웃음일 수도 있지만, 제가 처한 상황에서는 저걸 비웃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사를 썼죠. ‘메이저한 것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LE: "난 절대 메이저한 음악 못할 걸 알고 있단 말야"란 가사가 있죠. B: TFO 속 래퍼 B.A.C는 주류 음악을 못 해요. 저는 주류 힙합처럼 가사를 쓸 수 있지만, 재미가 없어요. 프로듀서 B.A.C는 메이저한 곡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트랩도 좋아하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도 즐겨 들어요. LE: 사일러밤은 메이저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거 같나요? S: 노피치온에어가 vs 붙이는 걸 되게 좋아해서 "형, 500만원 주면 이런 거 찍을 거야?" 같은 걸 자주 물어봐요. 저는 못 할 거 같아요. 음악이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거 같아요. 다만, 유명한 음악가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원하면 할 수 있어요. 근데 그건 메이저한 음악이 아니잖아요. TFO_3.jpg LE: "Gold"에는 레어 스테이크, 바닷가 모래, 바이닐 같은 소품이 나와요. B: 이건 표현이라 말해도 될 거 같아요. "Gold"에 쓰이는 소품들은 다 상징이에요. "모래가 신발에 묻어있어"가 "반복되는 의미의 축제"에도 나와요. 아, 무슨 상징인지까지 말해야 하나? S: 너무 노골적이야. 딱 봐도 그 사람 부자잖아. 이런 거 나와. B: 맞아요. 그 사람의 부와 명예, 이런 걸 그린 거예요. "Gold"의 시점이 3인칭이잖아요. 화자가 그를 보면서, 그의 부나 명예를 설명하기 위해 '저 사람 잘 살아'보다는 여러 소품을 빌려온 거예요. LE: 가사의 열린 결말이나 심상이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함이라 하셨잖아요. 비트나 음향 디자인에서는 어땠을까요? B: 저는 소스라고 생각해요. 새츄레이션 같은 거는 잘 안 쓰는 소스잖아요. S: 편곡으로 승부를 보죠. 저도 B.A.C에게 가사에 관해 잘 안 물어봐요. B.A.C가 가져온 가사에 어떤 부분이 있으면 그걸 살리려고 해요. 그게 보통 함정이 되죠. LE: “Gold” 속 샘플도 일종의 함정일까요? 샘플과 B.A.C 씨의 랩이 리듬이나 라임 구조적으로 흡사해서 샘플에 맞춰서 가사를 썼나 싶었어요. S: 그건 아니었어요. 편곡하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넣었어요. 괜찮은 소스를 조합해서 소리를 만들었죠. 잘 묻었어요. LE: 이래서 자세한 걸 얘기하면 위험하다는 거군요. B: 전 얼마 전까지도 (샘플이) ‘그리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S: 다른 말이라고 하니까 거짓말하지 말라고, 이게 어떻게 ‘그리고’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LE: "백백교" 도입부의 목소리도 일종의 함정인가요? S: 그건 제가 실생활에서 누가 말하는 걸 녹음한 거예요. 제가 소스 컬렉터라서 자주 녹음기를 켜둬요. 저는 "백백교"를 좋게 들었는데 앞부분에 재밌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참고로 "백백교"의 도입부는 다 필드레코딩으로 만든 거예요. LE: "백백교"에 "2000년대 단체곡 생각하다 이거 들으면 좀 컬쳐쇼크 받을 수도 있을꺼야"라는 부분이 있어요. 무엇이 다를까요? B: 가장 큰 차이는 곡 분위기고, 다음은 곡 구성이죠. 당시 단체곡은 랩 열여섯, 훅 하나, 랩 열여섯. 이런 거였잖아요. 저희는 유기적으로 곡을 편곡하려 했어요. LE: "백백교"는 실존했던 종교잖아요. S: B.A.C가 백백교라는 제목을 제안했어요. 관련 영화에 주문 외우는 게 있길래 따서 곡에 넣었죠. B: 저희에게 종교 시리즈가 있어요. [PTSM]에는 짐 존스의 "Peoples Temple"(인민 사원), 이번에는 백백교. 저는 무대 위의 래퍼가 교주 같단 느낌을 늘 받아요. 관중들을 설득하고 설교하는 거잖아요. 백백교는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종교예요. 백도교에서 시작해서 백백교로 넘어갔다는데, 일제 항쟁하다가 사이비로 바뀐 거죠. 쓰인 샘플은 실제로 백백교에서 외웠던 주문이에요. LE: “ㅂㅂ”은 전형적인 단체곡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앨범 맥락에서 벗어난 느낌도 들었어요. S: “ㅂㅂ”이 좀 동떨어져 있는 거 같긴 해요. “ㅂㅂ”이 테마가 떠나는 자, ‘나는 간다.’ 이런 느낌인데, 멋있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LE: “ㅂㅂ”의 에어 혼도 재밌었어요. S: 에어 혼은 힙합 공연의 필수 요소잖아요. 제 딴에는 가장 힙합적인 곡이 “ㅂㅂ”였어요. 저희는 출발이 힙합이었으니까 힙합다운 곡을 만들었고 에어 혼도 넣은 거죠. B: 사일러밤 형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형의 유머 같은 거예요. LE: “ㅂㅂ”에서 ‘카시오는 롤렉스가 될 수 없는 사실’이란 가사가 인상 깊었어요. 카시오도 롤렉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바로 될 수 없다고 하잖아요. 둘을 대치해서 얻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B: 인터뷰에서 하는 바른말들 있잖아요. 옳은 소리 하고, 겸손한 척하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평상시의 제 모습과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해요. S: 그 구절이 좋았던 게, 떠나는 마당에 뭐가 아쉽냐는 느낌을 줘서 좋았어요. 그 대칭 구조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나요. LE: “ㅂㅂ”의 첫 번째 벌스와 마지막 벌스는 비트 구조가 좀 달라요. S: 가사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잖아요. 진짜 멋있게 끝나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비트의 피치를 내리고 늘리는 식으로 접근했고, 잘 맞아떨어졌던 거 같아요. LE: 가사는 첫 번째 벌스와 마지막 벌스가 어떻게 달랐을까요? B: 구조는 비슷해요. 첫 번째 벌스는, 제가 [9; The Fine Number]를 냈을 때 팬레터를 받았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그분이 스물셋 정도 되셨을 거 같은데요. 그분한테 쓰는 편지 같아요. 처음 받은 팬레터였는데, 저도 이제 끝나니까 편지로 끝내고 싶다는 느낌에서 ‘스물셋 짜리 소녀에게’라며 끝나죠. 뒷 벌스는 그 이야기를 확장한 거죠. 같은 구절을 쓰면서 주제를 강화했어요. LE: 앨범 피처링은 어떤 매력이 마음에 들어 섭외했나요. S: “ㄱ이종ㄴ”에서는 저희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를 찾다가 풀(PPUL)이 생각났어요. “백백교”는 그랙다니랑 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했고요. “ㅂㅂ”도 저희랑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인천의 하나마루(HANAMALOO), 미카 엘(Mika L)을 넣었죠. LE: 하나마루와는 음악적으로 접점이 많나요? S: 접점은 사실 별로 없는데, 자주 어울려서 놀아요. 저희 딴에는 또 다른 영역에서 하는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게 또 재미있으니까 같이 얘기도 하고, 자주 술 먹고. B: 전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은 지향점이 큰 줄기에 가깝지, 잔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하위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은 또 비슷한 거 같고요. S: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야망이 있어. TFO_4.jpg LE: 음감회에서 짱유 씨와 함께한 곡 “Subliminal”이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곡이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S: 곡의 색깔이 앨범에 안 묻었어요. "ㅂㅂ”도 안 묻긴 하는데, 필요한 곡이라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Subliminal”은 방해될 정도로 안 묻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제 성에 안 찼어요. B.A.C랑 짱유가 랩을 너무 잘했는데도 안 차더라고요. 아예 공개를 안 하고 싶었는데, B.A.C가 내자고 했어요. 그 말 들으니까 또 좋더라고요. (웃음) ‘그럼 우리도 내자. 클럽을 지배해보자.’ 이런 느낌. LE: “Subliminal”이 주크와 풋워크의 문법을 따르는 곡이라서 안 묻었을 수도 있겠네요. S: 앨범 초기 단계에 주크, 풋워크 요소를 가져온 곡을 두 곡 넣으려고 했어요. 원래 인터루드 나오고, “Subliminal”이 나오는 거였는데, 구상했던 그림이랑 달라졌어요. LE: 아까 리드머 리뷰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이번에 리드머에 올라온 [ㅂㅂ] 리뷰에 피처링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랩의 수준이 아쉽다는 내용이 있어요. B: 사실 리뷰 쓴 그분도 똑같잖아요. 조롱이나 그런 단어를 말씀하시는데, 제가 힘을 준 부분은 화려한 랩이나 조롱이 아니에요. 저는 랩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그분에게 화려한 랩의 부족이 크게 느껴졌다면, 그분이랑 제가 바라보는 지점이 많이 다른 거죠. 데스그립스(Death Grips)에서 MC 라이드(MC Ride)가 랩을 화려하게 하나요? 제 강점은 제 가사로 비트와 분위기를 살리는 거인 거 같아요. 저는 그거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은 스킬이 중요한 분이고, 저는 분위기나 가사가 중요한 사람인 거죠. S: 주변에서 그 리뷰 이야기가 많은데, 저희 둘은 기분 나쁘게 바라봐도 ‘이걸 이렇게도 봐?’, ‘이 정도까지로 봐?’ 이 정도였거든요. 근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화를 내주더라고요. 그래서 재밌었어요. LE: [PTSM]에서는 랩의 기술에 신경을 쓴 구석이 있었는데 [ㅂㅂ]에서는 많이 빠진 듯해요. 별로라고 생각하셔서 화려한 요소를 뺐는지 궁금하더라고요. B: 화려한 랩도 수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감정을 뺀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빠짐” 같은 경우에는 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긴 했는데, 심상만 전달하려고 한 곡들에서는 온전히 그 심상과 가사에 몰입할 수 있게끔 목소리에 감정을 많이 뺐어요. LE: 그래서 리드머 리뷰에서도 [PTSM]에서의 랩은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B: 이해하죠. LE: 지금의 기준에서 판단했을 때는 지금 모습이 더 마음에 들겠네요. B: 저는 솔직히 말하면, [ㅂㅂ] 때가 훨씬 좋아요. 잘 전달했다기보다는 잘 표현하고, 제가 원하던 걸 구현할 수 있었어요. LE: B.A.C와 사일러밤을 분리해서 TFO를 바라보는 반응도 많았던 거 같아요. 이런 시선도 자유라고 생각하시나요? B: 그냥 TFO의 음악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분리하려면 할 수야 있죠.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근데 앨범 단위로 그림을 그리고, 흐름을 보는데, 흐름을 볼 때는 둘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LE: TFO의 음악 초기에는 음악 안에 두 구성원의 자아가 들어있었잖아요. 반면에 [PTSM]이나 [ㅂㅂ]에 와서는 자아보다는 구현하고 싶은 심상이 다가왔어요. S: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게 감정 같은 걸 빼고 심상 위주로 만든 앨범이었어요. 근데 앨범 낸 후에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네.’,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저희가 자아가 아니라 심상만 전달하는 게 성공했단 거잖아요. LE: 한편 B.A.C와 사일러밤의 음악으로 전달되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간극이 심한 거 같나요? B: 저는 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음악 자체가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음악 속의 화자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던 또 다른 생각이나 감정들을 잘 전달하려면 제가 아닌 누군가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분리하려고 많이 노력하죠. 근데 진짜 힘들어요. 자신을 타자화하는 게 진짜 힘든 거 같아요. S: 저는 다른 거 같으면서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요. 곡의 분위기는 제 성격이랑 다르게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요. 근데 그렇다고 제가 또 밝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둘이 더해져서 리듬감이나 쓰는 악기 등에서 우울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곡을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제 단어로는 ‘뿌순다’고 해요. LE: 그 둘이 결합한 TFO라는 팀은 앨범을 내가면서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B: 되게 어려운데요? [9; The Fine Number] 때는 치기 어림, 믹스테입 때는 그냥 진짜 비꼼, 장난. 그건 정말 살케즘으로만 만들어진 앨범이니까요. [PTSM]은 불친절, 아니 불친절이라기보다는… S: 변해가는 과정? B: 과도기 좋다. 이번에는, 이번이 진짜 말하기 힘드네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S: 저는 믹스테입은 재미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야, 드디어 할 말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라면서 진심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재밌어서 [PTSM] 때 진짜 저희의 취향과 모습을 보였었거든요. 진지하게 앨범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조롱, 비난에 초점을 맞춰서 재미있게 듣지는 않으시는 거 같았어요. 이번에는 나름 알차게 만들었는데, 듣는 분들도 나름 알차게 들어주신 거 같아요. 그렇게 변해 온 거 같아요. LE: 사일러밤이 SNS에 처음으로 음악에 욕심이 생겼단 말을 썼었잖아요. 과거와 현재에 어떤 차이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든 건가요? S: 제가 군산에 있을 때만 해도 음악은 제가 좋아서 만드는 거, 사람 몇몇이 들어주고 재밌어해서 만드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서울로 올라왔는데, 공연도 많고, 사람들과 얘기도 얼굴 보고 나눌 수 있잖아요. 저를 되돌아보게 됐죠. 제가 작년 말에 스톤쉽(Stoneship)에서 일을 잠깐 했던 것도 계기였어요. 똘배 님이 스트레스를 받으시면서도 열정적으로 해내는 걸 보면서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그랙다니(Grackthany)도 TFO도 있었고요. LE: '열심히 해야지'에는 음악을 일로 받아들인다는 개념도 포함된 건가요? S: 맞아요. 저희는 음악 관련한 모든 걸 혼자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음악 외적인 일이 귀찮았어요. 그때의 저가 어떤 사람인진 잘 모르겠는데, 하기 싫었어요. 이제는 아까 말한 과정을 거치면서 음악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앨범을 내고 끝이 아니라, 내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단 걸 알았죠. LE: 다음 공연이나 파티나 라이브는 예정되어 있나요? B: 5월 6일에 재미공작소에서 75A와 함께 공연하고요. 5월 12일에 섭스탠스(SUBSTANCE)에서 그랙다니 파티가 있습니다. 그날도 라이브를 할 거예요. 광주에서도 공연이 잡혔고, 잘하면 군산도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LE: "원뿔" 외에 프로모션은 없나요? B: BEM이라고, 예술가랑 협업해서 티셔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티셔츠가 나와요. 5월 19일까지 파니깐 많이 사주세요. 그리고 aquon이라는 분과 같이 뮤직비디오를 하나 더 만들게 되었어요. LE: 두 분의 향후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S: 앨범 프로듀서로, 앨범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제 성에 차는 사람이 없어요. (웃음) 저를 원하시는 분들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음악 기획을 많이 하고 싶네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ㅂㅂ 만들고 때려치자.’라고 했었는데요. 그러고도 다음 앨범 만들겠죠. [PTSM]도 그랬거든요. B: 제 정체성은 항상 TFO인 듯해요. 제가 프로듀싱을 한 곡도 TFO에서 받은 영향이 많거든요. 물론, 그렇지만 제 프로듀싱은 또 완전 달라요. 완전 트랩 만들고, 멜로디컬한 훅 만드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정체성은 TFO에 있지만, 프로덕션 적으로는 더 다양하게 할 거 같아요. S: 옛날에 페티 왑(Fetty Wab) 좋아했을 때, (전원 웃음) 자기가 페티 박(Fetty Bac)으로 이름 바꾸겠다고도 하고. LE: TFO에게 TFO란? B: 제 정체성. 시작이 TFO였으니까. 이건 제가 음악을 오래 해도 안 변할 거 같아요. S: 얘 없을 때 말하면 안 돼요? 저도 오그라들지 들지만… 아니다. 안 말할래요. 이따 카톡으로… (웃음) LE: 인터뷰 막바지인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B: 처음에 힙합엘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의아했어요. 비슬라 매거진(Visla Magazine)에서 요청했다면 이해가 가는데 힙합엘이는 저희랑 안 맞고, 별로 안 좋아하고, 거부감을 느낄 거로 생각했었어요. 근데 이렇게 불러주셔서 역시 의아스럽고...(웃음) 감사했어요. [ㅂㅂ]를 잘 들어주셨단 거잖아요. 이 앨범은 청자가 완성하는 앨범이에요. S: 많이들 완성해주시고, 그분들만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앨범을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고, CD도 많이 돌려요. CD를 사거나 다운받았다는 인증샷 같은 걸 보면 항상 재미있게 들어달라고 해요. 저희는 정말 재미있게 만든 앨범이니까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B: 그것도 있고, 해외 음악가들에게 보낼 때도 사운드클라우드가 편하더라고요. LE: 음악과 관련 없는 두분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뭔가요? S: 여행 좋아해요. 맛집 여행, 술집 여행. 투다리도 좋아해요. (웃음) B: 낚시, 파충류 수집하기. 도마뱀 좋아요. S: 우리 농구도 자주 하잖아. B: 아, 그렇네. 인터뷰|GDB (심은보), Melo 사진 ㅣ ATO 장소 협찬 ㅣ 오브제트 에이 7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2 title: Tyler, The Creator - IGORDoMe1n5.2 12:38 인터뷰 감사해용 추천 댓글 일화초정탄산수5.9 14:37 비트 너무 좋았어요 진짜 앞으로도 음악에 발을 담굴 재능도 기회도 없겠지만, 상상으로 찍어보곤 하는 비트였습니다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9813741 [[분류:힙합엘이인터뷰]][[분류:TFO]][[분류:사일러밤]][[분류:B.A.C]]
힙합엘이인터뷰 TFO
문서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