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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ba_re.jpeg [Neighborhood] 부바 (Booba) 사진을 찍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행할 수 있는 대단히(?) 보통의 행위다. 개인적으로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번듯한 음식점, 카페만 가도 나오는 음식부터 해서 커피와 브래드까지 찍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여성 분들의 대단히 많은 셀카 남발(?)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은 그런 일상 행위인 동시에 예술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멋지게, 아름답게, 그리고 그런 미적 부분을 넘어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시사성, 상징성을 띠게 찍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힙합 신에도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그 이상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포토그래퍼가 있다. 한국 힙합 포토그래퍼, 부바(Booba)를 만나고 왔다. * 본 인터뷰는 포토그래퍼의 인터뷰로, 평소 인터뷰에 비해 많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터뷰이가 촬영한 사진임을 사전에 공지하는 바입니다. LE: 반갑습니다. 먼저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 드리고, 간단한 자기소개도 같이 부탁 드릴게요. B: 안녕하세요, 저는 국내 힙합 사진을 찍고 있는 부바라고 합니다. 프레쉬 에비뉴(Fresh Avenue), 벅와일즈(Buckwilds), 삼단크루, 그리고 백앤포스(BACKnFORTH)와 함께 하고 있는 포토그래퍼입니다. 반갑습니다. LE: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최근에 많이 바빴어요. 작년부터 일이 많아서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와 투어를 함께 하며 사진을 찍고 있고요. 브랜뉴뮤직(Brandnew Music) 아티스트들과도 연결이 되어 작업하고 있어요. 다른 행사나 힙합 관련 촬영을 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LE: 말씀하신 곳들을 비롯한 어글리 정션(Ugly Junction), 백앤포스, 삼단 크루, 사우스타운(South Town) 등과 함께하며 꾸준히 사진을 찍고 계신데, 각각 어떻게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사우스타운 같은 경우는 벅와일즈에 들어가게 되면서 같이 하게 된 케이스에요. 순서가 있는데요. 처음에 힙합 관련 사진을 접하게 된 건 비보이 쪽이었어요. 먼저 비보이 사진을 찍다 운 좋게 DJ 노아(DJ Noah) 형을 알게 됐고, (DJ 노아) 형이 DJ 손(DJ Son) 형을 소개해 주셨어요. 그 이후로 친하게 지내다 삼단쇼 공연의 촬영을 부탁받아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당시까지는 서먹한 사이였는데, 열심히 찍다 보니 그 이후로도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삼단크루에 의외로 MC들이 많았어요. 화나(Fana) 형, 랍티미스트(Loptimist) 형, 살롱(Salon)의 형들, 이그니토(Ignito) 형, 술제이(SoolJ) 형, 두사람(Doosaram) 등이 있었어요.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저와 동갑인 DJ 웨건(DJ Wegun)과 1년 만에 겨우 친해졌었어요. DJ 웨건이 처음에 친해지기 쉽지 않더라고요. 동갑내기인데도 서로 견제하고… (웃음) 저는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래도 운 좋게 친해져서 DJ 웨건과 화나 형이 소속되어 있던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사진을 찍게 되면서 점점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죠. 벅와일즈같은 경우는 똘배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군대에서 제대하면서 백앤포스의 A&R로 영입되면서 공연 때마다 DJ와 포토그래퍼가 필요했고, 저희를 찾게 되면서 또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samdan.jpg LE: 벅와일즈가 굉장히 흡수력이 좋은 크루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제이통(JTong)이 벅와일즈의 리더잖아요? 그 친구가 원피스의 루피와 비슷한 캐릭터 같아요. 신기한 게 그때 당시 아직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형, 벅와 들어 오시죠?'라고 했을 때… (웃음) 굉장히 고마웠죠. 크루 들어오라고 했을 때가 똘배와 차 안에서 이동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제의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들어가게 됐죠. Buckwilds 1.jpg Buckwilds 2.jpg Buckwilds 3.jpg LE: 본격적으로 들어가 볼게요. 부바라는 이름은 어떤 뜻이 있나요? 외래어에요. 제가 모로코라는 나라에 20년 동안 살았었는데요. 제가 보시다시피 체격이 통통하잖아요. 모로코에서 '부바'가 '곰'이라는 뜻이거든요. 제가 뭐든 귀찮아하고 미련한 곰탱이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제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에요. LE: 모로코에서 태어나신 건가요? 아뇨. 저희 아버님께서는 배를 타는 선장님이셨어요. 외국에서 주로 일을 하시다 보니 제가 1살 때 가족과 모로코에 이민을 가게 됐어요.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은 19살 때였어요. 아는 한국어 단어가 몇 개 없으니 학교도 다니기 힘들었고 친구들과 친해지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알바도 뛰면서 한국말을 배웠던 것 같아요. LE: 모로코에 사실 때부터 사진을 찍으셨나요? 아뇨. 사진 찍기 전에는 원래 프로 골프선수였어요. 워낙 모로코에서는 골프가 접하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 부모님들께서 시켜주셨죠. 저 또한 열심히 했었고요. LE: 그럼 사진은 언제부터 찍기 시작하셨나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주무시거나 외출할 때 디지털카메라를 훔쳐서 나와서 몰래 사진을 찍곤 했어요. 고장 내고 혼이 난 적도 많고요. 제가 살던 곳이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눈으로만 간직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많이 찍었었죠. 골프에 지쳤을 때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취미였다고 볼 수 있죠. Moroco.jpg Moroco (5).jpg LE: 프로 골퍼로서의 길은 이제 포기하신 건가요? 네. 그렇다고 보면 되죠. 부모님들께서는 아직도 많이 아쉬워하시겠지만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이 더 좋고 중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만하게 됐어요. LE: 그럼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사실 저는 아직도 사진을 취미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일로 생각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물론 일이지만, 계속 취미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려고 해요. 골프도 재미로 시작했다가 많은 시합을 나가면서 일로 생각하게 되는 순간 부담감과 압박감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LE: 그럼 포토그래퍼를 직업으로서 생각하게 된 분기점은 딱히 없는 건가요? 열심히 찍다 보니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많은 사진도 찍게 되면서 SNS에서 제 사진을 사람들이 보고 멋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 걸 보고 그때는 약간 실감이 나긴 했어요. 사람들이 제 사진들을 많이 보니까 어느 정도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아직 더 열심히 해야죠. (웃음) LE: 서울대학교에 다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혹 사진과 관련된 학과를 다니셨나요? 아니라면 사진을 따로 공부한 적이 있으셨던 건가요? 아니요. 사진은 독학으로 배운거 고요.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차근차근 배웠던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를 입학했을 때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들어갔어요. 골프 특기생으로 받아주셔서 학교 교수님들께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었죠. 교수님들이 골프를 많이 좋아하시거든요. (웃음) 실기 때 '나이스샷~' 칭찬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의 정서인 ‘사회생활’이란 것을 시작하게 되면서 좋은 기회를 얻게 됐죠. (웃음) LE: 전공은 어떤 것이었나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체육교육과를 다니는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체육교육과를 다니면서 골프를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죠. 이유는 모로코와 달리 한국은 골프 치는 분들은 부유해야 하고 상위층들만 하는 스포츠더라고요. 체육교육을 전공해서 무엇을 할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제가 더 잘하는 불어교육으로 전과하게 됐죠. 모로코에서는 불어가 아랍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거든요. LE: 학교는 현재 졸업하셨나요? 아직 졸업을 못 했어요. 성적이 안 좋아서… (웃음) 큰일 났어요. 빨리 졸업해야 하는데… (웃음) 다행히 올해 교생만 잘 다녀오면 드디어 졸업할 수 있습니다. LE: 예전에 불어 과외를 해주신다는 걸 본 적 있어요. 지금도 하시나요? 불어 과외는 제가 사범대에 있다 보니 누구를 가르치는 경험을 쌓아야 했어요. 교생을 나가기 전에 경험을 쌓기 위해 봉사하듯이 했었어요. LE: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시점과는 별개로 힙합계의 사람들과 관련된 사진을 주로 찍게 된 시점도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언제부터였나요? 원래는 제가 풍경 사진도 찍고, 웨딩 촬영이나 돌잔치 같은 다양한 촬영들을 하다가 우연히 2006년도쯤에 홍대를 들렀다가 길거리에 있는 그래피티와 비보잉을 그때 처음으로 접했어요. 정말 신세계였죠. 그때부터 힙합 쪽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쭉 일하게 되었어요. LE: 비보이 사진을 처음 찍었던 건 언제였나요? 2007년 11월에 홍대 명월관에서 리버스 크루(Rivers Crew)라는 크루의 10주년이었나, 쇼케이스 같은 행사가 있었어요. 이분들의 사진을 너무 찍고 싶었었는데, 인맥이 없다 보니 멀리서 몰래 찍곤 했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했었을 때 그곳에서 같이 일했던 형이 리버스 크루의 멤버와 친분이 있었어요. 저는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사진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그 형이 사진들을 보시고는 저를 소개해 주셨어요. Rivers crew.jpg LE: 저는 소울 컴퍼니와 함께하셨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화나 씨와 DJ 웨건 씨 덕분에 연결되었다고 하셨는데요. 네. 전부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기회를 잘 잡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때 당시 한참 EOS-5D Mark II라는 카메라가 CF광고 쪽에서도 핫했었는데, 그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어서 사진과 영상을 동시에 찍으면서 소울 컴퍼니 형들과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했었죠. LE: 아무래도 소울 컴퍼니 사진을 찍었을 때 부바 씨도 제일 많이 알려지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때 당시에는 소울 컴퍼니 아티스트분들 덕에 운 좋게 소울 컴퍼니 사진들을 많이 찍게 되면서 제 사진이 SNS에 리트윗도 많이 되었고, 그래서 저도 득을 많이 보게 되었죠. 8.jpg 9.jpg LE: 요즘 주로 공연사진을 많이 찍으시나요? 요새는 공연사진도 많이 찍지만, 범위를 조금씩 넓히는 중이에요. 자켓 촬영이나 프로필 촬영, 행사 촬영 등도 하고 있어요. LE: 부바 씨가 촬영하시는 사진 대부분이 인물 사진이잖아요. 부바 씨만이 생각하는 인물사진에서 중요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인물사진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을 말씀해주셔도 좋고요. 인물 사진에는 중요한 점들이 많은데요. 일단 제 주관적인 견해로는 힙합 사진에는 찍히는 아티스트의 대한 ‘Respect’과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심이 있으면 좋아요. 비보이 사진 같은 경우에는 인물 사진이지만, 다른 인물 사진과는 다르게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풍경 사진의 원리를 담아야 해요. MC들의 사진을 찍을 때는 그 인물이 주인공이다 보니 비보이 사진과는 조금 다르게 그 사람한테 주어진 포커싱을 더 강하게 포착하죠. 한 주에 많은 공연이 겹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화나 형이 어떤 공연을 서고, 또 다음 날에 같은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게 되는 그런 반복적인 상황이 생길 때가 있어요. 사진도 똑같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다른 느낌이 나도록 노력해요. 그리고 인물 사진 찍을 때 중요한 점은 그 사람의 매력을 얼마나 잘 끌어내서 찍느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포토그래퍼의 사진 스킬도 중요하죠. Fana (2).jpg Fana (1).jpg LE: 사진을 촬영하실 때 중요시하는 것이 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조명이 아닐까 싶어요. 조명이 사진의 생명이거든요. 예전에는 무조건 비싼 바디와 비싼 렌즈를 욕심냈었는데, 지금 보니 좀 더 좋은 조명을 투자해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진 포인트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얼마나 사진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얼마나 ‘미쳐’ 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tigerjk&dok2.jpg Geeks.jpg LE: 공연 같이 본인이 조명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촬영은 힘드시겠네요? 공연장마다 조명들이 다 다른데요. 작은 공연장에선 큰 공연장에 비해 좀 덜 좋은 조명이 있겠지만, 많은 공연을 찍으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늘 조명 장비를 따로 들고 다니는 것이에요. 하지만 가끔은 말씀하신 것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그 상황 안에서 얼마나 더 좋은 사진들을 건져낼 수 있는지가 저에게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하죠. 언제나 멋진 데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법이다 보니 어딜 가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결국엔 현장 경험이 많을수록 대처하는 방법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LE: 파티 사진도 특히 어려울 것 같아요. 파티 사진도 정말 힘들죠. 특히 여자 사진 찍을 때? (웃음) 여성분들이 많이 도도해서요. (웃음) 다들 포토샵으로 성형을 예약하다 보니… ‘턱 깎아주세요.’, ‘초상권 있어요.’, ‘안돼요.’ 등등… (웃음) 그게 가장 힘들죠. 파티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아직은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클럽 전문적으로 찍으시는 포토그래퍼분들 보면 존경스럽죠. 저도 아직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분야인 것 같아서 좋은 자극이 되죠. 파티 사진은 http://www.backnforth.net 에 들어가면 구경하실 수 있어요. LE: 무대 위에서 직접 사진을 찍으실 때는 보통 어떤 위치에서 찍으시나요? 공연장마다 다른 것 같아요. 큰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에서 돌아다녀도 어두운 옷을 입으면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작은 공연장에서는 제가 무대 위를 돌아다니면 주인공인 아티스트를 제가 방해할 수 있다 보니… 그래서 옷을 최대한 어둡게 입는 편이에요. 패션 포토그래퍼들을 보면 의상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튀잖아요? 그들은 그들만의 스웩이 있듯이 저는 최대한 유령처럼 숨어서 사진을 포착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항상 무대 뒤에서 아티스트들의 뒷모습을 많이 담았었어요. 그 아티스트를 보는 관객 수가 보이는 것도 멋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삶을 살면서 뒷모습을 찍히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셀카를 찍어도 앞을 찍지, 뒤를 찍는 경우는 없죠. 그리고 뒷모습이 멋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더 역동적이게 찍을 수 있고, 쉽게 말해서 더 멋진 사진들을 포착할 수 있게 되죠. 요즘에는 관객들 사이에서, 앞줄에서 찍다 보니 관객들 눈치 보기 정신없어요. 제가 또, 한 덩치 하다 보니 거기에다 무겁고 큰 장비들로 시야를 가리다 보니 어둠 속에서 맞기도 하고… '아저씨, 비키세요!'라고 하고… (웃음) 돈 내고 보러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 안 가게 노력하죠. 그래서 요즘엔 열심히 유연성을 기르고 있어요. 앞을 가리지 않도록 다리를 쫙 벌려서 최대한 낮은 자세로 사진 촬영 하기 위해서요. (웃음) LE: 많이 맞기도 하시나요? 아무래도 제가 앞을 많이 지나다니고 하니까 '풋 유어 핸섭!' 하면 손을 올렸다가 제가 앞을 지나갈 때 노려서 '아~싸 이리로 와라!'라고 하듯이 일부러 머리를 내려치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실수로 때릴 때와 고의로 때릴 때의 강도가 다른 게 느껴지거든요. (웃음) LE: 공연 중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가 손상을 입거나 하는 등등의 에피소드나 사건이 있나요? 제가 살면서 제일 악몽 같았던 두 순간이 있었어요. 하이라이트 레코즈 (Hi-Lite Records) 1주년 공연 때였어요. 그 전날 있었던 삼단쇼 공연 뒷풀이를 하는데… 아침까지 마셔버리는 바람에… 정신을 잃은 채로 공연장을 도착했었는데, 그 후는 저도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잠들었다가 공연이 끝난 후에야 일어난 거예요. 팔로알토(Paloalto) 형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힘들어 보여서 깨우지를 못했다고… 그 이후로 자괴감에 빠져 술은 더 이상 마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저 자신을 많이 혼내기도 했고요. 사진작가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거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 실수는 작년에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형의 ‘분신 2’ 공연이었는데, 메모리카드 4개가 잘 작동되다가 갑자기 공연 시작 전에 전부 다 먹통이 돼버린 거예요. 공연장 밖으로 나와 근방을 전부 찾아다녔는데, 판매하는 곳이 전혀 없어서 결국 똘배라는 동생에게 부탁해 멀리까지 나가 겨우 사왔었어요. 그래서 1부는 촬영을 전혀 못 하고, 2부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혹시 만약에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신다면 죄송하다고 다시 말씀드리고 싶네요. LE: 공연 중 관객들과 실랑이가 있었다던가 한 적은 없었나요? 그런 적은 없었어요. 우리나라 관객들의 매너가 굉장히 좋은 편이고, 제가 불편하게 돌아다니거나 해도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저를 알아보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저를 몰라봐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리스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끔 뒷통수를 맞는 것만 빼면요. (웃음) LE: 뮤지션의 사진을 찍었을 때 특별한 요구를 하는 뮤지션이 있나요? 보정을 해달라고 한다든가, 자신이 사진을 고르게 해달라고 한다든가… 아… 생각해 보니 몇몇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대체적으로는 없는 편이에요. 특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그런 보정 요구는 잘 안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그랜드라인 쇼(Grandline Show)에서도 메이크업을 앤덥(Andup)만 받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힙합이란 장르의 대체적인 이미지가 강한 남자? 그렇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메이크업을 비롯한 그런 걸 덜 신경 쓰는 편이죠. LE: 앤덥 씨는 남자가 아닌가요? 아… (전원 웃음) 앤덥, 굉장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생입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프로필이나 자켓 촬영 같은 경우에는 정확한 컨셉과 꾸며진 환경에서 사진을 필요해 하다 보니 피부 보정은 물론이고, 많은 보정이 들어가요. 근데 개인적으로 공연사진들을 피부 보정하는 것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무대와 인물과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사진을 찍었는데, 피부 보정 하나로 그 사진에 대한 매력을 확 떨어뜨릴 수가 있거든요. 좀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아무튼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공연 사진은 좀 더 자연스럽게 담는 게 매력이죠. LE: 가장 훌륭한 피사체라 생각되는 랩퍼는 누구인가요? 가장 훌륭한 피사체는 빈지노(Beenzino)가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고 굴욕 사진이 없을 정도예요. 모든 포토그래퍼가 공감할 거로 생각하는데요. 많은 사진을 연사로 찍다 보면 굴욕 사진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 사진들이 실제로 나가면 저는 큰일 날 것 같은데… (웃음) 제가 이 바닥을 영원히 떠나거나 죽게 될 때 방출을 할까… (웃음) 큰 웃음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가장 훌륭한 피사체로는 빈지노와… 그 외에도 많은 것 같아요. 워낙 멋있는 분들이 많아서요. Beenzino (1).jpg Beenzino 2&3.jpg Beenzino.jpg LE: 자신이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멋있는 사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저에게 멋있는 사진이란 사진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거나, 아니면 중요한 때 찍은 사진이거나, 사진 하나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우예요. 일단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진으로는 제가 맡은 형돈이와 대준이 1집 앨범 자켓 사진이에요. 그때 당시 방송을 통해서 자주 볼 수 있어서 지인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image20.jpg 그리고 소울 컴퍼니가 해체했을 때 신(SIN) 형님의 스튜디오에서 찍었던 단체 사진이 있어요. 형들이 보기 좋아서 잠깐 사진 한 방 찍겠다고 하고 찍은 사진이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스크랩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소울 컴퍼니 팬분들이 많이 보셨고요. Soulcom 2.jpg image22.jpg B-Free.jpg 그리고 수많은 크루들의 단체사진들을 담아내면서 의미 있는 순간을 제가 찍게 된 영광을 얻었을 때도 좋았어요. 또, 연대 아카라카라는 축제 무대 때 찍은 사진들이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수천 명의 환호성과 그림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왜 더 큰 무대를 고집하는지 그때 알게 됐죠.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Acaraca.jpg E-Sens.jpg Fana (3).jpg LE: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사진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고 아끼는 사진이지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사진은 없나요? 그런 사진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인 것 같아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비공개한 사진들이거든요. 물론 몇몇 그런 사진들도 있어요. ‘이 사진은 더 떴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진들이 있긴 한데, 지금은 기억이 잘은 안 나네요. 특히 비보이 사진 중에 그런 사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비보이 사진은 비보이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전부 똑같은 사진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지금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만, 더 알려지게끔 꾸준히 노력해야죠. River Creww (1).jpg River Creww.jpg LE: 많은 이벤트를 다니셨으니 꼽을만한 인상 깊었던 공연이나 파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공연이나 파티가 그랬나요? R16이라는 세계적인 비보이 대회가 2009년 인천에서 열렸었어요. 다일레이티드 피플스(Dilated Peoples)의 라카(Rakaa)가 왔었고, 로스코(Roscoe), 덤파운데드(Dumbfoundead), 타이거JK(Tiger JK), 윤미래, 비지(Bizzy), 타블로(Tablo), 팔로알토 등 다 있었어요. 비보이만 찍던 그때 당시 저는 ‘이런 훌륭한 뮤지션들과 언제 찍어봐?’라는 생각에 흥분한 상태에서 찍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백앤포스 파티들도 굉장하고요. 화나 형이 하는 어글리 정션은 개인이 26회라는 많은 횟수의 공연을 이루면서 수익의 목적보다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공연을 만드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팬심으로 정말 존경하는 형이에요. 26번의 공연에 3시간을 곱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인데, 그 시간을 언제나 지루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게끔 신인 랩퍼들을 무대에 세워주기도 하고, ‘걸마이티(Galmighty)’라는 여성 랩퍼들의 오디션 겸 공연도 만드시고… 정말 대단한 형인 것 같아요. R16.jpg LE: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한국말을 생각보다 굉장히 잘하시네요? 인터뷰 전에는 한국말이 서툴다고 하셨었는데… 제가 질문지를 받아 미리 예습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 둬서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오늘 대구에서 촬영하고 올라왔는데 무궁화호를 타고 왔거든요. KTX를 타면 너무 빨리 올라오게 될 것 같아서 무궁화호에 앉아서 질문지를 계속 봤어요. (웃음) ‘떨면 안 돼, 떨면 안 돼.’하면서… (웃음) LE: 일반적으로 각종 공연이나 파티에서 섭외 제의가 먼저 오는 편인가요? 초창기에는 제가 먼저 찾아가서 찍었었죠. 몇 년간 꾸준히 찍다 보니 어떤 공연장 같은 경우는 그냥 말없이도 당연히 가는 데도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섭외가 먼저 오는 편이기도 해요. LE: 인터뷰한 오늘도 대구에서 뉴에라 매장 촬영을 하고 오셨어요. 그것도 제의가 온 건가요? 네. 맞아요. 포토그래퍼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어떻게 받게 되었어요. 뉴에라 매장 사진 같은 경우에는 제가 자부심을 가지고 찍을 수 있는 게 어떻게 보면 뉴에라도 힙합의 요소이고,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매장이 오픈할 때 제가 마치 오픈한 것처럼 뿌듯하더라고요. 내일모레도 부산에서 하나 열리거든요. 국내에 뉴에라 전문 매장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온라인에서 많이 팔 뿐, 서울에는 두, 세 군데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분 좋았어요.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재미있거든요. LE: 꽤 오랜 시간 동안 신에 몸을 담아 오셨고 많은 공연이나 파티를 다니셨는데, 그간 힙합 신에 있었던 변화라거나 현장에서 실감할, 감지할 수 있는 움직임 같은 것도 있나요? 부바 씨가 생각하시기엔 한국 힙합은 어떻게 변화해왔고, 지금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감히 힙합신에 대한 변화를 말하기에는 좀 웃기지만요. 느낀 점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더 방송 쪽이나 음원 차트에 올라오는 아티스트들의 음원들이 높은 순위에 올라오는 것 보면 신기해요. 그만큼 ‘힙합이 음반 시장에서 많은 이슈와 인기를 이끌고 있구나.’라는 것도 느낄 수 있고요. 심지어 제 모로코 페북 친구들도 제가 찍은 유명 친구들의 사진들을 올리거나 그러면 ‘진짜 너가 찍은 거야?’라고 하니까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하지만 많은 관심을 이끄는 만큼 반면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누리꾼들이 자극적이게 행동하는 걸 보면 속상하기도 해요. 제3자가 바라봤을 때는 이런 움직임들이 장단점이 있다고 봐요.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됐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움직임에 저는 열심히 응원해주고, 바라보고 꾸준히 사진을 담아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LE: 랩퍼 외에도 DJ 분들을 포함해서 힙합과 관련된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데, 힙합과 관련된 분들을 촬영할 때 느끼는 힙합 고유의 매력은 어떤 게 있나요? 고유의 매력이요… 아무래도 공통점은 역동적이라는 거죠. 뭔가 살아있는 느낌? 절대 질릴 수 없는 요소들인 것 같아요. 아드레날린이 끝까지 차는 느낌도 받고, 보면 그냥 터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보니까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멈출 수가 없죠. 몇 십 년 동안 잔잔한 모로코 음악만 듣다가 귀국하고 나서 접한 음악들이 다 힙합이다 보니 그냥 미쳤던 것 같아요. LE: 뜬금없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모로코 음악은 어떤가요? 약간의 트로트, 뽕짝에… (전원 웃음) 그래서 저도 뽕짝을 듣다가 갑자기 베이스가 굵고, 비트가 굵은 음악을 들으니까 ‘그래 이거야, 나는 아직 젊은데 왜 이런 걸 듣고 있었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웃음) 물론 디스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LE: 모로코 분들이 볼 것 같지는 않은데요. 모로코는 디스하기엔 좀 그렇죠. 제2의 고향이니까요. LE: 최근에 다녀오신 적 있으신가요? 블로그에서 사진을 본 것 같아요. 4년 전에 한 번, 부모님 뵈러 갔다 왔어요. LE: 지금은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계시는군요. 네. 떨어져 살고 있지만 언젠간 꼭 성공해서 모시고 살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오랜 세월 동안 부모님들께서도 해외에서 저와 저의 동생을 힘들게 키우시면서 정말 많이 고생하셨거든요. 더 늙으시기 전에 귀국하셔서 모시고 살고 싶어요. LE: 부바 씨가 촬영하는 분들이 대부분 전면에 나서는 프론트맨들이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게, 글 쓰는 분들이나 인터뷰하는 분 중에서는 프론트맨에 대해 동경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저희를 비롯한 약간은 뒤에 서 있는 분들은 가끔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 혹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각자 생각할 거라고 보는데, 부바 씨도 그런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반대의 생각이에요. 무대 위에 있을 때는 제가 어쩔 수 없이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 때문에 있는 것이에요. 카메라없이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어색하고 녹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남들 앞에 나서서 하는 발표 같은 걸 잘 못해요. 뒤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는 편이에요. 주목을 받는 건 내심은 좋죠. 가끔 무대에서 ‘샤라웃 투 부바!’라고 하면 ‘어, 나 어떻게 해야 하지. 웃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해요. 그래서 터득한 방법이 있어요. 그냥 제 얼굴이 안 보이게 하려고 카메라를 들어요. 카메라로 가려서 렌즈로 보죠. 그러면 좀 덜 민망하거든요. LE: 그럼 부바 씨를 알고 있는 힙합 팬들도 제법 생겼고, 트위터 팔로워들도 꽤 계시잖아요. 공연장에서 알아보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이나 트위터로 반응을 주는 팬들의 반응 같은 게 부담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아니요. 그건 또 아니에요. 그건 너무 고맙죠.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는 건 좋지만, 큰 무대에서 나서서 마이크를 들거나 얼굴을 내미는 일은… 저에겐 좀 힘든 일이에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해요. 그분들이 정말 매번 던지는 말들, ‘사진 좋아요.’라고 해주는 게 큰 힘이 되죠. 요즘 시대에 어떻게 보면 멘션 하나 보내는 것도 귀찮을 일인데… 그분들이 하나하나 보내주시는 걸 읽고 정말 많은 힘을 얻어요. 어떻게 보면 친구들이나 마찬가지죠. 사진의 색감과 같은 부분에서 충고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는 제 사진을 매일 보니까 모르잖아요. 지적을 통해서 다시 보고, 그렇게 하면서 발전하는 것 같아요. 고마운 분들이죠. LE: 그런 지적이나 얘기를 해주시는 게 어떻게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딱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좀 나쁘게 느낄 순 있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좋은 말들이에요. 왜냐하면, 늘 주변에서는 칭찬만 듣다 보니 누군가가 지적을 해주면 매우 달갑죠. 그리고 DJ 웨건의 말들을 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친구가 많은 지적을 해주는 편이죠. 음악부터 시작해서 모든 부분을 지적해주면서 저도 이 친구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고 배우는 편이에요. 아주 고마운 친구예요. 어떻게 보면 이 친구가 없었더라면 저의 사진들이나 저란 사람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을 거예요. DJ Wegun.jpg LE: 블로그 부바그래피(Boobagraphy)를 보니까 일단 사진을 찍게 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게 아니고 2011년부터 시작됐더라고요. 2007년부터 포스팅을 계속 해왔는데, 그때 제가 컴맹이었어요. 모로코에 오래 살다 보니 이런 기계적인 부분이나 인터넷 대해서는 지식도 없었고 이런 분야에 매우 약했죠. 쉽게 말해서 촌놈이었죠. 귀국했을 때 모든 젊은이가 싸이월드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게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주민등록번호 말소된 것을 되살렸는데, 갑자기 군대 영장이 날아오더라고요… (전원 웃음) 그때부터 싸이월드를 되게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사진에 관심이 없어도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었기에 그렇게 개인 취미로 시작했죠. 그러다 2009, 10년부터 텀블러랑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를 알게 돼서 시작하게 됐죠. 아무래도 사진 보기 편리하고 깔끔하다 보니까 블로그가 더 좋더라고요. 싸이월드 같은 경우에는 주소 치면 팝업 뜨고, 거기서 홈 눌러서 사진첩 눌러서… 복잡하잖아요. 근데 티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사이트만 누르면 쭉 나오니까요. 훨씬 더 세련되었고, 그래서 택한 거죠. 2011년 때 만들었다가 6개월 후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 6개월 동안 저도 잘 모르니까 독학해서 천천히 준비하면서 만들었죠. LE: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사진들을 보면 힙합과 관련되지 않은 사진들도 좀 있는데, 그런 사진들은 어떻게 찍게 되신 건지, 그런 사진을 찍을 때 가지는 기분이나 마음가짐은 평소와는 좀 다른지 궁금해요. 인물 사진만 너무 많이 찍다 보니 스스로 ‘사진작가로서 내가 정말 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분야에 사진들을 찍게 됐어요. 왠지 인물 사진만 찍다 보니까 다른 사진은 너무 소홀하게 되고 그러니까 잘못 찍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풍경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그리고 제 블로그를 보시면 워낙 남탕이어서요… 가끔 일반 여성 모델 섭외해서 사진들을 찍긴 했죠. (LE: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저도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고, 많이 찍고 싶죠. 여자 사진이 오히려 찍기가 더 힘든 게 보정도 더 많이 들어가고, 여자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야 해서 힘든 부분이 있죠. 남자는 그냥 티 하나 입고 검은색 배경, 흰색 배경에 조명 하나 박고 찍어도 멋있잖아요. 근데 여자 모델들 같은 경우에는 메이크업부터 시작해서 준비해야 할 점들이 많다 보니 좀 더 까다로운 부분이 있죠. LE: 뮤직비디오 스냅사진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찍게 되신 건가요? 제일 처음 찍었던 건 최근에 나왔던 영화 ‘하이프 네이션 : 힙합 사기꾼(Hype Nation)’이에요. 그때 스냅샷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최근, 작년에 좀 많았던 것 같아요. 화나 형의 “신발끈 블루스” 스냅샷, 브랜뉴뮤직의 모든 뮤직비디오 촬영 스냅샷을 찍게 되면서 매력을 알게 되었죠.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영상 팀이 다 꾸려준 밥상에 저는 그냥 숟가락만 올리는 거거든요. 조명도 다 있고, 세트도 다 있고 해서 포토그래퍼로서는 천국이 따로 없죠. (웃음) 그냥 멀리서 막 찍어도 잘 나오는 곳이거든요. 정말 그래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그거에요. 영상 팀과 구도가 겹치면 못 찍잖아요. 못 찍으면 가만히 있어야 하니까 그게 제일 난관이죠. 나머지는 수월한 편이에요. Bulldozer Snap.jpg Zion T.jpg LE: 앨범 자켓이나 프로필 촬영 같은 것도 다 컨택을 받아서 하시는 거겠죠? 네. 대개 그렇죠. 근데 조금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왜냐하면, 공연 사진만 매번 찍어 왔는데, 프로필 사진은 또 다른 분야거든요. 더 신중하고 진지한 작업이 필요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많이 됐었는데,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이기에 할 수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그랬으면 저도 포트폴리오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좋은 분들을 만나서 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LE: 얼마 전에 긱스(Geeks) 앨범 자켓 사진을 촬영하러 홍콩까지 같이 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은 일하러 간 건 아니고요. 우연히 기회가 돼서 홍콩, 세부, 마카오에 가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죠. 그때 DJ 돕쉬(DJ Dopsh)라는 친구가 급한 스케줄 때문에 못 가게 됐었어요. 근데 이미 티켓은 다 끊어 놓았고 예약은 되어 있는데… 사진도 찍을 겸, 여행도 갈 겸 저를 불러줬죠.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웜맨(Warmman) 형과 릴 보이(Lil Boi)의 컨택을 받아서 가게 되었어요. 정말 좋은 추억이 된 여행이었어요. 그때 가서 찍었던 사진이 “Fly”라는 음원 자켓으로도 쓰였고, 긱스 단독 콘서트 포스터로 크게 만들어졌어요. 감사하죠. Geeks Fly.jpg LE: 브랜뉴뮤직과는 전속으로 하시는 편인가요? 정의봉 팀장님 덕에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Grandline Entertainment) 쪽에서 일하셨을 때 알게 되었다가 브랜뉴뮤직 쪽도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저를 한 번 기용하셨어요. 칸토(Kanto) 뮤직비디오 스냅샷을 찍게 될 때 처음 연락을 받았거든요. 그때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맡겨 주셨어요. LE: 다양한 카테고리의 촬영을 많이 하시는데, 여러 가지 작업 중에 거의 다 본인이 찍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가요? 아니면 찍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건가요? 요즘은 그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해요. 반반인 것 같아요.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일이 들어왔을 때 최대한 맞춰서 조율하면서 촬영하게 되고요. 제가 찍고 싶어하는 사진들은 그냥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들이에요. LE: 말씀하신 조율이라는 게 사실 예술과 상업 사이의 일이잖아요. 사실 그런 것들이 내 프라이드를 내려놓으면서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기때문에 마음이 좀 좋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사진은 이건데, 이게 아니고 다른 걸 해달라고 할 때는 자존심이 좀 상하죠. 보는 눈이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 개인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이분들은 더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제 작품이니까 이걸 쓰고 싶다고 하는데, ‘안될 것 같다. 이런 걸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좀 협상 적이에요. 너무 벽을 두고 작업하지는 않아요. 만약에 정 아니면 그때는 ‘아닙니다. 이건 안 됩니다.’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니까 대체로 (협상하는 쪽으로) 하죠. 그런 적은 딱 한 번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소심해서 마음에 안 들 때 바로 말을 못해요. 말을 못하는 것에서 항상 자극을 받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는 제 주도로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항상 독기를 품고 노력하고 있죠. LE: 단순한 질문일 것 같은데, 한 곳을 다녀오면 사진을 몇 장 정도 찍으시나요? 글쎄요. 이건 정말 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가끔은 8천 장 찍을 때도 있고, 5천 장 찍을 때도 있고, 2천 장 찍을 때도 있고… 기분이라기보다는 그때 느낌인 것 같아요. 공연장 분위기가 정말 좋으면 저도 모르게 셔터를 계속 누르고 있어요. 평균적으로는 4천 장 정도에요. LE: 카메라를 들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는 거네요. 좋은, 재미있는 공연에서는요. 좋은 행사 공연 및 파티 있을 때는 항상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리고 사진작가로서 카메라를 들 때는 기분이 최고죠. 곁에 있는 여자친구라고 해야 하나요? 정말 좋아요. LE: 많은 사진 중에 보통 몇 장을 선별하시고, 후작업을 비롯한 업로드 과정에서 어떤 순서로 진행하시고,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시나요? 시간은 사진의 양에 따라 변하는데요. 보통 사진 고르는데만 3시간 넘게 걸리는 것 같아요. 4,5천 장을 찍을 때의 얘기죠. 그만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거든요. 사진을 다 고르고 난 후에 고른 사진들을 한번더 정리해서 큰 화면으로 다시 보는 편이에요. 브랜드마다 화면의 온도 색이 다 각각 달라서 될 수 있으면 델이나 맥 화면으로 모니터링 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서 고른 사진들을 후작업 들어가는데요. 작업하다가 조금 지루해질 때 쯤이면 공연 사진 같은 경우, 그때 느꼈던 현장감을 되살리기 위해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급하게 사진들을 요구하면 그 시간 안에 빨리하려고는 하지만, 여유시간이 있는 경우에는 천천히 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선별하는 사진들이 공연 사진 같은 경우에는 40~50장 정도 되는데요. 한꺼번에 다 할 경우에는 느낌이 겹칠 수가 있어서 한장 작업할 때마다 매번 모니터링해요. 제가 찍은 사진들이다 보니 좀 많이 깐깐하게 하는 편이죠. LE: 얘기가 이어질 것 같아요. 사진을 흑백으로 많이 바꾸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사진이 정말 좋은데 조명 때문에 날아가는 경우가 좀 있어요. 구도, 피사체는 너무 좋은데, 머리가 흰색으로 확 날아가거나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흑백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어떨 때는 같은 사진인데도 흑백이냐, 색깔이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몇몇 사진들은 일부러 흑백으로 해놓은 것도 있어요. 전시회 때 색감이 있게끔 선보이기 위해서 한 것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제가 봤을 때 흑백 사진이 사진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요. 흑백 사진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사진작가의 능력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따라 하지 못하는 흑백 사진들이 간혹가다 있어요. 색이 있는 사진들은 세월이 지나도 그 사진을 다시 소환해서 보정하면 어느 정도의 비슷한 느낌이 나지만, 흑백 사진 같은 경우엔 한번 흑백으로 만든 사진을 똑같이 그 분위기와 느낌으로 만들기에는 거의 힘들더라고요. 이건 정말 제 개인 의견이지만 아무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흑백의 사진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죠. LE: 흑백 사진을 비롯한 보정 작업 같은 건 다 독학으로 하시는 거잖아요. 사진을 찍어오면서 참고한 힙합 관련, 공연 사진은 아니더라도 참고한 어떤 작가의 사진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나요? 많이 참고했죠. 저는 만약에 제가 인터뷰를 하면 꼭 이 분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힙합 사진을 충동적으로 많이 찍고 싶게 했던 친구가 있는데 저랑 동갑내기 친구거든요. 비보이 쪽 사진을 저보다 더 많이 찍어 왔고,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인 김찬희(CHANYC)라는 친구예요. www.chanyc.com 이 사이트를 참조하시면 좋을 거예요. 서울 시티 락커스(Seoul City Rockers)를 주최했던 사람이고요. 2009년도쯤에는 조 콘조(Joe Conzo)라고, <Born in the Bronx>라는 책의 주인공이자 1세대 힙합 포토그래퍼를 섭외하고, <Back in the days>의 자말 샤배즈(Jamal Shabazz) 등 유명 힙합 포토그래퍼들을 섭외했었죠. 역시 http://joeconzo.com, http://www.jamelshabazz.com 이 두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찬희 포토그래퍼의 사진들을 보면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 것 같아요. 저는 이 친구의 사진을 항상 리스펙해요. 이 분은 정말 감각적으로 힙합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진들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 높고, 한국의 힙합을 찍으면서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진작가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리고 조 콘조라는 분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힙합 최초의 사진작가이시죠. 이 분은 레전드죠. 최근에 제 인스타그램 사진 중에 씨잼(C Jamm)이 나온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주셨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기뻤죠. 앞서 얘기한 것처럼 <Born In The Bronx>라는 유명한 책을 제작한 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진들은 옛날 사진들과는 달리 디지털화되었고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말 멋있고 의미 있게 담아내는 게 멋있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제 사진을 보면 역동적이고 멋있는 것만 추구하지만, 조 콘조의 사진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어요. 그게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힙합 문화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찍을 수 있었던 사진, 이해를 완벽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사진이죠. 저는 아직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Joe Conzoo.jpg LE: 이게 다를지는 모르겠는데, 일반적인 사진 촬영이랑 비교해서 공연 사진, 혹은 힙합과 관련된 사진을 찍을 때 좀 더 달라지나요? 보정이든, 느낌이든… 완전 달라요. 일반 사진을 찍을 때는 마음 편하게 놓고 찍다가 힙합 사진을 찍게 되면 남들이 보기엔 같지만, 느낌상은 정말 다르게 행동하게 되죠. 마음가짐에서부터 달라지는 것 같아요. LE: 장비 관련해서 조금 더 얘기해볼게요. 바디나 렌즈에 투자를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간의 변천사라든가, 아니면 지금은 어떤 걸 쓰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바디는 현재 EOS-5D Mark II와 EOS-6D 쓰고 있고, 렌즈는 24-70mm, 70-200mm, 12-24mm, 17-35mm 그리고 15mm 어안렌즈. 이 어안렌즈란 친구는요. 굉장한 힙합 렌즈에요. 동글동글한… 그건 정말 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렌즈이고, 어안렌즈가 볼록이렌즈? 그렇게 불리고 있는데, 그냥 힙합 렌즈가 딱 맞는 용어인 것 같아요. 누가 찍어도 정말 힙합스럽게 나오게 돼요. 그리고 광각렌즈도 두 개 보유하고 있어요. 워낙 힙합이 역동적이다 보니 그걸 담기 위해서는 광각렌즈로 찍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광각렌즈를 좀 많이 사용하는 편이죠. 이 얘기는 팁인데요. 장터를 보면서 가끔 SNS에도 이런 이야기를 올려요. 겨울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잘 안 찍다 보니 많은 장터 전문가들은 이 때 장비들을 많이 사는 편이에요. 가격이 확 내려가는 편이거든요. 여름에는 몸 만들고 어디 놀러 가야 하고 그렇기때문에 카메라를 충동적으로 막사요. 저는 그때 팔고… (전원 웃음) 수익은 많이는 못 보고 재미만 봤죠. 사진작가의 유일한 재테크 느낌? 정말 많은 장비를 사고팔고 하면서 다양하게 사용한 것 같아요. EOS-300D도 써보고, EOS-30D, 40D, 50D 다 써본 것 같아요. 하지만 EOS-5D Mark II가 그 중에 제일 좋은 이유는 1:1 바디거든요. 풀 프레임 바디란 쉽게 말씀 드리면 내가 추구하는 사진을 꽉 차게 담아내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센서가 커서 필름 카메라랑 똑같은 크기에요. 그래서 EOS-5D Mark II만 5년째 쓰고 있어요. 정말 좋아요. EOS-5D Mark II가 비싸다 싶으면 한 단계 저렴한 5D도 추천하고 싶어요. (1:1 바디(풀 프레임 바디): 이미지센서 크기가 35mm SLR(필름 카메라)의 촬영 필름화면 크기와 같은 것 ) LE: 지금 사진을 먼저 관심을 가지고 시작해보려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입문용 바디는 어떤 게 있나요? 입문용 바디는 싼 게 제일 좋지만요. 이 바디 자체를 이해하다 보면 성격이 다 다르거든요. 그리고 가격별로도 각 바디들만이 가진 특징들이 다 뚜렷해서요. 사실 추천해드리고 싶은 건 무조건 비싼 거죠. 왜냐하면, 비싼 게 아무래도 제 값을 하고, 그만큼 더 좋은 사진을 뽑기도 하고요. 여유가 되지 않는 분들에게는 500D와 국민렌즈라고 불리는 17-50 탐론 렌즈를 추천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진을 한다면 꼭 풀프레임 바디를 사용하세요. 확실히 달라요. LE: 질문을 주시는 분 중에 전문적인 포토그래퍼를 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가요?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긴 해요. 그만큼 재미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사진이라는 게 회사원들처럼 꾸준히 매달 월급이 나오듯이 돈이 꾸준하게 되는 게 아니다 보니 가끔은 생계 유지하기 힘든 시즌도 있어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이쪽 일을 하려는 분들은 신중한 결정과 선택을 하시길 바라요. LE: 여쭤보시는 분들에게는 친절하게 답해주시나요? 정말 친절하게 답해줘요. (웃음) 왜냐하면, 대다수 질문자들이 제 사진들을 보고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니까요. 한 분 한 분 다 정말로 친절하게 대답하죠. LE: 캐논에서 나온 것들을 계속 쓰고 계시는데, 혹시 다른 회사의 것들을 써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다른 회사의 것들도 써보고 싶지만 비싸요. 나중에 돈 많이 생기면 이것저것 다 사용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쉽게 갈아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담배처럼 말보로 피는 사람은 다른 건 잘 안 피고 말보로만 피잖아요. 그렇듯이 저도 캐논의 색감이 인물 사진용으로는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약간 붉은색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니콘 같은 경우는 필름 카메라 느낌? 블루와 옐로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행사용으로 굉장히 좋아요. 요즘엔 소니에서 나온 바디들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가격들이 말도 안 되게 비싸죠. 훨씬 고가의 장비이고 탐나죠. 늘 위로 삼아 항상 이렇게 생각하죠. ‘실력으로 승부하자’. (웃음) LE: 포토그래퍼는 말씀하신 색감이나 그런 걸 좀 캐치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동태눈이면 그런 걸 못 보잖아요. (웃음) 뭔지 봐도 모르니까. 아무래도 눈썰미가 좋아야 하고 센스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연구도 필요하고요. 다만 저는 그 연구를 앉아서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 경험으로 터득하는 편이에요. 며칠 전에 외장 하드를 정리하다 보니 2006년부터 모아놓은 사진들을 쭉 보면서 느낀 점은 색감이 각각 다 다르더라고요. 음악과 패션이 바뀌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 사진도 그런 점에서 변화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포토그래퍼가 아무리 자기만의 색감과 느낌이 있어도 그게 너무 자주 노출이 되다 보면 식상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디깅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포토그래퍼들의 많은 사진을 접하고, 영상미 좋은 영화들도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건 제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하는 건데요. 가끔 심심하거나 카메라로 사진 찍기 실증날 때는 그냥 핸드폰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아무 데나 돌아다니면서 막 찍어요. 찍다 보면 ‘어, 이 각도 처음 보는 각도네?’ 하면서 새로운 각도 또는 구도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항상 발전하는 포토그래퍼가 돼야 하고, 편견 없는 사진작가가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LE: 혹시 경우에 따라 촬영 도중에 렌즈를 바꾸기도 하시나요? 엄청 많죠. 일리네어 레코즈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투어를 돌면서) 찍었는데, 공연의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첫 무대에서 단체로 나왔다면 무조건 광각, 그리고 솔로 곡을 할 때는 망원 또는 광각렌즈. 큰 공연장일수록 여러 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 있잖아요. 그럼 다양한 각도에서 찍고요. 잘 나오는 한군데서만 찍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는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공연의 즐거움을, 그 현장의 느낌을 드릴 수 있게끔 (위치를) 자주 옮기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 팬분들의 시선을 가리기도 하는데,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LE: 그럼 이동적인 측면에서는 대규모의 공연장이 부바 씨 입장에서는 편하시겠어요. 굉장히 편하죠! 소규모 공연 같은 경우에는 관객들로 꽉 차면 안전상 여기저기 움직이기가 불편하죠. 이건 미디어 쪽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공통점일 거예요. 좋은 자리 욕심! LE: 혹 공연 중에 저장공간이 부족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진을 지울 때도 있었나요? 있었어요. 당시 그 현장에서 1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카드가 찼을 때가 있었죠. 멘붕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찍으면서 잘 못 나온 사진 지워가면서 찍었던 적이 있었어요. 너무나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일상생활적인 부분에서 투자를 좀 덜 하고 장비에 투자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더 좋은 옷이라든지, 더 좋은 신발 등을 포기하고 장비 투자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LE: 비용이 비용인 만큼 페이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으실까요? 네. 저는 이 이야기를 정말로 하고 싶었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거든요. LE: 모든 포스트 프로덕션을 하시는 분들이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죠. 그렇죠. 이 신이 아직 성장 중이다 보니 완벽한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매체 같은 경우에는 정확한 가격 또는 페이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애매한 상황들이 생겨요. 대다수 매체들이 인맥으로 통해서 하는 부분도 있고요. 이 일을 처음 접할 때는 다 팬심으로 시작하게 되죠. 저도 그랬고요. 팬심으로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너무나 좋았죠. 어떻게 제가 이런 유명한 분들이랑 작업도 해보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 만큼 발전이 있으면 그 발전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대가를 못 받게 된다면 발전이 없는 거죠. 만약에 제가 습관적으로 누군가를 금전적인 목적 없이 계속 도와주고, 서포트를 꾸준히 해주다가 언젠간 안 해주면 상대방은 섭섭해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위기의 순간을 느끼고 나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힙합 신이 점점 커지면서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생기는 중인데, 만약에 제가 제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저 이후에 시작한 동생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법이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계속 페이 없이 일하면 남들은 ‘부바는 안 받는데 너는 왜 받냐?’라고 할 수도 있는 거고, 또는 저보다 훨씬 더 잘하고 능력 있는 동생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짜로 해주는 조건이 이들의 앞길을 막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일한 만큼의 대가는 정당하게 받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희 계열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인정해주시고, 믿어주시고, 투자해주실수록 그만큼의 발전이 생길 수 있어요. LE: 결국에는 부바 씨 뒤에 사진을 찍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라는 얘기네요.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고,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은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의 ‘2 Strong Way of Communication’이잖아요. 힙합엘이도 영상과 사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진, 영상을) 되게 높게 생각해요. 사진, 영상은요. 이제는 자료를 넘어서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스태프가 아닌 작가 또는 아티스트로 마인드를 길러야 하는 것 같아요. ‘아, 난 누가 좋으니 이 사람만 찍어야지.’ 같은 방식의 팬심과 사진작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팬심으로 누구를 서포트하고 도와주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진 않지만, 사진작가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인정받으려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라고 전하고 싶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고생이 따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돼요. LE: 그럼 부바 씨는 작업에 대한 대가는 대체로 받으시는 편인가요? 받는 경우와 안 받는 경우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요즘엔 대체적으로 받는 편이고요. 지인들이 주최하는 공연이나 행사 등 이런 경우에는 조율해서 일로도 하고, 도와주면서도 하죠. LE: 사실 사진이 하나의 예술 형태인 동시에 일상 행위잖아요. 그래서 사진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생겨서 부탁하시는 분들이 ‘야, 너 사진 몇 장 찍어줄 수 있는 거지. 너 뭐, 돈 받고 하려고 그랬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요. 맞아요. 실제로 다른 공연장에서 (페이없이) 그냥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변화가 필요하죠. 저 또한 그런 경험하고 있죠. 확실한 건 사진을 좀 대충 찍게 돼요. 그리고 이건 좀 여담인데, 한국인들이 장비 욕심이 좀 많은 거 같아요. 제 친구 중에 외국 살다가 한국 온 친구가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공연장에 갔는데 다 대포(카메라)를 들고 있으니까 ‘와, 다 포토그래퍼들인가 봐.’라고 생각했대요. 관객인 줄 몰랐대요. 그래서 제가 ‘아니야. 원래 한국인들이 장비 욕심이 좀 많아. 나도 봐봐. 나도 큰 거 들고 있잖아.’라고 하면서 설명을 했죠. 저는 대포 카메라 들고 있는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려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공연장에 큰 장비들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팬심을 보여준다는 건 굉장히 높게 평가해야 해요. 장비 빌려야 하지, 렌탈… 돈도 들지. 돈이 두 배로 들어요. 공연이 3,4만 원 정도 하잖아요. 거기에다 5만 원을 더 얹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열정은 진짜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근데 좀 더 좋은 음악을 즐기려면 허클베리피 형이 ‘분신’ 때 그랬었는데, 자기 공연에는 포토그래퍼들이 사진을 담당하고 있으니 (카메라를) 다 내리고 공연을 즐기라는 말을 하셨거든요. 사실 저도 어느 정도 팬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무거운 장비를 들고 오시는 분들은 위험할 수도 있어요. 카메라가 굉장히 무겁고 단단하다 보니까 잘못 쳤다가는 무기가 돼서 다른 관객들이 다칠 수도 있거든요. 기분 좋게 놀러 간 공연, 나올 때도 기분 좋으면 더 좋잖아요. LE: 사실 저는 개인 소장을 하려고 사진을 찍으시는 팬분들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전문적인 포토그래퍼 분들이 찍으신 사진을 보는 게 훨씬 낫고, 본인이 티켓값을 지불하고 공연에 왔으니까 즐기는 게 더 맞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어요. 제가 처음 공연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저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대포 들고 계신 분들에게 한 가지 충고하자면, 좁은 데서 촬영하면서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관계자분들에게 사전에 미리 연락해서 공연사진 촬영을 허락 맡고 좋은 자리에서 촬영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러면 모두가 즐겁게 공연 관람할 수 있을 거 같아요. LE: 혹시 사진을 안 찍으시는 관객분들 중에 부바 씨 사진을 불법으로 유포하거나 편집, 수정하는 팬분들이 있었나요? 아직은 없었어요. 상업적인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요. 이런 적은 있었죠. 어느 팬분이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 제가 보다가 ‘어, 내 사진이 여기 있네?’라고 했는데 출처가 없을 때는… 저희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로 먹고 사는 편이거든요. 출처가 박혀 있는 그 사진이 얼마만큼 잘 나가느냐에 따라서 주가가 올라가는데, 출처가 안 박혀 있으면 좀 슬프죠. 그래서 제가 (사진에) 올해 초부터 서명을 넣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멋진 사진은 원래는 서명이 없는 사진이지만…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LE: 그렇게 해두면 사진 안에 박혀 있으니까 부바 씨 사진이라는 게 드러나는 거죠? 그렇죠. 자르려고 해도 약간 어색하게 잘리고 그러겠죠. 그런 걸 대비하기 위해서… LE: 다른 이야기로 더 이어가 볼게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건너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준비 중이신가요? 요즘에는 바쁜 핑계로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로 좋은 전시회를 열려고 하다 보니 딜레이된 것 같아요. 현재 힙합 신에서 6~7년 정도 사진 찍어왔는데, 마음 같아서는 10년을 채워서 열고 싶으나 좀 일찍 열어서 많은 분께 제 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고민 중이에요. 힙합 아티스트, 미디어 및 관객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할게요. LE: 작년에 에치포르테(Etchforte) 씨가 진행했던 전시회에 대한 감상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가셨었나요? 정말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게 됐어요. 그때 한참 학교 일들과 촬영들 때문에 못 가게 됐어요. SNS로, 또는 에치포르테 씨 사진을 통해 봤었는데 굉장히 성공적이었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좋은 움직임을 높게 평가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에치포르테 씨 같은 경우에는 몇 년 만에 많은 행사를 돌아다니면서 그 사진들을 한 주제로 좋은 전시회를 열었다는 점이 대단한 것 같아요. 용기와 열정이 없으면 못 하는 거거든요. 저도 그걸 보고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LE: 그럼 다른 포토그래퍼 분들과도 교류가 있으신 편인가요? 거의 없어요. 힙합 신에 포토그래퍼 분들과 교류를 하고 싶은데, 연락이 잘 안 되는 편이에요. 제가 또, 나이가 요즘 포토그래퍼들과 차이가 좀 있는 편이어서요. 쉽게 (교류가) 이뤄지진 않더라고요. 현재 교류를 가장 많이 하는 분은 신 형이에요.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포토그래퍼. 일리네어 레코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시고, 그 외에 광고도 하시고 여러 방면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죠. 씬 형님께서는 사진작가로 활동하시다가 이제는 영상 쪽으로 넘어가셨어요. 요즘 들어 (씬) 형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편이에요. 배울 점도 굉장히 많고, 실제로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그 외에 포토그래퍼로는 에치포르테 님이랑 리비그라피(Libbiegraphy), 어거스트 프로그(August Frogs)의… LE: 강승원 씨… 네. 강승원 씨. 영상도 같이하시는 분이죠. 그 외에는 정말 없는 거 같아요. 더 있나요? (웃음) 사진 찍는 팬분들은 많으나, 9oods, 에치포르테, 인스피(IPTC), 엄코 PD(Eumko PD), 리비그라피 같은 분들 이외에 공식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너무 아쉽죠. 힙합 신이 점점 커지는데, 미디어 쪽에서 일하고 있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야 더 많은 교류를 해서 더 멋진 작품도 만들 수 있죠. kind of ‘Production’. LE: 영상 쪽에 그런 분들이 비교적 많다고 얘기하셨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사진에서 영상을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나요? 네. 영상에서 사진으로 오는 분들은 거의 없고요. 대부분 사진에서 영상으로 넘어가죠. 왜냐하면, 이건 좀 슬픈 얘기이긴 하지만, 사진은 영상에 비해 돈이 많이 안되는 편이에요. 언제부턴가 트렌드가 영상 쪽으로 더 기울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자켓과 뮤직비디오의 제작비를 비교했을 때, 큰 시장에서는 뮤직비디오 제작 같은 경우에는 거의 영화 제작비와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투자 비용을 들이죠. 그 반면에 자켓 비용은 10분의1 정도? 언더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아티스트든 간에 자켓보다는 자기 뮤직비디오에 더 큰 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하죠. 저희 포토그래퍼들이 그만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시선이 바뀌겠죠. LE: 부바 씨도 사진 외에 영상도 직접 만들기도 하시나요? 영상은 예전에 메타와 렉스의 앨범, [DJ AND MC]의 수록곡의 영상들을 저와 에이조쿠(Aeizoku) 형이 같이 했었거든요. 그때 제 EOS-5D Mark II가 영상 촬영이 가능했거든요. 그전에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설립됐을 때 멤버들이랑 되게 많이 같이 돌아다녔었어요. 근데 사진을 찍다 보니까 ‘부바, 영상도 되지?’라고 하는 거예요. 가능하니까 찍어봤는데 영상이 재미있더라고요. 영상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엄청나더라고요. 그렇게 찍다가 에이조쿠 형이랑 듀오로 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메타와 렉스의 “무까끼하이”라든지, 물론 “무까끼하이”는 제가 찍은 건 아니고 에이조쿠 형이 다 한 거지만요. 나머지 메타와 렉스의 영상들은 저와 에이조쿠 형이 제작했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영상보다는 사진의 매력에 더 끌리게 돼서 다시 사진에만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아직도 Only 사진만 고집하고 있고요. Mc Meta.jpg LE: 그 계기에 대해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영상 같은 경우에는 그때 지식도 많이 부족했었고,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하려니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한참 영상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 나는 사진만 찍어야겠다.’ 해서 다시 돌아오게 됐죠. LE: 긴 시간 사진을 찍어 오셨는데, 혹시 따로 아카이빙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집에 소중히 모신 한 박스에 가득 차있는 아카이브들이 있는데, 곰팡이만 안 폈으면 좋겠어요. 사진은 저에겐 중요한 순간, 기록이에요. 제가 사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한국 힙합 신의 옛날 기록들을 찾기가 조금 힘들더라고요. 조심스럽지만 옛 시절에 MC 메타(MC Meta) 형님께서 파티에서 노는 사진이라든지, (전원 웃음) 일상 사진들이나… 작업하시는 사진이라든지, 공연하는 사진이라든지 보고 싶으나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반면에 미국 같은 경우에는 그 기록들이 유명한 포토그래퍼들로 인해 꾸준히 기록되어 왔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책도 있고… 저도 욕심을 내자면 그런 책이나 매거진 등을 내보고 싶죠. 저도 만약에 이 신에서 20년, 30년 있다 보면 이제 막 시작하는 힙합 포토그래퍼나 아티스트 꿈나무들에게 좋은 모티브가 될 수가 있겠죠. 제 최종 목표에요. 제 사진들이 죽어서도 다른 분들에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아, 이 사람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진을 찍었구나.’라고 생각만 돼도 좋을 거 같아요. LE: 외국에서 찍은 힙합 관련 사진 중에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진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있나요? 힙합이 아닌 카테고리도 좋고요. 그게 바로 아까도 얘기했던 조 콘조라는 유명한 사진작가에요. 라디오를 들고 있다든지, MC가 마이크를 들고 있다든지… 이 조 콘조라는 형님이 찍은 사진들로 인해서 (힙합 쪽 포토그래퍼들이) 어느 정도 부흥이 됐을 거예요. ‘와, 멋있다.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니까 사진이라는 게 단지 기록으로서뿐만 아니라 메신저도 되거든요. 그게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도 그렇지만… 그래서 저도 그렇게 (메신저가 되도록) 찍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분들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과 찍어 온 시간은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아요. 그 사진들이 너무 인상적이죠. LE: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궁극적으로 부바 씨가 생각하는 사진만이 가지는 철학,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만이 가진 깊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사진 한 장만으로 많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사진은 타임머신 같기도 해요. 멋있는 사진들을 보면 그 역사를 비롯한 전체적인 느낌을 다 받을 수 있어요. 쉽게 말해서 플래시백 같은 거죠. 우주에서 헤매는 기분?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 매력이 큰 거 같아요. 저도 가끔 제 사진을 보면 ‘아, 내가 이때 이랬군. 저 때 내가 저랬군.’ 라고 생각하면서 일기장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사진이라는 게 피사체가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사진 속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굉장히 많은 움직임이 있다고 봐요. 많은 순간들과 기록들, 이야기들이 한 폴더에 압축된 게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LE: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저희 힙합엘이에는 자주 오시는 편인가요? 인터넷을 많이 안 하신다고 하셨지만…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네. 저는 힙합엘이는 자주 가는 편이에요. 물론, 영상만 많이 보는 편인데, 인터뷰도 했으니까 조회 수도 늘릴 겸 앞으로 더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LE: 저희가 외국 힙합을 비교적 많이 다루는 사이트인데, 부바 씨는 최근에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계신가요? 힙합, 알앤비도 좋고, 다른 장르의 음악도 좋습니다. 최근에 들었던 건 에비던스(Evidence)와 알케미스트(Alchemist), 제이 딜라(J Dilla). 제이 딜라 특히 좀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저도 아직 힙합에 대해서 100% 이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 사진에 반영된 것들이 아직 완벽히 힙합이라고는 할 수는 없죠. 아직 그냥 멋있는 사진 찍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앞으로는 더 힙합적인 사진들을 담도록 열심히 연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 LE: 옴니버스 공연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잖아요. 부드러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도 있고, 하드코어하고 센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도 있는데요. 무대별로, 각 아티스트 별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하려고도 하시겠어요. 다른 거 같아요. 일단 포토그래퍼로서 다양한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요. 만약에 제가 트랩을 싫어하면 트랩하는 분들은 잘 안 찍게 되거나 그러겠죠. 사진은 정말 솔직하게 나와서요. 만약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싫어하는 아티스트가 극명하면 그 각각을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차이가 어마어마해요. 될 수 있도록 음악 장르나 사람의 편견 이런 것 없이 다 듣고 이해하고, 그리고 사진 촬영에 임하려고 하고 있어요. LE: 음악 별로 사진을 찍을 때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달라지겠죠? 네. 쉽게 말해서 일리네어 레코즈나 하이라이트 레코즈 형들을 보면 공연 내내 쉬지 않고 무대를 휩쓸다 보니 망원렌즈에 담기는 한계가 있죠. 그러다 보면 다 흔들리고 사진들이 엉망이 되죠. 단체로 많이 나오는 크루이다 보니 광각렌즈로 단체 느낌을 정확하게 담으려고 하죠. 물론 한 분 한 분 확대해서 담는 것도 좋지만, 크루가 함께 움직이는 만큼 그 분위기가 광각렌즈로 담아냈을 때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사진이 나오거든요. 반대로 조금 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노래를 하는 크루들 같은 경우에는 분위기부터 다르죠. 조용하고 움직임이 덜 하다 보니 인물 사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니 망원렌즈로 최대한 클로즈업 해서 담게 되죠. 어찌 보면 각 아티스트에 맞는 구도나 사진 찍는 느낌은 많이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image.jpg Ill.jpg Huck P.jpg Paloalto & Mad Clown.jpg E-Sens.jpg LE: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거네요. 그렇죠. 그래서 요즘엔 어느 공연장을 가든 바디, 렌즈 등을 계산해서 움직여요. 그리고 공연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각 아티스트 분들의 공연 루틴도 다 알고 있으니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더 멋지게 포착할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있죠. LE: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포토그래퍼로서의 계획도 좋고, 어떤 커다란 삶의 계획도 좋습니다. 일단 생각해왔던 그 전시회를 올해 할 수 있으면 꼭 해보고 싶고요. 사진에 대한 이 뜨거운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느슨해지잖아요. 나이는 먹되, 체력도 좀 소모되어도 힙합에 대한 열정은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이대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더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생겨서 더 멋진 분들과 교류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LE: 질문에 없어서 하지 못 한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소감 등등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제가 지금 힙합엘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이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뭔가 TV에 나온 신기한 느낌이 드네요. 힙합엘이 덕에 바쁘게 달려왔던 나날들을 한번 되살펴 보게 돼서 뜻깊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멀리 계신 부모님들께서 저만 바라보고 고생하시고 계시는데, 제가 현재 하는 일을 아직 100% 완벽하게 허락해주시신 않으셨지만, 꼭 실망하게 하지 않는 멋진 아들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E: 인터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관련링크 | 부바 티스토리(부바그래피): http://www.boobagraphy.com/ 부바 트위터: @boobagraphy 부바 페이스북: boobagrap 인터뷰, 글 | Melo, Bluc, Twangsta 사진 | Booba 12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12 아이러브힙합2.12 21:34 부바님한테 사진 찍히고 싶네요 진솔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추천 댓글 kanye92.12 22:31 swagg! 추천 댓글 Fresh Cheeze2.12 22:48 부바님 솔컴 사진만 찍으시는 줄 알았는데 넓게 활동하시네요. 스웩 추천 댓글 title: MBDTF브루스웨인2.13 00:08 부바님 사진 가끔가다 카톡프사로도 쓰고 잇어요 ㅋㅋ 추천 댓글 whiz1912.13 01:29 swag! 믿고 보는 부바! 추천 댓글 title: BoombapJoey_Bada$$2.13 01:40 샤라웃 부바! 추천 댓글 title: 별 (2)nivel2.13 10:59 저는 부바라는 분을 지금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잘 보았습니다!!! 굿굿 추천 댓글 itsnov112.13 20:09 사진 너무 멋있어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추천 댓글 엔돌핀2.13 23:56 두사람은 스노우맨, 윔피, DJ 판돌의 그룹아닌가요? 단일 MC로서 두사람이란분이 있던가요? 추천 댓글 title: Fetty Wapzini2.21 08:26 부바님 진짜 요즘 너무 허슬하세요 추천 댓글 XGAME2.25 23:52 O.O 추천 댓글 봉산회2.27 18:41 오오 이런인터뷰들 따주셔서 감사합니다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1845174?page=10 [[분류:힙합엘이인터뷰]][[분류:부바]]
힙합엘이인터뷰 부바 (Bo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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